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별기획⑥>2009년 하늘로 떠난 ‘거성’들





김수환, 노무현 등 사회적 파장 컸던 거목들 영면
잇따른 ‘정신적 지주’들 타계에 국민들 가슴 ‘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국민들의 슬픔이 커지고 있다. 한국 민주화를 일궈낸 산증인으로 국민들의 가슴속에 ‘정신적 지주’로 남은 김 전 대통령. 그의 죽음에 국민들은 동요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국민들을 허망하게 하는 것은 김 전 대통령보다 앞서 떠난 거목들이다. 올해 들어 유독 존경받던 유명 인사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마음속으로 의지했던 ‘어른’의 잇따른 타계는 국민들에게 공허함을 안겼다. 2009년 하늘의 별이 된 ‘거성’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 주셨는데….”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던 김 전 대통령이기에 이번에도 훌훌 털고 일어날 거라며 애써 위로했던 국민들. 그랬기에 병원에서 들려오는 위태로운 소식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3개월 만에 또…”
잇따른 별들의 죽음

그러나 지난 18일 오후, 듣고 싶지 않았던 비보는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슬픔과 그리움을 담은 조문객들의 발걸음은 빈소로, 인터넷 게시판으로 향하고 있다. 자유와 평등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던 김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엔 이념과 지역을 초월한 슬픔이 날로 커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이 국민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허망함을 안긴 것에는 불과 3개월 전 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있다. 한 해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잃었다는 사실에 비통함이 더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2009년은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사랑과 존경을 받던 거성들의 죽음이 이어지는 잔인한 해가 되고 있다.

올해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긴 이 중 하나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다. 한 평생 화해와 사랑을 전한 김 추기경은 지난 2월16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1951년 사제서품을 받고 1969년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된 김 추기경은 가난한 자와 약한 자, 고통 받는 자들의 편에 서 나눔의 삶을 살았다.


김 추기경이 종교와 세대를 뛰어넘는 ‘어른’으로 존경받았던 또 한 가지 이유는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나 바른 길을 가지 못할 때 목소리를 냈다는 것. 특히 김 추기경은 독재정권 아래에서 정치적 억압에 맞서 민주화 수호를 위해 노력한 인물 중 하나다.

1972년 8월9일에는 7·4 남북공동성명발표와 8·3 긴급조치, 10월 유신으로 이어지는 정국 혼란 중 박정희 정권의 장기독재체제를 비판하는 ‘현 시국에 부치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성모병원이 세무사찰을 받는 등 정부의 압박은 더해갔지만 김 추기경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성명서와 강론을 통해 자유언론과 인권, 민주회복을 강조하며 민주화 수호의 의지를 표했다.

1987년 1월14일 서울대 박종철군이 고문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1월26일 명동성당에서 인권회복미사를 열어 6월 항쟁의 불씨를 지피는 등 민주화투쟁의 길목마다 발자취를 남겼다.

이처럼 나라를 위해 거리낌 없이 행동한 김 추기경의 선종은 국민들의 가슴을 휑하게 만들었다. 고인이 된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명동성당으로 달려간 국민들의 수는 무려 40만 명.

장례식 5일 동안 전국에서 온 조문행렬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길게 늘어 선 줄로 인해 평균 4시간을 대기해야했지만 누구도 불평 없이 김 추기경의 마지막을 눈물로 보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김 추기경이 남긴 파장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먼저 명동성당에는 가톨릭신자가 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명동성당은 예비신자를 위해 6개월 과정으로 교리반을 운영하는데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열린 3월 교리반의 경우 개강 첫날 신청자가 117명에 달했다. 보통 한 달간 신청한 예비신자 수가 100명 안팎이라는 것을 따져보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또 하나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이 한층 개선되고 장기 기증 운동이 확산된 것. 김 추기경이 각막 기증을 한 뒤 영면에 들어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선종 이후 2개월 간 장기 기증 신청자는 1만2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4년 동안의 신청자를 모두 합한 숫자에 육박하는 엄청난 증가 추세였다. 이처럼 김 추기경은 사망 후에도 사랑의 정신을 전파하며 영원한 ‘추기경’으로 기억되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일어나 큰 파장을 남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도 여전히 국민들에겐 상처로 남아있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슬픔은 더욱 컸다. 사상초유의 전직 대통령 자살에 충격을 받은 이들로 온라인·오프라인 할 것 없이 애도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었다.

