직무정지 위기…‘표적 징계’논란도
‘검투사’황영기 KB지주 회장이 직무정지 중징계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황 회장에 대해 2004년부터 3년간 우리은행장(지주 회장 겸임)으로 재직 당시 결정한 파생상품 투자로 은행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에 상당한 제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2005∼2008년 미국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으나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파생상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금 90%에 해당하는 1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 종합검사 중 황 회장의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 과정에서 은행법 위반 혐의를 포착했다. 금감원은 이를 바탕으로 황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상당의 제재방안을 우리은행 쪽에 통보한 상태다.
징계 수위는 이달 24일까지 당사자 소명을 접수해 9월3일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도 이달 26일 예정된 예금보험위원회에서 황 회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황 회장은 직무정지가 최종 확정될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제재일로부터 4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새로 선임될 수 없다. 다른 금융회사 이직은 물론 현직 연임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현직 임기는 마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사회적·도의적 책임 문제로 유지가 불투명하다. 황 회장의 KB지주 회장직 임기는 2011년 9월까지다. 황 회장은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논의에 대해 “잘 모르겠다. 나는 수동적인 입장”이라고 짤막한 답변만 밝혔다.
일각에선 ‘표적 징계’논란이 일고 있다. 직무정지는 분식회계나 주가조작을 한 경우 주로 내려지는 중징계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가 이 징계를 받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적 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순의 4단계로 나뉜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2004년 9월 명백한 불법행위인 분식회계가 드러났지만 금감원으로부터 황 회장보다 낮은 징계 수위인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황 회장의 후임이었던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이종휘 현 우리은행장에 대해선 ‘주의적 경고’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의 징계 적정성을 두고 금융권과 금감원의 주장도 엇갈린다. 금융권은 황 회장이 퇴임한 2007년 3월 이후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불거지기 시작한 점에서 책임 추궁이 무리란 지적이다. 반면 금감원은 대부분의 투자가 황 회장의 재임기간에 이뤄졌기 때문에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