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별기획⑥>2009년 하늘로 떠난 ‘거성’들





김수환, 노무현 등 사회적 파장 컸던 거목들 영면
잇따른 ‘정신적 지주’들 타계에 국민들 가슴 ‘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국민들의 슬픔이 커지고 있다. 한국 민주화를 일궈낸 산증인으로 국민들의 가슴속에 ‘정신적 지주’로 남은 김 전 대통령. 그의 죽음에 국민들은 동요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국민들을 허망하게 하는 것은 김 전 대통령보다 앞서 떠난 거목들이다. 올해 들어 유독 존경받던 유명 인사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마음속으로 의지했던 ‘어른’의 잇따른 타계는 국민들에게 공허함을 안겼다. 2009년 하늘의 별이 된 ‘거성’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 주셨는데….”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던 김 전 대통령이기에 이번에도 훌훌 털고 일어날 거라며 애써 위로했던 국민들. 그랬기에 병원에서 들려오는 위태로운 소식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3개월 만에 또…”
잇따른 별들의 죽음

그러나 지난 18일 오후, 듣고 싶지 않았던 비보는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슬픔과 그리움을 담은 조문객들의 발걸음은 빈소로, 인터넷 게시판으로 향하고 있다. 자유와 평등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던 김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엔 이념과 지역을 초월한 슬픔이 날로 커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이 국민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허망함을 안긴 것에는 불과 3개월 전 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있다. 한 해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잃었다는 사실에 비통함이 더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2009년은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사랑과 존경을 받던 거성들의 죽음이 이어지는 잔인한 해가 되고 있다.

올해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긴 이 중 하나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다. 한 평생 화해와 사랑을 전한 김 추기경은 지난 2월16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1951년 사제서품을 받고 1969년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된 김 추기경은 가난한 자와 약한 자, 고통 받는 자들의 편에 서 나눔의 삶을 살았다.


김 추기경이 종교와 세대를 뛰어넘는 ‘어른’으로 존경받았던 또 한 가지 이유는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나 바른 길을 가지 못할 때 목소리를 냈다는 것. 특히 김 추기경은 독재정권 아래에서 정치적 억압에 맞서 민주화 수호를 위해 노력한 인물 중 하나다.

1972년 8월9일에는 7·4 남북공동성명발표와 8·3 긴급조치, 10월 유신으로 이어지는 정국 혼란 중 박정희 정권의 장기독재체제를 비판하는 ‘현 시국에 부치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성모병원이 세무사찰을 받는 등 정부의 압박은 더해갔지만 김 추기경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성명서와 강론을 통해 자유언론과 인권, 민주회복을 강조하며 민주화 수호의 의지를 표했다.

1987년 1월14일 서울대 박종철군이 고문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1월26일 명동성당에서 인권회복미사를 열어 6월 항쟁의 불씨를 지피는 등 민주화투쟁의 길목마다 발자취를 남겼다.

이처럼 나라를 위해 거리낌 없이 행동한 김 추기경의 선종은 국민들의 가슴을 휑하게 만들었다. 고인이 된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명동성당으로 달려간 국민들의 수는 무려 40만 명.

장례식 5일 동안 전국에서 온 조문행렬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길게 늘어 선 줄로 인해 평균 4시간을 대기해야했지만 누구도 불평 없이 김 추기경의 마지막을 눈물로 보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김 추기경이 남긴 파장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먼저 명동성당에는 가톨릭신자가 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명동성당은 예비신자를 위해 6개월 과정으로 교리반을 운영하는데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열린 3월 교리반의 경우 개강 첫날 신청자가 117명에 달했다. 보통 한 달간 신청한 예비신자 수가 100명 안팎이라는 것을 따져보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또 하나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이 한층 개선되고 장기 기증 운동이 확산된 것. 김 추기경이 각막 기증을 한 뒤 영면에 들어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선종 이후 2개월 간 장기 기증 신청자는 1만2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4년 동안의 신청자를 모두 합한 숫자에 육박하는 엄청난 증가 추세였다. 이처럼 김 추기경은 사망 후에도 사랑의 정신을 전파하며 영원한 ‘추기경’으로 기억되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일어나 큰 파장을 남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도 여전히 국민들에겐 상처로 남아있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슬픔은 더욱 컸다. 사상초유의 전직 대통령 자살에 충격을 받은 이들로 온라인·오프라인 할 것 없이 애도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었다.

