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별기획>④ ‘포스트 조문정국’ 정치 함수

겉은 ‘애도’ 속으론 ‘끙끙’



민주, 원외투쟁 부담에 탄력 받는 등원론
한나라, 10월 재보선, 선거구제 개편 변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야는 ‘포스트 조문정국’을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겪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동반 추락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의 유지대로 남은 민주세력의 연합을 통해 ‘반MB전선’을 확대하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조문정국으로 멈춰졌던 정치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10월 재보선 공천과 9월 정기국회, 이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논의 등 복잡한 상황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조문정국 후 정세 변화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보다 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올스톱된 여의도는 겉으로는 애도를, 속으로는 향후 정국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상주 된 민주당
‘민주대연합’ 구상

DJ의 서거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 보다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그의 정치적 무게처럼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또한 국장이 마무리되자마자 10월 재보선 공천과 9월 정기국회 개원 문제 등 굵직한 사안을 처리해야 해 여야의 머리싸움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10월 재보선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정치 풍향계가 될 전망이고 9월 정기국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 메시지를 통해 전한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이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9월 정기국회를 개원할 수 있을지의 여부부터 따져야 한다.

서거정국으로 다시 상주가 된 민주당은 ‘DJ의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그중 하나가 민주세력의 대연합이다. 민주세력이 뭉쳐야 한다는 DJ의 말처럼 민주세력을 모으겠다는 것. 이는 길어지고 있는 장외투쟁으로 인해 하나둘 표출되고 있는 당 내부의 불협화음을 잠재울 수 있는데다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친노 진영을 압박할 수 있는 패다.

또한 ‘반MB전선’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DJ가 마지막 연설이 된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현 정부를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거세게 질타했기 때문이다. 당시 DJ는 “우리는,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면서 “만일 이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정부도 불행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을 갖고 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할 것을 바란다”고 경고했다.

미디어법에 대한 반감이 가시지 않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 문제 등도 ‘반MB전선’을 강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반MB전선’이 강화되면 대여투쟁에 탄력이 붙게 될 뿐더러 곧 있을 10월 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민주당은 국회에 꾸려진 DJ의 빈소보다 시민 참여가 더 많은 서울역 광장 빈소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민심의 향방을 살피고 있다.

거목 부재 ‘큰 구멍’
민주당내 역학구조 변화

DJ의 유지를 잇는 것과는 별개로 민주당은 한 해에 연거푸 두 전직 대통령을 잃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DJ의 ‘훈수정치’는 민주당에도 부담이기는 했지만 정치적 위기 때마다 나서서 민주세력을 다독이고 감싸던 정신적 지주가 사라진 까닭이다.

또한 DJ의 서거로 인해 당 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전국정당화를 위해 ‘중원’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호남에 대한 영향력이 일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DJ가 서거함으로써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가 손상되는 것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9월 정기국회 등원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등원론에 대한 내부의 주장뿐 아니라 평생 정치의 중심 무대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의회주의자 DJ의 뜻을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빈소가 국회에 치러진 것도 그러한 DJ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당이 자연스럽게 등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DJ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이 5월 말 서거했을 때 나는 6월 국회를 바로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를 통해 500만 명을 민주당에 줬다. 우리가 그런 추모 열기를 등에 업고 바로 등원해서 강력한 원내투쟁을 했더라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며 등원을 주장했다.

그는 “나는 ‘주국야광(晝國夜光)’을 하자는 입장”이라며 “낮에는 국회에서 투쟁하고, 밤에 필요할 경우 광화문으로 나가 촛불을 들자는 거다. 우리는 9월이 되면 9월의 행동을 할 것이다. 무조건 등원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9월 정기국회가 되면 합당한 행동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의원직 사퇴까지 내걸면서 원외투쟁에 나선 만큼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DJ의 서거가 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등원을 위해서는 의원직 사퇴에 맞먹는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DJ까지 서거하며 국민 여론이 다시 한 번 민주당으로 모아질 수 있다는 점과 정부 여당이 그 후폭풍에 가격당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때와는 달리 당 지도부가 발 빠르게 조문에 나서는 등 조문정국 동안에도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에게는 조문정국보다 ‘포스트 조문정국’이 더 골칫거리다. 당장 10월 재보선이 멀지 않았다. 재보선 지역이 확정된 곳은 강원도 강릉, 경기도 안산, 경남 양산이다. 하지만 수도권 한두 곳이 더 늘어날 수 있는데다 이 경우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도권 민심이 민주당으로 돌아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숨죽인 한나라당
골치 아픈 일감만 잔뜩

9월 정기국회도 난제를 안고 있다.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이다. 당초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은 이 대통령이 8·15 메시지에서 “여당에 불리해도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한 이래 여권 내에서 활발히 논의됐다.
박희태 대표는 “우리 정치 현안 중에서 특히 선거제도와 지방행정구역 개편 등은 이 시대의 소명”이라며 “당은 이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구상과 방향 제시에 대해 총력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은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고 향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조문정국으로 기대했던 효과가 반감됐으며 국장 후 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바쁜 일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거정국이 끝나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DJ는 죽기 직전까지 남북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주장하며 현 정부에 ‘6·15 선언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동교동계 측근들도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관된 대북정책이 있어야 북한도 남한 정부를 신뢰하고 대남 유화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 조문단’이 DJ의 조문을 위해 방문했다는 것도 호재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 후 북한과 냉랭한 기운만 쌓아갔다.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이 성과를 가져오며 대북관계 개선이라는 소득을 얻었지만 그만큼 “정부는 뭐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특사 조문단’은 방문 그 자체가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북한 조문단이 DJ의 빈소를 찾은 지난 21을 기점으로 육로통행 및 체류 관련 제한 조처가 해제됐다. 조문단을 위한 임시 전화 개설도 지난해 11월 북한이 끊었던 적십자 채널의 전면적 복원은 아니지만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정책 어찌하나
여권 고민 깊어만 가

대북 소식통들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잇따른 방북, 북측의 조문단 파견, 남북적십자회담 제안 등의 흐름은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며 “임시 전화 개설로 인해 남북 정부 간 연락 채널 복원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측과의 대화를 위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수정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면서도 “능동적인 대북전문가를 등용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절충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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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