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에 이어 강금원 리스트까지 떴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근 등 20여 명에게 돈을 살포한 사실이 드러난 것.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임을 자처했던 강 회장은 자신이 횡령한 돈으로 노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들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건넸다.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지만 이들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영원한 ‘노무현의 남자’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구속된 후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횡령한 돈의 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심상치 않은 거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 2004년 이후 창신섬유와 충북 충주 S골프장의 회삿돈 266억원을 임의로 사용하고 자신의 벌금과 추징금 등을 회삿돈 36억원으로 내는가 하면 법인세 등 16억원가량을 포탈한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그리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강금원 리스트’가 터져 나왔다. 횡령금을 사용한 곳을 추적한 결과 강 회장에게 돈을 받은 22명의 명단이 작성된 것.
이들 중 가장 먼저 드러난 인물은 여택수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이다. 대전지검 등에 따르면 강 회장은 S골프장에서 가불 형식으로 끌어온 돈 가운데 6억원가량을 여 전 행정관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건넨 시점은 여 전 행정관이 2004년 7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직후부터 2007년 7월 사이로 밝혀졌다.
여 전 행정관은 이에 대해 “내가 교도소에서 나온 뒤 강 회장이 생활비로 1억원가량을 도와줬고 2007년 7월 신재생에너지 사업체를 설립할 때 5억원가량을 빌려줬다”며 정치자금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강 회장 역시 “생활고를 토로하는 여 전 행정관에게 순수한 뜻으로 내 월급을 가불해 줬다. 근거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아무런 의도 없이 준 돈이란 점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도 10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리스트에 올랐다. 강 회장은 안 위원을 S골프장의 고문 형식으로 등재시킨 뒤 급여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안 위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명의 글을 올려 불법자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검찰발 언론보도-인권을 짓밟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어처구니없는 액수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사실 확인을 언론사에 요청하면 언론사는 검찰 관계자에게 확인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검찰은 강금원 회장이나 나에게 이런 자금 수수 내역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사실 확인도 한 바가 없다. 결국 무엇을 근거로 10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았다고 보도하는지 검찰도 언론도 서로를 핑계대고 있을 뿐이다”라며 부당함을 토로했다.
회삿돈 횡령으로 구속된 강금원 회장에게 돈 받은 이들 드러나
노 전 대통령 측근 등 각계각층 인물들 돈 받아 댓가성 의혹
또 “ 전세금 일시 융통과 사외이사로서의 급여가 불법 자금 수수란 말인가. 어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런 언론보도를 방치하고 있다면 여론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도 리스트에 오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강 회장에게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리스트가 뜨자 윤 전 대변인은 “2007년 3월 청와대를 그만둔 뒤 만난 강 회장으로부터 자서전이나 평전 같은 전기를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받은 돈”이라며 “2007년 7월 강 회장 소유의 S골프장이 있는 충북 충주의 한 금융기관에서 수표로 빼낸 1억원을 강 회장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이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4년여 동안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해온 윤 전 대변인을 돕기 위해 책 저술 비용으로 돈을 준 것으로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강 회장에게 3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김우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불법자금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연구원측이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강 회장이 서울 사무소로 쓰기 위해 마포의 한 빌딩을 빌리면서 임대료로 빌딩 주인에게 건넨 돈”이라며 돈을 받은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명계남 전 노사모 대표 역시 2006년 10월~12월 3차례에 걸쳐 5400만원을 강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 회장은 명씨를 S골프장 직원으로 등재해 놓고 급여 명목으로 이 돈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뿐만 아니다. 공기업 감사에서 금융기관 관계자, 공기업 직원, 언론사 편집국장 등 각계각층 분야의 인사들이 그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회장은 2004년 5월 한국수자원공사 전 감사 김모씨에게 1000만원을 전달했다. 또 2006년 6월에는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이모씨에게 1억1000만원, 여주군청 최모씨에겐 1000만원을 각각 건넸다. 금융계 인사인 이모씨 등 2명에게도 1600만원이 흘러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처럼 베일을 벗은 강금원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알 수없는 용도로 거액의 돈을 받았고 저마다 해명과 변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어떤 의도로 돈이 건네졌는지, 돈을 받은 대가는 무엇인지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