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코너몰린 원세훈 국정원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7: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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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는커녕 맨날 뒷북만 치다 날 샐라

[일요시사=사회팀] 국가 안보는 총구가 아닌 정보에서 시작된다. 정보기관은 알아도 모른 척, 해도 안 한 척 침묵을 지키는 것이 철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은 어찌된 영문인지 다 탄로 난다.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정원 수장부터가 정보 문외한이었던 것. 결국 국정원장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각종 논란에 부딪혀 코너에 몰리는 신세가 됐다.

 

대선정국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터져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악성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진위가 대선을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여야 공방의 쟁점이 된 것이다.

민주통합당 측은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현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오피스텔을 방문해 "국정원 여직원이 국내정치 현안과 관련 인터넷 게시글 작성 및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해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금지'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9조를 위반한 것.

국정원 선거개입
경찰도 한패인가?

반면 국정원은 "명백한 증거도 없이 개인의 사적공간을 무단 진입해 정치적 댓글 활동 운운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정보기관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네거티브 흑색선전이다.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날 12일까지 현장 상황이 교착국면에 들어가자 우원식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무본부장은 "컴퓨터 데이터는 시간이 갈수록 증거가 인멸될 수 있으므로 검찰과 경찰은 현장을 보존하고 증거 인멸 전에 하드디스크를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대치국면이 길어지자 현장에서는 "증거인멸의 시간을 주고 있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2일에 걸친 현장상황은 <문재인TV>를 통해 새벽3시까지 생중계됐고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 12일 오전 국정원 대변인이 해당 오피스텔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해명했다.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이 역삼동 오피스텔 앞을 지킨 지 15시간 만이었다. 대변인은 "민주당 측이 완력을 써서 폭언을 일삼고 가족들의 자택 출입을 막는 등 국가 공무원 감금행위를 저질렀다"며 "개인에 대한 불법 사찰 및 명예훼손이자 국정원을 향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경찰의 압수수색은 없었다. 경찰은 "민주당으로부터 받은 자료, 오피스텔 내 CCTV 기록, 국정원 직원의 행적에 대해 탐문을 벌였지만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민주통합당 측은 "국회 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한 국정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정원 또한 해당 직원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맞고발을 한 상태여서 '선거개입' 진위에 따른 논란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정원 발 여론조작 의혹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도 도마에 올랐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대선 핵심변수 떠올라
북 미사일 발사 '깜깜' 뻥 뚫린 대북 정보망

지난 12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김관진 국방장관은 전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로켓 발사체가 장착됐고, 발사 상태에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오늘 발사할지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군·정보 당국의 정보력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에 장착된 로켓을 지상으로 내려 조립 건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조만간 로켓 발사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음 날 북한의 로켓 발사가 탐지되자 당혹스러워했다.


국정원은 11일은 물론 12일 오전 9시까지만 해도 서울 용산구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이 1단 추진체의 고장 부위를 수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한·미 정보·국방 당국이 사실상 북한의 발사 동향 점검에 실패했고, 발사 당일까지도 북한이 로켓 발사체를 분리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국정원은 뒤늦게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 시험을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은 정보위 보고에서 "발사체가 통신위성, 첩보위성, 또는 관측위성인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발표대로 관측위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체 분리했지만
로켓은 발사대에?

국정원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발사체 중량은 100㎏ 수준"이라면서 "북한의 주장대로 관측위성 역할을 하려면 중량이 최소 500㎏은 돼야 한다. 100㎏이라면 위성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덧붙였다. 발사체가 무슨 용도인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당일 국정원은 "(로켓 발사체를 분리했다는 정황에 대해) 정부 당국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언론의 억측 보도"라면서 "로켓은 상시적으로 발사대에 장착돼 있었고 국정원은 그걸 항상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발사 시점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특유의 위장전술을 편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북한이 1·2·3단계 로켓까지 모두 분리해서 수리한다는 보도를 했다가 하룻밤 만에 모든 로켓을 조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위장술에 완전히 당했다는 분석이다. 북한 보도에 한·미 정보당국이 놀아나면서 완전히 상황을 오판한 것으로 향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수난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달 19일 서 의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북방한계선 포기발언 논란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열람 요청을 거부한 원 원장을 직권 남용 등의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서 의원은 최근 제기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화록 사본을 제출하도록 국정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이라며 제출을 거부하자 서 위원장은 원 원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국정원에 대한 감독 권한을 지닌 국회 정보위원장이 '비밀 열람권'을 거부했다며 현직 국정원장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대선 정국의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하는 데 대해 새누리당이 단일화 파도를 넘기 위한 끈의 하나로 NLL 포기 발언 진실 공방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을 압박함으로써 야권이 대화록 열람에 동의하지 않으면 NLL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통으로 엮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여야 정쟁에 이용당하고 있는 형국이나 다름없는 것.

