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 MB정부 출범, 그 이후…②친인척·측근 비리 총정리

“부정부패 난무”임기 5년 욕먹다 끝났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2008년 MB정부 출범 이후,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부터 친인척·측근 비리가 꼬리를 물었다. 정권 초부터 친인척 비리가 터진 경우는 MB정권이 유일하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부터 친형 이상은·이상득, 아들 이시형에 이르기까지 임기 내내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MB도 피해갈 수 없었던 친인척을 포함한 측근 비리. 그 실태를 폭로한다.


MB정권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달 25일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이 거행되면 이명박 대통령은 5년 동안 한 나라를 대표했던 대통령직을 내려놓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정권 5년. 짧고도 긴 시간동안 이 대통령은 여느 정권과 마찬가지로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를 쏟아냈다. 특히 정권 초부터 논란이 일었던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논란을 일으켰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대통령 비리를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봤다.

영부인 사촌언니
공천 미끼 꿀꺽

MB정권 출범 불과 5개월만인 7월에 발생한 친인척 비리사건. 그 주인공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였다. 김씨는 대한노인회 부회장 출신으로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와중 우연한 계기로 브로커 김모씨를 알게 됐다.

김옥희씨는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던 브로커 김씨와 사전공모를 한 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2월부터 3월까지 한 차례에 10억원씩 모두 3차례에 걸쳐 김 이사장을 함께 만나 수표로 30억원을 받아 나눠 가졌다. 돈을 건넨 김 이사장은 대한노인회 자문위원·서울시의원을 지냈으며 한 이익단체의 추천을 받아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결국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조사에서 “김 이사장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받은 돈 중 25억원을 돌려준 사실을 확인하고 나머지 5억원은 대부분 회사 운영 경비나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옥희씨는 대한노인회 부회장 출신으로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국회의원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다음해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2009년에는 이 대통령의 셋째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앤디코프 주가 조작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조 사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둘째 아들로, 지난 2011년 이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결혼했다. 조 사장은 구속된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 김영집씨가 지난 2006년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인 앤디코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권 시작하자마자 대형 스캔들 꼬리에 꼬리
사돈·사촌·형제·자녀 등 가족비리 잇달아


그러나 겸찰조사 결과 조 사장이 앤디코프 투자에 직접 참여한 것이 아니라 S투자자문사를 통해 투자했으며 S투자자문사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라 앤디코프에 분산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사장은 당시 40억원을 투자했고, 코디너스사의 주식 39만4090주(5.7%)를 가진 대주주였다. 검찰은 조 사장이 당시 미공개 정보를 제공했다고 의심되는 정황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으며, 인수한 코디너스에 거액을 투자한 것도 단순투자에 불과하다고 판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0년 7월, 조현범씨의 사촌이자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현준 효성 사장은 550만달러(약 64억원)를 횡령하고, 회삿돈으로 수십억원대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조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1년에는 유독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도드라진 해였다. 그 유명한 ‘내곡동 사저 특검’이 터진 해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는 내곡동 사저 부지를 편법으로 증여받고.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한 의혹을 받았다. 그는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6억원을 현금으로 빌리고, 모친 김윤옥 여사 명의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땅을 담보로 6억원을 대출받아 부지를 샀다. 이듬해 시형씨는 14시간 동안의 특검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땅을 산 다음 1년 정도 후에 아버지에게 되팔아 돈을 갚을 계획이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가 자신이 실제 소유할 생각으로 내곡동 땅을 샀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큰아버지에게 빌린 돈은 당장 갚을 능력이 없어 천천히 갚을 생각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특검팀은 사저부지 매입자금 12억원은 시형씨가 영부인 김윤옥 여사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것으로 결론 내리고 국세청이 증여세 부과 등 적정한 처분을 하도록 서울 강남세무서에 증여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그러나 시형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친인척 비리
이어지는 악몽

이어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이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유 회장으로부터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4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탁의 대가는 아니었다며 대가성을 부인했지만 곧 혐의가 드러나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즈음 이 대통령의 둘째 형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에 대한 의혹도 이어졌다. 지형씨는 정부가 인천공항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함께 오른 바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계 매쿼리 그룹이 인천공항 매입에 적극 나섰는데, 지형씨는 매쿼리 IMM자산운용 대표로 재직했다. 국고가 2조원 가까이 날아간 메릴린치 투자 사건에도 지형씨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형씨는 ‘조세회피지역’인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났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의 첫째형 이상은 다스 대표이사의 사위 전종화씨가 지난해 12월 씨모텍 주식 부정거래와 시세조정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됐고, 이 대통령의 손위 동서인 황태섭씨도 제일저축은행 고문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또 다른 손위 동서인 신기옥씨는 최근 BBK 사건과 관련해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되는 ‘가짜 편지’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둘째 형으로 ‘상왕’으로 불리는 이상득 전 의원은 보좌관이 돈 세탁을 했단 의혹을 사며 뇌물 혐의로 보좌진이 대거 구속된 가운데 불출마 선언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했지만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밝혀지며 징역 2년에 추징금 7억57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말 코오롱 시절부터 자신을 보필해 온 박배수 보좌관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1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이에 앞서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정치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2007년 12월 중순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저축은행 경영관련 업무에 대한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또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매월 250만~300만원씩 모두 1억575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형 이상훈씨는 4대강 건설 사업권을 미끼로 건설업자로부터 3억원을 챙겼다고 사기 혐의로 피소 됐다가 무혐의로 처분됐고, 조카인 정 모씨는 위조 계약서로 분양권을 주겠다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측근비리도
만만치 않아∼

