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2> 부패의 덫에 빠진 사람들

뇌물에 ‘죽고’ 뇌물에 ‘살고’


원칙과 도덕성을 강조했던 참여정부의 부정부패가 양파까지듯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큰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되고 자신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나이키 하청생산) 회장이 노 대통령의 큰형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여기에 남중수 전 KT 사장도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조영주 KTF 사장도 뇌물혐의로 영어의 몸이 됐다. 이들은 모두 노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부패 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청렴위’를 만들어 재벌과 사회단체에 ‘청렴’을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재계 인사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참여정부 인사들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세종캐피탈과 상장회사인 H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캐기 위해 검찰이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을 체포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H사의 주식 308만주(14.7%)를 매수해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세종캐피탈과 대부업체 5~6곳을 압수수색해 김 전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이미 확보했었다. 그러나 검찰이 정작 예의주시한 부분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의혹이었다.

세종증권은 2006년 1월 농협에 인수됐다. 농협은 세종증권의 지주회사격인 세종캐피탈이 보유한 세종증권 지분 1160만주(47.6%)를 주당 8910원, 총 1039억원에 인수했다. 농협은 이후 세종증권에서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거액의 비자금과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다.
이름을 바꾸면서 주가는 무려 10배 이상이 폭등했고, 김 전 회장은 거액을 챙겼다. 이 무렵 증권가에서는 NH투자증권의 주가가 오른 배경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연루됐고 이익금을 배분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해 내부정보를 이용,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농협 회장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006년 5월 검찰에 구속 기소돼 5년형을 선고받은 정대근씨였다.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은 물론 참여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인사로 검찰은 참여정부 인사들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정씨를 소환조사했다.
게다가 검찰은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특혜를 받아 300억이나 할인된 헐값에 매입했다는 혐의를 수사했다. 농협은 2006년 6월 휴켐스 주식 46%를 태광실업에 넘기는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177억원과 127억원씩 금액을 낮췄다. 박연차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거물급으로 통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경남 김해 같은 마을에 살면서 예전부터 알고 지낸 남다른 인연으로 관심을 모이기 시작한 박 회장은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지역에선 ‘박연차 인생도 고속도로처럼 뻥 뚫렸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고 있는 봉하마을 부지도 박 회장의 측근이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에게 판 땅이다.
휴켐스 주식 헐값 매각 혐의로 박 회장을 수사하던 검찰은 이후 정관계 로비 의혹을 포착,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시작이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지휘 아래 이뤄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됐다.
대검 중수부는 정 전 회장에게 세종증권 매입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로부터 정씨 형제와 함께 29억6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노씨를 기소했다.
노씨는 이후 법정에서 정화삼씨 형제의 부탁으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하고 대가성으로 3억원을 받은 부분과 정원토건 회사 돈으로 차명주식과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5억여 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에 대해서도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후 박 회장 수사과정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거나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일각에선 ‘박연차 게이트’로 시작한 수사가 ‘노무현 게이트’로 마감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참여정부 인사들 가운데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재·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이 구속 및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게다가 노 정부 시절 각각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의전비서관 등을 지낸 이호철씨와 정윤재씨 등 ‘부산파 386’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의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노 전 대통령 후원회장이던 이기명씨의 땅을 처음으로 사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 전 대통령 후원자로 이름을 알린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친노 핵심인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또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변 친환경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주)봉하에 70억원을 투자한 경위와 자금출처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과 직·간접적 관련 인사들 줄줄이 검찰행
친형·후원자·동기·선배 등 거미줄처럼 연결된 인맥

7선 의원 출신이며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신상우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사정의 칼날을 피해갈 순 없었다. 신 전 총재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부산지역 후원회장을 맡았고 그 인연으로 전 정권에서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을 지낸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월14일 KTF와 KTF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전 총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 검찰은 신 전 총재가 조영주 전 KTF 사장의 인사 문제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아들을 KTF 납품업체에 서류상으로만 취업시켜 놓고 2년간 매달 500만~600만원의 월급을 받게 하는 등 억대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신 전 총재가 조 전 사장으로부터 거액의 현금 등을 상납 받은 단서도 확보했으며 KTF 납품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2년간 수천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남중수 전 KT사장은 조 전 KTF사장으로부터 납품업체 선정이나 인사청탁 명목으로 수년간 매달 200만~500만원씩을 차명계좌로 받고 하청업체에서도 현금 수천만원을 받는 등 총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조 전 사장은 납품 업체 대표로부터 납품 청탁과 함께 24억여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기소됐다. 이후 지난 2월12일 남 전 사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7000여 만원을, 조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추징금 24억여 원을 각각 선고 받았다.
백종헌 프라임 그룹 회장도 4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 등 각각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백 회장은 참여정부 실세인 이모씨와 절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프라임그룹도 참여정부 때 동아건설을 인수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였다.
백 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프라임개발의 자금 30억원을 주주·임원·종업원 대여금 명목으로 빼내 자신의 펀드 투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2002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그룹 계열사 자금 30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동아건설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뒤 동아건설 자금을 끌어다 인수대금을 갚는 변형된 형태의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동아건설에 4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모두 800억여 원을 배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백 회장은 법원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
정권 교체되면 실체 ‘기지개’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떤 정권도 예외는 없었다. 정권교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실체가 드러나곤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동생 전경환씨가 구속됐다. ‘리틀 전두환’으로 불릴 만큼 실세 중의 실세였던 전씨는 새마을 왕국을 건설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권 핵심부였다. 하지만 새마을 운동본부 공금횡령 사건으로 구속됐다.
처삼촌 이규광씨와 사돈 장영자·이철희씨 부부, 처남 이청석씨 등도 비리를 저질렀다. 노태우 정권에선 고종사촌 처남인 박철언씨가 구속됐다, ‘황태자’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렸던 박씨는 당대에는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정권의 풍운아 중 한 사람이었지만 결국 슬롯머신 사건으로 정치인생의 막을 내려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차남 현철씨가 재임 중 구속됐다. 현철씨는 정권 말기인 1997년 한보사건으로 정권 핵심인사들과 함께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구속됐다.
각각 조세포탈 혐의와 알선수재 혐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노 전 대통령의 큰형인 건평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관련 금품수수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마약·연예인 매춘 등 검찰 수사 5차례 받아

현재 불법 정치자금 논란 한 가운데 서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지난 1990년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재벌2세 마약·매춘사건’ 당사자 중 한 명이다.
박 회장은 모델, 탤런트 등 여성 연예인 수명과 함께 필로폰을 흡입하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그해 2월 검찰에 수배됐다. 박 회장과 검찰의 첫 악연이다. 당시 잠적했던 박 회장은 같은 달 20일 검거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방탕한 재벌2세’로 낙인찍혔던 박 회장은 사건 이후 ‘건실한 사업가’로 변신, 김영삼 정부 임기 말인 97년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0년 2월에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자신의 호를 딴 ‘정산장학재단’을 만들어 1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베트남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한국인’으로 뽑혀 훈장을 받았다.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소유 부동산을 매입한 이후다. 노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박 회장의 셋째 딸이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2004년에는 2002년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 정무팀장이었던 안희정 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7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6년에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에게 300만~500만원씩의 정치자금을 차명으로 후원한 혐의로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술에 취한 채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승무원과 기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비행기 출발을 1시간가량 지연시키는 소란을 피운 혐의다. 부산지법은 지난 5월22일 박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