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성매매의 덫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09: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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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도 모델도…팔려가는 접대부들

[일요시사=사회팀] 원정 성매매가 업계 종사자를 거쳐 일반인들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돈을 노리는 포주와 브로커들은 고수익이라는 위험한 덫을 놓은 채 호시탐탐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인신매매실태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에서 "성매매의 근원지(source), 경유지(transit) 그리고 목적지(destination)"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기준 여성가족부가 공식 집계한 한국 국적의 성매매 여성은 27만여명. 전체 여성 인구가 약 2500만명(통계청 2013)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1%가 넘는 여성이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매매 근원지
성매매 수출국

특히 집계된 27만명 외에도 과거 성매매 경험이 있거나 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성매매 여성 인구를 합산하면 관련 업계 종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언론이 늘 써오던 '성매매 천국'이란 수식어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세간의 평가를 인정하듯 미 국무부가 지난 2013년 6월 발표한 인신매매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과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본 2013년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성매매의 '근원지'이자 '경유지'이고, 또 '목적지'이다.


아울러 한국은 해외에서 성을 거래하는 시쳇말로 '성(性)진국'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일부 한국 여성들이 국내 및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와 같은 곳에서 성매매에 유입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빚을 떠안은 채로 브로커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고 고발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들은 왜 국내가 아닌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에서 성매매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성 종사자 27만명…캐나다·호주로 '밀행'
워킹홀리데이 통해 대학생 해외성매매 급증

지난 21일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한국 여성들에게 일본 등지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브로커 김모(33·남)씨와 한모(32·여)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성매매 여성 47명, 포주·브로커·사채업자 등 1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알렸다.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로 적발된 여성 대부분은 20대 중후반 나이로 이중엔 전직 연예인 ㄱ씨와 레이싱 모델 ㄴ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유학생, 전직 공무원, 운동선수 등 언뜻 보기에는 성매매와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력도 원정 성매매 명단에서 확인됐다. 아울러 경찰이 확인한 성매매 여성 중에는 평범한 가정주부도 있어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업계에 따르면 사실 원정 성매매는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지난 2011년 있었던 이른바 '원정녀' 사건은 원정 성매매가 해외 업주와 연계해 이미 국내외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일본 현지인들과 결탁해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최모(35)씨 등 브로커 6명과 성매매 여성 16명을 검거했다.

브로커 최씨 등은 '1달에 3000만원'이라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꼬드겨 원정갈 여성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한 여성들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원정 성매매를 결심했다.

이들 대부분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종업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중에는 성매매를 전문으로 해 본 적 없는 여대생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등은 일본으로 귀화한 포주 스즈키(45·여)씨가 운영하는 도쿄 한 성매매 업소에 여성들을 넘겼다. 이들은 소개비 명목으로 1인당 100만∼200만원을 챙겼다.

그리고 여성들을 소개 받은 스즈키씨가 맨 처음 한 일은 여성들의 누드사진과 프로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일이었다. 해당 사진을 본 일본 성매수자는 각자가 원하는 여성을 지목해 거래를 했다. 이들은 시간당 2만~15만엔의 화대를 업주 측에 지불했다.

전직 연예인도
레이싱 모델도

하지만 "1달에 3000만원을 보장한다"는 약속은 거짓이었다. 먼저 스즈키씨는 성매매 여성들이 벌어들인 돈의 40%를 상납 받아 업소 운영비로 사용했다. 더불어 성매매 여성들은 현지 숙박비와 성형수술비, 휴대전화 이용료, 홍보용 누드사진 촬영비 등으로 낸 선불금에 월 10%의 이자까지 얹어 매주 스즈끼씨에게 건넸다. 이들 중 일부는 600만∼1000만원의 빚을 진 채 일본에 체류해야 했다.

