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설쳐대는’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

멀쩡해도 정신병자로 만들어 드립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정상인도 한순간에 정신병자로 내몰릴 수 있다. 정신병원 강제 감금에는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입원하기도 하지만 일부 정상인도 제3자인 브로커가 개입하면 정신병자로 취급당하며 강제로 감금된다. 이처럼 브로커는 병원과 의뢰인 중간에서 돈을 받고 연결을 시켜주는데 문제는 돈만 있으면 정상인도 환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권유린의 숨은 가해자,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에 대해 파헤쳤다.


올 초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기구한 법대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감금되기 전, 부모와 친분관계에 있는 백 사장이라는 조폭 같은 외모의 남성이 응급 직원들을 대동하고 병원에 끌려갔다. 그 법대생은 여전히 백 사장이라는 인물을 돈 받고 부모와 병원을 연결시켜준 브로커라고 의심하고 있고, 또 갑자기 백 사장이 자신 앞에 나타날까봐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다짜고짜 다가와
수갑 채워 끌고가

법대생과 마찬가지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지인이 있었다는 남성을 취재한 결과 더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남성의 지인 A씨는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되기 전만해도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어느 날 A씨는 평생 잊혀 지지 않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을 향해 길을 걷던 중 A씨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4명의 남성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들은 그에게 다가와 “같이 가시죠”라며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고 응급차에 태워 서울 모 정신병원으로 끌고 갔다. 건장한 남성들은 바로 ‘사설응급환자이송단’이었다. 당황한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순순히 끌려가야 했다. 당시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구급차 내에서 대기 중이었던 흰색 가운을 입는 남성이 나와 의사 자격증과 정신병원 소환증을 내밀며 “한정치산자로 의심돼 구금 조치를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던 A씨에겐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고, 그때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악몽 같은 1년이 시작됐다. 

의뢰인·병원 중간고리 역할 “돈 받고 연결”
수백만∼수천만원 원장에 주고 수수료 챙겨


A씨는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병원에 온 줄도 모르고 정신병동의 스산한 분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어 전문의와 검사 후 병원 관계자들에 의해 입원실로 이동했다. A씨는 전문의에게 “난 지극히 정상이다. 도대체 누가 날 여기에 가두라고 한 것이냐.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한 검사 후 진단서를 기다리라는 대답뿐 이었다. 결국 정신질환자들이 가득한 폐쇄병동에 도착한 정상인 A씨는 병원 내 여느 환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A씨는 당시 남성에게 “전화나 편지는 어림도 없다. 담당의에게 ‘외부로 편지 좀 부쳐달라’고 사정했는데 ‘자꾸 이러면 영원히 밖으로 못 나갈 수도 있다’고 말하더라. 정말 소름끼쳤고 그땐 정말 영원히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할 줄 알았다”고 흐느꼈다고 한다.

A씨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큰 반발을 하지 않아 정신과 약만 복용하며 지냈으나, 그가 지금도 끔찍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계속 남아있다고 한다. A씨는 병원에서 감금당하며 사람이 봐서는 안 될 장면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약 복용을 거부하는 한 40대 여성이 보호사로부터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하는 모습, A씨처럼 정상인으로 보였던 한 젊은 남성이 격리조치가 제대로 안된 정신질환자로부터 목을 졸리거나 폭행당하는 모습, 남성 간호사들의 여성 환자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 등 도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병원에서 왕은 의사와 병원 직원들이고 환자는 노리개나 노예일 뿐이었다. 병원 내 환자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들을 믿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A씨도 그렇게 타 환자들처럼 평생 정신질환자로 살아가는 듯 삶을 포기한 상태로 이곳, 저곳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지내던 중, A씨의 언행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여성 전문의에 의해 정상인 진단을 받아 가까스로 약 1년여 만에 정신병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의뢰인-브로커-원장
검은 돈거래 난무

병원에서 퇴원조치를 받은 A씨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처음 응급조치단에 의해 끌려간 병원부터 시작해서 구금조치를 내린 기관 등을 백방으로 알아본 바, A씨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내의 계획된 음모였음이 밝혀졌다. A씨는 수년 동안 아내와 다툼을 이어오던 중 각방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혼을 바랐던 아내의 요구를 A씨가 들어주지 않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정신질환 하나 앓고 있지 않았던 A씨가 어떻게 쉽게 강제 구금을 당했던 것일까.

