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참모’ 5공실세 허화평 근황 공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3: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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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1500억 자산 굴리는 ‘5공 설계사’

[일요시사=사회1팀]12·12 사태와 5·17 쿠데타로 들어선 ‘제5공화국’은 전두환 전 대통령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참모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전 전 대통령이 신임하던 허화평씨는 그 시대의 진정한 실력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5공화국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최근 허화평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5공 청문회 이후 24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직도 내가 존경하는 리더”라고 말하며 5공화국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77세의 나이치고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한 허씨, 그는 현재 정치, 사회, 교육,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미래한국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5공 브레인…
허화평은 어디에

연구와 더불어 미래한국재단은 <월간 지방자치>라는 26년된 행정자치 전문지를 발행한다. 허씨는 이 잡지의 발행인이다. 편집인은 따로 두었기 때문에 기사에 특별히 관여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허씨의 재단은 장학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매년 20여 명의 학생들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선발 대상자는 미리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우수한 학생들(가정형편 고려)을 추천받아 1년치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복지연합신문> 기사에 따르면 미래한국재단은 1465억원의 자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허씨가 있는 미래한국재단을 직접 찾았다. 내외관은 비교적 깔끔한 편이었다. 주변 곳곳에서는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경호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효자동이 청와대와 인접해 있는 까닭이다.

건물 1층에는 미래한국재단 직원 10여 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다. 2층은 <월간 지방자치> 편집부 직원 등 2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3층에는 넓은 강의실이 있어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한다. 꼭대기 층인 4층에는 허씨의 사무실이 있다. 재단 측에 허씨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청와대 못지않게 으리으리하게 꾸며놨다고 한다. 대신 미래한국재단 관계자를 통해 허씨와 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익재단법인 ‘미래한국재단’이사장 활동
홈피 악플로 폐쇄…자금 조성은 “노코멘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현역 군인으로 광주 현장에 있었다는 재단 관계자는 “미래한국재단은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주무관청에서 해마다 지도감독을 받는다”며 “때문에 다른 수익모델 사업을 실시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생각보다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이어 “재단이 <월간 지방자치>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지만 부수가 점점 줄어 이제는 월 5000부 정도밖에 찍지 못한다”고 말하며 “잡지 발행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과거에 미래한국재단은 판교에 1만5000평의 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판교지역 택지개발로 인해 옮기게 됐다”며 “현재 재단은 기금을 확충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여러모로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재단 홈페이지에 운영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과거 홈페이지가 있었지만 종북세력들의 무자비한 악플 때문에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자금조성에 대한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이 관계자는 허씨의 가족사를 묻자 “잘 모른다”며 “슬하에 1남2녀가 있다는 것만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허화평 이사장님은 정보장교 출신이기 때문에 자기검열이 철저하다”며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허씨의 거주지는 서울시 종로구 신교동 소재 주택인 것으로 밝혀졌다. 허씨의 취미에 대해서는 ‘골프’라고 답했다. 누구와 함께 즐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TV조선에서도 밝혔듯이, 5공 인사들과 종종 연락하며 지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효자동에 있는 설렁탕집을 자주 들른다고. 평소에는 재단 4층 사무실에서 독서하며 학술연구에 매진한다고 전해진다.

“5공화국 평가
  아직 이른 편”

허씨는 TV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5공 설계자’라는 수식어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저 5공에 자기 몫을 다해 참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만약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아닌, 본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정치, 사회 개혁을 조금 더 과감하게 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허씨는 맞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치는 창조의 원천, 정치를 떠나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5공화국이 우리 역사에 기여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를 마무리한 정권이다.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했다”며 “최소 60년이 지나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 5공화국은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긍정적인 평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5공화국 폄훼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5공에 의해 희생된 개개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5공을 대표해서는 사과할 마음이 없다. 국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사과하는 일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대통령 주치의로 10·26, 12·12 등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였던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은 지난 1월 MBN ‘그때 그 사람’ 코너를 통해 그 시절 허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양 회장은 허씨에 대해 “허화평은 제5공화국 출범을 총괄 기획한 감독”이라며 “12·12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다음부터는 시대가 요구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짠 분”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근처 주택 거주
골프 치는 등 건강한 편

양 회장은 5공 당시 허씨가 실세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일부 세간의 평가를 잘못된 평가라고 지적하며 “허화평 수석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나는 새를 떨어뜨리지 않았다”면서 “그는 군인이자 사상가였으며, 또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5공 당시 대학출신으로 군사문화에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던 양 회장이었지만 허씨를 접하면서 허씨가 상당히 민주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5공이 출범하면서 두발자유화나 통금시간해제, 과외금지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도 전부 허화평 수석의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리던 시절