특히 일본에서 2차례 원정 성매매를 했던 ㄷ씨는 국내로 돌아와 자신의 원정 성매매가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충격으로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원정을 떠났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단기간 고수입이 목표였고, 현지 업체와 연계된 브로커가 성매매에 개입됐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성매매 동기와 수법은 2년 전 '원정녀' 사건과 유사하다. 다만 포주가 사채업자와 짜고 인신매매를 동반하는 등 범죄 수위가 더 악랄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일본 도쿄 인근 우그이스타니에 업소를 차려놓고 한국 여성들을 데려다가 성매매를 시켰다. 한씨 등은 여성들에게 "월 2000만∼30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유흥업소 종업원 J씨는 선불금으로 175만엔(한화 약 2000만원)을 받고 일본으로 향했다. 수입이 거의 없던 연예인 ㄱ씨도 한씨의 꼬드김에 넘어갔다. 이들은 대개 브로커와 얘기를 나눈 후 원정 성매매를 선택했다. 브로커는 소개비 명목으로 1인당 100만∼150만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은 외국행을 꺼리는 여성 등을 꾀어내기 위해 무속인을 고용, "올해 '삼재'가 있다. 일본에 가면 대박난다"고 속이기도 했다. 무속인은 그 대가로 1인당 70만∼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일본에 간 성매매 여성들은 업주가 소개한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상반신을 노출한 홍보 영상이 가미됐다. 전단과 인터넷에는 이들을 찍은 나체 사진과 영상이 나돌았다. 그리고 일본 성매수자들은 성행위를 하기 위해 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포주는 연락이 오면 자동차로 여성들을 태워 도쿄 시내 가정집, 호텔, 모텔 등지로 출장을 보냈다. 여성들은 그곳에서 하루 5∼10명의 남자를 상대했다. 그리고 10일마다 한 번씩 240만원을 포주에게 송금했다. 포주는 모두 10회에 걸쳐 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반복된 성관계에 건강이 악화된 여성도 있었다. ㄱ씨보다 앞서 일본에 가있던 J씨는 몸이 아파 포주가 정한 기한 내의 이자를 갚지 못했다.

그러자 한씨 등은 J씨의 여권을 빼앗아 귀국을 막은 뒤 일본 센다이 지역의 성매매 업소로 J씨를 175만엔에 되팔았다. 여권을 빼앗긴 J씨는 한국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겨우 풀려났다. 일본 내 한국 성매매 여성의 인신매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리만 346%인 살인적인 이자가 여성들을 짓눌렀지만 이들 중 고객이 많았던 여성 8명은 브로커의 도움으로 졸업증명서 등을 위조해 비자를 발급받고 1∼2년간 장기 체류했다. 또 일부 여성들은 미국 LA, 괌을 비롯해 호주 멜버른과 대만 타이베이 등을 오가며 원정 성매매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국내외 브로커들을 중심으로 원정 성매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연예인 ㄱ씨는 경찰 조사를 받자마자 다시 외국으로 건너가 현재는 연락을 끊은 상태라고 전해졌다. 성매매 여성 상당수는 비자가 만료되면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외국으로 건너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호주서 활개
미국도 여전

앞서 <일요시사>는 '워킹홀리데이 해외원정 성매매 실태 집중 조명' 등의 기사를 통해 원정 성매매를 다룬 바 있다.

특히 호주에서의 성매매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는데 1년 사이 호주 유학을 다녀온 복수의 유학생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여자 유학생 10명 중 2명은 성매매를 시도했거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남들 이목도 피할 수 있고,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점이 한국 대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호주는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다.

호주 원정 성매매는 대부분 워킹홀리데이를 악용한 형태로 나타난다. 호주 정부는 지난 1995년 한국 정부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맺으면서 18∼30세 한국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관광과 취업을 동시에 허락하는 비자를 발급해왔다.

'호주 원정 성매매' 기사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상당수의 여대생들이 불법 성매매를 위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고, 호주로 향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호주에 도착한 이들은 대부분 현지에 있는 한국인 브로커를 통해 성을 제공할 업소를 알선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을 무대로 활동하는 브로커들처럼 호주의 브로커들도 달콤한 제안을 한다. 1달 400만∼1000만원이 넘는 고수입은 물론 일을 하는 시간이 4∼5시간 내외라 나머지 시간은 공부도 하고, 관광도 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을 한다.

