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아기자기 작은 박물관여행 ③이천 돼지박물관

뚱보돼지·미니돼지? 박물관서 보면 돼지!

돼지에 관한 모든 것이 궁금하다면 이천의 ‘돼지박물관’에 가보자. 우리 역사에서 돼지는 신통력 있는 동물로 통하며, 십이지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다. ‘돼지꿈’ ‘복돼지’라는 말이 있듯이 돼지는 재산과 복을 주는 동물로 여겨진다.

국내 최초 돼지박물관…“살아있네 살아있어”
묘기도 감상하고 체험도 하는 1석2조 여행

2011년 11월 경기도 이천시에 아시아 최초로 돼지박물관이 들어섰다. 지구상에 돼지박물관이 들어선 것은 독일이 처음이고, 그 다음이 우리나라다. 이천 돼지박물관은 ‘돼지 보러 오면 돼지’라는 재미난 표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돼지 인공수정사 이종영 촌장이 설립한 이곳은 돼지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 체험 교육 농장이자 문화 공간이다. 돼지들의 운동회 공연을 즐겁게 관람한 뒤 소시지를 만들어보고, 돼지를 품에 안거나 먹이를 주는 이색 체험도 할 수 있다.

돼지박물관 전시실에는 돼지를 주제로 한 자료들이 가득하다. 전 세계 18개국에서 온 돼지 인형과 미술품 50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돼지의 모든 것
“여기 다 있네”

돼지저금통의 유래도 재미있다. 전시물 중에 빨간 플라스틱 돼지저금통이 친근하다. 1970년대 우리나라 가정마다 하나씩 있던 추억의 물건이다. 이 저금통은 한 푼 두 푼 저금하던 당시 습관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실 관람을 마치면 교육장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돼지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그들의 숨결을 느껴본다. 돼지의 한살이를 직접 체험하면서 ‘먹을 것만 밝히는 더러운 동물’이라는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마련된다.

이 촌장은 “돼지는 자라는 환경이 널찍하면 잠자는 곳, 먹는 곳, 배설하는 곳을 구분할 줄 아는 가축”이라면서 “여러분이 정육점이나 고깃집에 가서 주문할 때 행복한 환경에서 자란 행복한 돼지를 달라고 해야 사육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돼지 공연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방역기를 통과, 살균 소독 절차를 밟는다. 공연장은 U자형이고, 낮은 울타리가 객석과 무대를 구분한다. 미니 돼지들의 묘기 대행진에 앞서 사육사가 설명한다.

“미니 돼지 ‘해피’는 방석 위에 예쁘게 앉을 수 있어요. 해피는 제가 공을 멀리 굴리면 다시 물고 제 앞으로 돌아오는 놀이를 한 다음 그 공을 정리함에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답니다. 운동회에 출연하는 돼지 중 유일한 수퇘지 ‘카리스마’는 관람객의 박수와 함성에 힘입어 장애물 경기를 멋지게 보여줍니다. 장애물 경기에 이어 볼링 핀을 한 번에 쓰러뜨리는 스트라이크도 통쾌하게 해냅니다.”

돼지 공연에서 묘기를 부린 돼지들은 건빵을 먹을 수 있다. 먹을 것에 약한 돼지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축구를 좋아하는 ‘꿀순이’는 여러 장애물을 용케 피하면서 골대에 골을 넣으면 관객은 환호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미스진’은 가장 예쁘다는 평을 받는 돼지.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며 가방 속에 들어갔다가 탈출하는 묘기를 펼친다. 미스진은 공연이 끝나면 관객에게 사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준다.

보고 듣고 만지고
재미 한가득!

돼지 공연은 아이와 어른 모두 환희와 웃음을 보내는 미니 쇼다. 약 40분간 진행되는 공연을 보고 관객은 하나같이 ‘돼지가 이렇게 똑똑한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다. 돼지의 IQ는 75~85라고 한다. 밖으로 나오면 교육관과 기념품 판매점 중간의 나무 데크에서 20여 마리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돼지를 가슴에 품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돼지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이다.


그 다음은 소시지 만들기 체험이 이어진다. 먼저 소시지의 역사를 공부한다.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먹은 소시지는 곱게 간 고기에 지방, 소금, 양념 등을 넣어 만든다.

