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기획특집①> 정치권 ‘친일 논란’ 들춰보니

영원히 자를 수 없는 ‘친일 꼬리표’…“이젠 잘라라”

친일인명사전에 정치인 선친 다수…또다시 친일 논란 조짐
현 정부인사들 인사청문회서 친일 인사 후손 논란에 허우적

우리 역사의 암흑기라 불렸던 날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져가고 있지만 ‘친일’의 잔재는 아직까지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제의 수탈을 도왔던 이들이 ‘친일’에서 ‘친미’로 재빨리 다른 가면을 쓰고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계 요직에 깊이 뿌리 내리면서 ‘청산되지 못한 과거’로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일 인사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그때마다 파란이 적지 않았다. 이는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8 15를 맞이해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친일 논란을 되짚어봤다.

나라를 되찾은 것은 64년이지만 친일은 여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있다. 친일 문제를 친일 인사들이 평가하면서 제대로 된 해결이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친일 인사들의 후손이 유력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친일’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막은 것도 걸림돌이 됐다.

실제 2004년 2월 모 방송 프로그램은 ‘친일파는 살아있다’ 편에서 ‘일제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부친들이 일제시대 면장을 지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연희, 김용균 의원이 법안을 반대하거나 주요 내용의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균 전 의원의 부친 김명수 전 의원은 일제시대 일본 신문사의 기자와 전무를 지냈으며 귀국 후 합천 용주면 면장과 금융조합장을 지내 친일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사진상규명법 두고
친일 논란 ‘들썩 들썩’


김 전 의원은 “선친은 친일파가 아니다”라면서 “36년간 일제 치하에서 단순히 취업한 사람과 친일한 사람, 반민족행위를 한 사람까지 있을 수 있는데 여러 기록을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면장을 하고 조합장을 지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파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최연희 의원의 부친도 일제시대 면장을 지냈다.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박관용 전 의장은 부친이 일제시대 형사였다. <조선총독부 직원록>에 따르면 박 전 의장의 부친 박희준은 일제말기 경남도경 부산경찰서 산하 사법계 순사로 근무한 것으로 나와 있다.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이 지연된 데는 박근혜 전 대표의 입지 문제가 얽혀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 전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논란이 불거지면 박 전 대표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

박 전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거쳐 만주군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인해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1686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는 “박 전 대통령이 근무한 만주군은 일본군과는 법적으로 다르며 복무기간도 겨우 1년4개월로 소대장도 못한 채 육군소위로 해방을 맞았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도 남경필 의원의 부친은 일제시대 면장을, 정두언 의원의 조부는 일제시대 군수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충북도지사의 정운갑은 해방 후 요직에 오른 친일관료였다.

친일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의지가 강해지면서 ‘친일’이 정치권의 논란을 부르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2004년은 특히 친일 논란이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해였다.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친 신상묵(시게미쓰 구니오)이 일본군 헌병 오장(부사관)으로 활동하며 징병기피자 색출을 했다는 것이 알려진 것. 신 전 의장은 “부친은 일제 때 교사만 했다”고 부인했으나 결국 시인하고 3개월 2일 만에 열린우리당 의장직을 사퇴했다.


신 전 의장은 “법률적으로는 연좌제가 적용되지 않겠지만, 정치의 세계에선 연좌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 대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부친 김일련(가나이 에이이치)은 만주군 특무(경찰)로 활동했으며 이미경 의원의 부친 이봉권은 일본군의 핵심 사찰요원인 황군 헌병오장으로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근태 전 의장의 부친은 일제시대 훈도, 유시민 전 장관의 백부는 면장이었으며 부친은 훈도였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열린우리당 유력 정치인 대부분이 친일시비에 말려들었다.

이 의원은 “일본에서 야간 대학을 다닌 아버지가 졸업 즈음에 성적이 우수해 헌병으로 차출되어서 복무했다고 들었다”고 선친의 일본군 헌병 활동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부친의 문제는) 제 개인 가족사의 비극이기고 하고, 식민지 시대를 걸어왔던 민족의 비극이기도 하다”면서 “개인사의 족보 캐기식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친일 진상규명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부친과 큰아버지의 친일 의혹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나, 아버지, 과거사 그리고 국가정체성’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해명했다. 유 전 장관은 “선친은 1942년경 만주의 어느 소학교에서 일을 하셨다고 한다. 교사였는지, 보조원이었는지, 또는 행정사무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고, 교사 자격이 있었는지 여부도 모르겠다”면서 “해방 직후 미군정 교사 요원 공채에 합격해 최초로 교원자격을 얻었고, 일제 때 교원경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백부가 일제 때 면장을 한 것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현 정부에서도 친일 논란이 세차례나 불거졌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안병만 교과부 장관, 이건무 문화재청장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다.

끊이지 않는 친일 시비
사퇴 vs 강행 ‘격세지감’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증조부의 친일 경력이 문제가 됐다. 현 위원장의 증조부 현준호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광복회와 함께 선정한 ‘친일파 708인 명단’에 올라있는 친일경력자다. 그는 호남은행을 세운 대부호로 전남 참사 전남평의회 의원 중추원 참의 등 일제시대 요직을 거쳤다. 학도병 지원을 독려하는 강연반에 참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그의 땅 3만2000㎡(시가 10억원)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등 명백한 반민족 행위가 드러난 인물이다.

현 정부 들어 문화재청장에 임명된 이건무 청장의 조부는 이완용이 고문으로 있던 ‘조선사편수회’에서 활동했던 친일 사학의 대두 이병도다. 이병도는 조선사편수회에서 수사관보로 근무하며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단군 조선의 역사를 신화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부친이 일제시대 경찰 순사와 순사부장을 지냈다.

청문회 당시 안 장관은 안민석 의원의 “민족정기를 가르치는 교육부 수장의 부친이 일제 순사였다는 것을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나”라는 날선 질문을 받아야 했다.

안 의원은 “신기남 의원의 경우 부친 친일 논란으로 당의장을 사퇴했던 바 있다”며 “참여정부에게 드리워졌던 잣대로 안 장관을 평가한다면 장관 명함을 내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안 장관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님이 일제시대 때 어려운 생활에서 하나의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현 정부의 인사들의 친일 문제를 지적한 김을동 의원은 “왜 친일후손들이 자격이 ‘된다’ ‘안 된다’라는 논란거리가 돼야 하는지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이젠 세상이 달라졌으니까 이해하고 용인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정부는 한참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국민의 정서는 달라지지 않았으며, 친일후손 인사들이 요직에 오르는 걸 결코 바라지 않는다. 설사 당시의 친일 여부 등 구체적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민정서상 일제강점기 요직에 있던 분이라면 용납이 될 수 없다”며 “일례로 17대 국회에서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 부친이 일본군 ‘오장’(지금의 하사)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책임을 지고 의장직을 내놓은 것은 부친의 친일활동이 구체적이었다기보다는 국민정서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8·15를 즈음해 편찬될 친일인명사전으로 인해 정치권에 다시 한 번 ‘친일 문제’로 인한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사 명단에 정치권 인사들의 선친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권과 관련된 인사 중 명단에 오른 것으로 확인된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범석 전 의원, 고재필 전 보건사회부 장관, 장면 ·진의종·신현확 전 국무총리 등이다.

친일인명사전 발간
다시 불붙은 친일 논란


민족문제연구소는 “자료조사 과정에서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다수 정치인들의 선친이 포함돼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러나 후손들의 신분은 연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일 인사와 그 후손을 동일시하지는 않더라도 당시 친일 인사들이 사회 기득권자로 활동하면서 쌓은 유·무형의 재산이 후손에게로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세간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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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