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기획특집③> 친일논란 기업들의 변명

“<당시 시대상황 따른 > 장사꾼 고충도 이해해야죠 ”

해방 이후 시작된 친일기업 역사 청산 논란은 건국 61주년을 맞이하는 오늘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다. 당시 일본과의 청탁으로 수해를 입어 이를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했던 기업들의 기득권이 후세를 통해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일부에선 해방 이후 완전히 청산되지 못한 일제시대 기득권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해당 기업들을 지목하고 나선다. 달갑지 않은 지목에 기업들은 다양한 해명으로 입장을 대변한다. <일요시사>가 광복절을 맞아 그동안 친일 논란이 제기됐던 기업들의 변명 노하우를 살펴봤다. 

역사적 배경 이해 없는 맹비난 ‘답답하다’ 호소
창업주 관련 예민한 논란은 ‘모르쇠’로 입 봉해 


민족주의를 내세운 일부 민간단체들은 3·1절과 광복절 등 때마다 일제시대 역사 청산을 외치며 친일 기업들을 지목한다.
일단 지목된 기업들은 ‘이제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라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늘 따라 붙는 친일기업 꼬리표가 달갑지만은 안은 탓이다.
논란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창업주가 직접 연관된 그룹의 경우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창업주 변호에 앞장서는 반면 창업주가 아닌 직계 가족 등의 인물이 연관된 경우 ‘비약적 논리’라며 논란을 극구 부인하는 분위기가 대다수다.

다양한 후일담으로
창업주 적극 변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반응은 적극적 해명이다. 금호는 친일기업인으로 주장되고 있는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그를 옹호하고 있다. 그룹 한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은 일부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민족성이 강한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제시절 당시 박 전 회장이 행한 항일 에피소드를 시리즈로 알려주며 해명에 나섰다.

첫 번째로 박 전 회장이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 교장 배척 운동에 앞장서다 퇴학당한 사실을 내세웠다. 관계자에 따르면 1917년 당시 나주공립보통학교에 재학 중이던 박 전 회장은 조선 학생과 일본 학생들 간의 다툼을 보고 일본인 가게이 교장이 일방적으로 일본 학생의 편을 들자 이에 불응해 교장을 몰아내자는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결국 이듬해 박 전 회장을 비롯한 급우들이 퇴학을 당해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했다가 최근에야 이 같은 소식이 확인돼 학교로부터 90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전라도 강진에서 경찰로 재직하던 당시 박 전 회장이 천황모독죄로 몰려 처형당할 위기의 최두식씨를 위해 유리한 진술로 목숨을 구해준 일, 창씨개명을 거부해 나주군청으로 좌천된 일, ‘조선인 80여 명을 강제 징용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20년 공직 생활을 마감한 일 등을 내세우며 창업주의 민족성을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시대상황에 따른 장사꾼의 고충도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은 시즌마다 터지는 친일기업 논란에 ‘지겹다’는 반응이 먼저다. 두산그룹 한 관계자는 “민감한 부분이라 말 자체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더 이상 이런 논쟁은 멈춰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해방된 지가 언제인데 이런 논란을 100년, 200년 뒤까지 끌고 갈 작정인지 답답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단체들이 본사를 친일기업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솔직히 당시 시대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자의든 타의든 일본과 소통해야만 했던 시대인데 그런 흐름은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기업만을 질타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난감한 부분이라는 것.
또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자사의 노력이 많았음에도 그런 부분은 별로 부각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창업주인 박승직 전 회장이 국채보상운동 당시 자비로 100억원을 내놓는 등 국가 발전에 기여해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제2회 서상돈상’을 받는가 하면 대한민국임시정부 환수 운동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고 해명했다.

지난 1919년 창업한 경방그룹도 창업주로 인해 친일기업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창업주인 김성수 전 회장이 친일파로 활동했다는 주장들이 민족단체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경방그룹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본사는 기업 설립 시부터 국민주 공모를 통해 만들어진 회사로 내부적으로도 전 직원이 민족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친일기업 논란엔
하나같이 ‘발끈’

이 관계자는 경방그룹이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기업 가치로 발족한 점과 3·1 운동 당시 활동 거점이었던 태화강에서 기업창립총회를 개최한 점 등을 증거로 내세우며 민족기업으로서의 출발을 강조했다. 그는 “본사는 일제시대 당시 태극성을 상표로 사용한 기업”이라며 “조선총독부가 태극문양을 넣어 만든 옷감에 대해 민족색채가 강하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해 편법으로 일본 현지에서 상표등록을 마쳐 국내에 제품을 출시했다”는 일화도 덧붙였다.

