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사건> 용인 토막살인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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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점 하나하나 도려낸 잔인한 칼질

[일요시사=사회팀] '제2의 오원춘'사건이 터졌다. 범인은 이제 갓 만으로 18살을 넘긴 심모군(19)이었다. 심군은 자신이 살해한 시신을 수십 조각으로 훼손해 욕조에 버리는 등 범행 수법에서 오원춘과 맞먹는 잔혹함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10대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심군을 긴급체포했다.

조각 난 시체
변기에 버렸다

경찰에 따르면 심군은 지난 8일 오후 9시께 경기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A(17)양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군은 같은 날 오전 5시30분께 친구 B(19)군과 같이 모텔에 투숙했다. 전날 이들은 DVD방에서 영화를 본 뒤 당구를 치며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잠에서 깬 심군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A양을 모텔로 불러냈다. 시간은 오후 3시30분께였다. "놀러오라"는 심군의 말에 A양은 의심 없이 모텔로 찾아왔다.


과거 A양은 부모님을 따라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났었다. 하지만 현지 적응에 실패해 3년 전 한국으로 귀국했다. 경기 분당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던 A양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자퇴했다. 이후 A양은 경기 용인의 한 오피스텔을 얻어 혼자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여동생 성폭행 후 살해
모텔서 커터칼로 시신 수십 조각으로 훼손

이런 A양을 심군에게 소개시켜 준 인물은 바로 B군이었다. A양은 한 달여 전 B군의 소개로 심군을 만났다. '고등학교 자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던 이들은 최근 두 차례 정도 만남을 가졌으며, 종종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모텔에 도착한 뒤 심군은 A양을 남겨두고 오후 4시께 외출했다. B군의 안과 치료에 동행한 것이다. B군이 치료를 받는 사이 심군은 인근 편의점에서 문구용 커터칼 1개와 공업용 커터칼 1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모텔로 돌아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애니메이션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B군은 이날 오후 7시40분께 "선약이 있다"며 먼저 모텔 밖으로 나갔다. 자연스레 심군과 A양, 단 둘만 남은 상황에서 심군은 악마로 돌변했다. A양에게 돌연 성관계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A양이 거세게 반항하자 심군은 완력을 이용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앞서 구입한 커터칼은 A양을 협박하는데 이용됐다.

성폭행 시도 후 A양의 신고가 두려워진 심군은 함께 있던 A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 시간은 오후 9시께. 이때부터 심군의 엽기적인 행각이 시작됐다.

"작업 중이야
피 뽑고 있어"


심군은 죽은 A양의 시신을 욕조로 옮겼다. 그리고 공업용 커터칼로 시신의 살점을 하나하나 도려냈다. 커터칼이 부러지자 인근 편의점에서 새로운 커터칼을 구입, 훼손을 계속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9일 오전 0시께 심군은 자신의 친구 B군에게 "작업 중이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B군이 "무슨 소리냐"고 묻자 심군은 "지금 피 뽑고 있어"라며 훼손된 A양의 시체 사진을 보냈다. 사진 속 시체는 말로 담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모습이었다.

처음 B군은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 사진 정도로 알고 "장난치지 마라"는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심군은 시신의 위치를 바꿔가며 거듭 B군에게 사진을 보냈다. 그러나 A양이 살해됐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B군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 시각 심군은 여전히 A양의 시체를 앞에 두고 끔찍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그의 잔인한 칼질에 A양의 시신은 점차 본래의 모습을 잃고, 처참히 찢겨졌다. 사건으로부터 16시간이 지난 9일 오후 1시15분이 돼서야 심군은 시신 훼손 작업을 마무리했다.

시신을 모두 조각낸 심군은 인근 마트에 들러 김장용 검은 비닐봉투를 구입해 모텔로 돌아왔다. 이때 시각이 오후 1시35분이었다. 심군은 남아있는 뼈를 모두 부러뜨려 비닐봉투에 담았다. 마지막 살점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유기했다. 심군이 검은 봉투를 들고 모텔 밖으로 나온 시간은 오후 2시였다.