월 2000만∼3000만원 보장?
사채빚 지고 '구렁텅이로'
그녀들은 지금…하루 12시간 7명 상대

그러나 하루 5∼10명에 가까운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 성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점. 경우에 따라 불법 감금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정 성매매는 대학생들에게 굉장한 위험이다.

특히 한국인과 같은 외국인 여성들이 주로 일을 하는 성매매 업소는 대부분 허가받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무허가 업체다 보니 폭언 및 폭행은 기본이고, 성추행이나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원정을 가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건 역시 국내 브로커를 거친 단기 입국이다. 브로커들은 "1달에 2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허위 광고로 일종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국 전 "호주에서 일하려면 먼저 성형수술을 받고 가라"며 돈을 빌려준 뒤 꿔준 돈을 사채로 만들어 여성을 착취하는 행태가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원정 성매매로 돈을 벌어 성공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이제껏 많은 성매매 여성들을 조사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빼기 쉽지 않은 곳이 또 성매매 업종이다. 지난 13일 서울지방청 국제범죄수사대가 밝힌 미국 원정 성매매 실태에 따르면 브로커들의 구인광고에 넘어가 미국으로 떠난 200여명의 성매매 여성 중 절반은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지금도 현지에서 성매매로 생계를 잇고 있다.

앞서 브로커들은 유흥업소 종업원 구인사이트 등에 "월수입 2500만∼3500만원을 보장합니다" "출국부터 입국까지 에스코트해드려요" "LA에서 함께 일할 언니 초대해요" 등의 광고로 원정 성매매 여성들을 모집했다.

또 돈을 벌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을 위해 일부 포주는 개런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일반 개런티 계약은 3개월에 2000만원. 하지만 업주는 한국인의 성매매로 같은 기간 1억5000만원을 벌 수 있었다.

원정을 떠난 여성들은 매달 1000만∼15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숙박비, 미용비 등으로 월 200만∼300만원의 고정비도 함께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악덕 포주를 만난 여성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면서 하루 평균 7.2명의 손님을 받고, 수입은 포주와 6대4로 나누는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호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떠날 때 받은 선금의 이자가 불어나 그 빚을 갚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미국 국토안보부와 수사공조를 통해 현지에 있는 또 다른 성매매업주 등 6명에 대한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인력만으로는 현지 성매매 여성의 연락처조차 얻기 힘든 상황이다.

국가 망신이다
일부 과장됐다

일부 외신보도와 현지인의 블로그 등을 검색하면 한국인의 원정 성매매를 다룬 글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용은 '한국인의 하룻밤 가격이 344달러다' '한국 여성들이 대만을 오고 가며 단체 성매매를 하고 있다' '난 호주인인데 한국에서 왔다는 성매매 여성의 신상은 이렇다'는 등 다소 불편한 내용이다.

그래서 원정 성매매가 '국가적 망신'이라는 비난도 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약 3만명 정도의 여성이 일본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상 파악된 일본 상주 한국인(현지 거주 제외)이 18만∼20만명이고, 이중 남녀를 각각 9만∼10만명으로 잡아도 무려 33%에 이르는 여성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다소 억측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국격은 차치하고라도 원정 성매매 시장은 여전히 활개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호주 한 거리의 위치한 붉은 색 벽돌집은 창문을 닫은 채 인터넷을 통해 성매수자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곳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한국 국적의 여성은 모두 3명으로 파악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남아 섹스관광 1위는?

한국 남자들이 더 하네∼

동남아시아에서 성매수를 목적으로 한 관광 1순위는 한국이라는 실태 보고서가 작성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년 시행한 현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동남아시아 아동 성매매 관광의 현황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 성매매 관광객 수 1위는 한국"으로 조사됐다. 연구원들은 매년 동남아를 입국하는 관광객 수, 유흥업소를 이용하는 빈도, 피해 여성의 증언 등을 분석해 이 같이 발표했다. 특히 만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시장에서 한국 남성은 '독보적인 존재'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앞서 유엔마약범죄국(UNODC)이 201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동남아 지역 특히 캄보디아 태국·베트남 지역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고객'이라고 명시돼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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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