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겨울 향토체험 마을 ②제천 산야초마을

몸과 마음에 약 되는 힐링여행

충북 제천에 있는 산야초마을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최고의 힐링 여행지. 청풍호와 금수산을 가까이에 둔 아름다운 풍경과 산에서 나는 약초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인기다. 당귀, 천궁, 숙지황, 황기, 대추, 작약, 감초, 계피, 생강 등 약초를 이용해 두부나 떡을 만들고, 몸에 이로운 한방차나 약초 베개와 화장품 등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충청도 사람들의 그윽한 심성을 접하며 건강하고 여유로운 겨울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더욱이 청풍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행지는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모아놓은 청풍문화재단지에서는 호수의 정취를 느끼는 것은 물론, 제천 지역의 문화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정우염색갤러리에서는 염색 회화를 접하고, 청풍랜드 조각공원에서는 수몰민의 삶을 조각으로 만날 수 있다.

약초베개·한방차…추억의 오지마을 체험
‘보고 듣고 느끼고’ 오감이 만족하는 여행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은주가 영하를 향해 치달아도 ‘어느 산천을 찾아가 휴식을 취할까’ 생각한다. 회색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휴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건강하고 여유로운 겨울을 즐기기 위해 찾은 여행지는 충북 제천의 산야초마을이다.

산야초마을은 청풍호 가까이에 자리한 농촌체험마을로, 해마다 1만여 명이 다녀간다. 인기 비결은 산에서 나는 약초다.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아 각종 약초를 이용해 두부와 떡 등을 만들고, 몸에 좋은 비누와 연고, 한방차, 베개, 화장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아궁이 불 때기, 장작 패기, 고구마와 감자 캐기 등 농촌 체험도 가능하다. 산수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몸에 좋은 약초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으니 최고의 힐링 여행지다.

겨울 마을의
풍경 속으로


여름에는 산에 올라 약초를 캐고 농사 체험도 하지만, 겨울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로 방문하는 초등학생은 두부, 인절미 등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익숙한 일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체험이다.

잘 불린 콩을 맷돌에 갈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난리다. 저마다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통에 한바탕 소란이 인다. 노란 콩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쓱쓱 돌아가는 맷돌도 재미있고, 잘 갈린 콩물이 나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다. 장작을 들이밀 때마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장작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궁이에서 퍼지는 열기에 한겨울 추위도 잊은 지 오래다.

물이 팔팔 끓는 무쇠 가마솥에 콩물을 넣고 끓여 망에 거른다. 이어 간수를 부으면 서서히 굳으면서 두부가 만들어진다.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놀이다.

어른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약초 주머니, 약초 베개, 약초 비누, 약초 화장품, 약초차 만들기 등 몸에 이로운 체험을 즐긴다. 약초 체험은 간단하다. 인절미 떡메 치기, 두부 만들기, 약초 떡 만들기 등은 재료의 양과 준비 과정 때문에 단체 예약을 해야 하지만, 약초 체험은 예약 없이도 언제나 가능하다.

한방차의 대표 격인 쌍화차 만들기는 당귀, 천궁, 숙지황, 황기, 대추, 작약, 감초, 계피, 생강 등을 저울에 계량하고 모시 보자기에 담으면 끝. 집에 가서 끓여 마시면 된다. ‘쌍화’는 음과 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만든다는 의미다. 기혈을 보하고 피로와 허한 것을 다스려 몸의 균형을 맞춰준다.

약초 주머니 만들기도 인기다. 약초의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해 방향제로 사용하면 제격이다. 잘게 썬 고수, 황기, 정향, 당귀 등을 적당량 모시 주머니에 담고, 예쁜 복주머니에 옮기면 완성된다. 약초 체험을 하는 시간은 짧지만, 몸에 밴 약초의 향은 오래 남는다.


지금은 산야초마을이 도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농촌체험마을이 됐지만,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마을이 생겨난 것은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다. 호수가 생기면서 마을이 수몰되어 갈 곳 없는 주민들이 금수산 자락의 비탈밭에 모인 것이다.

체험과 더불어
역사까지 한눈에

가진 것 없어 힘들게 비탈밭을 일궜지만, 고구마와 옥수수 같은 일반 작물은 심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작물이 여물기 무섭게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기 일쑤였다. 결국 약초와 고추처럼 야생동물이 먹지 않는 농작물만 기를 수 있었다.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하천리가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면서다. 김태권 사장이 마을에 ‘약초생활건강’이라는 회사를 차려 주민들이 생산한 약초의 수매와 가공을 책임졌고, 마을 방문객에게 약초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여 소득을 올린 것이다.

