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파업 선동, ‘노심’마저 돌아섰다!

<일요진단>‘잇단 무리수’ 금속노조 무용론 막후


정치색 짙은 강경 투쟁 고집 ‘자충수’ 지적
국민들 시선 싸늘…반기 든 개별사업장 속출

민주노총 산하 최대 조직인 금속노조가 코너에 몰렸다. 잇단 무리한 자충수로 덜미를 잡힌 꼴이다. 명분 없는 강경 투쟁을 고집한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싶더니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과 맞물려 반기를 들거나 무시하는 개별사업장이 늘고 있다. 아예 등지는 산하 지부도 속출하고 있다. 이쯤 되자 노동계 안팎에선 ‘금속노조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의 산실인 금속노조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금속노조의 처참한 현주소와 그 이유를 짚어봤다.

지난 6일, 전쟁터를 방불케 한 쌍용차 파업 사태가 종결됐다. 5월22일 인력 구조조정을 놓고 쌍용차 노사 협상이 시작된 지 76일 만이다. 당초 전원 고용 원칙을 고집해 온 노조가 한 발 물러서는 선에서 협상이 이뤄졌다. 노사 양측은 전체 정리해고자 974명 중 48%에 대해 무급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을 받거나 분사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쌍용차 사태 불씨는 꺼졌지만 그 불똥은 금속노조로 튀었다. 금속노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 금속노조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서지 않았다면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쌍용차 노조가 공장점거에 나섰을 때만 해도 극한 상황이 76일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쌍용차 사태에
개입치 않았다면…’

하지만 금속노조가 쌍용차 점거농성 한 달 만에 전면 개입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공교롭게도 볼트새총, 사제총, 화염병, 쇠파이프 등이 난무했고 대치 상태가 장기화로 전환됐다. 급기야 금속노조원들과 사측 직원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전문가들은 ‘막장 파업’ 원인에 대해 쌍용차와 무관한 세력들이 끼어들어 당사자의 현안과 거리가 먼 정치투쟁을 벌인 탓으로 분석했다. 검찰과 경찰은 이번 파업을 주도한 쌍용차 노조 핵심 인사들은 물론 배후지원 세력까지 수사 선상에 올려놨다.

금속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한 대승적 타협”이라고 평가했지만 쌍용차는 “강경 투쟁을 주도한 금속노조가 상처만 남기고 마무리된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금속노조의 무모한 전략으로 피해가 더 커졌다”고 비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의 강경론은 쉽게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최근 기아차 노조 파업을 보면 그렇다. 무분별한 파업이란 지탄을 받고 있는 것.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지난달 23일 라인 가동을 완전히 멈추고 전면파업에 돌입한데 이어 지난 14일 경기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재개된 교섭이 결렬되자 17일부터 다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기본급 5.5%(8만7709원) 인상 ▲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 ▲주간연속 2교대제(8시간+8시간) 및 월급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추가 작업시간 확보와 생산성 상향조정, 생산효율 개선 등의 방안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이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고 무조건 즉시 시행만을 고집하며 파업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요구가 모두 수용되면 연간 1인당 작업시간이 800시간 줄어들고 전체 생산량도 21만 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임금은 그대로 보전돼 24.7% 인상된다는 계산이다. 1인당 약 126만원의 임금 인상 효과다.

