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900호 특집>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특별대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11 09: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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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입당?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

[일요시사=정치팀]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그야말로 ‘비상’이다. 계파 갈등의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민주당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문 위원장은 코앞으로 다가온 4·24 노원병 선거를 마무리 짓고 열흘 후 열리는 전당대회를 순조롭게 치러야 한다. 정치적 난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구멍 난 청와대 인선 등 박근혜 정부를 견제하며 의제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그의 몫이다. 게다가 북한 핵 문제로 인한 남북관계까지 악화되며, 문 위원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지령900호를 맞이한 <일요시사>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문 위원장을 만나 여러 현안과 관련한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야권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지난 1월 출범한 ‘문희상호’의 항해가 벌써 90여 일을 넘기고 있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는 참으로 다사다난 했던 90여 일이었다. 연일 빠듯한 일정이 계속되지만, 막바지에 이를수록 더 바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민주당이 당면한 과제들을 수장으로서 어떻게 마무리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인지 궁금하다.
다음은 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1일 민주당의 종편 출연 금지 당론을 사실상 해제하고 처음으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종편 출연을 금지했던 이유와 다시 해제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즐겁고 편한 마음으로 출연했습니다. 권력과 정치는 자신의 의제를 알리고 이를 왜곡되지 않게 전달할 책임을 갖고 있지요. 앞으로 우리의 생각을 종편을 통해서도 많이 알리려고 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변화된 방송 환경에 당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의총에서 논의했어요. 언론과 정치는 경쟁관계입니다. 서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덮어 놓고 갈등 구조로만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갈등이 더 심해질 우려도 있는데 계파갈등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 ‘우리만 옳다. 우리끼리 하자’는 계파주의가 당을 죽이고, 대선 패배를 불렀습니다. 선공후사, 선당후사의 정신보다 계파끼리 공천권을 쥔 채, 우리끼리 다 해먹자고 독점하고 전횡하는 게 문제예요. 그러나 그 모든 책임을 ‘친노’에게만 지우는 것은 또 다른 계파주의라고 생각해요.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고 무한책임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 안철수 후보가 출마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 오랜 기간 밤낮으로 심사숙고했어요. 고충이 많았지요. 하지만 국민들께선 왜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았는지,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일으키고 지켜온 ‘야권’ 전체의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안철수 후보와 진보정의당 양쪽에 신세도 갚고, 야권연대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 아프지만 무공천으로 결정했습니다.

- 무공천 결정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내 인사들과 지지자들의 의견 합치가 이루어진 결정이었습니까?

▲ 격론이 있었지만 결국 만장일치가 됐어요. 유력한 후보였던 이동섭 지역위원장을 붙잡고 같이 울다가 비대위원들과 모여 밤새도록 토론했죠.

- 노원병 선거 판세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 박근혜 정부의 한심하고 심각한 한 달을 지켜본 국민들께서 커다란 ‘반전’을 일으킬 거예요. 재보선 전에 민주당 혁신의 모습을 보여드려 ‘시너지효과’가 배가 되게 만들 겁니다.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선패배 책임, 친노에게만 지우는 건 계파주의”
“노원병 무공천, 이동섭 붙잡고 밤새 울어”

- 안철수 후보의 신당 창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하지만 새 정치를 위해서는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 안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밀어주는 순간 민주당과 공동운명체가 됐습니다. ‘신당 창당이 새 정치다, 신당이 생기면 민주당 의원들이 쏜살같이 달려갈 거다’는 얘기도 있었죠. 하지만 그건 낭만소설에 불과합니다. 안 후보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신당 논의는 ‘새로운 파이’를 하나 더 키운다는 관점에서 봐야합니다. 안 후보는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공생하는 수밖에 없어요.

-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입니다. 함부로 예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비록 지금 민주당이 민둥산일지언정 혁신해서 울창하게 숲을 가꿔 놓으면 봉황이건 잡새건 다 와서 깃들 것이라고 봅니다.

