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악시키는 엽기적 신종범죄 세계

눈 뜨고 코 베이는 ‘교묘한 수법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엽기적인 방식으로 재탄생되는 신종범죄.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특히 나아질 줄 모르는 경제상황은 돈벌이를 위해 보다 더 치밀한 신종범죄를 연구하는 범죄자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 피해자 또한 늘어나는 실정이다. 찜질방에서 한눈을 판 사이 피싱 범죄의 장본인이 되는 범죄부터 혼자 사는 여성들의 집을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들며 벌이는 범죄까지 신종범죄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영파라치 이용한 범죄 등 사이버 세상에도 신종범죄 날뛰어
마약사범 증가하며 마약쿠키 등 신종마약도 물밀듯 들어와


새로운 방식의 범죄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범죄 중 하나는 ‘피싱’ 범죄다. 목소리 하나로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던 보이스 피싱은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했고 더 많은 피해자들을 낳고 있다.

잠든 틈타 휴대폰 훔쳐
‘돈 좀 보내줘’ 문자 송신

최근 벌어지는 피싱 범죄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일명 ‘찜질방 피싱’. 말 그대로 찜질방에서 벌어지는 범죄다. 범인들이 노리는 범행대상은 찜질방에서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잠에 빠져 있는 손님들이다. 범행방식은 단순하다. 먼저 찜질방 손님들이 휴대폰 관리에 소홀한 틈을 타 휴대폰을 훔친다. 그 뒤 휴대폰 속 전화번호를 뒤져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지인들을 검색한다. 그리고 검색한 번호에 “급하게 20만원이 필요하니까 돈 좀 보내줘”라는 등의 문자를 보낸 뒤 휴대폰을 끈다.

물론 문자에는 범인 자신의 계좌번호를 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문자를 본 휴대폰 주인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고 문자에 찍힌 계좌번호로 돈을 송금하게 되는 것이 범인들이 노리는 것. 실제 이 같은 범죄에 속수무책 당한 이들은 적지 않다. 최근 찜질방을 찾았다 어이없는 일을 당한 이모(32)씨도 벌건 대낮 당한 범죄에 지금도 황당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주말, 홀로 찜질방에 간 그는 여느 날처럼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잠이 깨고 난 뒤 옆에 있어야 할 휴대폰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에 놀란 이씨는 주인에게 휴대폰을 도난당한 사실을 말하고 통신사에도 도난신고를 했다고 한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휴대폰을 감쪽같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에 아까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별일 아니라고 여겼던 이씨. 그러나 문제는 몇 시간 뒤 벌어졌다.

집 전화로 가족들과 친구, 직장동료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했던 것. 그들은 이씨에게 “무슨 일로 돈이 필요한 거냐”는 알 수 없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영문을 몰라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이씨에게 지인들은 자신의 번호로 “돈이 필요하니 보내 달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제야 이씨는 찜질방 피싱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혹시나 문자를 받았을지 모르는 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문자는 사실이 아니니 절대 돈을 보내지 말라는 당부를 해야 했다. 다행히 문자에 찍힌 계좌로 돈을 보낸 사람은 없었지만 그는 잊지 못할 주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이처럼 최근 찜질방 등 휴대폰을 소홀하게 다루기 쉬운 공간에서 피싱 범죄가 자주 일어나자 이를 막기 위한 대책도 강구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찜질방 같은 곳에 갈 때는 휴대폰에 잠금장치를 걸어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휴대폰을 도난당했다 하더라도 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휴대폰에 이름을 저장할 때 어머니, 동생 등의 단어로 저장하지 말고 별명이나 실명 등으로 저장하는 방법이다. 설사 범인들이 휴대폰을 훔쳐도 지인으로 찍혀 범행의 표적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신종범죄는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린 것.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독신여성이 많은 곳이 유력한 범행장소이다. 집에 홀로 있는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범인들과는 달리 이들 범인은 여러 명이 집단을 이뤄 몰려다닌다. 이들은 범행을 저지르기 쉬운 여성의 집을 점찍은 뒤 그 여성이 집을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을 체크한다. 그리고 집이 비게 되면 몰래 문을 열고 들어 가 제집 드나들 듯 생활을 한다. 일부 범인들은 집 안에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해 놓고 집 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한다고.

원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정모(28·여)씨도 얼마 전까지 집을 비운 사이 낯선 이들이 침입을 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약 한 달 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을 한 정씨는 거실 전등을 끄지 않고 온 것이 생각나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찜질방 피싱, 메신저 피싱 등 각종 방법으로 낚아
불황 지속되면서 금융사기수법 또한 갈수록 지능화

그런데 퇴근 후 집에 가 보니 거실 불은 꺼져 있었다. 이상했지만 착각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긴 정씨는 그 다음 날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화장실 변기 뚜껑이 열려있었던 것. 남자가 들어올 일이 없는 집에서 벌어지기는 힘든 일이었다.

