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3> 부패의 덫에 걸린 사람들

‘쏠쏠한 돈맛’에 맛들이다 패가망신!

잊을 만하면 터지는 부정부패 사건으로 인해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나랏돈을 받는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정행각은 심각한 수준이다. 뒷돈을 받느라 민생 치안은 뒷전인 경찰에서부터 어려운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으로 자신의 배를 불린 공무원들까지 국민들에게 연일 실망감을 안겨주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이처럼 공직비리가 잇따르자 일부 지자체는 공무원 비리 고발자에게 주는 포상금을 2배나 늘이는 등 비리척결을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든 부정부패의 덫을 추적해봤다.

직위와 권한 이용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빈번하게 일어나
복지 보조금, 재난관리기금 등 허술히 관리되는 돈에 욕심
빈틈 많은 관리체계 악용해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으로 배 불려
민생 치안 책임져야 할 경찰들의 비리도 점점 악랄해져 성매매 알선까지

부정과 부패, 비리와 편법이 난무하는 세태 속에서 뒷돈을 주고받는 은밀한 모습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뇌물을 받고 불법을 눈 감아 주거나 자신의 직책과 권한을 이용해 부정한 돈을 넘보는 일은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태풍피해자 돈 부풀려
자기 통장으로 쏙쏙

이 가운데 최근 연일 뉴스화면을 장식하는 것은 나랏돈을 녹으로 받는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정부패다. 오로지 돈을 위해 직업의 윤리도, 소명도 벗어 던진 일부 공직자들의 행태는 보는 이들을 한숨 쉬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눈먼 돈으로 치부하고 몰래 횡령하는 공무원들이 잇달아 적발되어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지난 1일에는 태풍 피해자들에게 지원되어야 할 재난관리기금을 횡령한 공무원과 건설업자가 무더기로 검거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재난관리기금을 횡령하고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 제주도청 공무원 이모(54)씨와 현모(47)씨에 대해 구속영창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서귀포시청 재난관리 담당 국장을 비롯한 공무원 9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와 현씨는 서귀포시청에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 2월, 시청 재난관리 담당 국장과 공모해 관내 마을 이장으로부터 마을운영자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마을에 있는 하천을 정비한 것처럼 공문서를 꾸며 5000여 만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씨 등은 지난해 12월 특정 건설업체에 특혜를 줄 것을 약속하고 뇌물까지 받았다. 이들은 11곳의 하천퇴적물 제거사업을 발주해 7개 건설업체에 장비 임대료를 부풀려 지급하는 방식으로 재난관리기금 8748만원을 지출해 이 건설업체로부터 15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다른 공무원 2명은 제주시 용담2동에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 10월, 재해복구물자 구입비를 과도하게 지급한 뒤 되돌려받거나 자원봉사자 급식비 명목으로 허위지출하는 등의 수업을 써 946만원의 부정한 돈을 받아 유흥비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다. 또 다른 제주시 공무원 3명은 재해복구물자 구입비나 공사인력 인건비를 과다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500여 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모두 2007년 여름 일어난 태풍 ‘나리’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돌아갈 재난관리기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불린 것이다. 이미 지난해 11월에도 재난관리기금 8900만원을 횡령한 공무원이 무더기로 적발되어 충격을 준 뒤 같은 죄목으로 또 다른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덜미를 잡힌 것.
이로써 태풍 ‘나리’ 재난관리기금 횡령액은 모두 3억4591만원으로 늘어났고 공무원 16명과 건설업자 12명 등 28명이 검거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2월엔 수십억원에 달하는 장애인 복지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 양천구청 소속 공무원이 덜미를 잡혔다. 이 공무원은 무려 3년 동안 장애인 수당 26억원을 횡령해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허술한 보조금 관리의 수혜자가 된 이 공무원은 양천구청 8급 직원이었던 안모(38)씨. 안씨는 장애인 수당을 과다 신청하는 방법으로 수십억원의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가 장애 수당을 횡령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5월부터다. 안씨는 장애인에게 1인당 3만원에서 20만원까지 지급되는 장애인 수당이 장애 급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해 돈을 횡령했다. 낮은 급수의 장애인을 높은 급수로 올려 더 많은 돈을 신청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 이 방법으로 그는 매달 평균 9000여 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안씨는 이를 위해 자신과 부인, 장모, 어머니 등의 계좌를 빌렸다. 이 계좌에 횡령한 금액을 나눠서 입금한 것. 안씨가 횡령한 돈은 모두 26억 4400만원. 이 중 16억원은 통장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안씨는 서울 강서구에 33평형 아파트를 장만하고 벤츠승용차까지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로또 2등에 당첨됐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호화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이 같은 안씨의 행각은 결국 지난 2월15일 양천구의 자체 감사결과 적발됐다. 결국 안씨는 물론 상급자인 양천구 사회복지과장과 장애인복지팀장 7명도 함께 직위해제됐다.