- 박근혜정부 출범 후 낙마한 인사가 벌써 11명에 달합니다. 낙마자로 축구팀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비아냥도 들리는데, 인선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사전 인사검증 시스템이 있으면 인선에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신뢰는 한 번 깨지면 회복하기 힘들고, 더욱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되죠.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청와대 인사시스템, 인사라인을 확 바꿔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 출발하기를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 일각에선 마녀 사냥식 인사청문회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인사청문회 방식에 문제점은 없습니까?

▲ 인사청문회법은 2000년 6월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일 때 만들어졌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로서 인사청문회 대상을 장관 후보자까지 확대시킨 장본인입니다. 저 역시 기본적으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에는 반대해요.

그러나 탈세를 한 사람이 경제부총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닙니까? 이것은 제도가 잘못된 게 아닙니다. 선진국 같으면 인사청문회도 못 오를 부적격 인물을 내정하는 게 문제죠. 따라서 인사청문회 제도는 오히려 강화되는 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미국식 사전검증제도, 인사 청문 기간 확대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향후 이 사건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민주당이 ‘원세훈 게이트’ 특위까지 구성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란 비관론도 있는데요.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과 대선 시기 댓글공작은 ‘헌정파괴, 국기문란 중대범죄’란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국가안보의 첨병이 돼야 할 국정원이 정권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국민을 우롱한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처사죠. 박근혜 대통령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해야 합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협조해야 하고요. 우리 민주당은 원 전 원장을 고소했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한 만큼 검찰의 수사의지를 우선 지켜볼 것입니다. 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규명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박근혜정부 방송장악 꼼수,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                                                   "북한 '벼랑 끝 전술'은 '벼랑 끝 추락'으로 끝난다"

- 국회에서 52일 동안이나 논란을 겪다 통과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타결로 박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여야 모두 ‘윈-윈(Win-Win)’했다고 평가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화와 타협의 ‘상생정치’이며,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은 조직개편안과 관련 방송장악을 가장 크게 우려했습니다.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십니까?

▲ 그 부분에 대해 여야 간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합의 이후의 박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습니다. 미래부가 직제 개편 등을 통해 방통위 업무를 조금씩 침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민주당은 두 눈 부릅뜨고 박근혜정부의 방송장악 꼼수를 지켜볼 것입니다.

- 북한의 대남 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대북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벼랑 끝 추락’이란 비극을 맞이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7천만 겨레를 볼모로 한 전쟁 위협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아울러 개성공단까지 위협의 볼모로 삼아선 안 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자.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박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남북한 신뢰구축’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았습니다.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고, 환영의 뜻을 표합니다. 다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계획을 서둘러 실천해야 합니다. 대화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결심만 하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미뤄선 안 됩니다. 민주당이 적극 돕겠습니다.

- 8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대표였고, 문 위원장은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지금과는 정반대의 입장이었습니다. 이제는 서로 입장이 바뀌었죠. 향후 박근혜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실 것인지요?

▲ 박근혜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났는데, 사실 허송세월이었어요. 정부조직법 몽니에 인사 참사로 시간만 버렸습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41%까지 떨어졌다던데, 이는 민주화 이후 역대 최악의 성적표입니다. 정권 출범 후 100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동력으로 출범 1년 안에 개혁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집권 5년의 개혁 구상을 1년 내 대부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안보와 민생에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도울 건 돕고, 비판할 건 비판하는 강력한 선명야당 역할을 제대로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정치는 모래성입니다. 민주당 비대위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사즉생의 각오로 혁신하고 있습니다. 대선평가위원회, 정치혁신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임무를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성숙하고 강한 야당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흑과 백을 가르는 도식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정치, 생활정치, 현장정치를 실현하는데 전력을 쏟을 것입니다. 민주당을 믿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 국회정보위원장
▲ 열린우리당 의장
▲ 민주당 도시주거복지기획단 위원
▲ 진보개혁모임 공동대표
▲ 제18대 국회부의장
▲ 제14·16·17·18·19대 국회의원(경기도 의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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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