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반값등록금’ 등 돌린 까닭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15 13:31:15
  • 댓글 0개

“반값 반값” 하더니…이러다 진짜 반도 안 남겠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내세웠던 ‘반값 등록금’이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5?4전당대회에서 ‘당 강령·정책개정안’에 반값 등록금 실현을 새롭게 넣자는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개정안이 의결되면서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뜨겁게 논의됐지만, 반값은 고사하고 등록금 인하폭이 ‘쥐꼬리’에 그쳐 대학생과 학부모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요시사>가 반값등록금을 둘러싼 논란 속으로 들어가 봤다.



“반값등록금 정책 포기를 철회하고 대학생, 국민과의 반값등록금 실현 약속에 책임 있게 나서라.”
최근 민주당사 앞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규탄 기자회견 육성으로 가득 찼다. 반값등록금학부모모임 회장도 “집권하지 못했다고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을 철회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며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48%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반값등록금 정책에 공감한 서민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강령 두고 갈등 고조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2013학년도 등록금은 평균 3만1000원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인하율에 비해 10분의1 수준으로, 평균 0.46% 인하된데 그쳤다.

수도권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59만3000원, 비(非)수도권 대학은 621만9000원이었다. 사립대 등록금이 평균 733만9000원, 국·공립대는 409만6000원이었으며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무려 852만1000원에 달했다.

반면 ‘반값등록금’을 도입한 서울시립대는 238만6000원이었고, 인하율이 가장 높은 칼빈대는 지난해 700만2000원에서 올해 664만1000원으로 5.2%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 대학교육이 일반화되는 상황에서 대학등록금은 일반 가계에 여전히 큰 부담인 현실이다. 많은 대학생이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에 일터로 내몰리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이 없었다. 


민주당의 반값등록금 실현 움직임은 대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7월25일 한명숙 민주당 의원은 반값등록금 1인 시위 첫 번째 주자로 광화문광장에 섰다.

한 의원은 “청년들이 절망하면 희망이 없어진다. 새누리당에서는 장학금을 등록금정책으로 내세우는데 그 정책만으로는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혜택을 줄 수가 없게 된다. 실질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호소했다.

이후 광화문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1인 시위자로 종종 등장했다. 이에 대한 언론보도가 이어졌고 대학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당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졌다. 민주당은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함께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가했다. 당시 반값등록금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우상호 의원은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가했다가 기소돼 벌금을 내게 된 대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반값등록금 국민운동본부와 공동으로 변호인단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1인시위·법안 마련에도 대학등록금 겨우 평균 3만 천원 인하
“획일적 반값은 오해 소지 있어” VS “구체적 실현방안 없어”

민주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반값등록금을 이슈화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포장마차 투어를 진행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사학재단이 등록금을 학생들 교육에 투명하고 온전히 쓰도록 감시하겠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관철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새누리당이 반대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반값등록금 법안은 대선 TV토론회에서도 등장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맞서 양보 없는 토론을 벌였다.


문 후보는 “민주당이 낸 반값등록금 법안에 박 후보와 친박계 의원만 찬성했어도 이미 통과됐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박 후보의 공약은 무늬만 반값등록금이지 실제와 다르다”고 박 후보를 질타했다.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후에도 ‘반값등록금 꼭 실현하겠습니다’라는 플랫카드를 국회 정문 앞에 한참이나 걸어 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난 4월2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반값등록금 실현이 반영되지 않은 강령개정안을 확정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문희상 의원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무위원회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이 강령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세부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어서 강령개정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반값등록금은 대선공약 내용이다. 공약은 따로 대선공약실천위원회를 통해 법으로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박가혜 한대련 집행위원장은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반값등록금을 빼고 안 빼고의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인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민주당에 구체적인 실현방도가 없다고 판단해 규탄 입장을 낸 것”이라며 “이는 민주당의 우경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정확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대 준비위 산하 강령·정책분과위원장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학등록금이 너무 높아 등록금을 대폭 낮춰야 하는데 그것을 일률적으로 반값이라고 못 박으면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무조건 반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 당무위원회에서는 ‘반값’이라는 말 대신 등록금의 획기적인 경감대책으로 바꿨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의지 없는 것 아냐?”

이 의원은 이어 “등록금을 대폭 인하해야 하는 대학도 있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부실한 대학도 있다. 또한 유복한 집에서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이들에게 획일적으로 반값을 적용하면 반값등록금 본래의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잘못 전달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답했다.

‘반값등록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전대련과 참여연대와 어떻게 협의할 계획이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이 의원은 “진의를 전달하고 협의하기 위해 연락을 드렸지만 아직 응하고 있지 않아서 만나지 못했다. 경감대책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작년에 반값등록금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발의했던 한명숙 의원 측 관계자는 “법안소위에 회부된 상태로 지금 심사 중에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바뀌는 상황이라 사실상 재추진을 논의하는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원내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되면 재추진하려고 한다”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전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