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역 강한 애착… “첫 사극서 강한 캐릭터 만족”
시청률 이끌어야 할 부담 덜고자 하는 의도도 내포
톱스타 고현정이 MBC 창사 48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연출 박홍균 김근홍)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대다수 관계자들은 그가 주인공 덕만(선덕여왕)을 맡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고현정의 선택은 덕만이 아닌 2인자 미실이었다. <봄날>로 연예계에 복귀한 이후 <여우야 뭐하니>
<히트> 등 몇 편의 드라마에서 주연만을 택했던 그의 이 같은 선택에 대다수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문/ 타이틀롤(title role)은 이요원이 차지했지만 이번 드라마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고현정은 뛰어난 미모와 색공술(色供術)을 무기로 왕들과 화랑들을 휘어잡는 미실 역을 맡았다. 미실은 덕만공주가 선덕여왕으로 등극하는 것을 막는 인물.
지난 5월14일 경상북도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선덕여왕> 편집본은 대부분 미실에게 집중돼 있었다. 동그란 눈과 통통한 볼살이 청순한 매력을 빚어내는 고현정의 순진해 보이는 외모와 상반되는 소름끼치는 카리스마는 드라마를 압도했다. 그는 진흥왕 역으로 특별 출연하는 노장 이순재에 뒤지지 않는 당당함을 뽐냈다. 진지왕 역의 임호와 진평왕 역의 조민기는 고현정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고현정은 “<선덕여왕>은 선덕여왕이 타이틀이기에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성장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선덕여왕에게 시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애쓸 것이다. 요원양에게 도전하는 고현정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요원이 선덕에 적합”
그는 이어 “미실을 악역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힘으로 왕이 될 수 있었지만 성골이 아니기 때문에 왕이 아닌 황후가 되려 한다. 미실 역에 매력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타이틀롤인 선덕여왕이 아닌 악역 미실 역할을 맡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요원이 최적의 캐스팅이라고 본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이런 대작에서 (미실처럼) 색깔이 분명한 역할을 맡아서 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이롭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왜 선덕이 아니냐고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기에 그렇다. 젊은 시절부터 역할을 그려내는 것은 나보다 요원씨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미실 역은 내가 탐냈던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요원은 “처음 <선덕여왕> 제목과 시놉시스를 봤을 때 선덕여왕 역에 나보다 고현정 선배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선덕여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선덕여왕 역을 나에게 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고현정이 탐을 낸 미실은 분명 이 드라마에서 빛을 발할 인물이다. 그의 순한 인상과 다소 일치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고현정은 연기력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를 전했으며 실제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상에서는 그의 노력이 돋보였다. 진평왕 역의 조민기는 “내가 여자였어도 미실 역에 욕심을 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고현정이 미실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2인자를 택함으로서 연기력에 대한 재평가와 1인자로서 시청률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자 하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실을 통해 보여주는 팜므파탈 연기는 <여우야 뭐하니>와 <히트>, 몇 편의 영화에서 이어진 그의 이색행보에 또 다른 방점을 찍을 것이며 그동안 드라마 주연으로서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보였던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로서는 이번 드라마가 데뷔 후 첫 사극이다. 또 극중 여러 남자들과 염문을 뿌리는 ‘팜므파탈’ 연기도 소화하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다.
첫 사극 도전, 모든 신 힘들어
고현정은 “첫 사극인 만큼 거의 모든 신이 힘들다. 집중해서 잘 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미실은 남자가 아니라 야망에 더 관심이 있는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재미를 느낀다. 기존에 내가 했던 연기에 일정한 리듬의 박자가 있었다면 그것을 깨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실로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기록할 고현정의 활약이 기대되는 <선덕여왕>은 역사상 최초의 여왕인 신라 제27대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가 극본을 집필하고
<뉴하트>의 박홍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