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2> 부패의 덫에 빠진 사람들

뇌물에 ‘죽고’ 뇌물에 ‘살고’


원칙과 도덕성을 강조했던 참여정부의 부정부패가 양파까지듯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큰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되고 자신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나이키 하청생산) 회장이 노 대통령의 큰형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여기에 남중수 전 KT 사장도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조영주 KTF 사장도 뇌물혐의로 영어의 몸이 됐다. 이들은 모두 노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부패 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청렴위’를 만들어 재벌과 사회단체에 ‘청렴’을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재계 인사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참여정부 인사들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세종캐피탈과 상장회사인 H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캐기 위해 검찰이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을 체포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H사의 주식 308만주(14.7%)를 매수해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세종캐피탈과 대부업체 5~6곳을 압수수색해 김 전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이미 확보했었다. 그러나 검찰이 정작 예의주시한 부분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의혹이었다.

세종증권은 2006년 1월 농협에 인수됐다. 농협은 세종증권의 지주회사격인 세종캐피탈이 보유한 세종증권 지분 1160만주(47.6%)를 주당 8910원, 총 1039억원에 인수했다. 농협은 이후 세종증권에서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거액의 비자금과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다.
이름을 바꾸면서 주가는 무려 10배 이상이 폭등했고, 김 전 회장은 거액을 챙겼다. 이 무렵 증권가에서는 NH투자증권의 주가가 오른 배경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연루됐고 이익금을 배분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해 내부정보를 이용,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농협 회장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006년 5월 검찰에 구속 기소돼 5년형을 선고받은 정대근씨였다.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은 물론 참여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인사로 검찰은 참여정부 인사들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정씨를 소환조사했다.
게다가 검찰은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특혜를 받아 300억이나 할인된 헐값에 매입했다는 혐의를 수사했다. 농협은 2006년 6월 휴켐스 주식 46%를 태광실업에 넘기는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177억원과 127억원씩 금액을 낮췄다. 박연차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거물급으로 통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경남 김해 같은 마을에 살면서 예전부터 알고 지낸 남다른 인연으로 관심을 모이기 시작한 박 회장은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지역에선 ‘박연차 인생도 고속도로처럼 뻥 뚫렸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고 있는 봉하마을 부지도 박 회장의 측근이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에게 판 땅이다.
휴켐스 주식 헐값 매각 혐의로 박 회장을 수사하던 검찰은 이후 정관계 로비 의혹을 포착,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시작이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지휘 아래 이뤄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됐다.
대검 중수부는 정 전 회장에게 세종증권 매입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로부터 정씨 형제와 함께 29억6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노씨를 기소했다.
노씨는 이후 법정에서 정화삼씨 형제의 부탁으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하고 대가성으로 3억원을 받은 부분과 정원토건 회사 돈으로 차명주식과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5억여 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에 대해서도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후 박 회장 수사과정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거나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일각에선 ‘박연차 게이트’로 시작한 수사가 ‘노무현 게이트’로 마감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참여정부 인사들 가운데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재·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이 구속 및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게다가 노 정부 시절 각각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의전비서관 등을 지낸 이호철씨와 정윤재씨 등 ‘부산파 386’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의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노 전 대통령 후원회장이던 이기명씨의 땅을 처음으로 사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 전 대통령 후원자로 이름을 알린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친노 핵심인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또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변 친환경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주)봉하에 70억원을 투자한 경위와 자금출처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과 직·간접적 관련 인사들 줄줄이 검찰행
친형·후원자·동기·선배 등 거미줄처럼 연결된 인맥

7선 의원 출신이며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신상우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사정의 칼날을 피해갈 순 없었다. 신 전 총재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부산지역 후원회장을 맡았고 그 인연으로 전 정권에서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을 지낸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월14일 KTF와 KTF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전 총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 검찰은 신 전 총재가 조영주 전 KTF 사장의 인사 문제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아들을 KTF 납품업체에 서류상으로만 취업시켜 놓고 2년간 매달 500만~600만원의 월급을 받게 하는 등 억대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신 전 총재가 조 전 사장으로부터 거액의 현금 등을 상납 받은 단서도 확보했으며 KTF 납품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2년간 수천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남중수 전 KT사장은 조 전 KTF사장으로부터 납품업체 선정이나 인사청탁 명목으로 수년간 매달 200만~500만원씩을 차명계좌로 받고 하청업체에서도 현금 수천만원을 받는 등 총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조 전 사장은 납품 업체 대표로부터 납품 청탁과 함께 24억여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기소됐다. 이후 지난 2월12일 남 전 사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7000여 만원을, 조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추징금 24억여 원을 각각 선고 받았다.
백종헌 프라임 그룹 회장도 4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 등 각각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백 회장은 참여정부 실세인 이모씨와 절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프라임그룹도 참여정부 때 동아건설을 인수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였다.
백 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프라임개발의 자금 30억원을 주주·임원·종업원 대여금 명목으로 빼내 자신의 펀드 투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2002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그룹 계열사 자금 30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동아건설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뒤 동아건설 자금을 끌어다 인수대금을 갚는 변형된 형태의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동아건설에 4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모두 800억여 원을 배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백 회장은 법원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
정권 교체되면 실체 ‘기지개’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떤 정권도 예외는 없었다. 정권교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실체가 드러나곤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동생 전경환씨가 구속됐다. ‘리틀 전두환’으로 불릴 만큼 실세 중의 실세였던 전씨는 새마을 왕국을 건설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권 핵심부였다. 하지만 새마을 운동본부 공금횡령 사건으로 구속됐다.
처삼촌 이규광씨와 사돈 장영자·이철희씨 부부, 처남 이청석씨 등도 비리를 저질렀다. 노태우 정권에선 고종사촌 처남인 박철언씨가 구속됐다, ‘황태자’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렸던 박씨는 당대에는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정권의 풍운아 중 한 사람이었지만 결국 슬롯머신 사건으로 정치인생의 막을 내려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차남 현철씨가 재임 중 구속됐다. 현철씨는 정권 말기인 1997년 한보사건으로 정권 핵심인사들과 함께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구속됐다.
각각 조세포탈 혐의와 알선수재 혐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노 전 대통령의 큰형인 건평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관련 금품수수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마약·연예인 매춘 등 검찰 수사 5차례 받아

현재 불법 정치자금 논란 한 가운데 서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지난 1990년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재벌2세 마약·매춘사건’ 당사자 중 한 명이다.
박 회장은 모델, 탤런트 등 여성 연예인 수명과 함께 필로폰을 흡입하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그해 2월 검찰에 수배됐다. 박 회장과 검찰의 첫 악연이다. 당시 잠적했던 박 회장은 같은 달 20일 검거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방탕한 재벌2세’로 낙인찍혔던 박 회장은 사건 이후 ‘건실한 사업가’로 변신, 김영삼 정부 임기 말인 97년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0년 2월에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자신의 호를 딴 ‘정산장학재단’을 만들어 1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베트남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한국인’으로 뽑혀 훈장을 받았다.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소유 부동산을 매입한 이후다. 노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박 회장의 셋째 딸이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2004년에는 2002년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 정무팀장이었던 안희정 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7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6년에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에게 300만~500만원씩의 정치자금을 차명으로 후원한 혐의로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술에 취한 채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승무원과 기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비행기 출발을 1시간가량 지연시키는 소란을 피운 혐의다. 부산지법은 지난 5월22일 박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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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