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모’ 활동 입체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08 11:17:17
  • 댓글 0개

사라진 계엄군? 지금은 각하의 민간군!

[일요시사=정치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의 일명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됨에 따라 그의 비자금을 둘러싼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전두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전사모)’의 활동이 재조명받고 있다. 혹시 이들이 전두환 추징법에 반대하고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이에 <일요시사>가 전사모의 지난 10년간 활동을 낱낱이 파헤쳐 보았다.



전사모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3년 노무현정권 시절에 만들어졌다. 당시 전사모는 카페 개설 목적을 “각하의 업적과 통치행위, 인간적인 매력에 대해 자세히 알게 하고 (중략) 모든 국민들로부터 가장 추앙받고 존경받으시는 역대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각하 명예회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MBC <제5공화국> 방영
전두환 지지자 늘어나

개설 첫해에 1000명 정도였던 회원은 MBC 드라마 <제5공화국> 방영을 전후로 급속도로 늘어났다. 회원 수가 1만8000명을 넘어선 것.

당시 카페에 마련된 가입 인사란에는 신규회원임을 알리는 인사말이 꾸준히 올라오며 지지 열기는 고조됐다. 물론 가입자 중 상당수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안티들도 포함돼 지지팬과 안티의 대결구도가 카페의 인기를 더욱 높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카페에는 전 전 대통령의 업적과 사진, 또 그의 참모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급격히 늘어나는 가입 열기에 힘입어 ‘10ㆍ26 밤의 진실’, ‘12ㆍ12의 당위성’, ‘5ㆍ18 분석의 코너’ 등도 신설됐다.

5·18 다룬 영화에
300억 소송 준비


전사모는 전 전 대통령이 12ㆍ12사태를 통해 권력의 중심에 등장한 것을 두고 이를 ‘구국의 결단’이라 정의했다. 전사모는 전 전 대통령의 통치 이후 노사문제와 물가가 안정궤도에 오르는 등 유사 이래 가장 이상적인 통치가 이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평화의 댐, 88올림픽 유치, 통행금지 해제, 교복과 두발 자유화 등을 그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았다.

전사모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카페모임이 우익을 단결시키는 국민총화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카페모임에서 평가절하된 전 전 대통령의 재평가를 통해 우익역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이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칭송하며 그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이곳에서 활동했던 카페의 지지자 대다수는 전 전 대통령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지녔다고 치켜세웠다. 혼란한 시대에 대한민국이 강소국이 되려면 그가 지닌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할 때라고 하나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을 여론조작, 좌익옹호, 국군폄하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은 5공화국 신군부 인사들은 드라마 대본의 수정을 요구하는 등 드라마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11명의 신군부 인사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죽이기’ 시나리오의 일부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정치보복의 도구가 되는 드라마”라고 항의했다.

2003년 참여정부 때 만들어져 1000명에서 1만8000명으로 회원 급증
"12·12사태는 구국의 결단" 강력한 리더십이라 칭송하며 절대적 지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별보좌관이었던 박철언은 제36회 ‘여간첩 수지김 조작사건’ 편에 관하여 자신이 수지김 사건에 관여된 것처럼 드라마가 묘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MBC와 PD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전사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사모 회원들의 활동은 더욱 탄력이 붙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른 영화 <화려한 휴가>는 개봉을 앞두고 전사모의 극심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리운 오공’이라는 아이디의 회원은 ‘전사모 분들은 뭐 하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사모가 나서서 <화려한 휴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합시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전사모는 영화 <화려한 휴가>를 상대로 최고 300억원의 소송을 준비하며 카페 회원들을 상대로 소송비용 모금을 시작했다. 전사모는 “거짓으로 꾸며진 영화를 진실인양 홍보해 1만8000명의 전사모 회원 등이 국민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정신병자로 취급당한 것에 대한 정신적 피해보상과 진실규명을 위해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영화에 대해 “애국가를 부르는 광주시민에게 진압군이 무차별 발포한 것에 대해 전국민이 분노했으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5·18특별법’ 헌법소원청구
“김대중이 일으킨 내란”

이를 본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등은 “전두환이 선량한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모자라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라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5·18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전사모의 끈질긴 공격은 멈출 줄을 몰랐다. 전사모는 급기야 ‘5·18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명칭으로 인해 전사모 회원들의 행복추구권이 묵살됐다며 이른 시일 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논란을 일으켰다.
전사모는 전 전 대통령과 5·18은 무관하다며, ‘5·18은 북한이 배후에서 조종한 시위’이거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이었고 간첩들이 벌인 시위를 진압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드라마, 영화, 그리고 특별법까지 문제를 제기하던 전사모는 5·18민주화항쟁 기념일에 맞춰 교육과학기술부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사모는 “전 전 대통령 각하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할 것이며 그분의 명예를 거짓된 진실로 실추시킨 무리들을 응징할 것”이라면서 “왜곡된 사실과 허구성 있는 만화·영화 같은 내용을 가지고 각하의 업적을 폄하하는 무리들에게 이제부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화려한 휴가>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교과서 내용 ‘이의신청’ 
7월3일 대구에서 5?18 유족들과 법정공방 펼쳐 “북한군 개입했다” 

전사모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설을 둘러싸고 지난 3일 대구지법에서 법정공방이 벌어진 것.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신경진 회장등은 “전사모 측이 5·18은 북한군이 침투해서 저질렀다 등의 내용으로 민주화운동을 비하했다”고 주장했다.

전사모 측 변호를 맡은 서석구 변호사는 이날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신 회장에 대한 질문공세를 이어갔다. 서 변호사는 북한에서 출간·발행된 자료들을 제시하며 줄곧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광주항쟁이 시작된 지 4시간 만에 38개 무기고를 장악했는데 과연 순수 시민군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이냐”는 반문도 덧붙였다.

5·18 단체로부터 고소당한 전사모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장에서조차 당시 배경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의견을 펼쳤다. 방청객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면서 재판은 10여 차례나 중단됐다. 일부 5·18 유가족들은 오열하기도 했다.

전사모 회원 37명 소송
오열한 유가족

이에 앞서 5·18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38명은 ‘5·18민주화운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사건’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 작전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지만원씨와 전사모 회원 등 36명을 2008년 5월28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009년 대구지방검찰청은 전사모 회원 10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 기소했고 대구지법은 피고 1인당 벌금80만 원씩을 선고했다. 이에 전사모 회원 등 10명과 변론을 맡았던 서 변호사가 최근 정식 재판을 신청해 이날 증인이 참석한 공판이 처음 열린 것이다.

신 회장은 재판 직후 “가슴이 답답하다. 전사모 회원들을 법정 밖에서 만나 허심탄회하게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28일 오후 2시2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현재 전사모 카페는 휴먼상태다. 하지만 이들의 오프라인 조직은 아직 건재해 보인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며 10년이 넘도록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전사모 회원들로 인해 5·18유족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전사모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멈추어 생각할 때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