당연히 회사 측의 손실은 늘어나 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정도인 연간 6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는 기아차의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7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현재 산업계의 임금동결 분위기와 대조될 뿐더러 국내외 경제 상황을 외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 들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제철, 포스코, 현대중공업, KT, 한화그룹, 두산그룹, 삼성생명, CJ, 현대엘리베이터, SC제일은행 등 대기업들은 노사상생을 위해 임금동결 대열에 합류한 상황이다. 이미 동결을 결정한 기본급까지 인상해 달라며 ‘떼쓰는’ 기아차 노조의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 행태에 사회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일하지 않고 돈을 달라는 무노동 유임금 요구로 파업을 벌이는 자동차 노조는 세계에서 기아차가 유일하다”며 “노조는 불투명한 세계자동차 시장에서 정부의 세제 지원을 받아 간신히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회사의 상황을 외면한 채 임금 인상이란 금속노조 방침을 그대로 받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6월29일 이후 3개월째 부분파업을 진행 중인 기아차는 지난 18일 현재 누적 생산차질액이 5500억원(3만1000여 대)이 발생한 상태다. 8월 말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손실액은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내수 시장점유율 31.1%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다가 지난달 내수시장점유율 29.2%를 기록, 지난 1월 29.9%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30% 밑으로 떨어졌다. 기아차는 하반기 시장점유율 3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고객에게 인도 예정인 차량이 출고되지 못하는가 하면 차량 정비 서비스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기아차 측은 “현재 2만여 명의 기아차 고객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어 대부분의 차종이 계약을 하고도 일정기간을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며 “쏘렌토와 포르테, 포르테 쿱 등은 약 2달, 모닝은 1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생산에 계속 차질이 생긴다면 고객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속노조는 한국쓰리엠(3M) 노조 파업과 관련해서도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1977년 한국 진출 이후 파업이 없었던 한국쓰리엠의 공장이 갑자기 멈춘 배경에 금속노조가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쓰리엠 노조는 임금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여성근로자 처우 개선 등을 놓고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이다가 지난 17일 전남 나주공장과 경기 화성공장에서 동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미국의 산업부품업체 한국쓰리엠은 국내 상륙 뒤 단 한 번의 파업도 겪지 않았다. 이번에 32년 무분규 전통이 깨진 셈이다. 회사 측은 “노조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쓰리엠에 파업 그늘이 진 것은 지난 5월 노조가 설립되면서다. 한국쓰리엠 노조는 곧바로 금속지부에 가입했고 파업 이후 협상테이블엔 회사 직원 대신 금속노조 관계자가 앉았다. 양측은 임금 인상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이견을 좁혔다.

경제 상황 외면한 채
무조건 돈 올려 달라

하지만 노조 측은 돌연 회사 측이 절대 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경영권 참여를 주장해 자칫 파업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쓰리엠 미국 본사는 파업이 발생하자 한국 투자 계획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다른 외국기업들의 국내 투자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이쯤 되자 금속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하나같이 싸늘하다. 어느 한 곳 금속노조를 거드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국민들은 물론 경제·사회단체, 급기야 내부 조합원들마저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명분과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속노조에 반기를 든 대표적인 지부가 산하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지역별 지부체제 전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기업지부로 남아있는 현대차 노조를 비롯해 기아차, 대우차, 쌍용차, 만도 등 5개 기업지부를 모두 지역지부로 소속을 바꾸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가 지역지부로 전환하면 현대차지부 산하로 울산, 전주, 아산, 모비스, 남양, 정비, 판매위원회 등 7개 위원회는 기존 현대차지부 산하가 아닌 금속노조의 지역지부로 소속이 바뀐다.


금속노조 측은 “완전한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 10월까지 5개 기업지부를 가까운 지역지부에 흡수시켜 명칭을 지회로 변경한다”며 “앞으로 기업지부의 대의원대회에서 대표지회장을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지부체제 지침을 거부했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방침대로 오는 10월부터 무조건 지역지부로 전환해야 하지만 지난달 29일 대의원대회에 현행 기업지부 체제로 새 집행부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노조가 10월 이후에도 지역지부로 전환할지는 미지수다.

금속노조와 정면충돌하는 현대차 노조의 이번 결정은 위상 하락과 조직력 약화, 고용불안 등을 염두에 둔 조치다. 무엇보다 2006년 산별노조 전환 이후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권익 향상이 거의 없었다는 현장 조합원들의 인식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금속노조가 무리하게 정치적 강경노선만 택한 데 대한 반발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차 노조의 항명은 나머지 기업지부인 기아차와 대우차, 쌍용차, 만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지부장이 금속노조위원장을 고소하는 사건도 있었다. 윤해모 전 현대차 노조지부장은 사퇴 전인 지난 6월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금속노조 산하 지부장이 상급단체 금속노조위원장을 고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윤 전 지부장은 “정 위원장이 현대차 지부의 정상화 방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부와 회사 관계자 등의 압력에 의해 현대차 지부장이 사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현대차 지부의 정상화 방안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임단협을 계속하고 새 집행부를 뽑기 위한 선거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지부장이 사퇴한 것은 조합원 기만행위라며 윤 전 지부장을 비판한 바 있다.

