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MB정부 출범, 그 이후…④재벌그룹 희비쌍곡선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4: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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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대기업 궁합 보니…천생연분 찰떡이 따로 없네!

[일요시사=경제1팀] MB정부가 저물어가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MB정부 들어 재계엔 출총제 폐지, 법인세 인하 등 '당근'이 마구 떨어졌다. 때론 '사정 바람'이 사정없이 불었다. 이 결과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무너지거나 휘청거린 기업이 있는가 하면 급격히 사세를 불린 기업도 있다. MB정부와 대기업의 궁합은 어땠을까. 30대 그룹의 5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봤다.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대선 승리 직후 
재계본산 전경련행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재계는 술렁거렸다. 그동안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르는 동안 재계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3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재계 순위와 계열사수, 총자산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전체적으로 대기업들의 사세가 급격히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 대통령의 취임(2008년 2월25일) 직전인 2008년 2월 초와 올초를 비교한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달 발표하고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현황에 따르면 현재 재계 순위 1위는 삼성그룹이다. 5년 전에도 '톱'이었던 삼성그룹은 1996년만 해도 현대그룹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1999년 대우그룹에까지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각각 2∼5위에 있는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의 순위도 변함이 없었다. 8위 GS그룹과 20위 대림그룹 역시 그대로 였다.

지난 5년간 전체적으로 급격히 사세 확장
순위, 계열수, 자산 등 적잖은 지각변동

STX그룹은 24위에서 13위로 무려 11단계나 뛰어올라 30대 그룹 가운데 5년 만에 가장 많이 성장한 곳으로 꼽혔다. CJ그룹은 19위에서 14위로 5단계 뛰었다. 현대중공업은 11위에서 7위로, 대우조선해양은 22위에서 18위로 4단계씩 점프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30위권 밖에 있던 에쓰오일과 부영그룹과 OCI그룹, 효성그룹, 대우건설은 각각 22~26위에 새롭게 진입했다. 이밖에 한화그룹(12위→10위), 한진그룹(10위→9위), 두산그룹(13위→12위), LS그룹 (16위→15위) 등도 재계 서열을 끌어올렸다.

반면 5년 전에 비해 재계 순위가 하락한 그룹은 9개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이 한국지엠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8년 2월만 해도 21위였던 한국지엠은 현대 29위로 추락한 상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9위에서 16위로 주저앉았다. 2006년 11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으나, 엄청난 인수금액(6조4000억원) 탓에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도로 '오바이트'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기에 '형제의 난'까지 벌어져 진땀을 흘리고 있다.

KT와 현대그룹도 순위가 떨어졌다. KT는 7위에서 11위로 4단계 주저앉았다. 17위를 기록했던 현대그룹도 4단계 아래인 21위에 올라 있다. 이외에 신세계그룹(15위→17위), 동국제강그룹(25위→27위), 코오롱그룹(28위→30위), 동부그룹(18→19위), 현대백화점그룹(27위→28위) 등도 재계 서열이 낮아졌다.


재계 서열에서 사라진 기업도 있다. 14위였던 하이닉스는 SK그룹이, 23위였던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했다. 26위 이랜드그룹과 29위 동양그룹, 30위 KCC그룹은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STX·롯데 '웃고'
금호·웅진 '울고'

재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30대 그룹의 재계 순위를 보면 상위권은 모두 제자리를 지켰으나 중하위권의 변동이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STX, 부영, OCI, 효성, CJ, 현대중공업 등이 도약한 반면 상대적으로 금호아시아나, 현대, 신세계, 코오롱 등은 약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전 재계 40위권 웅진과 70위권 C&은 MB정권에서 공중분해됐다"며 "STX, 금호, 동양, 대한전선 등은 재무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지금까지도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얼마나 늘었을까.

<일요시사>가 30대 그룹의 계열사수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8년 2월 초 774개에서 올초 1188개로 414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그룹당 계열사가 평균 10개 이상씩 불어난 셈이다.

MB정부 들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등 왕성한 몸집 불리기의 결과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등 닥치는 대로 사업을 벌이는 무차별적인 '문어발 확장'을 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확장을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계열사를 가장 많이 늘린 곳은 롯데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43개에서 36개 늘어나 현재 79개를 기록했다. 포스코와 동부그룹은 각각 28개에서 63개, 60개로 30개 이상씩 증가했다.

지난 5년간 계열사가 20∼30개 늘어난 그룹은 8곳으로 나타났다. KT(28개→56개)와 LS그룹(22개→50개)은 각각 28개가 많아졌다. 또 ▲LG그룹은 27개(36개→63개) ▲GS그룹은 23개(54개→77개) ▲삼성그룹은 22개(59개→81개) ▲SK그룹은 22개(63개→85개) ▲현대차그룹은 21개(36개→57개) ▲CJ그룹은 20개(66개→86개)가 불었다.

한진그룹(26개→45개), 현대중공업그룹(8개→27개), 한화그룹(38개→52개), 신세계그룹(15개→28개), 현대그룹(9개→21개), 이랜드그룹(19개→29개), 동양그룹(21개→31개) 등은 '식구'가 각각 10∼20개씩 더 생겼다.

