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성수기 어느 쪽이 더 영향을 미칠까? 전통적으로 여름철 소비가 활발해지는 맥주주점 창업이 불황을 맞아 보완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관련 프랜차이즈들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창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불황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있어 맥주소비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예년보다 창업자금이 줄어든 예비창업자 주머니 사정이 특히 걱정이다. 맥주주점은 100㎡(약 30평) 안팎의 매장에 인테리어까지 창업자금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에 더해 입지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 좋은 자리를 얻으려면 자금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름 앞두고 다양한 창업보완 전략 잇따라
프랜차이즈, “예비창업자 자금부족이 가장 큰 벽”
칠공공비어에서는 효율적인 맥주주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흔히 홀과 담으로 분리된 주방을 오픈주방으로 바꾸고 이렇게 확보한 매장자리에 테이블을 늘린다는 것. 이렇게 해서 기존 맥주주점보다 약간 작은 82.5㎡(약 25평) 규모 매장에 10개 테이블을 확보했다. 또한 주방에서 홀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해 주방인력이 서빙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인력활용방안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더해 조리시간이 비교적 짧은 샐러드 메뉴를 대폭 강화해 여성고객을 사로잡고, 주방의 일감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리메뉴 강화, 부가가치 키워
이상열 칠공공비어 본부장은 “고급화 추세에 놓여있는 맥주주점은 자칫 창업자금이 큰 대형창업이 되기 쉽다”면서 “시설투자비를 줄일 수 없다면 면적 대비 수익성을 높이고 인건비 부담을 더는 등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의 콘셉트를 바꿔 타깃 소비자층을 남성-장년층에서 여성-주부로 전환해 효율성을 개선한 사례도 있다.
치어스에서는 기존 맥주주점이 먹자골목, 중심상권 등에 매장을 여는 것과 달리 주택가 인근을 노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포 임대비를 활용해 같은 창업비용에 더 넓은 매장을 얻는다. 이곳에서는 주택가 상권의 주부 고객에 맞춰 호텔급 요리메뉴를 충실히 갖췄다. 여성을 위한 맥주주점 콘셉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좋다. 점심시간에도 치어스 매장을 찾는 여성이 많고, 포장판매 수요까지 늘고 있다.
엘리팝 역시 여성고객을 사로잡는 브랜드 콘셉트의 맥주주점이다. 분홍빛 꽃무늬의 디자인 등 철저하게 여성친화적인 매장 분위기에 패밀리레스토랑 수준의 요리가 강점이다. 여기에 여성들이 화장을 고칠 수 있도록 화장대와 거울을 배치한 것도 인기요인이다.
유정수 엘리팝 본부장은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중에도 맞벌이, 여성의 사회진출 등으로 여성주류소비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그간 여성만을 위한 맥주주점이 없어 충분히 틈새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고객 대상의 맥주주점은 2030대로 고객층이 한정되던 퓨전주점보다 소비시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또 저도수 주류를 즐기는 여성들과 맥주의 궁합 역시 뛰어난데다 여성이 소비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 남성 소비자들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요리메뉴를 강화하는 레스토랑 형식 맥주주점의 또 다른 장점은 고객들에게 판매가격 인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점이다. 최근 수년 사이 음식 원부자재 값이 최대 60% 안팎까지 급등하면서 싸고 양 많은 안주메뉴를 운영해서는 창업자가 충분히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다. 또한 소비자 눈높이도 올라가 만족도 역시 떨어지기 일쑤다.
변준희 서유기 차장은 “요리메뉴의 강화추세는 소비자의 요구보다 창업자에게 더 필요하다”면서 “똑같은 음식재료라도 신선도 관리, 조리법 개량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창업자가 견딜 수 있는 시장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용훈 천둥천하 운영전략팀 실장은 “호프주점에 훼미리 레스토랑급 안주메뉴들이 즐비하게 된 것은 몇년 전 부터 시작된 트렌드다”라며 “3차까지 가던 주류문화가 식사와 술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으로 바뀌는 등 알뜰족 소비자들로 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다양한 보완전략에도 예비창업자들의 자금부족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럼보트에서는 올해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창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구매할 경우에도 창업자들에게 중고시설 구입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창업자금을 줄이는 것이 불황기 맥주주점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리모델링ㆍ자금대출, “기회는 있다”
이동락 럼보트 마케팅본부장은 “생맥주 호프의 리모델링 창업수요가 불황을 계기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리모델링 컨설팅을 통해 8000만원 수준의 창업비용을 5000만원까지 40% 정도 줄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분식, 배달치킨전문점 등 소자본 창업 아이템과 경쟁하기 위해 주류유통업체를 통한 대출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 경우 매장의 규모 및 입지, 주류의 일일판매량 등에 따라 최대 수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주점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윤진원 한국주류문화연구소 소장은 “같은 상권이라도 입지에 따라 고객의 취향이 변화무쌍하지만 가맹점 창업자가 이에 대처하기는 어렵다”며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이미 아웃테리어, 인테리어, 메뉴 등에 의해 타깃고객이 정해지는 만큼 입지, 타깃, 그에 맞는 마케팅 정책이 수립되었는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