창업주의 이름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할 예정이라는 일부 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당시 사회지도층에서 내부적으로 힘을 기르기 위한 역할이 필요했었다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는 심정도 내비쳤다.
효성그룹도 친일기업으로 지목되는 곳 중 하나다. 조석래 회장의 부인인 송광자씨가 일제시대 식산은행 부일협력자로 추정되고 있는 송인상씨의 삼녀인 탓이다. 그러나 친일기업 논란에 대한 효성그룹의 입장은 단호하다. 친일기업 논란은 명백한 억지 주장에 소설이라는 것.

그룹 한 관계자는 “송인상씨는 당시 20대의 젊은 나이로 일본 은행에 다니는 하급 행원에 불과했던 사람”이라며 “어떠한 의사결정권도 없던 그가 이후 수십 년이 지난 1980년대에 본사에 들어왔다고 해서 어떻게 친일기업으로 매도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일제시대 대부분의 직장이 일본 소유였는데 그렇다면 당시 농사짓는 사람을 뺀 모든 직장인들이 민족반역자에 친일파가 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송인상씨가 만약 고문관과 같은 행적을 했다면 마땅히 처벌받아야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본사는 스스로를 민족기업이라고 자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일기업 논란에 대한 단호한 입장은 대림그룹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는 것. 대림그룹 한 관계자는 “친일로 논란되는 이규응씨는 창업주인 이재준 전 회장의 아버지이자 현 이준용 회장의 할아버지”라며 “창업주가 직접 친일 행적을 한 기업인도 아닌데 일제시대 아버지가 면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기업으로 매도하는 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친일행적 논란에 ‘민족기업’ 항변
‘불가피한 선택’ 이해 구하기도… 


이 관계자는 “대림은 민족자본으로 지어진 기업이므로 절대 일본 자본과는 관계가 없다”며 “친일기업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업 설립비용은 창업주의 집안이 조선왕조 왕가 출신으로 당시 가문에 내려진 자산이 있어 투자했던 것으로 일본으로부터 수혜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창업주가 일제시대 주요기구의 고위관직에 이름을 올려 해방 이후 쭉 친일기업 논란에 휩싸였던 삼양그룹은 ‘할 말이 없다’는 간단한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과거 반민특위 당시 친일파로 잡혀갔던 창업주 김연수 전 회장이 조사결과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었기에 더 이상 해명할 내용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친일기업 논란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일부에서는 당시의 기업 활동이 현재 국가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친일기업 논란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의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CJ그룹 한 관계자는 “본사가 친일기업이라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전했다.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고문의 부친 손영기씨가 부일민족반역자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일관했다. 오히려  ‘관련된 주장의 출처가 어디냐, 논란거리를 만들기 위해 일부에서 굳이 옛 선친까지 끌어들인 것 아니냐’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로 친가 쪽으로부터 자본금이 들어왔다”며 “손복남 고문 등 외가 쪽의 자본은 본사로 들어온 적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럼에도 단지 혈육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를 묶어 일본의 수혜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건 연좌제적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친일기업 논란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은 보광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 한 관계자는 “본사에  15년간 재직했지만 친일기업 논란은 오늘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홍석규 회장의 부친인 홍진기씨가 일제시대 법관으로 재직했었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그것이 친일기업의 범주에 속해야 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는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일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홍 회장과 부친의 행적은 별개로 봐야한다는 게 그룹 측 입장이다.

오너 개인사 이유로
‘모르쇠’ 일관하기도

기업의 근간인 창업 당시 상황을 창업주의 사생활로 치부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도 있었다. 현대그룹은 오너 집안 문제는 본사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현대그룹 한 관계자는 “친일 논란은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이기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가 없다”며 해명을 거부했다. 심지어 관련된 답변을 들으려면 해당자인 회장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동원INC도 대답을 회피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룹 한 관계자는 “오너의 집안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일련의 논란들에 대해 기사화가 될 경우 확인은 하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윗분들에게 사실 확인을 해본 적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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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