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전성시대' 비밀 사조직 부활 내막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19 14: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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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하나회' 박통시대 맞아 꿈틀꿈틀

[일요시사=사회팀] 정부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오히려 정권을 탈취했던 비극의 역사가 있었다. 유신 이후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는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얻었다. 그때 맛봤던 열매가 달콤했던 탓인지 육군 안에 하나회의 계보를 잇는 또 다른 조직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육사의 전성시대는 지금 막 시작됐다.



지난 1993년 4월, 김동진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에게 '지휘서신1호'를 발송했다. 육군 내 모든 장교의 사조직 가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나회 몰락
나눔회 부각

YS정권은 출범과 함께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정조준했다. 비(非)하나회 출신인 김 총장을 발탁한 건 하나회 해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장성들은 약속이나 한 듯 차례로 옷을 벗었다.

같은 해 '리틀 하나회'로 불렸던 육군 내 또 다른 사조직 '알자회' 출신 장교들은 차례로 진급에서 누락했다. '서로 알고 지내자'는 말에서 유래한 '알자회'는 육군 내 노른자 보직을 독식해 '알짜회'라는 예명으로 불렸다. 이 모임을 발족한 3명은 모두 크리스천이었는데 이들이 예수의 12제자를 본 떠 기수 당 회원을 12명으로 제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알자회의 명단이 외부로 유출되고, 가입 장교들이 차례로 진급에 실패하면서 알자회는 사실상 와해됐다. 그렇게 육군 내 사조직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을 계기로 지하에 있던 육군 내 사조직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하나회는 사라졌지만 '제2의 하나회'가 현 정권에서 부활했기 때문. 육사 출신인 남재준 국정원장의 귀환은 군내 사조직 의혹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나회 숙청 이후 이름만 바꾼 모임 성행
나눔회 가입인사 급부상…회원 200명 육박

육사 25기인 남 원장은 지난 2004년 일어난 '군 장성 진급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육군 내 새로운 실세로 부각된 '나눔회'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하나회의 후신으로 평가 받는 나눔회는 육군 내 모든 인사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리고 이 나눔회의 원로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남 원장이다.

나눔회의 성장은 하나회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 항간에 알려진 대로 하나회는 육사 20기 이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회의 마지막 거물은 육사 19기인 서완수 전 기무사령관이다.

그래서 하나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던 육사 11기를 시작으로 17기까지가 권력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사 22기를 끝으로 하나회는 사실상 실각했다. 그리고 육군 내 새로운 사조직으로 떠오른 게 바로 나눔회, 이른바 'NN회'라는 설명이다.

4개의 사조직
권력은 단 하나

지난 2004년 11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에 위치한 장교 숙소인 '국방 레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10여 부의 괴문서가 발견됐다. 한 달 전 있었던 육군 장성 진급 심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투고였다.


이에 군 검찰은 군 장성 진급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군 검찰은 육군본부(육본)를 압수수색하는 강수를 택했다. 그리고 육본 인사참모부 캐비닛에서 나눔회와 관련된 비밀 문건을 발견했다.

당시 문건 등을 통해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육본의 인사관리처장은 남 원장(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준장 진급 대상자 17명의 서류를 위조했다. 대신 남 원장과 가까운 사이의 인물들이 대거 진급 대상자로 결정됐다. 이때 드러난 수혜 조직이 바로 나눔회란 설명이다.

수색 과정에서 군 검찰이 입수한 관련 문건에는 모두 4개의 사조직이 기재돼 있었다. 하나회와 알자회, 만나회와 나눔회였다.

하나회와 알자회는 공인된 사조직으로 분류된 반면 만나회와 나눔회는 유령조직으로 분류됐다. 그 실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던 것. 앞서 언급된 적 없는 '만나회'는 나눔회의 상부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만나회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육사 20기를 시작으로 29기에 끝났다는 설과 22기에 시작해 34기에 끝났다는 설. 모두 2가지다. 양 주장이 서로 일치하는 부분은 하나회가 숙청된 뒤 만나회가 YS정부의 군 요직을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하나회를 숙청하기 위해 만나회와 손을 잡았다는 비화가 전해진다.