대우조선해양(8개→16개), 현대백화점그룹(25개→33개), STX그룹(16개→23개), 코오롱그룹(34개→38개), 대림그룹(14개→18개), 동국제강그룹(12개→15개), 두산그룹(21개→23개), KCC그룹(7개→9개) 등은 2∼8개만 늘었다.

상위권 기업들 모두 제자리
중하위권 치열한 순위 다툼

그런가하면 계열사가 줄어든 그룹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5년 전 35개 계열사를 거느리다 최근 20개로 15개나 감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사업조직재편과 기존업종 관련분야 진출, 새로운 분야 진출 등을 통해 회사들을 신규 편입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업, 운수업, 도매·상품중개업, 식음료소매업, 수입품유통업, 교육서비스업 등 손쉽게 돈을 버는 비제조업 위주로 계열사들을 늘려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30대 그룹은 계열사가 늘면서 총자산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과 지난해 4월의 자산총액 현황을 비교한 결과다.

삼성그룹은 144조원에서 256조원으로 112조원 늘어 자산 증가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그룹은 81조원(74조원→155조원), SK그룹은 64조원(72조원→136조원), LG그룹은 44조원(57조원→101조원), 포스코는 43조원(38조원→81조원), 롯데그룹은 39조원(44조원→83조원)이 불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 26조원(30조원→56조원) ▲GS그룹 20조원(31조원→51조원) ▲한화그룹 13조원(21조원→34조원) ▲두산그룹 13조원(17조원→30조원) ▲STX그룹 13조원(11조원→24조원) ▲CJ그룹 13조원(10조원→23조원) ▲한진그룹 11조원(26조원→37조원) 순이었다.

LS·신세계·동부·현대·대림·부영·효성·코오롱·KCC·동양그룹 등 나머지 대기업은 총자산이 각각 1조∼9조원 가량 증가했다.

30대 그룹에서 유일하게 총자산이 감소한 기업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8년 27조원에서 지난해 19조원으로 8조원이나 증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순위, 계열사수, 자산총액 등에서 모두 지난 5년간 가장 큰 수모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는 유럽 금융위기 등 해외발 경제악재 여파가 한반도까지 덮치면서 내수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고전했다. 여기에 사정기관들의 옥죄기까지 겹치면서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검찰이 선봉에서 '군기잡기'에 나섰다. 검찰은 MB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기업 비리에 날 선 칼날을 들이댔다. 고질적 병폐인 '검은 돈'을 집중적으로 털어냈다. 먼저 '친노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 선봉 군기잡기 여전
친노기업부터 메스 들이대
굼뜬 베팅에 줄줄이 도마에

검찰은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10년 동안 불거진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특혜·로비 의혹 등 구린내 나는 사건을 다시 꺼내들었다. MB정부 출범 직후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인은 10여명 정도. 이들은 모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이중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 등 실제 친노 기업인들이 제물(?)이 됐다. 검찰은 '전 정권 표적설'에 대해 "특정 인물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잡아뗐지만, '사정폭탄'은 돌고 돌아 결국 '봉하마을'로 투하된 모양새였다.

이후 한동안 숨을 고르던 검찰의 움직임이 다시 감지된 것은 2010년 6월부터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대기업들이 굼뜬 '베팅'을 보이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특히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대검 중수부가 재가동되자 대대적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관측은 현실이 됐다. 재정비를 끝낸 검찰은 예전보다 더욱 예리해진 칼날로 재계 압박에 나섰다. 그 신호탄은 한화그룹이었다. 이어 프라임그룹, 애경그룹, C&그룹, 태광그룹, 오리온그룹, SK그룹, LIG그룹 등으로 '검풍'이 매섭게 몰아쳤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회사에 48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2008년 11월 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2008년 12월 회사 공금 2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은팔찌'를 찼었다.

임병석 C&그룹 회장은 2010년 11월 1조원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회삿돈 1400여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 1심과 2심에서 징역 4년6월을 선고받았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60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00억원대 기업어음(CP) 부정 발행 혐의를 받고 있는 LIG그룹 오너일가 3명(구자원 LIG그룹 회장,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사건도 적지 않다. 도마에 올랐던 기업들은 변죽만 울린 검찰의 헛발질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MB정부 들어 검찰이 처벌한 첫 재벌그룹 총수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다. 현 회장은 법정관리 중이던 한일합섬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배임 등 혐의로 2008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궁지에 몰렸다가
기사회생 총수도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은 주가조작과 구명로비 의혹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증권거래법 위반 의혹을 받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대통령의 셋째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주가조작 의혹을, 이 대통령의 사돈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수영 OCI그룹 회장 등도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가 결국 흐지부지 됐다.

민주당은 재벌 총수·대기업에 대한 MB정부의 봐주기·감싸기 수사를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은 "MB정부의 사정기관이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 사건을 다룸에 있어 한없이 관대한 봐주기·감싸기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동안 깃털만 만지작거리다 전광석화처럼 덮었거나, 굼벵이 수사로 지지부진한 대형 부정부패비리 사건들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했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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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