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입막음’ 줄소송 어떻게 됐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15 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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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틀고 비틀다 보면 고분고분해진다?

[일요시사=정치팀] ‘재갈을 물리다.’ 말(言)을 하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는다는 뜻이다. ‘재갈’은 또한 말(馬)을 부리기 위해 말의 입에 가로로 물리는 가느다란 쇠막대를 뜻하기도 한다. 재갈은 보통 쇠로 만들었는데 굴레가 달려있어 여기에 고삐를 묶는다. MB정부 5년. 국가에게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고소·고발당하는 사례가 이곳저곳에서 속출했다. 국가를 비판하는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는 원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일요시사>가 MB정부 5년간 진행된 주요 소송 기록들을 살펴봤다.



참여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되었던 주요 소송사례는 총 17건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와 공무원이 제기한 명예훼손·모욕 등에 대한 형사·민사소송 17건 중 4월 현재 정부가 승소한 유죄는 단 1건이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거나 고소취하, 무죄 선고 등이 11건, 검찰 수사 중이거나 1심이 진행 중인 사건이 2건이다.

블로그, SNS 족쇄 심각

2007년 대선 전 MB의 BBK주가조작사건은 대선 최대 이슈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를 취재한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는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량을 줄여주겠다고 김경준씨를 회유 혹은 협박했다”라고 보도했다. BBK수사팀 10여명은 주 기자에게 6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얼마 전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검란’의 주인공 최재경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이 소송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이 사건은 1심에서 36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으나, 2심과 3심에서 ‘손해배상책임 없음’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4년7개월간의 긴 여정이었다.

이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발생한다. 분노를 느낀 국민은 촛불을 들고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우며 ‘이명박 OUT'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 인파는 흡사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방불케 했다. 수많은 젊은이와 시민이 경찰의 곤봉세례와 발길질에 피를 흘렸고, 물대포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나가떨어졌다.


화살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향했다. 농림부는 조능희 PD 등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후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 등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이들을 재차 고소했다. 소송은 3년3개월에 걸쳐 진행됐으며, 1·2·3심 모두 무죄로 끝이 났다.

같은 해 ‘쥐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이라고 밝힌 Jay Kim은 이 동영상을 통해 MB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동영상은 "지금부터 도대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말해보도록 하겠다”라며 “MB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자라고 생각되어졌다. 무려 30개의 전과를 가진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라는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시작됐다.

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MB를 패러디한 쥐코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은 1년여 만에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으로 막을 내렸지만, 김씨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사찰에 시달려야 했다.

다음해인 2009년 국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 시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는 기업임원들까지 전부 조사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통에 많은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힘겨운 상태”라며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곳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여러 곳에서 발생한다. 명백한 민간인 사찰이자 국정원법 위반”이라며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었다. 모든 심급에서 ‘손해배상 없음’ 판결이 내려졌고, 소송은 2년에 걸쳐 진행됐다.

유죄는 군검찰 기소 ‘상관모욕죄’뿐, 손해배상책임 판결 없음  
국민은 알아서 조심, 심리적 물리적 압박이 소송의 주된 목적

같은 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임대차 계약에 특정기업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하도상가상인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1심에서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과 최종심에서 무죄를 확정받기까지 1년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2010년 피겨스케이팅으로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친 김연아 선수로 국내는 한껏 달아올랐다. 김 선수가 금의환향한 자리에 탤런트 출신의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당시 김 선수가 유 장관을 만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 중 김 선수가 유 장관을 회피하는 듯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편집한 이른바 ‘회피연아’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유 장관은 이를 게시한 네티즌 8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유 장관의 고소가 파문을 일으키자 소송은 1개월 만에 고소취하로 종결됐다.

그로부터 얼마 후, 천안함 폭침사태로 국민은 비통에 잠겼다. 이 사건에 대해 정부가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매체를 통해 제기됐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연구원과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위원으로 이들은 김태영 국방장관에 의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당했다.

박씨는 수사 5개월 만에 검찰의 불기소(무혐의)처분으로 종결됐지만, 신씨는 검찰의 불구속 기소로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신씨는 3년째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제주는 해군기지 건설로 몸살을 앓았다. 이때 김지윤 당시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해적기지 반대합니다. 강정마을, 구럼비바위 지켜냅시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찍어 올렸다.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은 “해군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라며 김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소송은 현재 10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정국이 시끄러운 올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매체 등을 통해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다 국정원의 표적이 됐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은 위기”라면서 “정치 관료가 정보와 예산, 인력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거나 국제첩보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다 국정원에 의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사건은 현재 소송 중에 있다.

유일하게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현역군인이다. 이 모 대위는 퇴근 후 자신의 트위터에 “가카 이XX 기어코 인천공항 팔아먹으려고 발악을 하는구나”라는 글 등 13차례에 걸쳐 MB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상관모욕죄로 군검찰에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6월과 집행유예1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3심 진행 중에 있다.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

국가로부터 소송을 당한 이들은 대부분 무죄판결을 받거나 손해배상책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극심한 소송 후유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자료를 통해 “개인으로서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감, 경제적 부담, 위축감, 자기검열을 경험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주변으로부터 고립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을 지켜보는 지인들이나 일반 국민도 같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조심하거나 자기검열을 강화하게 된다. 이 같은 심리적, 물리적 압박이야말로 입막음 소송의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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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