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 MB정부 출범, 그 이후…②친인척·측근 비리 총정리

“부정부패 난무”임기 5년 욕먹다 끝났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2008년 MB정부 출범 이후,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부터 친인척·측근 비리가 꼬리를 물었다. 정권 초부터 친인척 비리가 터진 경우는 MB정권이 유일하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부터 친형 이상은·이상득, 아들 이시형에 이르기까지 임기 내내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MB도 피해갈 수 없었던 친인척을 포함한 측근 비리. 그 실태를 폭로한다.


MB정권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달 25일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이 거행되면 이명박 대통령은 5년 동안 한 나라를 대표했던 대통령직을 내려놓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정권 5년. 짧고도 긴 시간동안 이 대통령은 여느 정권과 마찬가지로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를 쏟아냈다. 특히 정권 초부터 논란이 일었던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논란을 일으켰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대통령 비리를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봤다.

영부인 사촌언니
공천 미끼 꿀꺽

MB정권 출범 불과 5개월만인 7월에 발생한 친인척 비리사건. 그 주인공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였다. 김씨는 대한노인회 부회장 출신으로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와중 우연한 계기로 브로커 김모씨를 알게 됐다.

김옥희씨는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던 브로커 김씨와 사전공모를 한 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2월부터 3월까지 한 차례에 10억원씩 모두 3차례에 걸쳐 김 이사장을 함께 만나 수표로 30억원을 받아 나눠 가졌다. 돈을 건넨 김 이사장은 대한노인회 자문위원·서울시의원을 지냈으며 한 이익단체의 추천을 받아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결국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조사에서 “김 이사장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받은 돈 중 25억원을 돌려준 사실을 확인하고 나머지 5억원은 대부분 회사 운영 경비나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옥희씨는 대한노인회 부회장 출신으로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국회의원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다음해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2009년에는 이 대통령의 셋째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앤디코프 주가 조작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조 사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둘째 아들로, 지난 2011년 이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결혼했다. 조 사장은 구속된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 김영집씨가 지난 2006년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인 앤디코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권 시작하자마자 대형 스캔들 꼬리에 꼬리
사돈·사촌·형제·자녀 등 가족비리 잇달아


그러나 겸찰조사 결과 조 사장이 앤디코프 투자에 직접 참여한 것이 아니라 S투자자문사를 통해 투자했으며 S투자자문사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라 앤디코프에 분산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사장은 당시 40억원을 투자했고, 코디너스사의 주식 39만4090주(5.7%)를 가진 대주주였다. 검찰은 조 사장이 당시 미공개 정보를 제공했다고 의심되는 정황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으며, 인수한 코디너스에 거액을 투자한 것도 단순투자에 불과하다고 판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0년 7월, 조현범씨의 사촌이자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현준 효성 사장은 550만달러(약 64억원)를 횡령하고, 회삿돈으로 수십억원대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조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1년에는 유독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도드라진 해였다. 그 유명한 ‘내곡동 사저 특검’이 터진 해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는 내곡동 사저 부지를 편법으로 증여받고.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한 의혹을 받았다. 그는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6억원을 현금으로 빌리고, 모친 김윤옥 여사 명의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땅을 담보로 6억원을 대출받아 부지를 샀다. 이듬해 시형씨는 14시간 동안의 특검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땅을 산 다음 1년 정도 후에 아버지에게 되팔아 돈을 갚을 계획이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가 자신이 실제 소유할 생각으로 내곡동 땅을 샀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큰아버지에게 빌린 돈은 당장 갚을 능력이 없어 천천히 갚을 생각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특검팀은 사저부지 매입자금 12억원은 시형씨가 영부인 김윤옥 여사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것으로 결론 내리고 국세청이 증여세 부과 등 적정한 처분을 하도록 서울 강남세무서에 증여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그러나 시형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친인척 비리
이어지는 악몽

이어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이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유 회장으로부터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4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탁의 대가는 아니었다며 대가성을 부인했지만 곧 혐의가 드러나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즈음 이 대통령의 둘째 형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에 대한 의혹도 이어졌다. 지형씨는 정부가 인천공항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함께 오른 바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계 매쿼리 그룹이 인천공항 매입에 적극 나섰는데, 지형씨는 매쿼리 IMM자산운용 대표로 재직했다. 국고가 2조원 가까이 날아간 메릴린치 투자 사건에도 지형씨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형씨는 ‘조세회피지역’인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났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의 첫째형 이상은 다스 대표이사의 사위 전종화씨가 지난해 12월 씨모텍 주식 부정거래와 시세조정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됐고, 이 대통령의 손위 동서인 황태섭씨도 제일저축은행 고문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또 다른 손위 동서인 신기옥씨는 최근 BBK 사건과 관련해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되는 ‘가짜 편지’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둘째 형으로 ‘상왕’으로 불리는 이상득 전 의원은 보좌관이 돈 세탁을 했단 의혹을 사며 뇌물 혐의로 보좌진이 대거 구속된 가운데 불출마 선언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했지만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밝혀지며 징역 2년에 추징금 7억57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말 코오롱 시절부터 자신을 보필해 온 박배수 보좌관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1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이에 앞서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정치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2007년 12월 중순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저축은행 경영관련 업무에 대한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또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매월 250만~300만원씩 모두 1억575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형 이상훈씨는 4대강 건설 사업권을 미끼로 건설업자로부터 3억원을 챙겼다고 사기 혐의로 피소 됐다가 무혐의로 처분됐고, 조카인 정 모씨는 위조 계약서로 분양권을 주겠다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측근비리도
만만치 않아∼