기아차 노조도 겉으론 금속노조에 동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조합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진짜 이유가 9월 선거를 앞두고 차기 집권을 노리는 집행부의 각 계파간 ‘밥그릇 싸움’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회의적인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선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강경 투쟁만 주장하다보니 지침을 수시로 변경할 수밖에 없고 이런 ‘널뛰기 파업’으로 임금협상이 진전 없이 난항을 겪자 현장 조합원들은 “원칙이 없고 무책임하다. 파업이 원칙 없이 즉흥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랬다 저랬다’노조 집행부의 근시안적 안목이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와 마찬가지로 기아차 노조도 금속노조의 지부체제 전환에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전체 조합원의 3분의1 이상인 1만2000여 명의 반대 서명을 받은 기아차 노조 사수 대책위원회는 “독단적으로 지역지부로의 전환을 결정해 놓고 조합원의 총회 소집 요구마저 거부한 금속노조 지도부는 민주를 가장한 독재 노조”라고 독설을 퍼부은 바 있다.

쌍용차 노조와 GM대우 노조도 사정은 비슷하다. 쌍용차 내부에선 조만간 노조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사내 카페 등을 중심으로 “지난 파업을 금속노조의 개입으로 망쳤다. 파업 이후 직원들의 반감이 극에 달았다. 이참에 독립 노선을 걷자”는 금속노조 탈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쌍용차 사태 당시 개별 사업장의 총파업을 유도했으나 상당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쌍용차 경영진은 회생 로드맵의 일환으로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GM대우 노조는 최근 임금동결과 고용안정 등을 골자로 하는 올해 임금동결 합의안을 금속노조가 기본급 4.9% 인상을 요구한 지침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승인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사측과 조인식을 열고 임금협상 합의서에 서명했다. GM대우 노조가 회사의 생존을 위해 어렵게 합의한 노력에 회사의 사정을 외면한 금속노조에서 딴죽을 건 모양새다.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66.3%의 찬성으로 가결된 만큼 GM대우 노조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노조원들 사이에선 “금속노조가 회사와 조합원들의 어려운 사정은 외면한 채 무리한 명분 세우기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금속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금속노조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노조와 금속노조는 반목과 갈등이 깊어질 대로 깊어지고 있어 ‘탈퇴 도미노’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올해 상반기에만 울산NCC, 인천지하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영진약품, 그랜드힐튼호텔 등 10여 곳에 달한다. 지난달 산하 단위노조 가운데 세 번째로 규모가 큰 KT노조는 조합원의 95%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전문가들은 금속노조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강경한 정치투쟁 노선이 아닌 기존 노동현장 노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노동운동가는 “민주노총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노조가 이젠 ‘떼쓰기’식 투쟁노선에서 구체적인 혁신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과연 누굴 위한 조직이며 무엇을 위한 파업인지, 다시금 되새겨 볼 시점”이러고 조언했다.

일방적 떼쓰기 투쟁
반목·갈등만 깊어져

금속노조 측은 탈퇴 조짐에 대해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다만 금속노조를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각에 대해선 상당히 경계하는 눈치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단위노조는 몰라도 민주노총 전체는 몇몇 사업장의 탈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탈퇴한 노조원 수가 4만 명인데 15만 명에 이르는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을 앞두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공권력이 금속노조를 ‘외부세력’으로 지칭, 쌍용차 사태 등 각종 파업 배후에 있었던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금속노조는 개별 사업장의 외부세력이 아닌 한 회사에 여러 부서가 편제되어 있는 것과 같은 하나의 상급부서와 같다”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