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별대담③>김문수 경기도지사

“이명박 대통령, 정치적 리더십 발휘해야”



1일 체험 민생탐방, 민심 읽고 도정 체험 ‘일석이조’
‘무한돌봄’ 자랑거리,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좀 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하루하루가 새롭다. 지난해 세계를 뛰어다니며 외자를 유치하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쳤던 김 지사는 올해 들어 민심탐방을 이어가고 있다. 의전지사, 탁상행정가라는 비판이 일상적이었던 ‘도지사’에서 벗어나 택시운전기사, 시장상인, 기업 대출상담원, 염색공장 노동자 등으로 변신, 도민들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간 것이다. 살아있는 ‘민심’을 느끼기 위해서다. 지령 7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나 현 정국에 대한 견해와 도정 현안 및 향후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민생탐방부터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날카로운 일침까지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안타까움을 담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놨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선 비통함과 함께 막다른 선택을 하기까지의 인간적인 고뇌에 대해 공감하는 듯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세차게 내리던 6월3일 아침 8시, 김 지사는 경기도가 주최하는 ‘2009 경기 국제 보트쇼’ 개막일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시간을 할애해 1시간가량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 요즘 정국이 너무 어수선하다. 현 정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적인 견해를 밝혀달라.
▲ 엄청난 충격이었다. 뉴스를 접하고 ‘진짜인가’ 했다. 너무 젊은 분이었다. 하필이면 바위 위에서 일어난 일이라 처음엔 귀를 의심하면서도 ‘사고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본인이 심적으로 버틸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은 물론 박연차, 강금원, 이광재 등 주변 사람들 중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투신으로 모든 것을 마감하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도 검찰 수사를 많이 받아봤다.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 힘들어했다는 점이 나타나는데 수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증거로 내밀며 하나하나 조여올 때는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다. 아주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검찰 수사에) 안 걸릴 수 없다.

-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개인적으로 바뀐 점이 있다면.
▲ 집사람에게 “당신은 나보고 돈 가지고 오라고 하지 마라. 자식 생각도 그만 해라. 옷 사달라고 하지 마라”고 했다. (쓴웃음)
자식에 대한 마음은 대통령이나 촌부나 다 같다. 자신은 대통령을 하고 아들은 변변찮게 지내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에 대해) 기본 생계형이라고 하더라. 우리 사회의 관습을 바꿔야하지만 일거에 바꾸기는 어렵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어느 정도 대통령의 품위유지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과 현 정권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이명박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조문을 가려다 현장 분위기 때문에 못 가고, 영결식 때 헌화를 하는데 누군가 막아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책임이 제일 크다고 말하지 못한다. 조문을 할 수 있게 했어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후 장기기증이 늘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정부를 증오하고 있고 국론은 분열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도 자신이 죽고 나서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할 분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도 여야를 떠나 깊이 있고 폭넓은 광폭정치를 해야 한다.

- 노동운동을 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본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이였나.
▲ 나와는 악연도 인연도 많다. 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서민적이었고 입지전적이 인물이다. 독학으로 사법고시를 통과해 판사를 했고 운동에 뛰어들었다. 대통령이 되는 대단한 일을 해내기도 했다. 부패한 사람이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 중 제일 나았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기까지 대통령의 절대권력이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통령의 절대권력을 막기 위해 사법부를 독립시키고 입법은 국회에 맡기고 책임총리제로 총리에게도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87년 민주화운동을 통해 만들어낸 지금의 헌법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행 헌법을 고치려면 시끄러운데다 헌법대로도 하지 않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들을 바로잡고 너무 대통령 위주로 가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 내각제를 하자는 말인가.
▲ 아니다. 내각제에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 내각제는 국회에 맡긴다는 것인데 국회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국회에 국가권력을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당청분리가 되고 책임총리제가 서면 된다고 생각한다.

- 김 지사도 정치인이다 보니 정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종종 이 대통령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해왔는데 현재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기탄없는 견해를 듣고 싶다.
▲ 이 대통령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다. 무게감, 포용, 통합이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 다음은 도정 현안에 대해 묻겠다. 1일체험을 통한 민생탐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도지사는 지역민을 매일 접하지 못한다. 연일 많은 의전을 소화해내기도 벅찰 지경이다. 가끔은 내가 구름 위에 있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곁에서 좋은 소리만 해주니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역민과 대담을 갖고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꽃꽂이 된 꽃에 지나지 않는다. 흙에 뿌리를 두고 핀 꽃과 개미가 돌아다니는 꽃밭과는 다르다. 선출직 지사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 민심은 어떠했나.
▲ 아주 심각했다.
- 도민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는.
▲ 경제문제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더라. 물가, 일자리 등 모두 경제였다. 심지어 노인분들은 “우리는 죽지도 않는다”고 말하더라. 50대에 퇴직을 해서 80대가 됐는데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취업문제와 노인 복지 문제 등에 신경을 쓰겠다고 “걱정 마시라”고 다독였다.
 
