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소장파 당 지도부 퇴진과 쇄신요구에 답변
쇄신특위 쇄신안 타고 지도부 사퇴로 불길 번지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3일 2선으로 퇴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민심이반 타개책으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회의에 참석한 이 의원은 “많은 생각을 하고 또 간추려서 속내를 말하려 한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말주변이 없다”며 미리 준비한 쪽지를 꺼내든 이 의원은 “18대 총선 때부터 국회의원 출마 여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자의든 타의든 대통령 친인척으로서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주변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하며, 오로지 당의 단합과 화합만을 위해서 열심히 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물론 첫 번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저 개인의 부덕의 소치”라면서도 “그 이야기의 대부분이 근거 없는 것들이 많다. 그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의원은 과거 대통령 친인척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6선을 하는 동안 당 3역과 최고위원, 국회 부의장을 해오면서 자신의 몸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정말 하루하루를 매우 조심스럽게 보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해왔지만, 앞으로 당과 정무 그리고 정치 여당에 관여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처신을 하겠다”면서 “정치현안에서는 멀찌감치 물러나 있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는 오로지 나를 뽑아준 포항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기업 CEO 경험을 살려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며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당무에 참석하고 있는 최고중진연석회의 참가도 삼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만사형통’ ‘상왕’ ‘영일대군’이라 불렸다. 당무, 인사, 당청 관계의 ‘막후실세’란 의혹을 받았으며 한나라당의 비공식 대표로 통했다.
이번 이 의원의 2선 퇴진은 당 내 소장파의 퇴진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지만 “포항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는 말에는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한 이 의원의 전격 퇴진으로 ‘지도부 사퇴론’에 시달려 온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거취 표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