이 대통령 측근 비리의 첫 테이프를 끊은 인물은 바로 ‘친구’였다. “임기 중 측근비리는 없다”고 자부했던 이 대통령의 발언을 오랜 시간 동안 곁에 있었던 친구가 무참히 밟았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도덕성과 체면도 함께 무너졌다.

2010년 이 대통령의 대학동창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40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천 회장은 “사업상 편의를 봐달라”는 이 대표의 청탁과 함께 금품수수 혐의를 받았다. 2008년 천회장이 자녀 3명의 명의로 임천공업과 계열사 주식 18만주 가량을 25억7000만원에 사들인 뒤 나중에 주식매입 대금을 이씨로부터 기부금 등의 형태로 되돌려 받고, 2009년 천 회장이 북악산에 짓고 있는 돌 박물관에 쓰일 12어원어치의 철근도 이씨에게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 금품수수는 국세청이 임천공업과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천 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6인회' '안국포럼' 등 이 대통령의 측근비리도 스케일이 남다르다. 측근 비리 사건은 2011년 초부터 연말까지 연이어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2010년 말 터진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으로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강희락 전 경찰청장,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등이 브로커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이에 최 전 사장은 징역3년을 선고 받으며 함바집 비리 사건은 서울시청과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 측근들의 무덤이 됐다.

뒤이어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사건은 대선캠프와 청와대 참모 출신 측근들의 발목을 잡았다.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검사 완화 등을 대가로 로비,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징역 1년6월), 은진수 전 감사위원(징역 1년6월),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이 구속 기소된 것이다. 또한 청와대 정무1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징역 1년6월)도 청탁과 금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은 MB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리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9월엔 SLS그룹 구명 로비 사건이 터져 또다시 대통령 측근들이 징역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이국철 SLS 회장의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 및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 이국철 회장은 자신의 비망록에 “신재민 전 차관 등이 검찰 연결고리”라는 내용을 언급하며 의혹이 불거졌다. 신 전 차관의 혐의는 차관 재직 시절인 2008∼2009년 SLS조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저지 등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이 회장에게서 SLS그룹 법인카드를 받아 1억3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친구·동기·가신들 ‘검은돈’수수 
특별사면에 국민들 마지막까지 실망

지난해 역시 MB 측근은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수억원의 비리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이 대통령의 ‘멘토’이자 6인회 멤버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 전 방통위원장은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개발사업 중인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 청탁명목으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최 전 위원장 중학교 후배인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는 브로커를 통해 최시중과 박영준을 소개받고, 지난 2004년부터 2008년 4월까지 19차례에 걸쳐 61억5000만원을 줬다고 검찰조사에서 밝혔다. 이에 최 전 위원장도 일부 금액 7억원에 대해서는 시인했고, 방송통신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이 이 전 대표로부터 불법수수한 거액의 돈을 2007년 이명박 대선 당시 대선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날 곧바로 입장을 바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동결됐다.

같은 해 초, 고승덕 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8년 불거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언론에 터뜨리며 결국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옷을 벗겼다. 고 전 의원은 “서류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는 이름만 쓰인 명함이 들어있어 그 자리에서 보좌관에게 돈을 돌려주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박 전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최고위원에 선출될 목적으로 거액의 마이너스통장 계좌에서 300만원을 인출해 고승덕 의원에게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또 당시 박 의장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김 전 수석은 돈봉투 살포를 주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의장은 재판부에 “정당법이 생기지 얼마돼지 않은 때여서 식사와 함께 조금씩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관례였다”고 언급하며 선처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에선 각종 비리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이 대통령 원로자문그룹인 ‘6인회’ 멤버가 잇따라 몰락한 것에 대해 레임덕의 대표적 사례로 인식했다.


도덕적 정권?
도둑적 정권!

이 대통령은 스스로 현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했었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뻔뻔한 발언은 각종 비리에 대한 언론과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의 적극적인 외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기 초부터 말까지 이어진 수십명에 달하는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로 인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케 하며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 혹은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망가진 정권’ 등으로 변색됐다.

또 최근 이 대통령이 친인척과 최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행하면서 국민에게 마지막까지 큰 실망을 안기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는 임기 말, MB정권은 이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도덕적 정권과는 거리가 먼 부정부패가 난무한 정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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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