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900호 특집>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특별대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11 09:45:03
  • 댓글 0개

“안철수 입당?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

[일요시사=정치팀]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그야말로 ‘비상’이다. 계파 갈등의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민주당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문 위원장은 코앞으로 다가온 4·24 노원병 선거를 마무리 짓고 열흘 후 열리는 전당대회를 순조롭게 치러야 한다. 정치적 난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구멍 난 청와대 인선 등 박근혜 정부를 견제하며 의제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그의 몫이다. 게다가 북한 핵 문제로 인한 남북관계까지 악화되며, 문 위원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지령900호를 맞이한 <일요시사>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문 위원장을 만나 여러 현안과 관련한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야권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지난 1월 출범한 ‘문희상호’의 항해가 벌써 90여 일을 넘기고 있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는 참으로 다사다난 했던 90여 일이었다. 연일 빠듯한 일정이 계속되지만, 막바지에 이를수록 더 바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민주당이 당면한 과제들을 수장으로서 어떻게 마무리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인지 궁금하다.
다음은 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1일 민주당의 종편 출연 금지 당론을 사실상 해제하고 처음으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종편 출연을 금지했던 이유와 다시 해제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즐겁고 편한 마음으로 출연했습니다. 권력과 정치는 자신의 의제를 알리고 이를 왜곡되지 않게 전달할 책임을 갖고 있지요. 앞으로 우리의 생각을 종편을 통해서도 많이 알리려고 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변화된 방송 환경에 당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의총에서 논의했어요. 언론과 정치는 경쟁관계입니다. 서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덮어 놓고 갈등 구조로만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갈등이 더 심해질 우려도 있는데 계파갈등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 ‘우리만 옳다. 우리끼리 하자’는 계파주의가 당을 죽이고, 대선 패배를 불렀습니다. 선공후사, 선당후사의 정신보다 계파끼리 공천권을 쥔 채, 우리끼리 다 해먹자고 독점하고 전횡하는 게 문제예요. 그러나 그 모든 책임을 ‘친노’에게만 지우는 것은 또 다른 계파주의라고 생각해요.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고 무한책임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 안철수 후보가 출마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 오랜 기간 밤낮으로 심사숙고했어요. 고충이 많았지요. 하지만 국민들께선 왜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았는지,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일으키고 지켜온 ‘야권’ 전체의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안철수 후보와 진보정의당 양쪽에 신세도 갚고, 야권연대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 아프지만 무공천으로 결정했습니다.

- 무공천 결정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내 인사들과 지지자들의 의견 합치가 이루어진 결정이었습니까?

▲ 격론이 있었지만 결국 만장일치가 됐어요. 유력한 후보였던 이동섭 지역위원장을 붙잡고 같이 울다가 비대위원들과 모여 밤새도록 토론했죠.

- 노원병 선거 판세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 박근혜 정부의 한심하고 심각한 한 달을 지켜본 국민들께서 커다란 ‘반전’을 일으킬 거예요. 재보선 전에 민주당 혁신의 모습을 보여드려 ‘시너지효과’가 배가 되게 만들 겁니다.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선패배 책임, 친노에게만 지우는 건 계파주의”
“노원병 무공천, 이동섭 붙잡고 밤새 울어”

- 안철수 후보의 신당 창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하지만 새 정치를 위해서는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 안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밀어주는 순간 민주당과 공동운명체가 됐습니다. ‘신당 창당이 새 정치다, 신당이 생기면 민주당 의원들이 쏜살같이 달려갈 거다’는 얘기도 있었죠. 하지만 그건 낭만소설에 불과합니다. 안 후보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신당 논의는 ‘새로운 파이’를 하나 더 키운다는 관점에서 봐야합니다. 안 후보는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공생하는 수밖에 없어요.

-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입니다. 함부로 예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비록 지금 민주당이 민둥산일지언정 혁신해서 울창하게 숲을 가꿔 놓으면 봉황이건 잡새건 다 와서 깃들 것이라고 봅니다.