그는 특히 “허화평 당시 수석은 권력을 좌지우지하면서 무소불위로 남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라며 “예를 들어 허 수석은 ‘장영자 사건(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 사건)’ 때 이규광씨(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의 삼촌)를 구속시켰다. 그 뒤에 말들이 무성히 많았지만, 모든 것을 사회정의 구현에 맞게 처리한다는 원칙적 가치를 부여했던 분이었다. 허화평 수석은 개혁적 군인이자 사상가, 정치가로 돌이켜보면 가장 아까운 인재였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1937년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17기)를 졸업하고 61년 육군소위로 임관했다. 육군대학교도 수료했다. 15사단 수색중대 소대장과 1군단 작전처 교육장교를 거쳐 63년 1공수특전단 게릴라전 교관을 지냈다. 당시 중위였던 그는 소령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게 된다. 이후 보병 제9사단 대대장, 제9사단 단본부 작전참모, 국군 보안사령관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 등을 중심으로 조직된 ‘하나회’의 회원으로서 육군 대령으로 재직 중,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 되었고, 10·26 사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범 수사를 지원했다. 이후 신군부를 중심으로 한 12·12 사태에 가담했으며, 80년 5·17 비상계엄에도 참여했다. 그 뒤 육군준장으로 예편했다. 12·12 사태와 5·17 비상계엄 당시 허삼수, 허문도, 장세동 등과 함께 전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육군준장으로 예편 후 전 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대통령 비서실 보좌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해 5공화국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짰다. 청와대 본관에서 근무하며 권력의 2인자로 각광을 받았다. 허씨는 원리원칙과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로 정의사회구현 슬로건, 통금해제, 두발자유, 과외금지, 연좌제금지 등을 주도했었다.

82년 대통령비서실 정무1수석비서관 시절에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되었던 이철희, 장영자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원칙적인 처리를 주장했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의 미움을 받게 되어 사임했다. 그후 미국으로 떠나 민주주의와 한미관계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다가 1988년 귀국 후 현대사회연구소 소장에 취임했고, 현대사회연구소와 기타 단체들의 통합으로 미래한국재단이 출범하자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에 피선됐다.

허화평의 존재감
아직 살아있네…

6공화국 시절에는 92년 제14대 국회의원(경북 포항,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 95년 김영삼 정부시절 5·18 특별법이 제정되자 ‘친북좌파의 음모’라며 반발하다 96년 내란모의참여죄, 반란모의참여죄로 구속됐다. 그러나 그는 옥중 출마하여 4월 제15대 국회의원(경북 포항북, 무소속)으로 재선됐다. 이후 97년 국회의원 재직 중 12·12 군사 반란과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 관련 재판에서 징역 8년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우익 정치인 활동과 보수적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전 전대통령, 장세동, 이학봉 등의 5공 인사 및 정관계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 왔다.

2000년 민주국민당 소속으로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였으나 2위(득표율 31%)로 낙선하고, 2007년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였으나 3위(득표율 16.1%)로 낙선했다.


“전두환은 아직도 존경하는 리더”

2005년 전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전사모의 유행에 대해 “카리스마의 반향”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05년 8월, 허화평, 정호용, 황영시, 박희도, 장기오, 고명승, 장세동, 이학봉, 정도영, 최웅, 신윤희, 이기룡 등 11명의 신군부 인사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죽이기’ 시나리오의 일부라며 정치 보복의 도구가 되는 드라마라고 항의한 적도 있다.

허씨의 최근 저서로는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하여>가 있다. 이 책은 현 시대의 제도와 정부, 자유주의 체제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실과 이상, 공동체, 사회적 진리 등의 해답을 찾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허씨의 마키아벨리즘을 발견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태우 vs 전 며느리 소송전


“차명콘도 소유권 가져가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며느리였던 신정화(44)씨가 “콘도 소유권 가져가라”며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신씨가 강원도 평창군 용평에 위치한 콘도 소유권에 대해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돼 있는 지분을 실소유주인 노 전 대통령으로 이전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부동산 등기 이전 소송을 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2005년 구입한 이 콘도의 시가는 30억원에 달하며 신씨와 재헌씨 공동 명의로 등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와 지난 5월 이혼했다. 신씨는 이혼 과정에서 이 콘도에 대한 재산 분할을 요구했지만 재헌씨는 “콘도 실소유주는 아버지라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맞서왔다. 이에 신씨는 소장에서 “콘도의 실소유주는 노 전 대통령인데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차명으로 등기를 했던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콘도 실소유주라면 마땅히 등기 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이 콘도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신씨가 콘도의 재산분할권을 정식으로 얻게 돼 이혼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재산이 늘어난다. 반면에 노 전 대통령이 신씨의 청구를 인정하면 콘도 소유권은 노 전 대통령에게 이전되지만 미납 추징금 231억원에 대한 환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추징당할 가능성이 높다.

‘전두환 후계자’

허화평이었다면?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은 지난 1월 MBN ‘그때 그사람’에 출연해 5공 당시 많은 사람들이 후계자를 허화평 수석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누구나 허화평 수석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징이 항상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보살핌을 받아 커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어 그는 “전 전 대통령은 보안사령관도 노 전 대통령에게 맡기고 갔고, 그 당시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도 물려 줬다. 대통령 자리까지 물려준 격이었다”며 “결국 백담사까지 가게 된 아이러니를 보면서 요즘 드는 생각이 ‘그 때 전 대통령이 허화평 비서실장을 대통령으로 지명했더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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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