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④재벌가 로열패밀리 ‘비밀 아지트’ <추적>

회장님 단골‘아방궁’ 은 꼭꼭 숨어있다

재벌가 로열패밀리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관심의 대상이다. 은밀한 사생활은 특히 더하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일반인과 동떨어진 삶을 산다고 여겨지는 탓에 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최측근이 아닌 이상 동선을 파악하는 내부 임직원도 드물다. 숨기면 숨길수록 궁금증은 더 커지기 마련. 지령 700호를 맞아 대중의 의구심을 달래기(?) 위해 재벌가 사람들이 자주 출입하는 음식점, 요정, 룸살롱 등 베일에 가려진 ‘아지트’들을 꼽아봤다.

음식점, 요정, 룸살롱 등 자주 출입 업소 ‘베일’
주로 상류층만의 ‘철옹성’서 은밀히 하루 보내

재벌그룹 총수의 스케줄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루 24시간이 그렇다. 오너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이들은 없다. 그룹 내부에선 오너의 일거수일투족이 ‘1급 기밀’이다. 최측근 수행비서도 공식적인 외출만 꿰고 있을 뿐이다.

‘삼청…선운…대원…청운…’
정통 요정문화 시대 마감 

‘오전 5시30분 기상→6시 신문 탐독 및 운동→7시 조찬 미팅→8시30분 전략회의→9시30분 전체회의→오후 12시 점심 미팅→1시∼3시 현장 점검→3시 업무 보고→6시 저녁 미팅→10시 전후 귀가.’
오너들의 교과서적인 일과다. 이들은 이따금 서민들 속에서 과감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주로 상류층만의 ‘철옹성’에서 은밀하게 하루를 보낸다.
우선 재벌그룹 총수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이 대중의 관심사다. 얼마나 특별한 ‘진수성찬’을 먹느냐가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늘 일에 쫓기는 총수들이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기란 쉽지 않다. 이는 그룹 비서실의 최대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엔 ‘수라상’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올해 87세로 재계 총수 중 가장 최고령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에 머무르는 홀수 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스위트룸에서 지내는데 평소 호텔 내 식당에서 한식과 일식, 양식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롯데호텔 38층에 있는 멤버십클럽 ‘메트로폴리탄’은 그가 외로움을 달래는 장소로 알려졌다. 회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는 등 100% 회원제로 운영되는(연회비 48만원·보증금 800만원) 메트로폴리탄은 홀 없이 7개의 별실(2인∼30인실)만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과 북한산 등 서울의 전경이 일품이며 프랑스 요리와 와인 등 다양한 음료 및 주류를 제공한다.
최근엔 검찰에 구속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006년 4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곳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타고난 ‘강골’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서민적인 식성을 갖고 있다. 이들이 자주 찾는 단골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지난해 서울 종로에서 신사동으로 옮긴 한식집 ‘한일관’에 입맛을 빼앗겼다. 정 회장은 해외 출장 때 한일관의 음식을 공수하기도 한다. 70년 전통의 한일관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타계하기 전까지 매주 한 차례 이상 찾을 정도로 현대가와 인연이 깊다.

김 회장은 중구 ‘하동관’의 마니아다. 놋그릇에 담긴 곰탕이 주 메뉴로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단골이었다.
고급 한정식 원조 종로구 ‘장원’과 ‘수정’, ‘미당’ 등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고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 등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은 여의도 CCMM빌딩 ‘서울시티클럽’과 63빌딩 ‘고거버너스 챔버’ 등 회원제로 운영되는 ‘밀담’ 장소를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 삼계탕집 ‘토속촌’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6월 재계 총수들을 초청한 이후 명성이 높아져 대기업 고위 임원들의 발길이 잦다.
‘요정’도 빼놓을 수 없는 로열패밀리들의 아지트다.

회원 연회비만 500~1000만원
하룻밤 술값 1000만원 ‘훌쩍’
후계자들은‘상위 1%’룸살롱 애용
과거 창업주들은 ‘요정’ 드나들어


총수들이 ‘문지방이 닳도록’요정에 들락날락한 것은 1공화국에서 3공화국 시절에 뿌리를 둔 창업 1세대에 집중된다.
당시 권력자들과 함께 요정을 드나들며 ‘애첩’을 거느린 총수들도 한둘이 아니다. S그룹, H그룹, K그룹 등의 일가는 선대의 일시적인 유희나 탐욕으로 지금까지 체면이 말이 아니다. 1960∼1980년대 강북의 대표적인 요정으로 ‘삼청각’ ‘선운각’ ‘대원각’ ‘청운각’등이 꼽힌다. 일반인들은 출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요정문화는 한풀 꺾였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엔 일부 요정만 남고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대신 그 자리엔 요정과 룸살롱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요정식 룸살롱’이 출현한 상태다. 이른바 ‘요정룸’이다. 재계 유력 인사들의 ‘비밀 사교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화류계 한 관계자는 “강북의 K업소, D업소 등은 정통 요정과는 달리 현대식 룸살롱에 ‘기생’ 스타일의 접대부를 고용해 기업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더구나 비밀 유지가 철저해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최상류층의 비즈니스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요정이 강북에 많다면 ‘요즘 경영인’들이 즐겨 찾는 유흥업소는 대거 강남에 몰려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강남 청담동 F룸살롱과 압구정동 G룸살롱, 논현동 D룸살롱 등이다.

