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마 강호순에게 결국 사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며 극형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미집행 사형수는 모두 60명으로 늘었다. 1997년 12월30일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 되면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남아있는 사형수들의 대부분은 유영철, 정남규, 정성현 등 극악무도한 살인마들로 강호순의 사형구형 이후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녀자 8명을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강호순에 결국 사형이 구형됐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한승헌 검사는 지난 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강씨에게 살인과 현주 건조물 방화치사, 존속살해,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죄 등을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다.
한 검사는 “피고인은 부녀자 10명을 참혹하게 살해하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무고한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영원히 격리시켜야”
강호순은 최후 진술에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살아있는 게 부끄럽다”며 “죗값은 달게 받고 죽는 날까지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해 죄를 뉘우치는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재판부가 강호순이 여전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검찰조사에서 강호순이 내뱉은 말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강호순은 “마지막 희생자였던 군포 여대생을 살해한 후 전화를 잘못 사용해 잡혔다”며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절대 안 잡히고 살인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
이번 재판부의 판결로 미집행 사형수는 모두 60명으로 늘었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들은 모두 강호순만큼이나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 살인마들이다. 이들 중 48명은 2명 이상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10명 이상 살해한 사형수도 3명에 이른다.
이들 중 가장 오래 구치소에 수감된 자는 ‘막가파’ 두목 최정수다. ‘지존파’를 모방해 막가파란 조직을 결성한 최정수는 40대 여성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산 채로 구덩이에 넣어 살해하는 등 잔인한 범죄를 저질러 1997년 12월 사형선고를 받았다. 현재 최정수는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서울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살인범 정남규도 미집행 사형수 신분이다. 2004년 2월부터 봉천동 세 자매 등 5명을 살해한 정남규는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과 자신에 대한 욕구불만으로 인해 살인을 저질렀다.
특히 “부자를 죽일 때는 희열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로 부유층을 증오하기도 했다. “왜 국가가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빨리 사형해 달라”고 말한 정남규는 2007년 4월 사형을 선고받고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다.
사이코패스의 대명사가 된 유영철도 사형수로 수감 중이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20명을 살해한 유영철의 살인 동기는 부유층에 대한 반감과 여성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이었다. 가난에 찌들었던 어린 시절은 부자들에 대한 미움을 쌓이게 했고 부인의 일방적인 이혼통보와 애인에게 버림받은 기억 등은 여성에 대한 복수심을 키웠다.
그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봐도 범행 동기는 뚜렷이 드러난다. 부유층과 출장마사지 여성 등이 주요 타깃이었던 것. 결국 유영철도 대법원에 사형을 선고받아 수년간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다.
혜진, 예슬양을 살해한 정성현도 사형수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정성현은 지난 2007년 12월 경기도 안양에서 당시 11살인 이혜진 양과 9살 우예슬 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무참히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2004년 7월 군포에서 40대 정모 여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해 집근처 야산에 버린 혐의도 받았다. 이에 1·2심 재판부는 “나이 어린 초등학생 등을 무참히 살해하고, 유족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가하는 등 범행 결과가 무겁고 수법이 잔인하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전남 보성에서 남녀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70대 어부 오모씨도 사형을 선고받았다. 성적 욕구를 거스르지 못해 자신의 배에 탄 10대와 20대 남녀를 무참히 살해한 오씨는 죄질이 나쁜데다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다는 이유로 사형수가 됐다.
불거진 사형제 논란
이밖에도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먹은 ‘영웅파’ 두목 이순철, 부산·울산 연쇄살인범 정두영 등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살인마들이 복역 중인 상태다. 이들은 햇수로 13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 됐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며 교도소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심경과는 상관없이 사형제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팽팽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논란은 잔혹한 살인마들이 등장할 때마다 더욱 가열되기도 한다.
현재 사형제를 반대하는 쪽은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사형을 함으로써 자신의 죄를 반성할 기회조차 박탈한다는 점에서 그 사형수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 세계 각국이 사형을 폐지하는 추세라는 점도 사형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에 반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범인보다는 피해자의 인권이 더욱 소중하다는 입장이다. 또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인면수심의 범죄자들이 또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형제는 존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