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④재벌가 로열패밀리 ‘비밀 아지트’ <추적>

회장님 단골‘아방궁’ 은 꼭꼭 숨어있다

재벌가 로열패밀리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관심의 대상이다. 은밀한 사생활은 특히 더하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일반인과 동떨어진 삶을 산다고 여겨지는 탓에 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최측근이 아닌 이상 동선을 파악하는 내부 임직원도 드물다. 숨기면 숨길수록 궁금증은 더 커지기 마련. 지령 700호를 맞아 대중의 의구심을 달래기(?) 위해 재벌가 사람들이 자주 출입하는 음식점, 요정, 룸살롱 등 베일에 가려진 ‘아지트’들을 꼽아봤다.

음식점, 요정, 룸살롱 등 자주 출입 업소 ‘베일’
주로 상류층만의 ‘철옹성’서 은밀히 하루 보내

재벌그룹 총수의 스케줄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루 24시간이 그렇다. 오너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이들은 없다. 그룹 내부에선 오너의 일거수일투족이 ‘1급 기밀’이다. 최측근 수행비서도 공식적인 외출만 꿰고 있을 뿐이다.

‘삼청…선운…대원…청운…’
정통 요정문화 시대 마감 

‘오전 5시30분 기상→6시 신문 탐독 및 운동→7시 조찬 미팅→8시30분 전략회의→9시30분 전체회의→오후 12시 점심 미팅→1시∼3시 현장 점검→3시 업무 보고→6시 저녁 미팅→10시 전후 귀가.’
오너들의 교과서적인 일과다. 이들은 이따금 서민들 속에서 과감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주로 상류층만의 ‘철옹성’에서 은밀하게 하루를 보낸다.
우선 재벌그룹 총수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이 대중의 관심사다. 얼마나 특별한 ‘진수성찬’을 먹느냐가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늘 일에 쫓기는 총수들이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기란 쉽지 않다. 이는 그룹 비서실의 최대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엔 ‘수라상’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올해 87세로 재계 총수 중 가장 최고령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에 머무르는 홀수 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스위트룸에서 지내는데 평소 호텔 내 식당에서 한식과 일식, 양식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롯데호텔 38층에 있는 멤버십클럽 ‘메트로폴리탄’은 그가 외로움을 달래는 장소로 알려졌다. 회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는 등 100% 회원제로 운영되는(연회비 48만원·보증금 800만원) 메트로폴리탄은 홀 없이 7개의 별실(2인∼30인실)만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과 북한산 등 서울의 전경이 일품이며 프랑스 요리와 와인 등 다양한 음료 및 주류를 제공한다.
최근엔 검찰에 구속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006년 4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곳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타고난 ‘강골’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서민적인 식성을 갖고 있다. 이들이 자주 찾는 단골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지난해 서울 종로에서 신사동으로 옮긴 한식집 ‘한일관’에 입맛을 빼앗겼다. 정 회장은 해외 출장 때 한일관의 음식을 공수하기도 한다. 70년 전통의 한일관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타계하기 전까지 매주 한 차례 이상 찾을 정도로 현대가와 인연이 깊다.

김 회장은 중구 ‘하동관’의 마니아다. 놋그릇에 담긴 곰탕이 주 메뉴로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단골이었다.
고급 한정식 원조 종로구 ‘장원’과 ‘수정’, ‘미당’ 등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고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 등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은 여의도 CCMM빌딩 ‘서울시티클럽’과 63빌딩 ‘고거버너스 챔버’ 등 회원제로 운영되는 ‘밀담’ 장소를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 삼계탕집 ‘토속촌’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6월 재계 총수들을 초청한 이후 명성이 높아져 대기업 고위 임원들의 발길이 잦다.
‘요정’도 빼놓을 수 없는 로열패밀리들의 아지트다.

회원 연회비만 500~1000만원
하룻밤 술값 1000만원 ‘훌쩍’
후계자들은‘상위 1%’룸살롱 애용
과거 창업주들은 ‘요정’ 드나들어


총수들이 ‘문지방이 닳도록’요정에 들락날락한 것은 1공화국에서 3공화국 시절에 뿌리를 둔 창업 1세대에 집중된다.
당시 권력자들과 함께 요정을 드나들며 ‘애첩’을 거느린 총수들도 한둘이 아니다. S그룹, H그룹, K그룹 등의 일가는 선대의 일시적인 유희나 탐욕으로 지금까지 체면이 말이 아니다. 1960∼1980년대 강북의 대표적인 요정으로 ‘삼청각’ ‘선운각’ ‘대원각’ ‘청운각’등이 꼽힌다. 일반인들은 출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요정문화는 한풀 꺾였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엔 일부 요정만 남고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대신 그 자리엔 요정과 룸살롱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요정식 룸살롱’이 출현한 상태다. 이른바 ‘요정룸’이다. 재계 유력 인사들의 ‘비밀 사교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화류계 한 관계자는 “강북의 K업소, D업소 등은 정통 요정과는 달리 현대식 룸살롱에 ‘기생’ 스타일의 접대부를 고용해 기업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더구나 비밀 유지가 철저해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최상류층의 비즈니스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요정이 강북에 많다면 ‘요즘 경영인’들이 즐겨 찾는 유흥업소는 대거 강남에 몰려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강남 청담동 F룸살롱과 압구정동 G룸살롱, 논현동 D룸살롱 등이다.