‘요정 + 룸살롱’ 출현
고급주택가 저택 개조

이들 룸살롱은 ‘상위 1%’가 주 고객.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어지간한 재력으론 명함도 못 내민다. 불황으로 대부분의 업소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고급 룸살롱의 대명사인 ‘텐프로’도 기업인들의 단골 업소다. 서울 강남 부근에만 30∼40곳이 성업 중이지만 손에 꼽히는 진정한(?) 텐프로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쩜오(상위 15%)’나 ‘세미텐(상위 20%)’수준.

텐프로는 여종업원들이 봉사료의 10%만 술집에 지불하고 90%를 챙긴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흔히 여종업원의 미모와 고객 수준이 강남 상위 10% 안에 드는 최고급 룸살롱을 뜻한다.
재계 인사들이 각종 구설수에 올라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유명해진 유흥업소도 많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이 놀러갔다가 ‘보복 폭행’ 도화선이 된 청담동 ‘G가라오케’는 사건 이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그전까지 B급 수준에 머물다 A급으로 올라섰다는 후문. 단지 재벌가 자제가 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가에선 재벌 출입이 업소 위상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G가라오케 인근엔 ‘H가라오케’ 등 10여 개의 ‘잘나가는’ 가라오케가 성업 중이다. 이들 업소의 주대는 그리 비싸지 않아 20∼30대 중소기업 자제들이 주된 고객층이다.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8월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하기 전 들른 청담동 ‘W바’도 경제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 새벽까지 ‘베스트 프렌드’ 박모씨와 단골술집 W바에서 술을 마셨다.

W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S바’는 최근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 그룹 후계자 L씨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업소다. S바는 대학생 접대부를 고용, 술시중을 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룸살롱, 클럽, 바…
‘아는 사람’만 안다”

청담동 ‘S클럽’은 별도의 VIP룸에서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건으로, 압구정동 ‘L룸살롱’은 중견 제약회사 회장이 ‘꽃뱀’ 일당에 돈을 뜯기는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강남의 회원제 룸살롱인 ‘O클럽’과 ‘Y클럽’은 재벌 2∼3세들이 ‘난잡 파티’를 자주 벌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 클럽은 신인 여자연예인들이 호스티스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아예 대놓고 재벌들만 상대로 영업에 나선 업소도 있다. 강남과 여의도에 업장을 운영하는 ‘P룸살롱’은 신개념 멤버십 카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손님을 골라 받고 있다.
멤버십 카드는 주식회사 개념을 도입해 손님이 업소 지분을 갖는 일종의 ‘고객주주’ 제도다. 당연히 주주가 아니면 입장불가다. 고객층 역시 일반 업소와 ‘물’이 다르다. 삼성동 ‘M클럽’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그나마 업소가 관리하는 고객 리스트에 이름이 없으면 ‘꽝’이다. M클럽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무전기를 든 건장한 ‘형님’들이 손님을 통제한다.

이 업소 직원은 “철저히 멤버십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일단 모르는 사람은 돌려 보낸다”며 “그렇다 보니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재계 유명인사와 고소득 자영업자부터 부동산 재벌까지 특수계층으로 제한돼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정작 매일같이 ‘밤이슬’을 맞는 회장님들의 ‘아방궁’은 따로 있다. 이들이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업소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제대로 된 간판이 없는 탓이다. 결국 업소의 존재를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것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논현동 ‘K업소’와 서초동 ‘N업소’는 ‘황의 황제’로 불리는 재벌그룹 회장들이 자리다툼을 할 정도로 출입이 잦다.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두 업소는 한 팀이 건물 전체를 전세 내면 다른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엄선한(?) 접대부들은 기본.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대학 이상의 학력으로 고수익을 올려 외제차를 끄는 등 밖에선 졸부 이상의 재력을 과시한다. 하룻밤 술자리 비용은 보통 500만∼8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부가적으로 회원이 되기 위해선 500만∼1000만원의 연회비를 지불해야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 인테리어 비용이 최소 30억원 이상 들어간 K업소와 N업소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가거나 회원이 될 수 없다”며 “재력을 포함해 얼굴이 곧 명함일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어야 철옹성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재벌 2∼3세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상류 1%’만 모이는 사교모임도 성행하고 있다. 사교모임 정회원들은 유명 특급호텔들을 돌며 미팅을 갖는다.
사교 명소로 떠오른 강남 L호텔은 귀빈층 전용 클럽 라운지를 만들고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VIP들을 대상으로 연회비가 500만∼1000만원에 이르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N호텔과 A호텔도 각각 연회비가 500만원, 1000만원짜리 VIP 멤버십 회원을 모집, 초호화 객실을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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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