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1>부패의 덫에 빠진 사람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정치인부터 대통령 친인척까지 … ‘권력 놓고 돈 먹기’
‘박연차 게이트’ 뒤 몸 숨긴 청와대 성매매 혐의 사건

돈은 권력을 향해 움직이고 최고 권력이 모이는 곳에서는 썩는 듯한 악취가 풍긴다. 정권교체 후 전 정권의 부패에 대한 수사만큼이나 현 정권의 부패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으로 내세웠던 이들이 ‘부패종합세트’라는 오명을 받고 낙마하는가 하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떡값 리스트’와 ‘쌀 직불금’ 논란으로 대한민국 곳곳에 만연한 부패가 세상에 드러났다. 최근에는 ‘박연차 리스트’가 정·관계와 재계를 뒤흔들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은 물론 여야 정계의 실력자들과 비리를 수사해야 하는 검찰의 고위 인물, 전 대통령의 핏줄과 현 대통령의 친인척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던 것. 거대 게이트로 진면목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뿌리 깊은 ‘부패공화국’을 파헤쳐봤다.

새 정권들은 출범과 동시에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권력이 모인 곳에서는 여지없이 ‘구린’ 냄새가 ‘풀풀’ 풍기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부패한 인사들과 함께였다. 출범 초기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렸으며 ‘강부자’라는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장관 임명을 앞두고 내정자들의 논문 표절, 자질 문제 등 온갖 의혹이 불거졌다.

첫발부터 ‘부패’ 딛고
삐거덕거리며 출발

초기 내각 멤버로 거론됐던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의혹을 받다가 정부 출범 전날 사퇴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부인과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쓸렸으며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해 정부 출범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논문 표절과 농지법 위반이 문제가 됐음에도 버티다 한나라당까지 나서서 사퇴압박을 가하자 물러났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리스트’를 공개하며 “새 정부 각료 가운데도 삼성 비자금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폭탄’을 던졌다. 그는 “이미 각료로 확정된 사람이나 청와대 사람, 후보로 오르내리는 사람 가운데 당연히 많지 않겠느냐”면서 “사제단에 제출한 이른바 ‘삼성 비자금 명단’에는 50여 명의 이름이 들어있으며 주로 검찰이고 정치인 등 기억나는 대로 적었다”고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구사제단이 공개한 삼성 금품로비 대상자들의 명단에는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던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등이 올라있었다.

사제단은 “이종찬은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 김성호 역시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고, 김용철 변호사가 김성호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 황영기의 경우 우리은행장, 삼성증권 사장을 거친 자로서, 재직 시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도 ‘떡값검사’로 거론, 권력의 심층부에 자리에 부패한 인사들의 면면이 알려졌다.

정권교체 후 여권 수장이 된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는 “새 시대의 신정치, 정치권의 환골탈태를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선 한나라당이 계속 달라지겠다. 게이트가 없는 정권을 반드시 만들겠다. 윤리강령을 철저히 적용하는 정당, 그리고 한나라당이 지방정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와 의회에 대한 감사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해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달아 터진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돈봉투 살포와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김옥희씨의 ‘공천 장사’,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국방부 납품 청탁은 이명박 정부를 출범 6개월 만에 ‘부패의 덫’에 빠뜨렸다.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은 동료 시의원 30명에게 100여 만원 상당의 수표가 든 봉투를 건네는 등 모두 3500여 만원을 뿌리며 차기 의장 선거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시 의회 의원 106명 중 100명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의 약 30%가 관련돼 있는 사건이었다.

뇌물 파동 후 김 의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했으나 의원직은 유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지 94일 만에 자진 사퇴하며 “부덕과 무지의 소치로 인해 서울시민과 서울시 의원님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옥희씨는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종원 서울버스운송조합 이사장 등에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차례에 걸쳐 30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재오, 이방호 전 의원 등 당시 공천에 관여했던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으며 김씨가 청와대에 전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을 키웠지만 ‘언니 게이트’라고 불린 그의 ‘총선장사’는 결국 단순 사기사건으로 결론 났다.

유한열 상임고문은 국방부 납품청탁 명목으로 지방의 한 전산업체로부터 약 6억원을 받았다. 그는 로비를 위해 공성진 최고위원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까지 손길을 뻗었다. 그러나 검찰은 유 상임고문에 대한 수사에서 정치권에 로비 명목으로 금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장 남는 장사는
공천·청탁 장사?

지난해 10월 ‘쌀 직불금’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고위공직자 4만명이 직접 쌀농사를 지은 농민이 받아야 할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쌀 직불금 파문은 고위공직자 4만명 중 100여 명의 정·관계 인사가 포함됐다고 전해지면서 파장을 더했다.

쌀 직불금 파문은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돈을 부당 수령했다는 점 외에도 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고위 공직자의 쌀 직불금 파문과 관련, 부정 수급자 명단 발표를 촉구하며 부정 수급액의 국고 환수, 부정 수급을 받은 정무직 공무원의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농민을 위해 지불돼야할 국민의 혈세가 탐관오리들에 의해 갈취당한 사건”이라면서 “국회의원이든 장차관이든 모두 밝혀내고 처벌과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김학용, 김성회 의원이 쌀 직불금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도 쌀 직불금 수령자로 거명됐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불금 부당수령 실태조사를 벌여 2499명을 부당 수령자로 결정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 실제 경작하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위법·부당하게 수령한 경우와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 직불금을 불법 수령하거나 신청한 사실을 본인이 알고 있었던 1000명가량에게 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박연차 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정·관계가 떨고 있다. ‘참여정부의 후원자’이자 ‘여야를 막론한 마당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리스트’에 노무현 정권 실세들은 물론 현 여권과 검찰 등 권력기관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명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대근 전 농협회장의 구속 기소를 시작으로 이정욱 전 한국수산개발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등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됐다.

또한 현역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멈추지 않고 있어 박연차 회장에 대한 수사는 4월을 기점으로 8월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업무와 관련된 케이블 TV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청와대 성매매 의혹 사건’이 불거졌다.


청와대 김모 전 행정관은 지난달 24일 서울 신촌네거리에 위치한 D룸살롱에서 청와대 장모 행정관, 방송통신위원회 신모 뉴미디어 과장과 함께 국내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 임원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

이들은 술 접대에 이어 룸살롱 종업원과 ‘2차’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은 이날 마포구 노고산동 G호텔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있다 적발됐다.

‘박연차 리스트’ 찍고
청와대 성매매에 방점

더욱이 티브로드는 업계 6위인 큐릭스를 인수한 후 방통위에 합병 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방송위원회 출신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무를 담당했고 신 과장은 방통위에서 뉴미디어 분야의 담당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행정관들의 성매매 의혹 사건과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참담함을 안겨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히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수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한 점 의문도 남지 않도록 하겠으며 내부 기강도 더욱 철저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영희 의원은 “경찰은 단순 성매매로 왜곡하고 청와대는 금주령으로 무마하려고 한다”며 “국회가 열리면 진상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사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