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⑪김향수의 아남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8: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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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줄 알았는데…"아직 살아있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대한민국의 전자산업'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삼성과 LG다. 그러나 국내 최초로 반도체와 컬러TV를 생산한 기업은 따로 있다. 바로 아남그룹이다. 아남그룹의 창업주 고 김향수 명예회장은 '한국반도체의 선구자'로 불린다.

1912년 전남 강진에서 가난한 선비집안의 6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명예회장은 어려서부터 '신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성장했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본대 법과전문부를 수료한 그는 35년 부친으로부터 장가 권유 친서를 받고 귀국, 부친이 점찍어 놓았던 초등학교(당시 보통학교)를 함께 졸업했던 오승례씨와 혼인을 올렸다.

일평생 몸바친
한국의 산업화

김 명예회장은 58년 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전남 강진)으로 출마해 당선, 잠시 정계에 입문하기도 했지만 일평생을 한국의 산업화라는 과제를 실천하는 현장에 몸담아 왔다. 95년 한일 고대사의 뿌리를 밝힌 <일본은 한국이더라>를 출간하는 등 학자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 김 명예회장은 특히 80년대 초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에게 "D램 산업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꼭 해야하는 사업"이라고 권유, D램 산업에서 세계 1위를 이룩하게 하는 조언자역할을 하는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70년 한강의 홍수로 당시 아남산업의 서울 성수동 반도체 공장이 물어 잠겼는데 이를 본 외국바이어가 그냥 귀국하려 하자 호텔에 계속 묵게 하고 김 명예회장은 물에 잠겼던 장비를 끄집어 내 24시간 헤어드라이기로 말려 납기를 맞출 정도로 고객에 대한 신뢰를 중요시했다.

아남반도체는 56년 김 명예회장이 창업한 아남산업을 전신으로 한다. 아남산업은 68년 한국에서 최초로 반도체사업에 착수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반도체라는 개념이 국내에는 생소했고, 가족과 친지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김 명예회장을 만류했다. 실제로 아남산업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후 2년 가까이 수주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70년 한국 최초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데 성공, 메탈 캔 형태의 반도체를 처음 미국에 수출했다. 당시 아남산업 직원은 불과 7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이때 달성한 수출액은 무려 21만달러에 이른다.
이후 아남산업은 2년 만에 종업원 1000명 이상을 거느린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73년에는 반도체개발과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으며 74년과 77년에는 각각 컬러TV와 전자손목시계를 개발·시판했다.


같은 해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아남산업은 82년 뉴코리아 전자공업을 흡수·합병하고 미국 앰코사와 합작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컬러TV·반도체·전자시계 등 전자산업 원조
대규모 투자 직후 닥친 IMF때 그룹 공중분해

88년에는 반도체공장과 시계종합공장을 준공하고 89년 수출 10억5000만달러를 돌파했다. 90년 아남인스트루먼트를 설립해 시계사업과 반도체 정밀기계사업, 전자부품산업에 진출했고, 일본 니콘사와 제휴하여 광학사업을 시작했다. 김 명예회장은 92년 장남인 주진씨에게 그룹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98년 아남산업은 그룹의 이미지를 통합해 회사명을 아남반도체로 변경했다.

아남반도체는 ▲전자기기 및 반도체 관련부품의 제조판매업 ▲국내외 무역업 및 무역대리점업 ▲시계 및 동제품 제조판매업 ▲전기배선기구 및 연결장치 제조판매업 ▲자동차료 처리장치 및 컴퓨터 프로그램 매체 제조판매업 ▲무선통신·방송 및 응용장치 제조판매업·부동산 임대업·통신공사업 등을 영위했으며 DSP, SRA, 3D 화상용 칩 등을 주로 생산했다. 98년 기준 아남그룹은 재계 21위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90년대 말 아남반도체는 반도체조립산업에 한계를 느끼고 고부가제품인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96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진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 직후 닥친 반도체산업의 불황과 외환위기로 그룹이 흔들렸다. 결국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동부그룹에 넘어갔고, 아남건설·아남시계 같은 다른 계열사들 지분도 정리됐다.

그룹의 모태인 반도체 패키징 사업부문은 아남반도체 창업 초창기부터 글로벌 마케팅과 세일즈를 담당해 온 미국 내 판매 영업조직인 앰코테크놀로지가 인수해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로 바뀌었다. 사실상 공중분해된 셈이다.