이 대통령 측근 비리의 첫 테이프를 끊은 인물은 바로 ‘친구’였다. “임기 중 측근비리는 없다”고 자부했던 이 대통령의 발언을 오랜 시간 동안 곁에 있었던 친구가 무참히 밟았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도덕성과 체면도 함께 무너졌다.

2010년 이 대통령의 대학동창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40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천 회장은 “사업상 편의를 봐달라”는 이 대표의 청탁과 함께 금품수수 혐의를 받았다. 2008년 천회장이 자녀 3명의 명의로 임천공업과 계열사 주식 18만주 가량을 25억7000만원에 사들인 뒤 나중에 주식매입 대금을 이씨로부터 기부금 등의 형태로 되돌려 받고, 2009년 천 회장이 북악산에 짓고 있는 돌 박물관에 쓰일 12어원어치의 철근도 이씨에게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 금품수수는 국세청이 임천공업과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천 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6인회' '안국포럼' 등 이 대통령의 측근비리도 스케일이 남다르다. 측근 비리 사건은 2011년 초부터 연말까지 연이어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2010년 말 터진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으로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강희락 전 경찰청장,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등이 브로커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이에 최 전 사장은 징역3년을 선고 받으며 함바집 비리 사건은 서울시청과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 측근들의 무덤이 됐다.

뒤이어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사건은 대선캠프와 청와대 참모 출신 측근들의 발목을 잡았다.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검사 완화 등을 대가로 로비,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징역 1년6월), 은진수 전 감사위원(징역 1년6월),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이 구속 기소된 것이다. 또한 청와대 정무1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징역 1년6월)도 청탁과 금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은 MB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리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9월엔 SLS그룹 구명 로비 사건이 터져 또다시 대통령 측근들이 징역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이국철 SLS 회장의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 및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 이국철 회장은 자신의 비망록에 “신재민 전 차관 등이 검찰 연결고리”라는 내용을 언급하며 의혹이 불거졌다. 신 전 차관의 혐의는 차관 재직 시절인 2008∼2009년 SLS조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저지 등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이 회장에게서 SLS그룹 법인카드를 받아 1억3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친구·동기·가신들 ‘검은돈’수수 
특별사면에 국민들 마지막까지 실망

지난해 역시 MB 측근은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수억원의 비리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이 대통령의 ‘멘토’이자 6인회 멤버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 전 방통위원장은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개발사업 중인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 청탁명목으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최 전 위원장 중학교 후배인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는 브로커를 통해 최시중과 박영준을 소개받고, 지난 2004년부터 2008년 4월까지 19차례에 걸쳐 61억5000만원을 줬다고 검찰조사에서 밝혔다. 이에 최 전 위원장도 일부 금액 7억원에 대해서는 시인했고, 방송통신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이 이 전 대표로부터 불법수수한 거액의 돈을 2007년 이명박 대선 당시 대선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날 곧바로 입장을 바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동결됐다.

같은 해 초, 고승덕 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8년 불거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언론에 터뜨리며 결국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옷을 벗겼다. 고 전 의원은 “서류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는 이름만 쓰인 명함이 들어있어 그 자리에서 보좌관에게 돈을 돌려주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박 전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최고위원에 선출될 목적으로 거액의 마이너스통장 계좌에서 300만원을 인출해 고승덕 의원에게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또 당시 박 의장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김 전 수석은 돈봉투 살포를 주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의장은 재판부에 “정당법이 생기지 얼마돼지 않은 때여서 식사와 함께 조금씩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관례였다”고 언급하며 선처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에선 각종 비리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이 대통령 원로자문그룹인 ‘6인회’ 멤버가 잇따라 몰락한 것에 대해 레임덕의 대표적 사례로 인식했다.


도덕적 정권?
도둑적 정권!

이 대통령은 스스로 현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했었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뻔뻔한 발언은 각종 비리에 대한 언론과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의 적극적인 외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기 초부터 말까지 이어진 수십명에 달하는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로 인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케 하며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 혹은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망가진 정권’ 등으로 변색됐다.

또 최근 이 대통령이 친인척과 최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행하면서 국민에게 마지막까지 큰 실망을 안기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는 임기 말, MB정권은 이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도덕적 정권과는 거리가 먼 부정부패가 난무한 정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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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