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⑧전윤수의 성원건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12 10: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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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명 피눈물나게 한 '양아치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유명한 성원건설은 1977년 용산구 이태원에서 설립된 태우종합개발(주)을 모회사로 한다. 설립 1년 뒤 사명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굵직한 사업 수행
유력 건설사가 왜?

79년 주택건설사업 면허를 얻고 81년 환경오염방지시설업 및 철강재 설치 공사업을 추가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포장공사업을 추가했으며 87년 군납업 등록을 했다.

90년 주택건설지정업자로 지정되고 해외건설업 면허를 얻으면서 전북 전주로 본사를 옮긴 성원건설은 91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96년 한국품질인증센터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 인증과 영국 로이드 ISO 9001 인증을 획득하고, 시설물 유지·보수 및 관리운영업, 임대주택 건설 및 임대업, 종합감리업, 종합건설기술용역업,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 및 운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국내에 아파트 브랜드가 처음 도입된 90년 대 말 '상떼빌'이라는 자체 아파트 사업을 중심으로 국가산업발전의 동맥인 군장산업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지하철 6호선을 비롯 전수화산체육관 제2경기장, 전주권광역쓰레기 매립공사 등 정부 발주의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어음 418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에 이르렀지만 수천억원의 부채탕감 등 화의절차를 거쳐 2003년 회생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광주도시철도 1호선(TK-1공구) 공사의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6년에는 두바이 지사를 2007년에는 바레인 지사를 설치했으며 2008년 토양정화업,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아부다비 지사를 설치했다.

곧 돌아온다던 전윤수 회장 2년째 행방 묘연
미국서 골프치고 유람…수백억 재산은닉 의혹

하지만 2008년 재차 찾아온 금융위기 때부터 자금사정이 급속히 나빠졌다.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부진이 원인이었다. 수도권 내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많았고,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들도 줄을 이었다. 전국 곳곳에서는 분양 계약자들과 분쟁을 빚기도 했으며 리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해외사업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문제는 더 심화됐다.

2010년 2월 말까지 성원건설의 금융권 채무는 총 1조3000억원, 직원들의 체불임금도 200억원에 달했다.

결국 2009년 말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고 2010년 1월부터 채권단 실사를 거쳐 법정관리를 신청, 2011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 현재까지도 정상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700명이던 직원은 지난 3일 기준 자회사인 성원산업개발 직원을 모두 합쳐도 45명에 불과하다.

성원건설은 3년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원건설 채권단은 지난해 SM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지난 3월13일 인수가 부결됐다. 채권단과 SM그룹의 인수 가격차이가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은 230억원 정도로 성원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반면, 채권단은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요구했다"며 "SM그룹이 중도에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회장 방만경영
회사 위기 자초

이에 따라 성원건설 채권단은 다른 인수 후보자와의 수의계약을 추진하거나 인수자가 없을 경우 파산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성원건설 최대 채권자는 영업정지된 솔로몬, 한국 등의 저축은행으로 현재 파산관리를 맡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재계는 전윤수 회장의 방만경영이 성원건설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전 회장은 스캔들과 논란을 몰고 다녔다.

2004년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공적자금 투입 기업 등에 대해 약 3년간 수사를 벌였다. 당시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전 회장의 여러 혐의 중 한 대목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99년 회사 부도가 난 당일 계열사 소유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 14억3000만원을 빼돌려 회사 고문 법무사 명의로 서울 성북동에 대지 530평을 매입해 시가 35억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지었다. 또 일부는 자녀 유학비용으로 사용, 전 회장은 나중에 전 재산이 압류된 상황에서도 1남3년 모두 해외 유학을 마치게 했다.

전 회장은 앞서 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에게 화의인가 청탁과 함께 13억원을 건넨 불법로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2008년에는 두바이 재개발사업과 관련 공시 전 계열사를 통해 자사 주식을 매수한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전 회장은 자신은 회장, 부인 조애숙씨는 부회장, 처남은 부회장, 사위는 사장, 장녀 정원씨는 자금본부장, 차녀 순원씨는 기획조정실장, 형은 성원건설계열 골프장 사장을 시키는 등 자신의 가족 전체를 성원건설 임원으로 임명하는 등 그야말로 구멍가게식 족벌체제로 성원을 운영했다.