정씨는 이에 회사동료들에게 최근 자신의 집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털어놨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과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직장상사는 “얼마 전 우리 집에도 그런 일이 있어 알아봤더니 가출청소년들의 소행이었다”며 “요즘 혼자 사는 여자들 집을 노리고 제집 드나들 듯이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일을 당한 것 같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정씨는 자물쇠를 바꾸는 등 보안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정씨는 “집 안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위험한 곳이 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집 안에 CCTV를 설치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이른바 ‘영파라치’ 범죄. 영파라치는 영화와 파파라치의 합성어로 인터넷에서 영화파일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면서 영화사들이 입는 피해를 줄이고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네티즌 스스로 불법 영상 공유를 감시하는 신고포상제도다.

“불법 다운로드 받았지!”
영파라치 가장한 범죄

문제는 이를 이용해 P2P사이트 등에서 영화나 동영상 등을 다운받은 네티즌에게 돈을 뜯어내는 범죄가 생기고 있다는 것. 얼마 전 P모 사이트에서 영화 두 편을 다운받은 A씨도 범죄에 당할 뻔했다고 털어놨다. 평소 무료영화를 자주 다운 받아보는 A씨는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영화를 다운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다운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통의 쪽지가 날아왔다고 한다. 쪽지의 내용은 “불법으로 영화를 다운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번호로 전화하면 선처해 줄 테니 연락해라”라는 것으로 전화번호 하나가 함께 적혀 있었다.

저작권법 위반 등이 머릿속에 떠올라 불안해진 A씨는 당장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저작권으로 한 편당 30만원만 보내라. 아니면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다분히 협박성 전화라고 애써 위로하면서도 불법 다운로드를 받은 것은 사실이기에 불안해진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며칠 동안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A씨를 안심시킨 것은 “요즘 불법 다운로드로 돈 뜯으려는 사기꾼들이 많으니 신경 쓰지 말아라”는 친구의 말. 그제야 A씨는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신종 사이버 범죄는 ‘메신저 피싱’이다. 이는 범인이 메신저 주소록에 등록된 친구의 ID로 접속해 돈을 요구하는 범죄다. 친구의 ID로 접근하는 범인에게 속기 쉬워 최근 많은 이들이 당하는 범죄이기도 하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메신저 피싱과 관련된 신고 건수는 올 3월과 4월엔 하루 평균 15건, 5월 이후에는 평균 10건이 접수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피싱 범죄에 낚이자 메신저 접속 시 ‘메신저 친구가 돈을 요구하면 주의’라는 경고 문구를 넣기도 했다.

불황과 함께 기승을 부리는 마약범죄에도 ‘신상’은 있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신종마약이 그것. 최근에는 과자처럼 만든 마약인 ‘대마쿠키’를 밀반입한 유학생이 덜미를 잡혔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30일 대마쿠키를 밀반입한 미국 유학생 박모(21)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5일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을 통해 대마쿠키 60개(1497g)를 몰래 들여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마쿠키는 밀가루 반죽에 초콜릿과 대마가루를 넣어 쿠키 모양으로 만들어 구운 것으로 겉으로 봐서는 가정에서 만든 과자와 다를 것이 없다. 검찰에 따르면 쿠키 60개 모두에서 대마초 성분인 ‘칸나비노이드’가 검출됐다. 검찰 조사결과 박씨는 미국인 친구로부터 대마쿠키를 국제우편으로 받기로 하고 미국 보스턴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을 통해 소포를 수령하려다 적발됐다. 세관 관계자는 과자를 보내기에는 비싼 42달러의 운송료를 들여 과자를 미국에서 들여온 점을 수상하게 여겨 검찰에 신고해 대마쿠키 밀반입이 드러났다.

군입대를 위해 지난해 말 입국한 박씨는 미국인 친구와 인터넷 화상채팅 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마쿠키를 소포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마쿠키는 2005년 국내에서 첫 적발된 이후 특송화물·여행자화물·국제우편 등을 통해 밀반입되고 있다. 대마쿠키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마약은 ‘마약껌’. 태국 등지에서 마약 대용으로 씹는 마약껌은 일부 유학생들을 통해 은밀하게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태국여행을 다녀 온 한 여행객은 “태국에서는 아이들도 씹는 껌이라 별생각 없이 사서 들어오려다 공항에서 적발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초콜릿 쿠키 아냐?”
마약 반죽한 과자까지

이처럼 교묘하고 치밀한 수법으로 이뤄지는 신종범죄들은 지금도 우리를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들은 점점 지능화되는 반면, 불황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서민들은 예전보다 범죄에 쉽게 걸려들 확률이 높아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얼굴 없는 범죄’가 많은 만큼 본인 스스로의 주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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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