그는 도로변의 택시를 타고 경기 용인 이동면 자신의 집으로 이동했다. 뼈가 담긴 비닐봉투는 자택 옆에 마련된 이동식 컨테이너 장롱 속에 감췄다. 그리고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29분, 그는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 없어졌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슬픔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분노를 느끼지도 못했고 아주 짧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 오늘 이 피비린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는 글을 적었다.

이어 심군은 피해자를 향해 "활활 재가 되어 날아가세요. 당신에겐 어떤 감정도 없었다는 건 알아줄지 모르겠네요. 악감정 따위도 없었고, 좋은 감정 따위도 없었고, 날 미워하세요.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 고맙네요. 그 눈빛이 두렵지가 않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해 줘서"라는 글도 남겼다. 이제 갓 천인공노할 범행을 저지른 살인범의 글치고는 너무나 평온했다.

죄책감 없어
오원춘 판박이

심군의 이 같은 행동은 지난해 4월 경기 수원에서 전무후무한 토막 살인을 한 범죄자 오원춘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성폭행을 시도한 점, 젊은 여성을 살해한 점, 엽기적인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한 점 등이 오원춘과 비교됐다.

체포 후 감정의 동요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도 오원춘과 판박이다. 심군이 시신을 유기한 9일, A양의 부모는 A양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한국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접수했다.

비슷한 시각, 잠에서 깬 B군은 어제 일이 꺼림칙해 심군에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6시6분, 심군은 친구 B군을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체리블라썸 언제 맡아도 그리운 냄새. 버스에서 은은하게 나니 좋다 편하다"고 글을 남겼다.

그리고 B군과 만난 자리에서 심군은 자신의 범행 사실을 B군에게 털어놨다. B군은 심군에게 자수를 권유했고, 심군은 오후 6시28분 "오늘따라 마음이 편하다. 미움도 받겠지만 편하게 가자"는 마지막 글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경찰이 A양의 주변인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던 시각, 심군은 좁혀오는 수사망에 자수를 결심했다. 10일 오전 0시30분께의 일이었다.

심군과 만난 담당 수사팀은 그의 잔혹한 수법에 혀를 내둘렀다. 특히 범죄전력과 정신 병력이 없는 10대의 이 엽기적인 유기 행각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뜯어낸 살점들 변기에 유기
뼈는 부러뜨려 비닐봉투에
살인마 오원춘보다 더한 10대 소년

심군은 검거된 날 오후 3시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평소 잔인한 호러영화를 좋아했고 해부학 연구 등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냐"는 질문에는 "한번쯤"이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범행 당시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시신 훼손은 현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그랬다. 나중에 집에 와서 죄책감이 들어 자수했다"고 경과를 밝혔다.

심군은 키 175cm가량의 평범한 체형이다. 기타 치는 걸 즐겼으며, 영어도 곧잘 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다만 주변 사람들과 융화되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경찰은 심군이 지난해 10월 인천 월미도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했다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2주간 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 기도였을 뿐 뚜렷한 정신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심군의 범행 사실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는 심군의 실명과 얼굴사진, 출신 학교가 공개됐다. 심군의 지인을 자처한 한 네티즌은 "이번 일로 심군의 학교 동창생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 네티즌은 "학교에서의 심군은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며 평범했던 그의 학교생활을 귀띔하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심군이 사이코패스인 오원춘과 같은 사람이었다면 SNS에 글을 남기는 행위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이코패스가 아니다"라는 소견을 피력했다. 사이코패스보다는 사회적 정신장애인 소시오패스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

그는 "심군이 혼자 외톨이처럼 떨어져 살고, 학교도 다니지 않고, 직장생활도 하지 않고. 그러면서 더더욱 인터넷이나 특정 동영상에 몰입하게 되고, 해부학이라는 것도 보게 되고, 폭력적인 것도 보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을 거기에 대비 시켜 살인범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하면서 결국 (생각했던 걸)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며 "심군이 남긴 글에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합리화 하려는 태도가 보였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심군의 글에서 "한편으로는 세상이 나를 이렇게 내몰았다는 후회와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도 담겨있다"며 "대부분의 사이코패스가 성인 범좌자인데 반해 미성년이라는 점에서 오원춘과 같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 차이를 두고 이해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한편 경찰은 심군 진술에 따라 심군의 자택 장롱에서 훼손된 A양의 시신 일부를 수습했다. 그리고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A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심군은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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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