또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집회 가능성을 곳곳에서 차단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노짱’의 비극적 죽음
상처 아물기도 전에…

그러는 동안 봉하마을을 찾는 추모객들의 수도 늘어났다. 30도가 넘는 때 이른 무더위 속에서도 발걸음은 이어졌다. 서거 이후 2개월 간 약 200만 명의 추모객이 봉하마을을 다녀갔다는 집계는 국민들의 슬픔을 가늠하게 했다.
추모 열기는 봉하마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번졌다. 유동객이 많은 번화가에는 어김없이 분향소가 설치돼 봉하마을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로했다.

현 정부 특히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것도 노 전 대통령 서거가 가져온 파장 중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검찰수사 초기부터 전직 대통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3월 중순부터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아들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 초점을 맞춘 수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또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 없이 정황과 상식만을 들어 죄인으로 몰고 갔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유명인 자살사건 이후 어김없이 나타난 베르테르 효과도 일어났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지난 5월29일에는 한 여대생이 노 대통령을 따라간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자살했다.

여대생 A(23)양은 인천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양은 영결식 방송 사이트에 연결된 컴퓨터를 켜 놓고 목을 매 숨졌다. A양의 휴대폰에는 “나 노통 따라갈래. 잘 지내. 지금까지 미안했어”라는 내용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또 지난 5월27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은 방법과 시간대를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자살사건도 발생했다. 이날 B(55·여)씨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 11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B씨는 남편에게 TV 시청을 권유한 뒤 방으로 들어가 창문을 열고 곧바로 뛰어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투신한 시각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전 봉하마을 사저를 나간 시각과 거의 일치했다. 또 경찰조사결과 B씨는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면서 가족과 측근들이 다 행복해지는 것 아니냐, 나도 저렇게 하면 나머지 가족들도 편할 텐데”라는 말을 주변에 수차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도 피어올랐다. 서거 직전까지 함께했던 경호원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미스터리는 대부분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인정하기 힘든 이들의 억측이 주를 이뤘다.

문화·체육인들의 안타까운 타계도 잇따랐다. 특히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희망을 잃은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줬던 체육인들의 죽음이 이어져 아쉬움을 더했다.

그중 한 명은 지난 7월17일 세상을 떠난 여성 산악인 고미영씨. 그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5m)를 등정하고 내려오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현장에 있던 산악인들과 파키스탄 당국은 헬기를 동원해 그를 구조하기 위해 나섰지만 악천후와 눈사태에 의한 2차 사고 위험으로 난항을 겪다 추락 나흘째인 7월16일 오전 11시쯤(현지시간)에야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12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끝없는 도전의 삶을 살았던 고씨. “강하다는 것은 이를 악물고 참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을 남긴 고씨는 도전하는 삶에서 행복을 찾는 의지와 용기를 국민들에게 일깨워줬다.

많은 이들이 참석해 눈물을 흘린 고씨의 영결식에서 최홍건 한국산악회장은 애도사를 통해 “고미영씨는 불나비와 같았다. 등잔불에 온몸을 다치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며 고인의 도전정신을 되새기기도 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의 갑작스런 사망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4월 재혼해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가던 조오련은 심근경색으로 5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끝나지 않은 도전
국민에 희망 전해

1970년 열린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 한국 수영 역사상 최고의 쾌거를 이룩한 ‘원조 마린보이’ 조오련은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도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1980년 대한해협을 13시간 16분 만에 횡단하고 1982년 도버해협을 9시간35분 만에 횡단하면서 해외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한국인의 투혼을 세계에 알렸다.

2005년에는 또 두 아들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를 18시간 만에 횡단했다. 독도영유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독도를 33바퀴 도는 프로젝트에도 도전해 적지 않은 나이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불황과 경기침체에 지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대한해협 횡단 도전을 선언했던 것. 그는 지난 8월15일을 디데이로 잡고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오련은 지난 5월 한 방송사에 출연해 “50년 수영인생을 마무리하고 싶고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며 대한해협 횡단 도전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는 마지막 도전을 방해했고 국민들에게 비통함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마음속으로 의지했던 시대의 지도자나 희망을 안겨줬던 유명인들을 잃은 상실감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개인의 감정조절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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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