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스토리> 노안 사기꾼의 가짜인생 전말

송해 아저씨도 속은 ‘페이스오프’

[일요시사=사회팀] 기막힌 사기행각을 벌인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가증권 위조 등으로 전과 9범인 이 남성은 50대부터 90대 노인으로 위장해 기초노령연금 및 복권 위조로 부당이익을 챙겨왔다. 또한 노래 경연대회에 참가해 최장수노인으로 활약, 2차례 인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무려 38살을 속여 뻔뻔한 사기행각을 벌여온 남성의 실체를 공개한다.


“난 98살이여. 욕심 부리지 않고 알맞게 먹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건강해. 송해 동생은 88살이지?”
이는 지난해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KBS1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한 60대 남성 안모(60·전과 9범)씨가 장수 할아버지로 참여해 최장수MC 송해와의 인터뷰 중 꺼낸 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노래 경연대회 프로그램에 참가해 트로트 가요를 불러 인기상을 수상했고, 두 달 뒤 연말 결선에도 나가 인기상을 한 번 더 받았다. 이뿐 아니라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 허리조차 굽지 않는 정정한 모습을 보이며 금세 유명인사가 됐고, 교양프로의 게스트로 출연해 장수비법을 설명하는 등 대담하게 90대 노인 행세를 해왔다. 하지만 당시 그의 진짜 나이는 60세였다.

방송으로 유명세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연기와 90대에 걸맞은 외모 덕분에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안씨의 신분세탁은 복권위조가 탄로 나면서 낱낱이 밝혀졌다. 그는 신분세탁 후 5년 동안 연금복권 등을 위조해 총 47만원의 부당이익뿐 아니라 기초연금과 장수수급 등 2200여만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챙겼고, 이를 수상하게 여겨온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면서 안씨의 뻔뻔한 사기행각이 밝혀졌다. 수사결과 안씨의 수법은 수사관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안씨가 신분 세탁 등을 통해 범행을 준비한 것은 2005년. 유가증권 위조죄로 징역 2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안 씨는 천애의 고아 행세를 하며 청주의 모 교회 목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이때 자신의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38세 위인 91세라고 속였다. 그는 이가 거의 없고 주름이 많은 외모적 특징을 부각시켜 상대방이 믿도록 유도했다. 게다가 목소리까지 변조해 90세 노인으로 완벽하게 빙의했다.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안씨의 호소에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법원에서 안씨의 성과 본을 만들어줬다. 안씨는 다음해인 2006년 6월, 법원에서 새로운 성·본을 창설한 뒤 2009년 3월 새로운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제 버릇은 남 못준다 했던가. 유가증권 위조로 징역살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씨는 출소 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범행을 계획했고, 그의 복권위조는 창설허가를 받자마자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2009년 3월 청주시 상당구청에서 신분이 탄로 나지 않도록 지문이 손상된 것처럼 속이기 위해 열 손가락 끝에 강력접착제를 거듭 칠하는 수법을 사용, 지문을 손상시킨 후 가공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당시 안 씨가 신고한 출생연도는 1915년이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데 성공한 그는 2009년부터 지난 1월까지 48개월간 정부가 지원해주는 기초노령연금과 장수수당, 기초생계비 등 총 2285만원을 지원받았다.

60세 복권 위조범 잡고 보니…98세로 생활
노령연금 수령하고 TV 전국노래자랑 출연도

이어 안씨는 신분 확인 없이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는 당첨금액 5만원 미만의 복권을 위조해 최근 5년 동안 총 47만원을 타냈다. 그는 연금복권을 여러 장 구입한 뒤 복권을 물에 불려 숫자 뒷면을 긁어낸 뒤 가위와 풀을 이용해 당첨번호를 오려 붙이는 수법을 썼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치밀한 범행은 지난해 12월 청주시내 복권 판매점 6곳에서 위조된 연금복권이 발견되면서 들통 났다. 위조 복권 사건을 수사하던 흥덕경찰서는 <전국노래자랑>과 교양프로에 출연했던 90대 노인이 위조 복권을 갖고 왔다는 제보를 입수, 신병 확보에 나서 지난 1월 안씨를 검거했다.

용의자를 검거하고도 고령의 노인이 복권의 숫자를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위조한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경찰은 안 노인의 과거를 캐기 시작했다. 조사결과 1979년부터 2002년까지 7차례나 복권 등을 위조했던 전과가 있던 동일범이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나이가 맞지 않아 경찰 측은 한동안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일수법과 인상착의 등이 비슷한 점, 출소 후 복권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인 점 등을 확인, 안씨를 최종 용의자로 지목했다. 

38세를 뛰어 넘는 놀라운 신분 세탁 능력으로 전 국민을 감쪽같이 속인 희대의 사기꾼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안씨는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전남 완주의 한 교회로 도주했고, 경찰은 지난달 28일 전북 완주군의 한 교회에 숨어 있던 안씨를 붙잡아 조사한 끝에 범행을 자백 받았다. 그가 8년 동안 유지해온 가짜 신분이 탄로 났음은 물론 장수인생도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경찰은 법원을 속여 허위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고 복권을 위조한 혐의 등(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지난 5일 안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얼굴에 주름이 많고 이가 거의 없는 노안외모를 이용해 고령자 행세를 했고, 20년 이상 교도소 생활을 한 탓에 주변에서 그를 알아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 버릇 남 못 줘

안씨는 혐의를 시인하며 “살다가 돈이 떨어질 때면 욱하는 성질로 또 한 것이다. 과거에 초상화 그린 적도 있었고…”라며 말끝을 흐린 것으로 알려졌다.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했고, 출소 후에도 제 버릇 남 못주고 자기 인생까지 가짜로 만든 안씨. 과거 사용했던 동일한 사기수법과 대담한 신분 세탁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그는 결국 자신의 남은 인생까지 교도소에 바치게 됐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0년 가짜인생' 조선족, 왜?

살인 도주…신분 세탁으로 귀화

살인죄를 숨기려 신분 세탁 후 10여년 넘게 이중생활을 해온 조선족 양모씨가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양씨는 지난 2003년 여름 중국 만주의 작은 안마방에서 공범이 피해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쳐 살해하면서 졸지에 중국 공안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살인혐의 꼬리표까지 붙는 등 억울한 신세가 된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살인을 저지른 공범은 공안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으나 양씨는 남의 눈을 피해 도주하다 3년 뒤 신분을 속여 한국으로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브로커를 통해 ‘김아무개’라는 이름으로 가짜 여권을 만들어 서울에 발을 들이고서 법무부에서 귀화 허가까지 받아내 뻔뻔하게 한국국적으로 살아갔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한국인이 된 양씨는 중국에 여행을 다녀오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으며 신분세탁은 5년 가까이 탄로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1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덜미를 잡히면서 양씨의 신분세탁 사실은 낱낱이 드러났다.

공전자 기록 등 불실기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양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지만 수차례 변호사를 바꿔가며 항소에 상고를 거듭하기에 이르렀다.

양씨의 모친이라는 사람이 증인으로 출석해 “양씨와 김씨는 부친이 다른 형제(동복형제)라서 얼굴이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진술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혈액형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귀화 허가를 취소함에 따라 그동안 김씨 이름으로 재판을 받던 그는 비로소 양씨로 돌아갔다.


이어 양씨는 중국 당국이 앞서 외교 채널을 통해 신병을 인도해달라고 정식 청구해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한국에서 받은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10년 전 상해치사 혐의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였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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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