또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집회 가능성을 곳곳에서 차단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노짱’의 비극적 죽음
상처 아물기도 전에…

그러는 동안 봉하마을을 찾는 추모객들의 수도 늘어났다. 30도가 넘는 때 이른 무더위 속에서도 발걸음은 이어졌다. 서거 이후 2개월 간 약 200만 명의 추모객이 봉하마을을 다녀갔다는 집계는 국민들의 슬픔을 가늠하게 했다.
추모 열기는 봉하마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번졌다. 유동객이 많은 번화가에는 어김없이 분향소가 설치돼 봉하마을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로했다.

현 정부 특히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것도 노 전 대통령 서거가 가져온 파장 중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검찰수사 초기부터 전직 대통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3월 중순부터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아들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 초점을 맞춘 수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또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 없이 정황과 상식만을 들어 죄인으로 몰고 갔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유명인 자살사건 이후 어김없이 나타난 베르테르 효과도 일어났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지난 5월29일에는 한 여대생이 노 대통령을 따라간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자살했다.

여대생 A(23)양은 인천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양은 영결식 방송 사이트에 연결된 컴퓨터를 켜 놓고 목을 매 숨졌다. A양의 휴대폰에는 “나 노통 따라갈래. 잘 지내. 지금까지 미안했어”라는 내용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또 지난 5월27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은 방법과 시간대를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자살사건도 발생했다. 이날 B(55·여)씨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 11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B씨는 남편에게 TV 시청을 권유한 뒤 방으로 들어가 창문을 열고 곧바로 뛰어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투신한 시각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전 봉하마을 사저를 나간 시각과 거의 일치했다. 또 경찰조사결과 B씨는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면서 가족과 측근들이 다 행복해지는 것 아니냐, 나도 저렇게 하면 나머지 가족들도 편할 텐데”라는 말을 주변에 수차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도 피어올랐다. 서거 직전까지 함께했던 경호원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미스터리는 대부분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인정하기 힘든 이들의 억측이 주를 이뤘다.

문화·체육인들의 안타까운 타계도 잇따랐다. 특히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희망을 잃은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줬던 체육인들의 죽음이 이어져 아쉬움을 더했다.

그중 한 명은 지난 7월17일 세상을 떠난 여성 산악인 고미영씨. 그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5m)를 등정하고 내려오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현장에 있던 산악인들과 파키스탄 당국은 헬기를 동원해 그를 구조하기 위해 나섰지만 악천후와 눈사태에 의한 2차 사고 위험으로 난항을 겪다 추락 나흘째인 7월16일 오전 11시쯤(현지시간)에야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12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끝없는 도전의 삶을 살았던 고씨. “강하다는 것은 이를 악물고 참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을 남긴 고씨는 도전하는 삶에서 행복을 찾는 의지와 용기를 국민들에게 일깨워줬다.

많은 이들이 참석해 눈물을 흘린 고씨의 영결식에서 최홍건 한국산악회장은 애도사를 통해 “고미영씨는 불나비와 같았다. 등잔불에 온몸을 다치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며 고인의 도전정신을 되새기기도 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의 갑작스런 사망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4월 재혼해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가던 조오련은 심근경색으로 5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끝나지 않은 도전
국민에 희망 전해

1970년 열린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 한국 수영 역사상 최고의 쾌거를 이룩한 ‘원조 마린보이’ 조오련은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도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1980년 대한해협을 13시간 16분 만에 횡단하고 1982년 도버해협을 9시간35분 만에 횡단하면서 해외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한국인의 투혼을 세계에 알렸다.

2005년에는 또 두 아들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를 18시간 만에 횡단했다. 독도영유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독도를 33바퀴 도는 프로젝트에도 도전해 적지 않은 나이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불황과 경기침체에 지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대한해협 횡단 도전을 선언했던 것. 그는 지난 8월15일을 디데이로 잡고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오련은 지난 5월 한 방송사에 출연해 “50년 수영인생을 마무리하고 싶고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며 대한해협 횡단 도전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는 마지막 도전을 방해했고 국민들에게 비통함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마음속으로 의지했던 시대의 지도자나 희망을 안겨줬던 유명인들을 잃은 상실감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개인의 감정조절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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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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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