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설쳐대는’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

멀쩡해도 정신병자로 만들어 드립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정상인도 한순간에 정신병자로 내몰릴 수 있다. 정신병원 강제 감금에는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입원하기도 하지만 일부 정상인도 제3자인 브로커가 개입하면 정신병자로 취급당하며 강제로 감금된다. 이처럼 브로커는 병원과 의뢰인 중간에서 돈을 받고 연결을 시켜주는데 문제는 돈만 있으면 정상인도 환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권유린의 숨은 가해자,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에 대해 파헤쳤다.


올 초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기구한 법대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감금되기 전, 부모와 친분관계에 있는 백 사장이라는 조폭 같은 외모의 남성이 응급 직원들을 대동하고 병원에 끌려갔다. 그 법대생은 여전히 백 사장이라는 인물을 돈 받고 부모와 병원을 연결시켜준 브로커라고 의심하고 있고, 또 갑자기 백 사장이 자신 앞에 나타날까봐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다짜고짜 다가와
수갑 채워 끌고가

법대생과 마찬가지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지인이 있었다는 남성을 취재한 결과 더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남성의 지인 A씨는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되기 전만해도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어느 날 A씨는 평생 잊혀 지지 않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을 향해 길을 걷던 중 A씨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4명의 남성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들은 그에게 다가와 “같이 가시죠”라며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고 응급차에 태워 서울 모 정신병원으로 끌고 갔다. 건장한 남성들은 바로 ‘사설응급환자이송단’이었다. 당황한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순순히 끌려가야 했다. 당시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구급차 내에서 대기 중이었던 흰색 가운을 입는 남성이 나와 의사 자격증과 정신병원 소환증을 내밀며 “한정치산자로 의심돼 구금 조치를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던 A씨에겐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고, 그때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악몽 같은 1년이 시작됐다. 

의뢰인·병원 중간고리 역할 “돈 받고 연결”
수백만∼수천만원 원장에 주고 수수료 챙겨


A씨는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병원에 온 줄도 모르고 정신병동의 스산한 분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어 전문의와 검사 후 병원 관계자들에 의해 입원실로 이동했다. A씨는 전문의에게 “난 지극히 정상이다. 도대체 누가 날 여기에 가두라고 한 것이냐.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한 검사 후 진단서를 기다리라는 대답뿐 이었다. 결국 정신질환자들이 가득한 폐쇄병동에 도착한 정상인 A씨는 병원 내 여느 환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A씨는 당시 남성에게 “전화나 편지는 어림도 없다. 담당의에게 ‘외부로 편지 좀 부쳐달라’고 사정했는데 ‘자꾸 이러면 영원히 밖으로 못 나갈 수도 있다’고 말하더라. 정말 소름끼쳤고 그땐 정말 영원히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할 줄 알았다”고 흐느꼈다고 한다.

A씨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큰 반발을 하지 않아 정신과 약만 복용하며 지냈으나, 그가 지금도 끔찍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계속 남아있다고 한다. A씨는 병원에서 감금당하며 사람이 봐서는 안 될 장면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약 복용을 거부하는 한 40대 여성이 보호사로부터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하는 모습, A씨처럼 정상인으로 보였던 한 젊은 남성이 격리조치가 제대로 안된 정신질환자로부터 목을 졸리거나 폭행당하는 모습, 남성 간호사들의 여성 환자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 등 도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병원에서 왕은 의사와 병원 직원들이고 환자는 노리개나 노예일 뿐이었다. 병원 내 환자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들을 믿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A씨도 그렇게 타 환자들처럼 평생 정신질환자로 살아가는 듯 삶을 포기한 상태로 이곳, 저곳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지내던 중, A씨의 언행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여성 전문의에 의해 정상인 진단을 받아 가까스로 약 1년여 만에 정신병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의뢰인-브로커-원장
검은 돈거래 난무

병원에서 퇴원조치를 받은 A씨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처음 응급조치단에 의해 끌려간 병원부터 시작해서 구금조치를 내린 기관 등을 백방으로 알아본 바, A씨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내의 계획된 음모였음이 밝혀졌다. A씨는 수년 동안 아내와 다툼을 이어오던 중 각방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혼을 바랐던 아내의 요구를 A씨가 들어주지 않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정신질환 하나 앓고 있지 않았던 A씨가 어떻게 쉽게 강제 구금을 당했던 것일까.

