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별대담③>김문수 경기도지사

“이명박 대통령, 정치적 리더십 발휘해야”



1일 체험 민생탐방, 민심 읽고 도정 체험 ‘일석이조’
‘무한돌봄’ 자랑거리,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좀 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하루하루가 새롭다. 지난해 세계를 뛰어다니며 외자를 유치하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쳤던 김 지사는 올해 들어 민심탐방을 이어가고 있다. 의전지사, 탁상행정가라는 비판이 일상적이었던 ‘도지사’에서 벗어나 택시운전기사, 시장상인, 기업 대출상담원, 염색공장 노동자 등으로 변신, 도민들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간 것이다. 살아있는 ‘민심’을 느끼기 위해서다. 지령 7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나 현 정국에 대한 견해와 도정 현안 및 향후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민생탐방부터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날카로운 일침까지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안타까움을 담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놨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선 비통함과 함께 막다른 선택을 하기까지의 인간적인 고뇌에 대해 공감하는 듯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세차게 내리던 6월3일 아침 8시, 김 지사는 경기도가 주최하는 ‘2009 경기 국제 보트쇼’ 개막일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시간을 할애해 1시간가량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 요즘 정국이 너무 어수선하다. 현 정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적인 견해를 밝혀달라.
▲ 엄청난 충격이었다. 뉴스를 접하고 ‘진짜인가’ 했다. 너무 젊은 분이었다. 하필이면 바위 위에서 일어난 일이라 처음엔 귀를 의심하면서도 ‘사고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본인이 심적으로 버틸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은 물론 박연차, 강금원, 이광재 등 주변 사람들 중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투신으로 모든 것을 마감하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도 검찰 수사를 많이 받아봤다.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 힘들어했다는 점이 나타나는데 수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증거로 내밀며 하나하나 조여올 때는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다. 아주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검찰 수사에) 안 걸릴 수 없다.

-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개인적으로 바뀐 점이 있다면.
▲ 집사람에게 “당신은 나보고 돈 가지고 오라고 하지 마라. 자식 생각도 그만 해라. 옷 사달라고 하지 마라”고 했다. (쓴웃음)
자식에 대한 마음은 대통령이나 촌부나 다 같다. 자신은 대통령을 하고 아들은 변변찮게 지내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에 대해) 기본 생계형이라고 하더라. 우리 사회의 관습을 바꿔야하지만 일거에 바꾸기는 어렵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어느 정도 대통령의 품위유지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과 현 정권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이명박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조문을 가려다 현장 분위기 때문에 못 가고, 영결식 때 헌화를 하는데 누군가 막아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책임이 제일 크다고 말하지 못한다. 조문을 할 수 있게 했어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후 장기기증이 늘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정부를 증오하고 있고 국론은 분열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도 자신이 죽고 나서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할 분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도 여야를 떠나 깊이 있고 폭넓은 광폭정치를 해야 한다.

- 노동운동을 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본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이였나.
▲ 나와는 악연도 인연도 많다. 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서민적이었고 입지전적이 인물이다. 독학으로 사법고시를 통과해 판사를 했고 운동에 뛰어들었다. 대통령이 되는 대단한 일을 해내기도 했다. 부패한 사람이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 중 제일 나았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기까지 대통령의 절대권력이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통령의 절대권력을 막기 위해 사법부를 독립시키고 입법은 국회에 맡기고 책임총리제로 총리에게도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87년 민주화운동을 통해 만들어낸 지금의 헌법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행 헌법을 고치려면 시끄러운데다 헌법대로도 하지 않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들을 바로잡고 너무 대통령 위주로 가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 내각제를 하자는 말인가.
▲ 아니다. 내각제에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 내각제는 국회에 맡긴다는 것인데 국회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국회에 국가권력을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당청분리가 되고 책임총리제가 서면 된다고 생각한다.

- 김 지사도 정치인이다 보니 정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종종 이 대통령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해왔는데 현재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기탄없는 견해를 듣고 싶다.
▲ 이 대통령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다. 무게감, 포용, 통합이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 다음은 도정 현안에 대해 묻겠다. 1일체험을 통한 민생탐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도지사는 지역민을 매일 접하지 못한다. 연일 많은 의전을 소화해내기도 벅찰 지경이다. 가끔은 내가 구름 위에 있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곁에서 좋은 소리만 해주니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역민과 대담을 갖고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꽃꽂이 된 꽃에 지나지 않는다. 흙에 뿌리를 두고 핀 꽃과 개미가 돌아다니는 꽃밭과는 다르다. 선출직 지사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 민심은 어떠했나.
▲ 아주 심각했다.
- 도민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는.
▲ 경제문제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더라. 물가, 일자리 등 모두 경제였다. 심지어 노인분들은 “우리는 죽지도 않는다”고 말하더라. 50대에 퇴직을 해서 80대가 됐는데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취업문제와 노인 복지 문제 등에 신경을 쓰겠다고 “걱정 마시라”고 다독였다.
 
