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1>부패의 덫에 빠진 사람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정치인부터 대통령 친인척까지 … ‘권력 놓고 돈 먹기’
‘박연차 게이트’ 뒤 몸 숨긴 청와대 성매매 혐의 사건

돈은 권력을 향해 움직이고 최고 권력이 모이는 곳에서는 썩는 듯한 악취가 풍긴다. 정권교체 후 전 정권의 부패에 대한 수사만큼이나 현 정권의 부패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으로 내세웠던 이들이 ‘부패종합세트’라는 오명을 받고 낙마하는가 하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떡값 리스트’와 ‘쌀 직불금’ 논란으로 대한민국 곳곳에 만연한 부패가 세상에 드러났다. 최근에는 ‘박연차 리스트’가 정·관계와 재계를 뒤흔들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은 물론 여야 정계의 실력자들과 비리를 수사해야 하는 검찰의 고위 인물, 전 대통령의 핏줄과 현 대통령의 친인척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던 것. 거대 게이트로 진면목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뿌리 깊은 ‘부패공화국’을 파헤쳐봤다.

새 정권들은 출범과 동시에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권력이 모인 곳에서는 여지없이 ‘구린’ 냄새가 ‘풀풀’ 풍기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부패한 인사들과 함께였다. 출범 초기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렸으며 ‘강부자’라는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장관 임명을 앞두고 내정자들의 논문 표절, 자질 문제 등 온갖 의혹이 불거졌다.

첫발부터 ‘부패’ 딛고
삐거덕거리며 출발

초기 내각 멤버로 거론됐던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의혹을 받다가 정부 출범 전날 사퇴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부인과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쓸렸으며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해 정부 출범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논문 표절과 농지법 위반이 문제가 됐음에도 버티다 한나라당까지 나서서 사퇴압박을 가하자 물러났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리스트’를 공개하며 “새 정부 각료 가운데도 삼성 비자금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폭탄’을 던졌다. 그는 “이미 각료로 확정된 사람이나 청와대 사람, 후보로 오르내리는 사람 가운데 당연히 많지 않겠느냐”면서 “사제단에 제출한 이른바 ‘삼성 비자금 명단’에는 50여 명의 이름이 들어있으며 주로 검찰이고 정치인 등 기억나는 대로 적었다”고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구사제단이 공개한 삼성 금품로비 대상자들의 명단에는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던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등이 올라있었다.

사제단은 “이종찬은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 김성호 역시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고, 김용철 변호사가 김성호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 황영기의 경우 우리은행장, 삼성증권 사장을 거친 자로서, 재직 시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도 ‘떡값검사’로 거론, 권력의 심층부에 자리에 부패한 인사들의 면면이 알려졌다.

정권교체 후 여권 수장이 된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는 “새 시대의 신정치, 정치권의 환골탈태를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선 한나라당이 계속 달라지겠다. 게이트가 없는 정권을 반드시 만들겠다. 윤리강령을 철저히 적용하는 정당, 그리고 한나라당이 지방정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와 의회에 대한 감사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해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달아 터진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돈봉투 살포와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김옥희씨의 ‘공천 장사’,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국방부 납품 청탁은 이명박 정부를 출범 6개월 만에 ‘부패의 덫’에 빠뜨렸다.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은 동료 시의원 30명에게 100여 만원 상당의 수표가 든 봉투를 건네는 등 모두 3500여 만원을 뿌리며 차기 의장 선거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시 의회 의원 106명 중 100명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의 약 30%가 관련돼 있는 사건이었다.

뇌물 파동 후 김 의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했으나 의원직은 유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지 94일 만에 자진 사퇴하며 “부덕과 무지의 소치로 인해 서울시민과 서울시 의원님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옥희씨는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종원 서울버스운송조합 이사장 등에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차례에 걸쳐 30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재오, 이방호 전 의원 등 당시 공천에 관여했던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으며 김씨가 청와대에 전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을 키웠지만 ‘언니 게이트’라고 불린 그의 ‘총선장사’는 결국 단순 사기사건으로 결론 났다.

유한열 상임고문은 국방부 납품청탁 명목으로 지방의 한 전산업체로부터 약 6억원을 받았다. 그는 로비를 위해 공성진 최고위원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까지 손길을 뻗었다. 그러나 검찰은 유 상임고문에 대한 수사에서 정치권에 로비 명목으로 금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장 남는 장사는
공천·청탁 장사?

지난해 10월 ‘쌀 직불금’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고위공직자 4만명이 직접 쌀농사를 지은 농민이 받아야 할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쌀 직불금 파문은 고위공직자 4만명 중 100여 명의 정·관계 인사가 포함됐다고 전해지면서 파장을 더했다.

쌀 직불금 파문은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돈을 부당 수령했다는 점 외에도 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고위 공직자의 쌀 직불금 파문과 관련, 부정 수급자 명단 발표를 촉구하며 부정 수급액의 국고 환수, 부정 수급을 받은 정무직 공무원의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농민을 위해 지불돼야할 국민의 혈세가 탐관오리들에 의해 갈취당한 사건”이라면서 “국회의원이든 장차관이든 모두 밝혀내고 처벌과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김학용, 김성회 의원이 쌀 직불금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도 쌀 직불금 수령자로 거명됐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불금 부당수령 실태조사를 벌여 2499명을 부당 수령자로 결정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 실제 경작하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위법·부당하게 수령한 경우와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 직불금을 불법 수령하거나 신청한 사실을 본인이 알고 있었던 1000명가량에게 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박연차 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정·관계가 떨고 있다. ‘참여정부의 후원자’이자 ‘여야를 막론한 마당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리스트’에 노무현 정권 실세들은 물론 현 여권과 검찰 등 권력기관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명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대근 전 농협회장의 구속 기소를 시작으로 이정욱 전 한국수산개발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등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됐다.

또한 현역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멈추지 않고 있어 박연차 회장에 대한 수사는 4월을 기점으로 8월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업무와 관련된 케이블 TV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청와대 성매매 의혹 사건’이 불거졌다.


청와대 김모 전 행정관은 지난달 24일 서울 신촌네거리에 위치한 D룸살롱에서 청와대 장모 행정관, 방송통신위원회 신모 뉴미디어 과장과 함께 국내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 임원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

이들은 술 접대에 이어 룸살롱 종업원과 ‘2차’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은 이날 마포구 노고산동 G호텔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있다 적발됐다.

‘박연차 리스트’ 찍고
청와대 성매매에 방점

더욱이 티브로드는 업계 6위인 큐릭스를 인수한 후 방통위에 합병 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방송위원회 출신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무를 담당했고 신 과장은 방통위에서 뉴미디어 분야의 담당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행정관들의 성매매 의혹 사건과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참담함을 안겨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히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수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한 점 의문도 남지 않도록 하겠으며 내부 기강도 더욱 철저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영희 의원은 “경찰은 단순 성매매로 왜곡하고 청와대는 금주령으로 무마하려고 한다”며 “국회가 열리면 진상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사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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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