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⑪김향수의 아남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8: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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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줄 알았는데…"아직 살아있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대한민국의 전자산업'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삼성과 LG다. 그러나 국내 최초로 반도체와 컬러TV를 생산한 기업은 따로 있다. 바로 아남그룹이다. 아남그룹의 창업주 고 김향수 명예회장은 '한국반도체의 선구자'로 불린다.

1912년 전남 강진에서 가난한 선비집안의 6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명예회장은 어려서부터 '신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성장했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본대 법과전문부를 수료한 그는 35년 부친으로부터 장가 권유 친서를 받고 귀국, 부친이 점찍어 놓았던 초등학교(당시 보통학교)를 함께 졸업했던 오승례씨와 혼인을 올렸다.

일평생 몸바친
한국의 산업화

김 명예회장은 58년 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전남 강진)으로 출마해 당선, 잠시 정계에 입문하기도 했지만 일평생을 한국의 산업화라는 과제를 실천하는 현장에 몸담아 왔다. 95년 한일 고대사의 뿌리를 밝힌 <일본은 한국이더라>를 출간하는 등 학자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 김 명예회장은 특히 80년대 초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에게 "D램 산업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꼭 해야하는 사업"이라고 권유, D램 산업에서 세계 1위를 이룩하게 하는 조언자역할을 하는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70년 한강의 홍수로 당시 아남산업의 서울 성수동 반도체 공장이 물어 잠겼는데 이를 본 외국바이어가 그냥 귀국하려 하자 호텔에 계속 묵게 하고 김 명예회장은 물에 잠겼던 장비를 끄집어 내 24시간 헤어드라이기로 말려 납기를 맞출 정도로 고객에 대한 신뢰를 중요시했다.

아남반도체는 56년 김 명예회장이 창업한 아남산업을 전신으로 한다. 아남산업은 68년 한국에서 최초로 반도체사업에 착수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반도체라는 개념이 국내에는 생소했고, 가족과 친지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김 명예회장을 만류했다. 실제로 아남산업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후 2년 가까이 수주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70년 한국 최초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데 성공, 메탈 캔 형태의 반도체를 처음 미국에 수출했다. 당시 아남산업 직원은 불과 7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이때 달성한 수출액은 무려 21만달러에 이른다.
이후 아남산업은 2년 만에 종업원 1000명 이상을 거느린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73년에는 반도체개발과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으며 74년과 77년에는 각각 컬러TV와 전자손목시계를 개발·시판했다.


같은 해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아남산업은 82년 뉴코리아 전자공업을 흡수·합병하고 미국 앰코사와 합작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컬러TV·반도체·전자시계 등 전자산업 원조
대규모 투자 직후 닥친 IMF때 그룹 공중분해

88년에는 반도체공장과 시계종합공장을 준공하고 89년 수출 10억5000만달러를 돌파했다. 90년 아남인스트루먼트를 설립해 시계사업과 반도체 정밀기계사업, 전자부품산업에 진출했고, 일본 니콘사와 제휴하여 광학사업을 시작했다. 김 명예회장은 92년 장남인 주진씨에게 그룹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98년 아남산업은 그룹의 이미지를 통합해 회사명을 아남반도체로 변경했다.

아남반도체는 ▲전자기기 및 반도체 관련부품의 제조판매업 ▲국내외 무역업 및 무역대리점업 ▲시계 및 동제품 제조판매업 ▲전기배선기구 및 연결장치 제조판매업 ▲자동차료 처리장치 및 컴퓨터 프로그램 매체 제조판매업 ▲무선통신·방송 및 응용장치 제조판매업·부동산 임대업·통신공사업 등을 영위했으며 DSP, SRA, 3D 화상용 칩 등을 주로 생산했다. 98년 기준 아남그룹은 재계 21위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90년대 말 아남반도체는 반도체조립산업에 한계를 느끼고 고부가제품인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96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진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 직후 닥친 반도체산업의 불황과 외환위기로 그룹이 흔들렸다. 결국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동부그룹에 넘어갔고, 아남건설·아남시계 같은 다른 계열사들 지분도 정리됐다.

그룹의 모태인 반도체 패키징 사업부문은 아남반도체 창업 초창기부터 글로벌 마케팅과 세일즈를 담당해 온 미국 내 판매 영업조직인 앰코테크놀로지가 인수해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로 바뀌었다. 사실상 공중분해된 셈이다.