만나회의 결성 시점은 노태우 정부 때로 알려져 있다. L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K 당시 육본 인사참모부장과 함께 만나회를 만든 창립 멤버로 꼽힌다. 만나회는 하나회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사조직으로, 하나회 명단을 만들어 배포한 것도 만나회라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만나회는 하부 조직이던 나눔회와 통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발견된 나눔회 명단에 만나회 인사가 다수 포함된 점과 만나회가 30기를 전후해 새로운 기수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은 나눔회로의 흡수 또는 통합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만나회와 나눔회(문서에는 NN회로 표기)에 병행 표기된 인물이 남 원장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장수(27기)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박흥렬(28기) 대통령 경호실장, 김병관(28기) 전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모두 나눔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4명을 포함한 나눔회와 만나회의 회원을 더하면 그 규모만 200여 명에 육박한다. 하나회 회원이 25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숫자다.

군 관계자는 "문민정부 시절 만나회 출신 인사가 인사참모부장에 오른 뒤 나눔회를 키워줬다"며 "L(22기), K(23기), K(24)기, P(24기) 등은 모두 나눔회의 득세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눔회는 육사 30기 이후가 주도세력이며, 지금도 군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조직"이라면서 "힘 좀 쓴다는 보직에는 모두 나눔회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요직 독점
다시 날개 펴나

나눔회는 군 내부 인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면에서는 과거 하나회보다 더 은밀하게 군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눔회는 최근 육사 출신 외에도 가능성 있는 비육사 출신 장교 영입 또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들어 조직의 영향력을 군 안팎으로 팽창시키고 있다는 설명. 그리고 남 원장은 나눔회의 좌장으로 불리며, 육군 내부의 막후 권력으로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군 장성 진급 비리가 불거졌던 2004년, 남 원장은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인사 비리와 관련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05년, 군 대장급 인사 중 나눔회 관련 장성은 모두 4명으로 확인됐다. 해군을 제외하면 육군 6명 중 4명이나 나눔회가 이름을 올린 것.

김 실장은 이후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국방부장관으로 영전했다. 김 실장이 육군을 떠나 장관에 임명되자 김 실장이 있던 육군참모총장 자리는 박 실장이 물려받았다. 이를 두고 "육사 선배인 김장수가 박흥렬을 밀어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나눔회로 엮여 있는 김 실장과 박 실장은 서로 막역한 사이로 유명하며, 그들은 18대 대선 이후 나란히 청와대에 입성했다.

인사권 쥐고 장교들 쥐락펴락
장성급 인사서 윤곽 드러날듯
'남재준·김장수·박흥렬·김병관…?'

오래 전 예편한 한 육군 장성은 "군 내부에 보이지 않는 라인이 정해져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진급을 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 구조라 진급을 둘러싼 말할 수 없는 알력다툼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리 유능한 군인이라도 불러 주는 지휘관이 없으면 전역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들의 라인이 아니면 배척하는 분위기가 장성급 사이에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성은 사조직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즉 사조직이 실재하는지 여부를 확언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병대 관계자의 증언도 비슷했다. 그는 "육군 내 사조직에 대한 감찰 활동이 심해 드러내 놓고 회동을 갖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체가 없는 단순한 친목 모임을 사조직이라고 덧씌우긴 좀 어렵다"고 의견을 전했다.

군 내부 관계자들은 현재 육군 내 존재하는 사조직이 하나회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과거처럼 함께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치는 등 외부에 세를 과시하는 형태가 아닌 개인 간의 안부를 묻는 차원에서 인맥이 형성된다는 것. 즉 생각만큼 사조직의 실체가 거창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이 네트워크의 꼭대기에는 반드시 컨트롤 타워가 있을 것이란 추측에 무게가 쏠린다.

국민 여론에
꽁꽁 숨었다

한 국방 전문가는 "국민들의 군대 내 사조직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나눔회가 드러내 놓고 활동할 수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올해 9~10월쯤 있을 장성급 인사를 통해 나눔회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나회나 알자회는 확인된 조직이지만 나눔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이 때문에 하나회가 나눔회 얘기를 일부러 흘려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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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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