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①>전두환 일가 수백억 ‘땅 대박’ 사연



장남 재국씨 조성 베일 속 ‘무릉도원’ 실체 드러나
1만7천평 꽃동산…자금출처·투기 의혹 여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돈방석’에 앉았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수십억원을 들여 대거 매입한 땅이 대박을 터뜨린 것.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경기 연천군 소재 ‘허브빌리지’가 그곳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연천 별천지’라 불리는 이곳은 재국씨가 지난 5년간 공들여 조성한 대규모 농원.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재국씨 땅은 물론 주변의 땅값까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뒤흔든 연천 지역을 가봤다.

지난 2일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유명한 태풍전망대(휴전선까지 800m)를 목전에 둔 이곳은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라 유독 을씨년스런 기운이 가득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이내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 간간이 인근 부대에서 총성이 들렸고, 어디론가 바삐 이동하는 군인들의 행렬과 시꺼먼 매연을 뿜어대며 내달리는 군용 트럭들은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임진강 기암절벽
능선 안쪽에 자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심상치 않은 남북 난기류를 뚫고 도착한 곳은 북삼리에 위치한 ‘허브빌리지’. 임진강을 끼고 깎아내린 기암절벽의 완만한 능선이 감싸 안은 형상은 “그림 같다”는 탄성을 절로 자아냈다.
심란한 마을 분위기를 달래듯 입구에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성인 6000원)을 끊고 들어간 그곳은 마치 지중해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한마디로 ‘별천지’였다. 고요하고 인적이 드문 최전방에 숨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5만7000여㎡(약 1만7000평) 규모의 허브빌리지는 1만3200㎡(약 4000평)의 국내 최대 라벤더 꽃밭과 100여 종의 허브가 심어있는 허브가든, 80여 종의 야생화 군락지인 들꽃동산 등으로 꾸며져 있다.
또 밤나무동산, 솟대동산, 문가든, 화이트가든, 시인의 길, 포도터널 등 각 테마별로 구성된 산책로와 이탈리아 요리와 커피, 허브차 등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는 레스토랑, 도자제품을 직접 제작·판매하는 도예공방,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도 자리 잡고 있다.
2006년 6월 주요 시설은 이미 완성해 외부에 공개되고 있지만 펜션 등 부대시설과 주변 정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허브빌리지 관계자는 “올가을까지 마무리 작업을 끝낼 예정”이라며 안내 책자를 건넸다. 여기엔 남녘의 강물과 북녘의 강물이 섞이는 ‘화합의 땅’, 남녘의 산과 북녘의 산이 만나는 ‘평화의 땅’이라고 소개돼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천의 명소로 떠오른 이곳의 주인은 다름 아닌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자신과 부인, 자녀의 명의로 이 땅을 매입해 대규모 농원을 조성했다.
재국씨가 집중적으로 연천 일대 땅을 사들인 것은 2004년 3월부터다. 해당 토지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당시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산 66번지 임야와 밭 등 8필지 2만5000여㎡(약 7500평)가 재국씨 부인 정모씨 명의로, 같은 해 5월 북삼리 222번지 6필지 1만5000여㎡(약 4500평)는 재국씨 딸 전모양 명의로 등기가 됐다. 올해 24세인 전양은 같은 시기 인터넷 홈피에 ‘우리나라가 제일 구리다’는 내용의 한국 비하 글을 올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듬해 3월엔 북삼리 221번지 임야 1필지 1만3000여㎡(약 3900평)가 재국씨 명의로 이전등기가 완료됐다. 재국씨는 토지 외에도 222번지에 있는 3층짜리 건물 2채(1320여㎡·약 400평)를 2004년 5월 전양 명의로 매입했고 곧바로 자신을 포함해 가족들의 주소지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이어 매입한 토지 가운데 건물이 있는 이 일대 임야 1만3000여㎡를 부인과 딸 명의로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첫 삽을 떴고, 완공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이다.
재국씨가 부지를 처음 매입할 때만 해도 자금 출처에 관심이 집중됐다. 무슨 돈으로 땅을 샀냐는 의문이다. 혹시 ‘가난한 아버지’전 전 대통령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허브빌리지를 조성하지 않았냐는 것. 이 부분은 지금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대목으로 남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밝힌 전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무일푼이다. 국가에 납부해야 할 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2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선고받은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검찰이 강제 집행한 재산 등 납부한 532억원을 제외하고 1673억원을 지금껏 내지 않고 있다.
그는 2003년 4월 법원의 재산명시 심리에서 “전 재산이 예금 29만1000원뿐”이라고 밝힌 뒤 ‘전 재산’마저 추징금으로 납부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모두 추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006년 6월 서울 서초동 땅 추징을 마지막으로 3년이 넘도록 추가 추징이나 납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서울 ‘금싸라기 땅’팔아