승승장구 계열사
팔리고 정리되고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03년 6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의 나이였다. 92년 물러난 김 명예회장은 한 때 전직 국회의원들을 회원으로 하여 민주헌정의 유지, 발전을 위한 대의제도 연구와 정책개발 및 사회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기업 경영과는 동 떨어진 삶을 영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명예회장의 가족들은 그룹이 공중분해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손자 너나 할 것 없이 재계에서 '큰 손'으로 꼽힌다. 김 명예회장은 부인 오승례씨 사이에서 4남4녀를 뒀다.

장남 포브스지 선정 400대 부자
남은 계열사에 숟가락 올린 차남

먼저 장남 주진씨는 앰코테크놀로지 회장을 맡고 있다. 아남반도체의 패키징 사업부문을 인수한 앰코테크놀로지는 현재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시장에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유럽 등 5개국에 11개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국내에는 서울·부평·광주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월 3억5000만 개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며, 2011년 1조5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또 2019년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지구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지와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앰코테크놀로지의 한국법인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김 명예회장의 사남 주호씨가 이끌고 있다.

아들에 넘어간
아버지 회사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00년 주진씨를 미국 94위 부자로 꼽았다.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6위)보다 앞섰다. 주진씨는 '2010년 미국 400대 부자 명단'에서도 13억달러를 보유해 30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후원회의 주요 일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차남 주채씨는 아남인스트루먼트 회장이다. 2007년 11월 아남인스트루먼트 회사분할로 설립된 ㈜아남의 대표이사에 올라있기도 하다. ㈜아남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아남전자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으면 ㈜아남정보기술의 15.85%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남 주천씨는 동안에지니어링 부회장을 맡고 있다.

4남 맏형 회사 한국법인 이끌어
손자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 대박

김 명예회장의 외손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이다. 바로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자다. 네오위즈가 아남전자의 친척뻘되는 회사인 것. 김 명예회장의 며느리 김종숙씨는 아남전자 지분 3.94%를 보유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며 나 창업자의 외숙모다. 현재 네오위즈 대표를 맡고 있는 윤상규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11년 3월 아남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김 명예회장과 나 창업주 일가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내용의 루머가 돌았다. 네오위즈가 일종의 '트로이 목마'격으로 윤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입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네오위즈 측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네오위즈와 아남전자가 분쟁을 할 가능성이 없고 사업적으로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였다. 더구나 네오위즈는 상장사를 추가로 인수할 계획도 없고 윤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도 경영권 이슈나 사업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아남전자는 아남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업체. 아남전자는 2002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차입금 500억원을 모두 갚으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으며 2007년 아남전자의 최대주주였던 아남인스트루먼트가 사업부문(의료기기 부품사업)과 투자부문을 분리하고 지주회사인 ㈜아남으로 다시 출범했다. 이때 아남전자는 아남인스트루먼트로부터 의료기기 사업을 인수했다. 2013년 4월 현재 최대주주는 ㈜아남이며 보유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7.08%다. 아남의 최대주주는 주채씨다.


여기저기 일 벌인
창업주 자녀들

아남전자가 4.47%의 지분을 보유한 아남정보기술에도 아남그룹 일가가 포진하고 있다. 아남정보기술은 컴퓨터 및 패키지 소프트웨어 유통사업, 시스템통합(SI) 사업 등을 하는 업체다. 95년 8월 에이오에스로 설립돼 9월 아남정보기술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 회사의 주주는 최대주주인 ㈜아남(16.61%·117만7855주), 주채씨(5.03%·37만3330주), 아남전자(4.47%·33만1980주), 김석현 아남정보기술 부사장(3.02%·22만4623주) 등으로 구성됐다.

업계에 따르면 아남정보기술의 최대주주인 아남과 특수관계자들은 수 개월 전부터 보유 중인 지분과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희망 가격은 15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씨 일가는 아남정보기술을 매각하더라도 회사가 보유 중인 아남전자의 지분은 돼사올 것으로 알려졌다. 아남전자 만큼은 끝까지 들고 가 아남그룹의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아남그룹은?>

▲1956년 아남산업 설립
▲1970년 한국 최초 반도체 생산 및 수출
▲1973년 금탑산업훈장 수상
▲1974년 한국 최초 컬러TV 생산
▲1977년 한국 최초 전자손목시계 개발·시판
▲1982년 뉴코리아 전자공업 흡수·합병
▲1988년 반도체·시계종합공장 준공
▲1990년 아남인스트루먼트 설립
▲1998년 아남반도체로 사명 변경
▲2000년 워크아웃, 그룹 공중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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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