- 민생탐방 뒤 도정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 택시 핸들을 6번 잡았다. 수원 의정부 성남 고양 용인 안산 등지에서 택시기사를 체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도시계획이 잘 되어있는지, 도로망은 잘 구축됐는지, 차선이 제대로 됐는지, 신호에는 문제가 없는지, 사람들이 뭘 생각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도정계획, 도로, 교통, 사람, 민심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었고 이것을 즉각 시정에 반영시킬 수 있었다.

- 앞으로도 민생탐방을 계속 할 것인지.
▲ 공장에서도 일했고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있다. 꽃꽂이에 올라오지 못하는 민들레나 배추꽃, 야생화와 들판의 벌레, 심지어 쓰레기까지 다 봐야 알 지(知) 자를 쓰는 ‘지사’가 되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보고서, 즉 종이 지(紙) 자를 쓰는 ‘지사’가 돼 버린다. 앞으로도 탁상 결정은 하지 않겠다. 생생한 민심을 보고 결정하겠다.

- 다른 도에서 벤치마킹하는 경기도의 시정에는 무엇이 있나.
▲ 무한돌봄사업이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제 등 수백 개의 복지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무한돌봄사업은 실제 위기상황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경기도가 별도 예산을 마련해 돕는 사업이다. 무한돌봄사업의 강점은 속도에 있다.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대해 8시간 내에 현장을 살피고 3일 내로 지원을 결정한다. 또한 지원금의 98%를 현장에서 들어보고 바로 결정해서 지원한다. 학비, 생계비, 병원비 등 서비스의 종류도 정해두지 않았다.

- 도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 호응이 폭발적이다. 그러나 기초단체 담당 공무원과 새마을단체, 통반장, 약사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지만 전체 도민의 20%만 알고 있을 뿐이다. 정작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정부의 ‘한시적 규제유예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한시적 규제유예조치’는 매우 적절했다. 잘하는 것이다. 한시적이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


- 삼성에 쌍용자동차 인수를 부탁했었는데….
▲ 쌍용은 망가지지 않았다. 자산과 부채 등 재무상태가 좋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팔리고 나면 깡통을 차는 곳이 많은데 쌍용은 C-200이라는 친환경 녹색차량을 가지고 있다. 이 차는 서울모터쇼에서 1등을 했다. 생산에 들어가야 하는데 못 하고 있다. 이밖에도 좋은 차들이 많다. 구조조정으로 거품을 빼고 노사가 대오 각성한다면 쌍용은 좋은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유수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경기도는 지역별 격차가 크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상수원인 팔당상수원 주변에는 7개 시·군이 있다. DMZ로 인해 북부지역 4개 군과 1개 시가 낙후됐다. 우선 이곳의 도비지원율을 높여놓았다.
지방의 경제자립도는 세수구조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인천은 주민세까지 걷는데 도는 거래세만을 얻을 뿐이다. 최근 경기 악화로 이마저 힘든 상황이다. 서울이나 인천이라는 노른자가 빠지고 흰자만 남아 있다. 다른 도의 재정도 전체적으로 어렵다. 경기도는 그나마 나은 수준이지만 다른 곳은 고통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 임기 초부터 외국자본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고 성과도 이뤘다.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은 어떠했나.
▲ 우리나라는 싱가포르나 대만, 홍콩과 외자유치 경쟁을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땅값과 임금이 비싼데다 한국 하면 ‘붉은 띠’를 생각할 만큼 노사관계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게다가 심한 정부 규제까지 더해져 국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아시아 투자 유치에서 중국이 29%를 차지한 데 반해 우리는 2%에 불과했다.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반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기업이 빠져나가는 순위는 1위였다.

-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대권’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다.
▲ 지지율은 정체, 답보, 미미 아니냐. 아직까지 정리한 바는 없다. 국민이 바라면 안 할 리 없지만 바라고 있다는 것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재선에 도전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이에 관련해 정해진 바가 있는지.
▲ 1년여가 남았는데 정해진 것도 없고 지금 발표를 하는 것은 급한 것 같다. 올 하반기쯤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더라도 결심을 하게 될 것 같다.

- 바쁜 시간을 할애해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걸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지령 700호를 맞은 <일요시사>에 한마디 해달라.
▲ 언론은 흔히 ‘제4권력’이라고 불린다. 매우 공개적이고 대량적이고 일상적으로 공인과 소통하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결정짓는 것도 결국 언론이다. 그만큼 3권보다 큰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일요시사>도 깊이 새겨주시길 바란다.

김문수가 걸어온 길
▲1994 노동인권회관 이사
▲1996~1997 신한국당 대표 특별보좌관
▲1998~2000 한나라당 노동위원장
▲2000~200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
▲2002~2003 한나라당 기획위원장
▲2003~2004 한나라당 대외인사영입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1996~2006 15 16 17대 국회의원
▲2006~현재 제32대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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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