- 민생탐방 뒤 도정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 택시 핸들을 6번 잡았다. 수원 의정부 성남 고양 용인 안산 등지에서 택시기사를 체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도시계획이 잘 되어있는지, 도로망은 잘 구축됐는지, 차선이 제대로 됐는지, 신호에는 문제가 없는지, 사람들이 뭘 생각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도정계획, 도로, 교통, 사람, 민심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었고 이것을 즉각 시정에 반영시킬 수 있었다.

- 앞으로도 민생탐방을 계속 할 것인지.
▲ 공장에서도 일했고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있다. 꽃꽂이에 올라오지 못하는 민들레나 배추꽃, 야생화와 들판의 벌레, 심지어 쓰레기까지 다 봐야 알 지(知) 자를 쓰는 ‘지사’가 되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보고서, 즉 종이 지(紙) 자를 쓰는 ‘지사’가 돼 버린다. 앞으로도 탁상 결정은 하지 않겠다. 생생한 민심을 보고 결정하겠다.

- 다른 도에서 벤치마킹하는 경기도의 시정에는 무엇이 있나.
▲ 무한돌봄사업이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제 등 수백 개의 복지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무한돌봄사업은 실제 위기상황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경기도가 별도 예산을 마련해 돕는 사업이다. 무한돌봄사업의 강점은 속도에 있다.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대해 8시간 내에 현장을 살피고 3일 내로 지원을 결정한다. 또한 지원금의 98%를 현장에서 들어보고 바로 결정해서 지원한다. 학비, 생계비, 병원비 등 서비스의 종류도 정해두지 않았다.

- 도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 호응이 폭발적이다. 그러나 기초단체 담당 공무원과 새마을단체, 통반장, 약사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지만 전체 도민의 20%만 알고 있을 뿐이다. 정작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정부의 ‘한시적 규제유예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한시적 규제유예조치’는 매우 적절했다. 잘하는 것이다. 한시적이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


- 삼성에 쌍용자동차 인수를 부탁했었는데….
▲ 쌍용은 망가지지 않았다. 자산과 부채 등 재무상태가 좋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팔리고 나면 깡통을 차는 곳이 많은데 쌍용은 C-200이라는 친환경 녹색차량을 가지고 있다. 이 차는 서울모터쇼에서 1등을 했다. 생산에 들어가야 하는데 못 하고 있다. 이밖에도 좋은 차들이 많다. 구조조정으로 거품을 빼고 노사가 대오 각성한다면 쌍용은 좋은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유수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경기도는 지역별 격차가 크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상수원인 팔당상수원 주변에는 7개 시·군이 있다. DMZ로 인해 북부지역 4개 군과 1개 시가 낙후됐다. 우선 이곳의 도비지원율을 높여놓았다.
지방의 경제자립도는 세수구조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인천은 주민세까지 걷는데 도는 거래세만을 얻을 뿐이다. 최근 경기 악화로 이마저 힘든 상황이다. 서울이나 인천이라는 노른자가 빠지고 흰자만 남아 있다. 다른 도의 재정도 전체적으로 어렵다. 경기도는 그나마 나은 수준이지만 다른 곳은 고통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 임기 초부터 외국자본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고 성과도 이뤘다.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은 어떠했나.
▲ 우리나라는 싱가포르나 대만, 홍콩과 외자유치 경쟁을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땅값과 임금이 비싼데다 한국 하면 ‘붉은 띠’를 생각할 만큼 노사관계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게다가 심한 정부 규제까지 더해져 국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아시아 투자 유치에서 중국이 29%를 차지한 데 반해 우리는 2%에 불과했다.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반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기업이 빠져나가는 순위는 1위였다.

-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대권’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다.
▲ 지지율은 정체, 답보, 미미 아니냐. 아직까지 정리한 바는 없다. 국민이 바라면 안 할 리 없지만 바라고 있다는 것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재선에 도전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이에 관련해 정해진 바가 있는지.
▲ 1년여가 남았는데 정해진 것도 없고 지금 발표를 하는 것은 급한 것 같다. 올 하반기쯤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더라도 결심을 하게 될 것 같다.

- 바쁜 시간을 할애해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걸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지령 700호를 맞은 <일요시사>에 한마디 해달라.
▲ 언론은 흔히 ‘제4권력’이라고 불린다. 매우 공개적이고 대량적이고 일상적으로 공인과 소통하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결정짓는 것도 결국 언론이다. 그만큼 3권보다 큰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일요시사>도 깊이 새겨주시길 바란다.

김문수가 걸어온 길
▲1994 노동인권회관 이사
▲1996~1997 신한국당 대표 특별보좌관
▲1998~2000 한나라당 노동위원장
▲2000~200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
▲2002~2003 한나라당 기획위원장
▲2003~2004 한나라당 대외인사영입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1996~2006 15 16 17대 국회의원
▲2006~현재 제32대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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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