연천 땅 사들여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해 재국씨도 여러 번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덫에 걸리지 않았다. 재국씨가 경영하는 ㈜시공사가 단순 출판사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발돋움한 ‘문어발 확장’배경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매출 500억원에 이르는 굴지의 출판업체 ㈜시공사는 허브빌리지의 모회사 격이다.
재국씨는 딸이 소유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부동산(당시 시가 30억원 상당)과 부인과 아들의 공동명의였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 부지(당시 시가 10억원 상당) 등 도심의 ‘금싸라기 땅’을 팔아 연천 땅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한 측근은 “재국씨 가족의 재산은 전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며 “논현동과 서교동 땅은 재국씨의 장인이 딸과 외손자들에게 상속해 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재국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천 땅을 타인 명의로 몰래 산 것도 아니고 나쁜 일을 하려고 산 것도 아니다”라며 “허브 농원을 건설해 출판사와 독자를 잇는 소통의 현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재국씨가 땅을 매입하자 일각에선 투기 의혹도 불거졌다. 허브빌리지는 물론 주변의 땅값까지 들썩인 이유에서다.
실제 <일요시사>의 확인 결과 재국씨 가족은 연천 땅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재국씨 소유의 북삼리 221번지 공시지가는 2005년 ㎡당 5770원에서 2006년 3만8800원, 2007년 13만7000원, 지난해 14만8000원으로 폭등했다. 올해 상승세가 약간 주춤해 12만2000원을 기록했지만 구입 당시에 비해 5년 새 무려 20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재국씨 부인 소유의 북삼리 산 66번지는 매입한 2004년 1100원에서 올해 4410원으로 4배 정도 올랐다. 딸 소유의 북삼리 222번지는 2004년 3만3200원에서 올해 12만2000원으로 역시 4배가량 상승했다.
현지 한 부동산 중개인은 “최전방 지역 가운데 연천이, 그중에서도 허브빌리지 라인이 임진강에 접한 데다 도로를 바로 끼고 있어 일대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곳으로 꼽힌다”며 “2000년만 해도 연천에서 평당 몇 백원에 거래되던 땅들이 이젠 실거래가로 보통 20∼30만원, 많게는 100만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연천을 비롯해 휴전선 접경지역 일대에 땅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4년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이 생산되고 아테네올림픽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입장, 북한 용천역 사고로 인한 대북구호지원 등 남북관계 호재가 맞물리면서 훈풍이 불더니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뒤 열풍이 불어 닥쳤다. 그동안 대북 위기도 수차례 있었지만 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특히 2004년부터 본격 개발된 파주 LCD 산업단지 조성으로 대토를 원하는 주민들이 토지를 매입하면서 재국씨 땅은 물론 주변의 땅값까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연천은 2005년 100%에 가까운 공시지가 상승률을 기록,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땅값이 뛰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이 일대의 토지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수십∼수백 배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는 실정이다. 재국씨 가족이 연천 땅을 매입한 2004년만 해도 실거래가로 보통 임야가 평당 5만원, 대지가 10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거의 대부분 10배 이상 올랐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그나마 허브빌리지 근처의 주민들은 평당 100만원을 줘도 안 판다고 한다. 결국 수십억원에 매입한 재국씨 가족의 땅들이 현재 수백억원을 호가한다는 계산이다.

가족 주소지도 이전
평당 5천원→12만원

한 주민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허브빌리지가 들어선 뒤 인근의 땅값이 몇 십배나 올랐기 때문에 ‘전두환 가족’을 땅값을 올려준 ‘반가운 손님’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역의 유지들 사이에서 ‘전두환 일가가 그냥 땅을 사고 개발할 리 없다’ ‘대규모 관광단지나 휴양시설이 들어서는 것 아니냐’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당분간 개집도 안 판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전 전 대통령은 연천, 파주 등 휴전선 서부 접경지와 인연이 적지 않다. 전 전 대통령은 1978년 제1사단장을 지냈는데 1사단 주둔지가 바로 파주 지역이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는 2007년 탤런트 박상아씨와 파주 헤이리 한 화랑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으며 같은 해 재국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시공사는 파주 문발리에 ‘파주 사옥’을 세우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의 5공화국 시절 주도세력에 의해 정치권에 발탁된 이한동 전 총리는 1981년 11대 총선 때 연천·포천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후 불출마한 2004년 17대 총선까지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6선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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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