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을 이용한 일본팬 대상의 여행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연예계 내외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커피전문점 사장님으로 변신하는 한류스타 권상우가 자신이 오픈하는 커피숍으로 인해 팬들이 사기를 당하는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권상우는 지난 2일 자신의 팬카페 천상우상 게시판에 직접 글을 남겨 팬들에게 가짜 여행상품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권상우는 서울의 중심인 명동의 한 건물에 커피전문점 티어스(Tea’us)를 조만간 오픈한다. 이 커피전문점은 권상우가 직접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점 외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에 한류스타가 만든 커피전문점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픈을 앞둔 권상우는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불법 사기가 기승할 것에 대비해 미리 팬들 단속에 나섰다.
권상우는 “티어스와 관련해서 일본에서 가짜 여행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신데렐라맨> 현장투어도 포함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니 혹시나 팬 여러분들에게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과는 관련 없이 일어나는 일임을 확실히 한 그는 “부도덕한 사람들로 인해 (일어날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글을 남긴다”라며 팬들을 걱정했다.
권상우는 “아마도 16일 정도에 오픈할 예정이고 저도 저녁시간에 방문할 예정이다. 기대 많이 해달라”며 커피전문점 홍보도 잊지 않았다.
우려를 키우는 것은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 사기가 점점 잦아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23일 비의 소속사인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는 비의 인기를 악용해 여행사기를 벌인 여행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권상우 팬카페 게시판에 가짜 여행상품 주의 당부
일본팬들 여행 사기라기보다 부당한 대우로 오해
사전 이벤트를 통해 입장객을 선정했던 비의 2009 S/S 식스 투 파이브(SIX TO FIVE) 런칭쇼&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다며 이를 중심으로 하는 여행 상품을 불법으로 기획·판매했다. 당시 제이튠 관계자는 “무료로 진행한 행사를 어떻게 한류상품으로 팔 수 있느냐”면서 “일본 관광객의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 여행사는 조인성의 일본팬들을 대상으로 영화 <쌍화점>의 시사회 투어 패키지를 판매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1박2일 코스에 약 45만원. 한류 여행사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시사회 티켓을 고가로 패키지에 넣어 판매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지한 제작사에서 철저하게 취재진 이외에는 입장을 제한해 일본팬들을 분노케 했다.
영화 <쌍화점> 무대인사 1일 패키지 상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 패키지는 개봉일을 기점으로 주연배우들이 수십 개의 개봉관에서 무대인사 행사를 가지는 것을 착안해 만들어졌다.
공짜 물품이 상품으로 둔갑
당일 코스로 진행되는 ‘조인성 무대인사투어’는 1만8000엔. 영화티켓이 8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어떻게 이런 금액이 정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여행사가 하는 일이라고는 이 투어를 위해 조인성이 오기로 약속한 개봉관과 상영시간에 맞춰 표를 준비하는 게 전부다.
일본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 ‘욘사마(배용준) 패키지’다. 배용준의 일일 스케줄을 팔고 2만엔을 받는다. 배용준이 자주 가는 미용실부터 헬스클럽, 그가 운영하는 식당 등의 위치를 가르쳐주거나 혹은 구경시켜주는 것이다. 배용준이 공식 행사에 나설 경우 이 패키지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뛴다.
배용준의 소속사 BOF 관계자는 “‘욘사마 패키지’는 우리와 사전에 합의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상업적인 용도의 여행 상품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팬들이 이를 여행 사기라기보다 부당한 대우라고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물품이 상품으로 둔갑한다. 한국에서 유학중인 한 일본인은 “일부 한류여행사에서 공짜 티켓과 공짜 포스터로 장사를 하고 있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한류스타에 대한 일본팬들의 열정이 얄팍한 상술 때문에 멍들고 있다. 한국을 조금만 안다면 3분의 1 가격이면 충분히 해결되는 여행이다.
한류 적신호 우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한류스타를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비싸도 한류투어를 이용하게 된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면서 그 가격이 정말 터무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속았다는 충격은 엄청났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우리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여행사 가격이 터무니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한국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을 내고 이용하고 있다”며 “일본인 팬에게만 유독 차별대우를 하는 것 같다. 한국 연예계 쪽 사람들에게 일본인에 대해서도 좀 더 마음을 열고 대해 달라고 전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한 한류여행사 홈페이지와 한류 팬클럽 사이트에는 여행상품을 경험한 일본 팬들의 불만 섞인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miuki는 “소수의 인원이라 하더라도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못보면 말고 식의 상품은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사태가 이 정도에 이르자 연예계 관계자들은 당국의 철저한 단속을 원하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특히 일본팬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 사기 등 연예인의 인기를 악용한 불법 행위들이 많다. 이러한 현상이 한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파악하고 제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상 일본팬들의 피해가 크지만 한국팬들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팬들이 이러한 상황을 주지하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적극적인 정부 단속이 필요하다. 이런 한류상품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양질의 관광문화상품 개발에 저해를 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국가 이미지 하락이라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