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②여·야 대권 잠룡들의 아킬레스건 밀착해부

벌써부터 김칫국 벌컥벌컥 마시고 용트림‘체할라!’

대권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2년차를 맞은 시점이라 이르기는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은 차기 대권주자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야를 떠나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정몽준 최고위원과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이 뒤를 잇고 있다. 또한 야권에서는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 유시민 전 장관 등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잠룡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대권으로 가는 가시밭길에서 ‘발병’이 날 ‘상처’가 있다.

여야 잠룡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정동영 손학규 문국현
박근혜 1인자보다 센 2인자의 딜레마, 비주류 한계가 발목잡아
중도 걷는 정몽준, 주류 지원 받으면서 MB와 차별화 이중고
정동영 ‘개인정치’ 논란…당 밖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


대선을 3년여나 남겨두고 있음에도 벌써부터 잠룡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및 정당지지 지지율과 함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잠룡 선두 선 박근혜
수많은 검증에도 약점 ‘있다’

잠룡 중 지지율 선두에 서 있는 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박 전 대표는 당시 치열한 검증을 받았다.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금도 그때도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약점은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업고 정치권으로 뛰어들었고 천막당사의 한나라당을 각종 선거에서 승리로 이끌며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쉽게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다.
박 전 대통령은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이면에는 ‘독재’가 있었다. 박 전 대표에게 남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멍울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있는 한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평이다.  

정가 한 인사는 “박 전 대표의 ‘표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지역에서조차 ‘여자가’라는 말을 하더라. 또한 ‘부자 대통령’ 등 가족이 대통령직을 이어 받는 것이 가능한 미국과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에는 아버지도 대통령이었는데 딸까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비주류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박 전 대표를 따르는 이들은 친박계라는 이름으로 강하게 뭉쳐있지만 거대여당의 주류인 친이계에 비하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흩어있던 친이계가 결집, 경선 판도를 바꿔 버린 바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도중 오랜 무소속 생활을 접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후 짧은 시간 동안 세를 구축,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서 2위라는 성과를 거두며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범친이계에 속하지만 이 대통령과 당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하며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정책연구소 ‘해밀’을 출범, 씽크탱크도 갖췄다. 그러나 무언가를 도모하기에는 ‘아직’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무소속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조직 속에서는 발을 디딜 땅을 찾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의 행보도 족쇄로 남게 됐다. 당시 정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투표 하루 전날 마음을 바꿔 일방적인 지지철회를 했고 후보단일화는 깨졌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으나 최근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그에게 등 돌렸던 인사들이 싸늘한 시선을 받게 되면서 2002년 대선은 정 최고위원에게 씻을 수 없는 과거로 남게 됐다.

급부상하는 이재오 
친박, 이상득 갈등해법 ‘골몰’

이재오 전 의원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하고 미국에서 한동안 머물러야 했지만 당내·외 세력은 더 굳건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과 당직인선에서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안상수 원내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들이 국회와 입법을 맡고 있는 원내대표와 당의 돈, 조직, 공천을 쥔 사무총장, 선거에 활용되는 각종 여론조사와 전략을 생산하는 여의도연구소를 장악하면서 ‘친이재오계가 당을 접수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 ‘막후 실세’ ‘만사형통’ ‘상왕’으로 불리는 이상득 의원이 2선 퇴진을 선언한데다 당 쇄신특위가 당 지도부의 퇴진과 조기 전당대회를 쇄신안으로 들고 나오면서 이 전 의원의 정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전 의원 측은 이러한 시각에 “다분히 계파적인 시선”이라며 손사래 치고 있지만 친박계, 이상득 의원과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재오계는 친박계와의 계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이 전 의원은 이상득 의원을 향한 ‘선상 반란’의 배후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이 전 의원은 이상득 의원과 갈등이 불거진 데 대해 “대통령의 친형을 상대로 권력 투쟁하는 등신이 어디 있겠냐”고 일축했지만 둘은 ‘함께 갈 수 없는 사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치권은 “한나라당 소장파의 ‘선상 반란’ 후엔 이상득 의원에게, 최근에는 이재오 전 의원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는 이 대통령이지만 결국 ‘후계’ 결정은 누구와 하겠냐”며 “다른 계파와 화합하지 못하는데다 범친이계를 이끌고 있는 이 의원과의 갈등은 이 전 의원이 넘어서야 할 가장 가까운 산”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당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다. 각각 시정과 도정에 매진하고 있지만 오 시장은 지난 총선 중 ‘뉴타운’ 공약과 관련, 당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데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검찰 소환 등 잇단 악재로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계 복귀한 정동영
‘지금’이 가장 뼈아픈 시기

정동영 의원은 4월 재보선으로 정계복귀에 성공했지만 이것이 가장 큰 약점이 되어버린 묘한 상황에 처했다. 재보선 출마 여부를 두고 당과 마찰을 빚다 결국 탈당했기 때문. 민주당 원내대표에 친DY계인 이강래 원내대표가 선출됐지만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한 강한 반발 탓에 복당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내 사람’을 키우기 에는 정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복당이 힘들어 질 경우 독자세력을 모아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박연차 게이트’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원했던 것처럼 전북 출신 모 기업인이 그의 ‘후원자’ 역할을 한 것을 두고 검찰이 내사중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재보선이 정 의원에게 큰 상처였던 반면 손학규 전 대표에게는 자연스럽게 정계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대선을 위해 한나라당을 탈당, 민주당에 둥지를 틀었다는 꼬리표는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잠룡들의 지지율이 크게 요동친 가운데 유시민 전 장관이 지지율 2위로 1위인 박 전 대표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친노계 후보라는 점과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에 출마, 낙선하는 등 ‘바보 노무현’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지지율을 반등시킨 것.

그러나 민주당을 탈당한 후 강의와 집필에 전념, ‘시민광장’ 등 지지자들 외에는 당 안팎의 세가 약해 이번 잠룡 순위 변동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꾸준히 잠룡 후보에 오르있다. 하지만 고령인데다 세 번의 대권도전에 모두 실패하며 쌓인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대세론’을 뒤흔들었던 아들의 군복무 문제와 한나라당 후보 당시 대선자금 문제 등은 그의 대권가도를 가로막고 있다.

17대 대선에서 ‘대안후보’로 떠올랐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금배지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당이 수없이 흔들리는 등 진통을 겪었다. 힘을 잃은 당을 바로 세우고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당당한 걸음 뒤편에 아킬레스건이 내재된 잠룡들. 적지 않은 시간을 남겨두고 있는 18대 대선까지 얼마만큼 자신의 약점을 지울 수 있을지에 따라 대선 판도 또한 수없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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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