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기획특집③> 친일논란 기업들의 변명

“<당시 시대상황 따른 > 장사꾼 고충도 이해해야죠 ”

해방 이후 시작된 친일기업 역사 청산 논란은 건국 61주년을 맞이하는 오늘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다. 당시 일본과의 청탁으로 수해를 입어 이를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했던 기업들의 기득권이 후세를 통해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일부에선 해방 이후 완전히 청산되지 못한 일제시대 기득권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해당 기업들을 지목하고 나선다. 달갑지 않은 지목에 기업들은 다양한 해명으로 입장을 대변한다. <일요시사>가 광복절을 맞아 그동안 친일 논란이 제기됐던 기업들의 변명 노하우를 살펴봤다. 

역사적 배경 이해 없는 맹비난 ‘답답하다’ 호소
창업주 관련 예민한 논란은 ‘모르쇠’로 입 봉해 


민족주의를 내세운 일부 민간단체들은 3·1절과 광복절 등 때마다 일제시대 역사 청산을 외치며 친일 기업들을 지목한다.
일단 지목된 기업들은 ‘이제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라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늘 따라 붙는 친일기업 꼬리표가 달갑지만은 안은 탓이다.
논란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창업주가 직접 연관된 그룹의 경우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창업주 변호에 앞장서는 반면 창업주가 아닌 직계 가족 등의 인물이 연관된 경우 ‘비약적 논리’라며 논란을 극구 부인하는 분위기가 대다수다.

다양한 후일담으로
창업주 적극 변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반응은 적극적 해명이다. 금호는 친일기업인으로 주장되고 있는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그를 옹호하고 있다. 그룹 한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은 일부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민족성이 강한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제시절 당시 박 전 회장이 행한 항일 에피소드를 시리즈로 알려주며 해명에 나섰다.

첫 번째로 박 전 회장이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 교장 배척 운동에 앞장서다 퇴학당한 사실을 내세웠다. 관계자에 따르면 1917년 당시 나주공립보통학교에 재학 중이던 박 전 회장은 조선 학생과 일본 학생들 간의 다툼을 보고 일본인 가게이 교장이 일방적으로 일본 학생의 편을 들자 이에 불응해 교장을 몰아내자는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결국 이듬해 박 전 회장을 비롯한 급우들이 퇴학을 당해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했다가 최근에야 이 같은 소식이 확인돼 학교로부터 90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전라도 강진에서 경찰로 재직하던 당시 박 전 회장이 천황모독죄로 몰려 처형당할 위기의 최두식씨를 위해 유리한 진술로 목숨을 구해준 일, 창씨개명을 거부해 나주군청으로 좌천된 일, ‘조선인 80여 명을 강제 징용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20년 공직 생활을 마감한 일 등을 내세우며 창업주의 민족성을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시대상황에 따른 장사꾼의 고충도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은 시즌마다 터지는 친일기업 논란에 ‘지겹다’는 반응이 먼저다. 두산그룹 한 관계자는 “민감한 부분이라 말 자체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더 이상 이런 논쟁은 멈춰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해방된 지가 언제인데 이런 논란을 100년, 200년 뒤까지 끌고 갈 작정인지 답답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단체들이 본사를 친일기업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솔직히 당시 시대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자의든 타의든 일본과 소통해야만 했던 시대인데 그런 흐름은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기업만을 질타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난감한 부분이라는 것.
또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자사의 노력이 많았음에도 그런 부분은 별로 부각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창업주인 박승직 전 회장이 국채보상운동 당시 자비로 100억원을 내놓는 등 국가 발전에 기여해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제2회 서상돈상’을 받는가 하면 대한민국임시정부 환수 운동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고 해명했다.

지난 1919년 창업한 경방그룹도 창업주로 인해 친일기업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창업주인 김성수 전 회장이 친일파로 활동했다는 주장들이 민족단체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경방그룹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본사는 기업 설립 시부터 국민주 공모를 통해 만들어진 회사로 내부적으로도 전 직원이 민족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친일기업 논란엔
하나같이 ‘발끈’

이 관계자는 경방그룹이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기업 가치로 발족한 점과 3·1 운동 당시 활동 거점이었던 태화강에서 기업창립총회를 개최한 점 등을 증거로 내세우며 민족기업으로서의 출발을 강조했다. 그는 “본사는 일제시대 당시 태극성을 상표로 사용한 기업”이라며 “조선총독부가 태극문양을 넣어 만든 옷감에 대해 민족색채가 강하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해 편법으로 일본 현지에서 상표등록을 마쳐 국내에 제품을 출시했다”는 일화도 덧붙였다.