구금 성사가 이뤄진 데에는 제3자인 정신병원 브로커에 있었다. 정신병원 브로커는 누군가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키고 싶어 하는 의뢰인으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이 되는 금액을 우선적으로 받고 후에 정신병원 원장과 합의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병원 원장은 브로커가 대신 받은 수천만원 중 대부분을 가져가고 브로커는 이의 일부인 수수료 몇 백만원을 챙긴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될 사람은 설사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더라도 어느 날 연고도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끌려가 폐쇄병동에 갇힌 뒤, 뇌 운동을 둔화시키는 약물치료를 주기적으로 받고 장시간 감금당한다. 물론 정신병원에 끌려간 뒤 정신과 치료 및 방문 내역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항의를 하지만, 병원까지 끌려가서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상인이라도 개인마다 최소 1개에서 최대 수십개의 사소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일반인들도 갖고 있는 ‘고소공포증’ ‘안면인식장애’ ‘목성공포증’ 등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입히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질환임에도 불구 병원에서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진단, 곧바로 일반인을 심각한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식인 것이다.

지난해 전주의 모 정신병원 재단 이사장이 환자유치를 위해 역으로 환자유치 브로커와 사설응급환자이송단에게 환자 알선비, 일명 ‘통값’으로 보험환자 40만∼50만원, 보호환자 20만∼30만원 등 총 1억1890만원을 지급하고 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전국에서 환자를 강제로 픽업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된 바 있다. 해당 병원 이사장은 브로커들에게 환자 알선비 수백만원을 지급하고 환자를 소개받은 뒤 보호사들을 보내 환자를 강제로 픽업해 병원으로 데려왔다. 이사장이 이 같은 일을 벌인 이유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가 병원에 입원 시 환자관리 명목으로 1인당 50만원씩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체제의 무서운 점은 병원 측이 마음만 먹으면 정상인 불특정다수를 데려다가 정신병자로 둔갑시켜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장 또한 기준점 없는 허술한 복지체제의 이점을 노리고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에 돌입했던 것이다. 

일부 보호사들은 환자들이 입원을 거부하거나 병원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 수시로 때리고 격리 및 강박했으며 병원 운영진은 가혹행위를 알면서 서신검열, 전화제한, 간호일지 조작 등을 통해 부당행위를 은폐하거나 묵인했다.

가혹행위 알면서…
부당행위 은폐

뿐만 아니라 강제입원과정에서 환자들은 보호사에 대한 원한이 생겼으며 다른 병원에서 받지 않는 난폭, 중증 환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입원시켜 함께 생활하도록 하고 철저히 행동제한을 가하자 환자들의 보호사에 대한 불만이 가중됐다. 월 120만∼140만원 정도를 받는 보호사들은 환자 픽업, 밤낮 2교대 근무, 1명당 60명의 환자관리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지시를 거부하는 환자를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보호사들의 환자 가혹행위를 지켜볼 수 없다며 일부 간호사가 퇴직하는 상황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병원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격리실에서 주로 폭행을 가했다.

검찰은 과도한 격리와 강박을 묵인하고 방치한 의사, 환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간호사를 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돈을 받고 환자를 소개한 브로커 5명을 추가로 소환했다.

이러한 인권유린 시스템으로 부당한 수익을 챙기는 곳은 비단 정신병원 뿐만은 아니다. 인권유린의 핵심인물인 브로커와 응급환자이송단 역시 눈앞의 이익을 목적으로 인터넷 광고를 하고 유선전화를 설치해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있었다.

정상인 몇달에서 길게는 평생 감금
병자 1명당 국가서 월 50만원 지원

경기도의 모 정신병원의 경우 불과 전화 한 통화로 의사의 대면진단 없이 환자를 강제로 병원까지 끌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특히 약 100여명에 달하는 정신병원 브로커가 전국 암암리에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대대적이 수사에 돌입한 바 있다.



정신병원 측과 브로커, 응급이송단의 사리사욕으로 인권유린을 당하는 정상인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법률강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단체들조차 초미의 관심도 두지 않는 인권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정신병원의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아도 정상인을 막무가내로 잡아다 정신병자로 만들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정상인을 환자로 둔갑시켜 사지를 묶거나 외부와의 연락단절, 폭행·감금 등 정신병원은 나날이 인권침해의 사각지대로 거듭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입원환자를 늘리기 위해 브로커·응급이송단에 뒷돈을 주거나, 필수항목인 6개월마다 퇴원심사를 피하기 위해 타 병원으로 보냈다 다시 돌려받는 등 불법과 편법을 일삼기도 한다.

본인 동의 없어도…
“제도 개선해야”

브로커 역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인터넷과 SNS, 유선전화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직접 발품을 팔아 정상인임에도 밥벌이할 능력이 없거나 삶을 포기한 자들을 달콤한 말로 꾀어 강제로 데려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한다.  

돈벌이에 급급한 정신병원과 브로커 사이의 검은 거래에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정상인들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정신병원 강제구금 제도의 허점을 방치한다면 환자들을 상대로 한 인권유린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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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