승승장구 계열사
팔리고 정리되고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03년 6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의 나이였다. 92년 물러난 김 명예회장은 한 때 전직 국회의원들을 회원으로 하여 민주헌정의 유지, 발전을 위한 대의제도 연구와 정책개발 및 사회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기업 경영과는 동 떨어진 삶을 영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명예회장의 가족들은 그룹이 공중분해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손자 너나 할 것 없이 재계에서 '큰 손'으로 꼽힌다. 김 명예회장은 부인 오승례씨 사이에서 4남4녀를 뒀다.

장남 포브스지 선정 400대 부자
남은 계열사에 숟가락 올린 차남

먼저 장남 주진씨는 앰코테크놀로지 회장을 맡고 있다. 아남반도체의 패키징 사업부문을 인수한 앰코테크놀로지는 현재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시장에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유럽 등 5개국에 11개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국내에는 서울·부평·광주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월 3억5000만 개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며, 2011년 1조5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또 2019년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지구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지와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앰코테크놀로지의 한국법인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김 명예회장의 사남 주호씨가 이끌고 있다.

아들에 넘어간
아버지 회사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00년 주진씨를 미국 94위 부자로 꼽았다.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6위)보다 앞섰다. 주진씨는 '2010년 미국 400대 부자 명단'에서도 13억달러를 보유해 30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후원회의 주요 일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차남 주채씨는 아남인스트루먼트 회장이다. 2007년 11월 아남인스트루먼트 회사분할로 설립된 ㈜아남의 대표이사에 올라있기도 하다. ㈜아남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아남전자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으면 ㈜아남정보기술의 15.85%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남 주천씨는 동안에지니어링 부회장을 맡고 있다.

4남 맏형 회사 한국법인 이끌어
손자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 대박

김 명예회장의 외손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이다. 바로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자다. 네오위즈가 아남전자의 친척뻘되는 회사인 것. 김 명예회장의 며느리 김종숙씨는 아남전자 지분 3.94%를 보유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며 나 창업자의 외숙모다. 현재 네오위즈 대표를 맡고 있는 윤상규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11년 3월 아남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김 명예회장과 나 창업주 일가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내용의 루머가 돌았다. 네오위즈가 일종의 '트로이 목마'격으로 윤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입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네오위즈 측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네오위즈와 아남전자가 분쟁을 할 가능성이 없고 사업적으로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였다. 더구나 네오위즈는 상장사를 추가로 인수할 계획도 없고 윤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도 경영권 이슈나 사업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아남전자는 아남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업체. 아남전자는 2002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차입금 500억원을 모두 갚으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으며 2007년 아남전자의 최대주주였던 아남인스트루먼트가 사업부문(의료기기 부품사업)과 투자부문을 분리하고 지주회사인 ㈜아남으로 다시 출범했다. 이때 아남전자는 아남인스트루먼트로부터 의료기기 사업을 인수했다. 2013년 4월 현재 최대주주는 ㈜아남이며 보유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7.08%다. 아남의 최대주주는 주채씨다.


여기저기 일 벌인
창업주 자녀들

아남전자가 4.47%의 지분을 보유한 아남정보기술에도 아남그룹 일가가 포진하고 있다. 아남정보기술은 컴퓨터 및 패키지 소프트웨어 유통사업, 시스템통합(SI) 사업 등을 하는 업체다. 95년 8월 에이오에스로 설립돼 9월 아남정보기술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 회사의 주주는 최대주주인 ㈜아남(16.61%·117만7855주), 주채씨(5.03%·37만3330주), 아남전자(4.47%·33만1980주), 김석현 아남정보기술 부사장(3.02%·22만4623주) 등으로 구성됐다.

업계에 따르면 아남정보기술의 최대주주인 아남과 특수관계자들은 수 개월 전부터 보유 중인 지분과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희망 가격은 15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씨 일가는 아남정보기술을 매각하더라도 회사가 보유 중인 아남전자의 지분은 돼사올 것으로 알려졌다. 아남전자 만큼은 끝까지 들고 가 아남그룹의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아남그룹은?>

▲1956년 아남산업 설립
▲1970년 한국 최초 반도체 생산 및 수출
▲1973년 금탑산업훈장 수상
▲1974년 한국 최초 컬러TV 생산
▲1977년 한국 최초 전자손목시계 개발·시판
▲1982년 뉴코리아 전자공업 흡수·합병
▲1988년 반도체·시계종합공장 준공
▲1990년 아남인스트루먼트 설립
▲1998년 아남반도체로 사명 변경
▲2000년 워크아웃, 그룹 공중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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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