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기획특집①> 정치권 ‘친일 논란’ 들춰보니

영원히 자를 수 없는 ‘친일 꼬리표’…“이젠 잘라라”

친일인명사전에 정치인 선친 다수…또다시 친일 논란 조짐
현 정부인사들 인사청문회서 친일 인사 후손 논란에 허우적

우리 역사의 암흑기라 불렸던 날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져가고 있지만 ‘친일’의 잔재는 아직까지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제의 수탈을 도왔던 이들이 ‘친일’에서 ‘친미’로 재빨리 다른 가면을 쓰고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계 요직에 깊이 뿌리 내리면서 ‘청산되지 못한 과거’로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일 인사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그때마다 파란이 적지 않았다. 이는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8 15를 맞이해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친일 논란을 되짚어봤다.

나라를 되찾은 것은 64년이지만 친일은 여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있다. 친일 문제를 친일 인사들이 평가하면서 제대로 된 해결이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친일 인사들의 후손이 유력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친일’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막은 것도 걸림돌이 됐다.

실제 2004년 2월 모 방송 프로그램은 ‘친일파는 살아있다’ 편에서 ‘일제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부친들이 일제시대 면장을 지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연희, 김용균 의원이 법안을 반대하거나 주요 내용의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균 전 의원의 부친 김명수 전 의원은 일제시대 일본 신문사의 기자와 전무를 지냈으며 귀국 후 합천 용주면 면장과 금융조합장을 지내 친일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사진상규명법 두고
친일 논란 ‘들썩 들썩’


김 전 의원은 “선친은 친일파가 아니다”라면서 “36년간 일제 치하에서 단순히 취업한 사람과 친일한 사람, 반민족행위를 한 사람까지 있을 수 있는데 여러 기록을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면장을 하고 조합장을 지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파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최연희 의원의 부친도 일제시대 면장을 지냈다.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박관용 전 의장은 부친이 일제시대 형사였다. <조선총독부 직원록>에 따르면 박 전 의장의 부친 박희준은 일제말기 경남도경 부산경찰서 산하 사법계 순사로 근무한 것으로 나와 있다.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이 지연된 데는 박근혜 전 대표의 입지 문제가 얽혀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 전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논란이 불거지면 박 전 대표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

박 전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거쳐 만주군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인해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1686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는 “박 전 대통령이 근무한 만주군은 일본군과는 법적으로 다르며 복무기간도 겨우 1년4개월로 소대장도 못한 채 육군소위로 해방을 맞았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도 남경필 의원의 부친은 일제시대 면장을, 정두언 의원의 조부는 일제시대 군수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충북도지사의 정운갑은 해방 후 요직에 오른 친일관료였다.

친일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의지가 강해지면서 ‘친일’이 정치권의 논란을 부르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2004년은 특히 친일 논란이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해였다.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친 신상묵(시게미쓰 구니오)이 일본군 헌병 오장(부사관)으로 활동하며 징병기피자 색출을 했다는 것이 알려진 것. 신 전 의장은 “부친은 일제 때 교사만 했다”고 부인했으나 결국 시인하고 3개월 2일 만에 열린우리당 의장직을 사퇴했다.


신 전 의장은 “법률적으로는 연좌제가 적용되지 않겠지만, 정치의 세계에선 연좌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 대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부친 김일련(가나이 에이이치)은 만주군 특무(경찰)로 활동했으며 이미경 의원의 부친 이봉권은 일본군의 핵심 사찰요원인 황군 헌병오장으로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근태 전 의장의 부친은 일제시대 훈도, 유시민 전 장관의 백부는 면장이었으며 부친은 훈도였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열린우리당 유력 정치인 대부분이 친일시비에 말려들었다.

이 의원은 “일본에서 야간 대학을 다닌 아버지가 졸업 즈음에 성적이 우수해 헌병으로 차출되어서 복무했다고 들었다”고 선친의 일본군 헌병 활동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부친의 문제는) 제 개인 가족사의 비극이기고 하고, 식민지 시대를 걸어왔던 민족의 비극이기도 하다”면서 “개인사의 족보 캐기식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친일 진상규명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부친과 큰아버지의 친일 의혹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나, 아버지, 과거사 그리고 국가정체성’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해명했다. 유 전 장관은 “선친은 1942년경 만주의 어느 소학교에서 일을 하셨다고 한다. 교사였는지, 보조원이었는지, 또는 행정사무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고, 교사 자격이 있었는지 여부도 모르겠다”면서 “해방 직후 미군정 교사 요원 공채에 합격해 최초로 교원자격을 얻었고, 일제 때 교원경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백부가 일제 때 면장을 한 것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현 정부에서도 친일 논란이 세차례나 불거졌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안병만 교과부 장관, 이건무 문화재청장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다.

끊이지 않는 친일 시비
사퇴 vs 강행 ‘격세지감’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증조부의 친일 경력이 문제가 됐다. 현 위원장의 증조부 현준호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광복회와 함께 선정한 ‘친일파 708인 명단’에 올라있는 친일경력자다. 그는 호남은행을 세운 대부호로 전남 참사 전남평의회 의원 중추원 참의 등 일제시대 요직을 거쳤다. 학도병 지원을 독려하는 강연반에 참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그의 땅 3만2000㎡(시가 10억원)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등 명백한 반민족 행위가 드러난 인물이다.

현 정부 들어 문화재청장에 임명된 이건무 청장의 조부는 이완용이 고문으로 있던 ‘조선사편수회’에서 활동했던 친일 사학의 대두 이병도다. 이병도는 조선사편수회에서 수사관보로 근무하며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단군 조선의 역사를 신화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부친이 일제시대 경찰 순사와 순사부장을 지냈다.

청문회 당시 안 장관은 안민석 의원의 “민족정기를 가르치는 교육부 수장의 부친이 일제 순사였다는 것을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나”라는 날선 질문을 받아야 했다.

안 의원은 “신기남 의원의 경우 부친 친일 논란으로 당의장을 사퇴했던 바 있다”며 “참여정부에게 드리워졌던 잣대로 안 장관을 평가한다면 장관 명함을 내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안 장관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님이 일제시대 때 어려운 생활에서 하나의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현 정부의 인사들의 친일 문제를 지적한 김을동 의원은 “왜 친일후손들이 자격이 ‘된다’ ‘안 된다’라는 논란거리가 돼야 하는지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이젠 세상이 달라졌으니까 이해하고 용인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정부는 한참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국민의 정서는 달라지지 않았으며, 친일후손 인사들이 요직에 오르는 걸 결코 바라지 않는다. 설사 당시의 친일 여부 등 구체적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민정서상 일제강점기 요직에 있던 분이라면 용납이 될 수 없다”며 “일례로 17대 국회에서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 부친이 일본군 ‘오장’(지금의 하사)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책임을 지고 의장직을 내놓은 것은 부친의 친일활동이 구체적이었다기보다는 국민정서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8·15를 즈음해 편찬될 친일인명사전으로 인해 정치권에 다시 한 번 ‘친일 문제’로 인한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사 명단에 정치권 인사들의 선친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권과 관련된 인사 중 명단에 오른 것으로 확인된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범석 전 의원, 고재필 전 보건사회부 장관, 장면 ·진의종·신현확 전 국무총리 등이다.

친일인명사전 발간
다시 불붙은 친일 논란


민족문제연구소는 “자료조사 과정에서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다수 정치인들의 선친이 포함돼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러나 후손들의 신분은 연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일 인사와 그 후손을 동일시하지는 않더라도 당시 친일 인사들이 사회 기득권자로 활동하면서 쌓은 유·무형의 재산이 후손에게로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세간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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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