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입막음’ 줄소송 어떻게 됐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15 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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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틀고 비틀다 보면 고분고분해진다?

[일요시사=정치팀] ‘재갈을 물리다.’ 말(言)을 하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는다는 뜻이다. ‘재갈’은 또한 말(馬)을 부리기 위해 말의 입에 가로로 물리는 가느다란 쇠막대를 뜻하기도 한다. 재갈은 보통 쇠로 만들었는데 굴레가 달려있어 여기에 고삐를 묶는다. MB정부 5년. 국가에게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고소·고발당하는 사례가 이곳저곳에서 속출했다. 국가를 비판하는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는 원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일요시사>가 MB정부 5년간 진행된 주요 소송 기록들을 살펴봤다.



참여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되었던 주요 소송사례는 총 17건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와 공무원이 제기한 명예훼손·모욕 등에 대한 형사·민사소송 17건 중 4월 현재 정부가 승소한 유죄는 단 1건이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거나 고소취하, 무죄 선고 등이 11건, 검찰 수사 중이거나 1심이 진행 중인 사건이 2건이다.

블로그, SNS 족쇄 심각

2007년 대선 전 MB의 BBK주가조작사건은 대선 최대 이슈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를 취재한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는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량을 줄여주겠다고 김경준씨를 회유 혹은 협박했다”라고 보도했다. BBK수사팀 10여명은 주 기자에게 6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얼마 전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검란’의 주인공 최재경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이 소송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이 사건은 1심에서 36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으나, 2심과 3심에서 ‘손해배상책임 없음’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4년7개월간의 긴 여정이었다.

이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발생한다. 분노를 느낀 국민은 촛불을 들고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우며 ‘이명박 OUT'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 인파는 흡사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방불케 했다. 수많은 젊은이와 시민이 경찰의 곤봉세례와 발길질에 피를 흘렸고, 물대포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나가떨어졌다.

화살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향했다. 농림부는 조능희 PD 등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후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 등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이들을 재차 고소했다. 소송은 3년3개월에 걸쳐 진행됐으며, 1·2·3심 모두 무죄로 끝이 났다.

같은 해 ‘쥐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이라고 밝힌 Jay Kim은 이 동영상을 통해 MB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동영상은 "지금부터 도대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말해보도록 하겠다”라며 “MB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자라고 생각되어졌다. 무려 30개의 전과를 가진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라는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시작됐다.

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MB를 패러디한 쥐코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은 1년여 만에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으로 막을 내렸지만, 김씨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사찰에 시달려야 했다.

다음해인 2009년 국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 시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는 기업임원들까지 전부 조사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통에 많은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힘겨운 상태”라며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곳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여러 곳에서 발생한다. 명백한 민간인 사찰이자 국정원법 위반”이라며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었다. 모든 심급에서 ‘손해배상 없음’ 판결이 내려졌고, 소송은 2년에 걸쳐 진행됐다.

유죄는 군검찰 기소 ‘상관모욕죄’뿐, 손해배상책임 판결 없음  
국민은 알아서 조심, 심리적 물리적 압박이 소송의 주된 목적

같은 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임대차 계약에 특정기업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하도상가상인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1심에서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과 최종심에서 무죄를 확정받기까지 1년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2010년 피겨스케이팅으로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친 김연아 선수로 국내는 한껏 달아올랐다. 김 선수가 금의환향한 자리에 탤런트 출신의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당시 김 선수가 유 장관을 만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 중 김 선수가 유 장관을 회피하는 듯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편집한 이른바 ‘회피연아’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유 장관은 이를 게시한 네티즌 8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유 장관의 고소가 파문을 일으키자 소송은 1개월 만에 고소취하로 종결됐다.

그로부터 얼마 후, 천안함 폭침사태로 국민은 비통에 잠겼다. 이 사건에 대해 정부가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매체를 통해 제기됐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연구원과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위원으로 이들은 김태영 국방장관에 의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당했다.

박씨는 수사 5개월 만에 검찰의 불기소(무혐의)처분으로 종결됐지만, 신씨는 검찰의 불구속 기소로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신씨는 3년째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제주는 해군기지 건설로 몸살을 앓았다. 이때 김지윤 당시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해적기지 반대합니다. 강정마을, 구럼비바위 지켜냅시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찍어 올렸다.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은 “해군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라며 김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소송은 현재 10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정국이 시끄러운 올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매체 등을 통해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다 국정원의 표적이 됐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은 위기”라면서 “정치 관료가 정보와 예산, 인력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거나 국제첩보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다 국정원에 의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사건은 현재 소송 중에 있다.

유일하게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현역군인이다. 이 모 대위는 퇴근 후 자신의 트위터에 “가카 이XX 기어코 인천공항 팔아먹으려고 발악을 하는구나”라는 글 등 13차례에 걸쳐 MB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상관모욕죄로 군검찰에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6월과 집행유예1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3심 진행 중에 있다.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

국가로부터 소송을 당한 이들은 대부분 무죄판결을 받거나 손해배상책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극심한 소송 후유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자료를 통해 “개인으로서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감, 경제적 부담, 위축감, 자기검열을 경험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주변으로부터 고립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을 지켜보는 지인들이나 일반 국민도 같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조심하거나 자기검열을 강화하게 된다. 이 같은 심리적, 물리적 압박이야말로 입막음 소송의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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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