허술한 보조금 체계
거액의 횡령 도와줘

안씨가 이처럼 오랫동안 거액을 횡령할 수 있었던 것은 허술한 복지보조금 지급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지원하는 복지보조금은 담당자만이 확인 가능한 인터넷뱅킹을 통해 대상자에게 지급되는데 이 시스템이 횡령을 쉽게 한다는 것.
관리시스템 역시 안씨를 도왔다. 안씨의 상급자는 안씨가 서울시에 요청할 복지보조금에 결재를 할 때 총액만 확인하고 세부내역은 확인하지 않는 허술한 관리를 해 마음 놓고 보조금을 부풀릴 수 있도록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복지보조금을 처리할 공무원의 수가 적다는 데 있다. 많은 기관에 복지 보조금 전달을 맡은 공무원은 1~2명의 적은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안씨도 혼자 장애인 1300여 명의 몫을 처리해 왔다. 이처럼 적은 인원이 일을 맡다 보니 담당 부서 업무가 과중되어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사실 공금을 횡령하는 공무원은 심심찮게 적발되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 서구청의 8급 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1억여 원을 횡령해 구속되기도 했다. 이 직원이 썼던 수법 역시 안씨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급자의 소득이 줄어든 것처럼 조작해 시에서 보조금을 더 타낸 뒤 차액을 자신의 가족 계좌로 빼돌린 것.
이처럼 복지보조금 등 공금을 횡령하는 공무원들이 늘자 정부는 사회복지 전달 체계의 대대적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들의 부정과 비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는 경찰이다. 최근에는 경찰들이 한 짓이라기엔 그 정도가 심각한 비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고 있어 공권력의 신뢰도까지 손상을 입고 있는 지경이다.

성매매업소에게 뒷돈을 받고 단속을 무마해주는 것을 넘어 성매매를 알선한 경찰까지 등장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업주 A(41·전직 경찰관)씨와 동업자인 B(42·여)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양산에서 무등록 유료 직업소개소(속칭 보도방)를 운영하면서 C(17)양 등 청소년 7명을 울산, 양산 일원 유흥업소에 600여 차례 소개해 주고 소개비 명목으로 이들이 받은 접대비 일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비리 공무원은 퇴출
강력한 제도 마련해

A씨 등은 또 같은 기간 이들 청소년에게 업소 손님을 상대로 200차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이 같은 비리가 알려지자지난해 11월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도를 넘어선 경찰들의 부패에 경찰청은 삼진아웃제까지 도입하며 비리근절을 다짐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경찰 비리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부적격 경찰관에 대해 재교육을 실시하고 개선이 되지 않으면 영구 퇴출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경찰관은 경찰종합학교에서 4주간의 재교육을 받는다. 재교육을 받은 직원은 다른 부서로 배치돼 연 2회 부적격자 심사를 받는 등 집중적인 관리 대상이 되고 이후에도 다시 부적격 판정을 받아 개선이 되지 않으면 ‘직권면직 제도’를 통해 퇴출된다.
또 자질이 부족한 부적격자의 유입을 사전에 막기 위해 채용 과정에서 면접을 비중 있게 다루고 경찰학교 졸업사정위원회를 운영해 정밀 인성 검토를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또 비리 내사 전담팀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과 지방청에 사정인력 56명을 충원해 경찰관 비위 첩보 수집 활동을 펼친다. 이와 동시에 유흥업소 밀집 지역과 경찰관련 비위사건이 빈번한 곳을 위험 관서로 지정해 예방활동을 벌인다.
또 적극적으로 비리 근절에 동참한 직원에 대해서는 성과급이 지급되며 직원들 사이에 연대책임제가 확대된다. 업주와의 유착 고리를 맺고 있는 직원이 자진신고 기간 안에 신고를 하면 면책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시행된다.

전체 공무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한 ‘계급 강등제’도 시행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공무원법’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품 및 향응수수, 공금유용ㆍ횡령 등 주요 비위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징계시효가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중징계인 해임과 정직 사이에 강등제도가 신설돼 1계급 강등과 함께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특히 금품 및 공금 비리로 강등처분을 받은 경우 다시 종전 직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24개월의 승진제한 기간이 적용되므로 최소 2년은 기다려야 한다.
금품비리에 대한 징계수위도 1단계 상향조정된다. ‘징계의결 요구기준’을 제정ㆍ시행해 기관장의 온정적인 징계도 방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법원이나 소청심사위원회가 절차상의 하자 등을 이유로 징계처분 무효ㆍ취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반드시 재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했다.

이처럼 비리 공무원을 척결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뿌리 깊이 박힌 부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한 시민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고리를 확실히 끊을 수 있는 보다 단호한 조치가 나오기 전엔 이름뿐인 정책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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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