이와 관련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집권여당 소속의 국회 정보위원장이 자기네 정부의 국정원장을 고발하겠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NLL 논란을 정치 쟁점화하기 위해 별별 소리를 다 하다가 이제는 자기편을 고발하는 자해 공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장이 법에 따라 열람을 거부한 것을 법으로 고발하겠다는 발상도 황당무계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초법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동네북 된 국정원장
고발당해도 조용

원 원장은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일이 연달아 터지며 바람 잘 날이 드물었다. 특히 잘못된 인사 정책에 대한 비판은 임기 내내 이어졌다. 인사가 너무 자주 이뤄지고 인력을 무작위로 배치하는 통에 업무의 비전문성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것이다.

'원세훈식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정원을 흥신소보다도 못한 '아마추어'로 만들어 버린 것. 원 원장 취임 이후 첩보작전이 잇따라 탄로 나면서 지난해 초에는 사퇴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2월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9층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들어갔던 세 명은 특사단의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잠입해 노트북에 손을 대다 특사단원에게 들켜 달아났다. 당시 국정원은 이들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결국 국정원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고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인도네시아 측에 사과해야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대북 정보를 수집하던 국정원 간부 2명이 중국에서 보안기관에 체포돼 억류됐다. 그뿐만 아니다. 2010년 6월에는 국정원 직원이 리비아 무기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 리비아 정부로부터 추방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양국 간 외교적 마찰로 번져 국교단절 위기까지 몰고 갔다. 이보다 앞선 5월에는 한국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우리 정부에 '국정원이 미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

국정원이 첩보활동을 벌이다 발각돼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자 원 원장 책임론이 부상했다. 국정원의 반복된 실책은 원 원장의 잘못된 인사정책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원 원장은 국정원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저렇게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키는데도 현 정권이 계속 저 자리에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당시 최재성 민주당 의원도 "이번 일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국익을 책임져야 할 국정원이 내곡동 흥신소로 전락한 것"이라며 "이럴 거면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인공을 대신시키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기능 마비·잦은 실수·업무 혼란
"'원따로' 이후 바람 잘 날 없었다"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천안함, 리비아, 연평도, 특사단까지 국정원장은 이제 좀 물러났으면 한다"라며 원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원따로'는 원 원장의 별명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움직인다는 의미다. 이 별명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처음 붙인 것으로 대구지방 음식으로 유명한 따로국밥과 그의 출신지인 TK를 엮어 지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별명처럼 '따로' 움직이기 때문일까. 업무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위원 가운데 야당 위원들이 불만이 많다. 한 야당 위원은 "원 원장은 정보위원들과 스킨십이 너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경북 영주 출신인 원 원장은 197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그보다 앞선 1973년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내무부 소속 사무관으로 초기 강원도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시에서 일했다.

성동구청 도시정비국장과 강남구청장,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총리실 지방행정담당관, 서울시 행정관리국장,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거쳐 2002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이때 이명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그해 7월 서울시 기획예산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던 그가 갑작스럽게 요직에 임명된 것은 당시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서 놀랄 만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1년여 만인 2003년 11월 행정1부시장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 시기 청계천 복원사업과 시내버스 체제 개편, 상암DMC 등 이명박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주요사업을 예산과 조직개편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그의 핵심임무였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퇴임할 때까지 4년을 보좌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는 선대위 정책 분야 상임 특보를 맡았다.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2008년 행전안전부 장관에 올랐다. 그의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는 더욱 두드러졌다. 직원들에게 군기가 엄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자주 사용했던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상당했지만 당시 원 장관은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9년 2월 그는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어 단행된 국정원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내부인사 물갈이를 수 차례 시행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국정원 기능 마비와 정보요원들의 실수로 대변되는 '아마추어' 국정원이었다.

의아한 인사
예견된 실패

이 대통령이 원 원장을 국정원장으로 앉힌 이유는 '충성심' 때문이라는 평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워낙 잡음이 끊이지 않다 보니 결국 자타가 공인하는 충성심을 가진 원 장관을 보낼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정보 문외한인 원 원장을 국정원장에 임명할 때부터 실패는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국정원은 연간 1조원의 혈세를 쓰면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오로지 'MB맨' 원 원장도 18대 대선을 앞두고 사방팔방에서 두들겨 맞으며 코너에 몰렸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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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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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