구금 성사가 이뤄진 데에는 제3자인 정신병원 브로커에 있었다. 정신병원 브로커는 누군가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키고 싶어 하는 의뢰인으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이 되는 금액을 우선적으로 받고 후에 정신병원 원장과 합의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병원 원장은 브로커가 대신 받은 수천만원 중 대부분을 가져가고 브로커는 이의 일부인 수수료 몇 백만원을 챙긴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될 사람은 설사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더라도 어느 날 연고도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끌려가 폐쇄병동에 갇힌 뒤, 뇌 운동을 둔화시키는 약물치료를 주기적으로 받고 장시간 감금당한다. 물론 정신병원에 끌려간 뒤 정신과 치료 및 방문 내역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항의를 하지만, 병원까지 끌려가서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상인이라도 개인마다 최소 1개에서 최대 수십개의 사소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일반인들도 갖고 있는 ‘고소공포증’ ‘안면인식장애’ ‘목성공포증’ 등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입히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질환임에도 불구 병원에서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진단, 곧바로 일반인을 심각한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식인 것이다.

지난해 전주의 모 정신병원 재단 이사장이 환자유치를 위해 역으로 환자유치 브로커와 사설응급환자이송단에게 환자 알선비, 일명 ‘통값’으로 보험환자 40만∼50만원, 보호환자 20만∼30만원 등 총 1억1890만원을 지급하고 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전국에서 환자를 강제로 픽업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된 바 있다. 해당 병원 이사장은 브로커들에게 환자 알선비 수백만원을 지급하고 환자를 소개받은 뒤 보호사들을 보내 환자를 강제로 픽업해 병원으로 데려왔다. 이사장이 이 같은 일을 벌인 이유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가 병원에 입원 시 환자관리 명목으로 1인당 50만원씩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체제의 무서운 점은 병원 측이 마음만 먹으면 정상인 불특정다수를 데려다가 정신병자로 둔갑시켜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장 또한 기준점 없는 허술한 복지체제의 이점을 노리고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에 돌입했던 것이다. 

일부 보호사들은 환자들이 입원을 거부하거나 병원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 수시로 때리고 격리 및 강박했으며 병원 운영진은 가혹행위를 알면서 서신검열, 전화제한, 간호일지 조작 등을 통해 부당행위를 은폐하거나 묵인했다.

가혹행위 알면서…
부당행위 은폐

뿐만 아니라 강제입원과정에서 환자들은 보호사에 대한 원한이 생겼으며 다른 병원에서 받지 않는 난폭, 중증 환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입원시켜 함께 생활하도록 하고 철저히 행동제한을 가하자 환자들의 보호사에 대한 불만이 가중됐다. 월 120만∼140만원 정도를 받는 보호사들은 환자 픽업, 밤낮 2교대 근무, 1명당 60명의 환자관리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지시를 거부하는 환자를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보호사들의 환자 가혹행위를 지켜볼 수 없다며 일부 간호사가 퇴직하는 상황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병원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격리실에서 주로 폭행을 가했다.

검찰은 과도한 격리와 강박을 묵인하고 방치한 의사, 환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간호사를 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돈을 받고 환자를 소개한 브로커 5명을 추가로 소환했다.

이러한 인권유린 시스템으로 부당한 수익을 챙기는 곳은 비단 정신병원 뿐만은 아니다. 인권유린의 핵심인물인 브로커와 응급환자이송단 역시 눈앞의 이익을 목적으로 인터넷 광고를 하고 유선전화를 설치해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있었다.

정상인 몇달에서 길게는 평생 감금
병자 1명당 국가서 월 50만원 지원

경기도의 모 정신병원의 경우 불과 전화 한 통화로 의사의 대면진단 없이 환자를 강제로 병원까지 끌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특히 약 100여명에 달하는 정신병원 브로커가 전국 암암리에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대대적이 수사에 돌입한 바 있다.



정신병원 측과 브로커, 응급이송단의 사리사욕으로 인권유린을 당하는 정상인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법률강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단체들조차 초미의 관심도 두지 않는 인권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정신병원의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아도 정상인을 막무가내로 잡아다 정신병자로 만들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정상인을 환자로 둔갑시켜 사지를 묶거나 외부와의 연락단절, 폭행·감금 등 정신병원은 나날이 인권침해의 사각지대로 거듭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입원환자를 늘리기 위해 브로커·응급이송단에 뒷돈을 주거나, 필수항목인 6개월마다 퇴원심사를 피하기 위해 타 병원으로 보냈다 다시 돌려받는 등 불법과 편법을 일삼기도 한다.

본인 동의 없어도…
“제도 개선해야”

브로커 역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인터넷과 SNS, 유선전화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직접 발품을 팔아 정상인임에도 밥벌이할 능력이 없거나 삶을 포기한 자들을 달콤한 말로 꾀어 강제로 데려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한다.  

돈벌이에 급급한 정신병원과 브로커 사이의 검은 거래에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정상인들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정신병원 강제구금 제도의 허점을 방치한다면 환자들을 상대로 한 인권유린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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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