제대로 된 가공과정을 거치면 영양가 높은 소시지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먼저 곱게 간 날고기에 얼음물과 소금, 향신료를 넣는다. 맛있는 소시지를 만들려면 시간과 첨가물의 비율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다. 비엔나 시즈닝이나 카레 시즈닝 같은 향신료를 넣고, 분리 대두 단백질을 넣으면 기름과 물이 분리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고기를 손으로 반죽하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리고, 소시지 내용물이 거친데다 위생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주로 기계 반죽을 한다. 25분간 기계로 반죽한 소시지 재료를 충진기로 옮기고, 이곳에서 케이싱 작업을 한다. 쇠고기 기름으로 만든 식용 콜라겐 껍질에 반죽을 넣고 중간 중간 실로 묶으면 길쭉한 소시지 완제품이 된다. 살균하고 익히는 과정을 거치면 식탁에 오른다.

소시지 만들기 체험을 하는 동안 각종 성분과 재료의 배합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바른 먹거리 공부도 한다. 체험이 끝나면 구내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한다. 이곳에서 만든 소시지와 돼지바비큐, 제철 채소 반찬이 나온다.

돼지에 대한 공부와 관찰을 마친 어린이들은 마지막으로 ‘돼지 세밀화 그리기’에 도전한다. 돼지에 대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다.

올봄에는 박물관 마당에 30여 개 텐트 사이트를 갖춘 오토캠핑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이천 봄나들이에는 산수유마을 방문을 생략할 수 없다. 이천시 북쪽 백사면의 도립리·경사리·송말리 일대는 전남 구례군 산동마을과 더불어 산수유 여행지로 소문났다. 이 지역에서 자라는 산수유나무는 8000여 그루로, 세 마을 150여 가구 주민들이 9만9000여㎡ 들판과 원적산 산비탈에서 ‘한 그루만 있으면 자식 대학 공부까지 시킨다’는 산수유를 100여 년 전부터 키우고 있다. 대개 3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4월10일 전후로 절정을 이룬다.

도립리의 산수유 군락에는 육괴정이라는 문화 유적지가 다소곳이 숨어 있다. 이천시 향토 유적 13호로 지정된 육괴정 주변에는 500년 된 느티나무 몇 그루가 있어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돼지박물관 관람과 체험 → 설봉공원이나 이천세라피아 산책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관람 → 이천 온천 체험이나 수광리 도예촌 관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돼지박물관 관람과 체험 → 설봉공원과 설봉호수 산책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관람 → 이천 온천 체험 → 숙박
둘째 날 : 산수유마을 산책 → 육괴정 답사 → 이천 도립리 반룡송 관람 → 점심 식사 → 수광리 도예촌 관람 → 귀가

여행 정보
이천시청 문화관광 http://tour.icheon.go.kr 
돼지박물관 www.pigpark.co.kr
한국도자재단(이천세라피아) www.kocef.org
이천시립월전미술관 www.iwoljeon.org
부래미마을(농촌 체험) http://buraemi.com
이천테르메덴 www.termeden.com
스파플러스 www.spaplus.kr

문의 전화
이천시청 문화관광과 031)644-2937
돼지박물관 031)641-7540
이천세라피아 031)645-0650
이천시립월전미술관 031)637-0033
부래미마을 031)643-0817
이천테르메덴 031)645-2000
스파플러스(미란다 호텔) 031)639-5224

대중교통 정보
버스_동서울-이천, 고속버스 20분 간격 운행, 1시간 소요.
동서울-장호원, 직행버스 20∼30분 간격 운행, 1시간30분 소요.
이천-장호원, 직행버스 하루 약33회 운행, 50분 소요.
장호원초등학교-월포4리, 25-5번 버스 이용(장호원터미널에서 장호원초등학교 정류장까지 100m), 돼지박물관까지 도보로 약 10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정보
중부고속도로 → 일죽 IC → 장호원 방면 좌회전 → 설성교차로 → 333번 지방도 → 고당교 → 월포4리 표지석 → 돼지박물관

숙박 정보
이즈호텔 : 이천시 이섭대천로, 031)637-8611, www.ishotel.co.kr
미란다호텔 : 이천시 중리천로 115번길, 031)639-5000, www.mirandahotel.com
뷰모텔 : 이천시 영창로, 031)635-0071
하이원호텔 : 이천시 경충대로 2529번길, 031)637-3100

식당 정보
청목 : 한정식쌀밥, 이천시 경충대로, 031)634-5414
이천옥 : 이천쌀밥, 이천시 중리천로 115번길, 031)631-3363
옛날쌀밥집 : 이천쌀밥, 이천시 경충대로,
 031)633-3010, www.옛날쌀밥집.com
버드나무집 : 주물럭, 이천시 경충대로, 031)631-5757
쌍룡해장국 : 선지해장국, 부발읍 중부대로 1796번길, 031)636-3319

주변 볼거리
도드람산, 설봉호수, 설봉산성, 안흥동 애련정, 노성산 말머리바위, 항산도예연구소, 해강도자미술관, 청파요, 단드레한과, 자채방아마을, 와우목장, 청암관광농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