‘요정 + 룸살롱’ 출현
고급주택가 저택 개조

이들 룸살롱은 ‘상위 1%’가 주 고객.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어지간한 재력으론 명함도 못 내민다. 불황으로 대부분의 업소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고급 룸살롱의 대명사인 ‘텐프로’도 기업인들의 단골 업소다. 서울 강남 부근에만 30∼40곳이 성업 중이지만 손에 꼽히는 진정한(?) 텐프로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쩜오(상위 15%)’나 ‘세미텐(상위 20%)’수준.

텐프로는 여종업원들이 봉사료의 10%만 술집에 지불하고 90%를 챙긴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흔히 여종업원의 미모와 고객 수준이 강남 상위 10% 안에 드는 최고급 룸살롱을 뜻한다.
재계 인사들이 각종 구설수에 올라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유명해진 유흥업소도 많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이 놀러갔다가 ‘보복 폭행’ 도화선이 된 청담동 ‘G가라오케’는 사건 이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그전까지 B급 수준에 머물다 A급으로 올라섰다는 후문. 단지 재벌가 자제가 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가에선 재벌 출입이 업소 위상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G가라오케 인근엔 ‘H가라오케’ 등 10여 개의 ‘잘나가는’ 가라오케가 성업 중이다. 이들 업소의 주대는 그리 비싸지 않아 20∼30대 중소기업 자제들이 주된 고객층이다.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8월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하기 전 들른 청담동 ‘W바’도 경제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 새벽까지 ‘베스트 프렌드’ 박모씨와 단골술집 W바에서 술을 마셨다.

W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S바’는 최근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 그룹 후계자 L씨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업소다. S바는 대학생 접대부를 고용, 술시중을 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룸살롱, 클럽, 바…
‘아는 사람’만 안다”

청담동 ‘S클럽’은 별도의 VIP룸에서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건으로, 압구정동 ‘L룸살롱’은 중견 제약회사 회장이 ‘꽃뱀’ 일당에 돈을 뜯기는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강남의 회원제 룸살롱인 ‘O클럽’과 ‘Y클럽’은 재벌 2∼3세들이 ‘난잡 파티’를 자주 벌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 클럽은 신인 여자연예인들이 호스티스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아예 대놓고 재벌들만 상대로 영업에 나선 업소도 있다. 강남과 여의도에 업장을 운영하는 ‘P룸살롱’은 신개념 멤버십 카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손님을 골라 받고 있다.
멤버십 카드는 주식회사 개념을 도입해 손님이 업소 지분을 갖는 일종의 ‘고객주주’ 제도다. 당연히 주주가 아니면 입장불가다. 고객층 역시 일반 업소와 ‘물’이 다르다. 삼성동 ‘M클럽’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그나마 업소가 관리하는 고객 리스트에 이름이 없으면 ‘꽝’이다. M클럽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무전기를 든 건장한 ‘형님’들이 손님을 통제한다.

이 업소 직원은 “철저히 멤버십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일단 모르는 사람은 돌려 보낸다”며 “그렇다 보니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재계 유명인사와 고소득 자영업자부터 부동산 재벌까지 특수계층으로 제한돼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정작 매일같이 ‘밤이슬’을 맞는 회장님들의 ‘아방궁’은 따로 있다. 이들이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업소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제대로 된 간판이 없는 탓이다. 결국 업소의 존재를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것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논현동 ‘K업소’와 서초동 ‘N업소’는 ‘황의 황제’로 불리는 재벌그룹 회장들이 자리다툼을 할 정도로 출입이 잦다.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두 업소는 한 팀이 건물 전체를 전세 내면 다른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엄선한(?) 접대부들은 기본.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대학 이상의 학력으로 고수익을 올려 외제차를 끄는 등 밖에선 졸부 이상의 재력을 과시한다. 하룻밤 술자리 비용은 보통 500만∼8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부가적으로 회원이 되기 위해선 500만∼1000만원의 연회비를 지불해야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 인테리어 비용이 최소 30억원 이상 들어간 K업소와 N업소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가거나 회원이 될 수 없다”며 “재력을 포함해 얼굴이 곧 명함일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어야 철옹성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재벌 2∼3세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상류 1%’만 모이는 사교모임도 성행하고 있다. 사교모임 정회원들은 유명 특급호텔들을 돌며 미팅을 갖는다.
사교 명소로 떠오른 강남 L호텔은 귀빈층 전용 클럽 라운지를 만들고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VIP들을 대상으로 연회비가 500만∼1000만원에 이르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N호텔과 A호텔도 각각 연회비가 500만원, 1000만원짜리 VIP 멤버십 회원을 모집, 초호화 객실을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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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