- 박근혜정부 출범 후 낙마한 인사가 벌써 11명에 달합니다. 낙마자로 축구팀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비아냥도 들리는데, 인선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사전 인사검증 시스템이 있으면 인선에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신뢰는 한 번 깨지면 회복하기 힘들고, 더욱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되죠.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청와대 인사시스템, 인사라인을 확 바꿔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 출발하기를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 일각에선 마녀 사냥식 인사청문회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인사청문회 방식에 문제점은 없습니까?

▲ 인사청문회법은 2000년 6월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일 때 만들어졌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로서 인사청문회 대상을 장관 후보자까지 확대시킨 장본인입니다. 저 역시 기본적으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에는 반대해요.

그러나 탈세를 한 사람이 경제부총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닙니까? 이것은 제도가 잘못된 게 아닙니다. 선진국 같으면 인사청문회도 못 오를 부적격 인물을 내정하는 게 문제죠. 따라서 인사청문회 제도는 오히려 강화되는 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미국식 사전검증제도, 인사 청문 기간 확대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향후 이 사건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민주당이 ‘원세훈 게이트’ 특위까지 구성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란 비관론도 있는데요.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과 대선 시기 댓글공작은 ‘헌정파괴, 국기문란 중대범죄’란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국가안보의 첨병이 돼야 할 국정원이 정권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국민을 우롱한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처사죠. 박근혜 대통령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해야 합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협조해야 하고요. 우리 민주당은 원 전 원장을 고소했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한 만큼 검찰의 수사의지를 우선 지켜볼 것입니다. 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규명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박근혜정부 방송장악 꼼수,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                                                   "북한 '벼랑 끝 전술'은 '벼랑 끝 추락'으로 끝난다"

- 국회에서 52일 동안이나 논란을 겪다 통과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타결로 박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여야 모두 ‘윈-윈(Win-Win)’했다고 평가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화와 타협의 ‘상생정치’이며,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은 조직개편안과 관련 방송장악을 가장 크게 우려했습니다.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십니까?

▲ 그 부분에 대해 여야 간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합의 이후의 박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습니다. 미래부가 직제 개편 등을 통해 방통위 업무를 조금씩 침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민주당은 두 눈 부릅뜨고 박근혜정부의 방송장악 꼼수를 지켜볼 것입니다.

- 북한의 대남 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대북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벼랑 끝 추락’이란 비극을 맞이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7천만 겨레를 볼모로 한 전쟁 위협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아울러 개성공단까지 위협의 볼모로 삼아선 안 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자.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박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남북한 신뢰구축’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았습니다.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고, 환영의 뜻을 표합니다. 다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계획을 서둘러 실천해야 합니다. 대화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결심만 하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미뤄선 안 됩니다. 민주당이 적극 돕겠습니다.

- 8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대표였고, 문 위원장은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지금과는 정반대의 입장이었습니다. 이제는 서로 입장이 바뀌었죠. 향후 박근혜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실 것인지요?

▲ 박근혜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났는데, 사실 허송세월이었어요. 정부조직법 몽니에 인사 참사로 시간만 버렸습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41%까지 떨어졌다던데, 이는 민주화 이후 역대 최악의 성적표입니다. 정권 출범 후 100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동력으로 출범 1년 안에 개혁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집권 5년의 개혁 구상을 1년 내 대부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안보와 민생에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도울 건 돕고, 비판할 건 비판하는 강력한 선명야당 역할을 제대로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정치는 모래성입니다. 민주당 비대위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사즉생의 각오로 혁신하고 있습니다. 대선평가위원회, 정치혁신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임무를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성숙하고 강한 야당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흑과 백을 가르는 도식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정치, 생활정치, 현장정치를 실현하는데 전력을 쏟을 것입니다. 민주당을 믿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 국회정보위원장
▲ 열린우리당 의장
▲ 민주당 도시주거복지기획단 위원
▲ 진보개혁모임 공동대표
▲ 제18대 국회부의장
▲ 제14·16·17·18·19대 국회의원(경기도 의정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