마을 이름도 약초를 테마로 한 ‘산야초마을’로 바꿨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현재는 일곱 가구가 산야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산야초마을은 여느 농촌체험마을과 분위기가 다르다. 체험장과 민박이 모여 있고, 건물도 새로 지어 깨끗하지만 어쩐지 시골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마을이 좋은 것은 친절함이다. 이들의 친절함에는 목청 높여 자랑하지는 않지만, 충청도 사람들의 심성처럼 그윽한 맛과 멋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약초의 알싸한 향이 친숙한 향기처럼 다가온다.

산야초마을에서 체험을 마쳤다면 가까운 여행지를 돌아볼 시간이다. 청풍호는 제천의 이름난 여행지를 모두 품고 있다. 겨울 호수는 여름에 비해 생동감이 떨어져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고즈넉하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청풍호와 제천 지역의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조성했는데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고가, 관아 등 볼거리가 많다. 고가에는 집주인이 사용하던 생활 유품 1600여 점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되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박정우염색갤러리가 있다. 염색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실크에 염료로 그림을 그리고 번짐을 막기 위해 파라핀을 녹여 덧씌운다.

도화지나 한지 대신 실크에 그림을 그려 색이 곱게 배어든 느낌이 몽환적이면서도 화려하다. 작가가 수작업으로 제작한 스카프, 커튼, 모자 등 생활 소품을 구입할 수 있고, 다른 작가의 미술 작품 전시회도 감상할 수 있다.

청풍랜드 조각공원도 겨울 호수의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이다. 청풍 지역이 물에 잠기면서 수몰민이 정든 고향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만남의 광장을 조성했다. 광장에는 62m 번지점프, 청풍호 위를 나는 빅스윙, 인공 암벽장, 조각공원 등이 있다.

조각공원에는 호젓한 오솔길 따라 수몰민의 삶과 청풍의 사계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 35점이 숲 속에 들어앉았다. 만남의 탑 앞에는 수몰 전 청풍면과 한수면의 마을을 그대로 재현한 동판이 있어 향수를 떠올릴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코스
청풍랜드 조각공원 → 산야초마을 → 청풍문화재단지 → 박정우염색갤러리

1박2일 코스
첫째 날 : 산야초마을 → 능강솟대문화공간 → 청풍문화재단지 → 박정우염색갤러리
둘째 날 : 청풍호 자드락길(3코스나 6코스) → 청풍랜드 조각공원 → 금월봉 관광지

웹사이트
제천시 문화관광 http://tour.okjc.net
산야초마을 http://sanyacho.go2vil.org, 043)651-3336
박정우염색갤러리 http://cafe.daum.net/dyeart, 043)644-4051
약초생활건강(약초 체험) www.yakcholife.com, 043)651-3336

문의
제천시청 관광과 043)641-6702
제천시 관광정보센터 043)641-6731
청풍문화재단지 043)641-6734

대중교통
기차_   서울역-제천역, 무궁화호 1일 1회(18:05) 운행, 약 3시간 소요
청량리역-제천역, 1일 16회(06:40~23:1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_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일 20회(06:30~21:00) 운행, 40~50분 간격, 약 2시간1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일 31회(06:30~21:00) 운행, 20~30분 간격, 약 2시간 소요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제천버스터미널 043)644-5533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 남제천 IC → 82번 지방도(청풍 방면) → 청풍리조트 → 능강솟대문화공간 → 하천리 산야초마을

숙박
청풍리조트 : 청풍면 청풍호로, 043)640-7000, www.cheongpungresort.co.kr
호수풍경펜션 : 금성면 청풍호로, 043)642-8049, www.greenlake.kr
퐁네프펜션 : 청풍면 청풍호로, 043)653-5566, www.pontneuf.kr
갈잎소펜션 : 청풍면 청풍명월로, 043)646-6646, www.galipso.com

식당
예촌 : 약채정식, 청풍면 청풍명월로, 043)647-3707
하마가든 : 닭백숙, 금성면 신담2길, 043)651-5613
송강어가매운탕 : 쏘가리매운탕·토종닭, 한수면 미륵송계로, 043)651-8115
대보명가 : 약초밥상, 제천시 용두대로, 043)643-3050

주변 볼거리
능강솟대문화공간, 옥순봉, 금월봉 관광지, 율지리 말목장, 청풍호 자드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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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