창업주의 이름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할 예정이라는 일부 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당시 사회지도층에서 내부적으로 힘을 기르기 위한 역할이 필요했었다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는 심정도 내비쳤다.
효성그룹도 친일기업으로 지목되는 곳 중 하나다. 조석래 회장의 부인인 송광자씨가 일제시대 식산은행 부일협력자로 추정되고 있는 송인상씨의 삼녀인 탓이다. 그러나 친일기업 논란에 대한 효성그룹의 입장은 단호하다. 친일기업 논란은 명백한 억지 주장에 소설이라는 것.

그룹 한 관계자는 “송인상씨는 당시 20대의 젊은 나이로 일본 은행에 다니는 하급 행원에 불과했던 사람”이라며 “어떠한 의사결정권도 없던 그가 이후 수십 년이 지난 1980년대에 본사에 들어왔다고 해서 어떻게 친일기업으로 매도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일제시대 대부분의 직장이 일본 소유였는데 그렇다면 당시 농사짓는 사람을 뺀 모든 직장인들이 민족반역자에 친일파가 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송인상씨가 만약 고문관과 같은 행적을 했다면 마땅히 처벌받아야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본사는 스스로를 민족기업이라고 자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일기업 논란에 대한 단호한 입장은 대림그룹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는 것. 대림그룹 한 관계자는 “친일로 논란되는 이규응씨는 창업주인 이재준 전 회장의 아버지이자 현 이준용 회장의 할아버지”라며 “창업주가 직접 친일 행적을 한 기업인도 아닌데 일제시대 아버지가 면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기업으로 매도하는 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친일행적 논란에 ‘민족기업’ 항변
‘불가피한 선택’ 이해 구하기도… 


이 관계자는 “대림은 민족자본으로 지어진 기업이므로 절대 일본 자본과는 관계가 없다”며 “친일기업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업 설립비용은 창업주의 집안이 조선왕조 왕가 출신으로 당시 가문에 내려진 자산이 있어 투자했던 것으로 일본으로부터 수혜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창업주가 일제시대 주요기구의 고위관직에 이름을 올려 해방 이후 쭉 친일기업 논란에 휩싸였던 삼양그룹은 ‘할 말이 없다’는 간단한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과거 반민특위 당시 친일파로 잡혀갔던 창업주 김연수 전 회장이 조사결과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었기에 더 이상 해명할 내용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친일기업 논란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일부에서는 당시의 기업 활동이 현재 국가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친일기업 논란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의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CJ그룹 한 관계자는 “본사가 친일기업이라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전했다.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고문의 부친 손영기씨가 부일민족반역자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일관했다. 오히려  ‘관련된 주장의 출처가 어디냐, 논란거리를 만들기 위해 일부에서 굳이 옛 선친까지 끌어들인 것 아니냐’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로 친가 쪽으로부터 자본금이 들어왔다”며 “손복남 고문 등 외가 쪽의 자본은 본사로 들어온 적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럼에도 단지 혈육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를 묶어 일본의 수혜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건 연좌제적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친일기업 논란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은 보광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 한 관계자는 “본사에  15년간 재직했지만 친일기업 논란은 오늘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홍석규 회장의 부친인 홍진기씨가 일제시대 법관으로 재직했었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그것이 친일기업의 범주에 속해야 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는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일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홍 회장과 부친의 행적은 별개로 봐야한다는 게 그룹 측 입장이다.

오너 개인사 이유로
‘모르쇠’ 일관하기도

기업의 근간인 창업 당시 상황을 창업주의 사생활로 치부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도 있었다. 현대그룹은 오너 집안 문제는 본사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현대그룹 한 관계자는 “친일 논란은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이기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가 없다”며 해명을 거부했다. 심지어 관련된 답변을 들으려면 해당자인 회장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동원INC도 대답을 회피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룹 한 관계자는 “오너의 집안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일련의 논란들에 대해 기사화가 될 경우 확인은 하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윗분들에게 사실 확인을 해본 적도 없다”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