지난해 1월에는 2008년 성원건설 주가가 크게 올랐을 당시 약 26억원 어치의 자사 주식을 부인과 딸 등 가족과 지인 명의로 처분해 차익을 올리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외손자 보호자로
미국 체류하는 듯

하지만 전 회장이 법정에 섰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확한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해외 도피 중이다. 성원건설은 임휘문 성원산업개발 대표가 법정관리인을 맡고 있다. 2011년 3월 전 회장은 임직원 499명에게 지급될 임금 200억∼300여억원을 체불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신병치료'라는 명목으로 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전 회장 측은 "지병 치료차 개인 일정으로 출국했다"며 "귀국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업 자산으로 묶여있던 골프장을 매각해 마련한 700억원의 자금을 가지고 홀연 사라진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는 되지 못했다. 전 회장은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2011년 9월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전 회장은 미국으로 도피,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전 회장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3개짜리 집을 임대해 사용했다. 딸의 명의로 고급 승용차 BMW를 구매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한 달간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금액은 1만5000달러(한화 176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전 회장은 미국 생활 도중 불법 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에 따르면 전 회장은 골프장을 자주 찾았으며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도 유람을 다녔다고 한다. 현지 이민 사기브로커에게 합법적 체류신분(영주권)을 조건으로 수억원대의 돈을 뜯겼다는 풍문도 있다.

그렇다면 불법체류자 신분인 전 회장이 어떻게 미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 성원건설 노조 관계자는 "전 회장의 외손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며 "전 회장이 보호자 신분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 회장의 나머지 가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요시사>는 2010년 성원건설이 퇴출 위기에 몰렸을 때 전 회장의 고급 빌라 보유에 대한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일요시사> 는 전 회장 일가가 전 회장의 부인 조애숙씨와 외아들 동엽군이 각각 7대 3지분 비율로 공동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고급빌라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가족들 한자리씩…무너진 족벌경영 
직원들 월급 200억 떼먹고 도피생활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현재 해당 빌라는 전 회장의 친척 쪽으로 가등기 되어 있는 상태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동엽군의 보유주식은 259억원으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딸 연제양(272억원)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장녀 정원씨는 지난해 1월 회사 대출금을 횡령하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2억4300만원 등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성원건설의 자금사정이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자금유치에 수반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거액의 돈을 받은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의 범죄가 회사 자금 사정 악화에 일부 원인을 제공했고, 이 건설사 운영자 자녀라는 특수관계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성원건설의 자금을 관리하는 업체에 감사로 근무하던 정원씨는 PF자금 조달 알선·자문업체 직원 손모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지난 2008년 3월부터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성원건설 자금 조달 관련 용역을 수주해 준 대가로 모두 2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청탁 업체의 용역수수료를 부풀려 그 차액인 3억8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총수 구속에
가슴 졸이는 전윤수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전 회장은 지난해 말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면서 귀국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최근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등 전 회장이 귀국 후 겪게 될 엄청난 후폭풍이 무서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 회장의 경영실패로 피해를 본 채권자 1600여명과 주주 1만3000여명이 눈에 불을 키고 전 회장의 귀국 혹은 체포를 기다리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성원건설은?>

▲1977년 태우종합개발 설립
▲1978년 성원건설로 사명 변경
▲1987년 전윤수 회장 취임
▲1990년 서해안고속도로 착공
▲1994년 지하철 6호선 착공
▲1999년 1차 부도
▲2003년 화의절차 후 회생 성공
▲2006∼2008년 두바이·바레인·아부다비 지사 설치
▲2009년 대주단 협약 가입
▲2010년 법정관리 신청
▲2011년 법정관리 시작
▲2013년 SM그룹, 성원건설 인수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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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