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민주당 이광재·서갑원, 한나라당 중진 K·H 거론
노무현-박연차 커넥션 새 국면…50억원 건넨 정황 등 ‘불법성’ 추적
검찰 사정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4월 재보선이 갈수록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각종 정치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정치인 30여 명에 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데 이어 송은복 전 김해시장을 체포하는 등 여의도를 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대거 검찰문턱을 들락거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상이군경회 수익사업 비리에 참여정부 핵심인사들이 대거 연루됐을 가능성을 놓고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정은 참여정부를 향해 거침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검찰 수사 추이나 결과에 따라 4월 재보선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여권 핵심부와 검찰이 ‘친노 게이트’를 터트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던지기도 한다. 여의도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검찰 사정 칼날의 최종 목적지는 과연 어디일까.
검찰의 사정 칼날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김해 봉하마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체포됐고,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이 구속된 데 이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그리고 친노 핵심 인사들이 대거 검찰 사정 레이더망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연차 사건은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대거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어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 사정이 친노 진영은 물론 여의도를 향한 전방위 수사 형태를 갖춰가고 있는 모양새다.
박연차 리스트 ‘폭발’ 초읽기
K 전 의원 ‘호텔서 받았다?’
실제로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사들을 상대로 갖가지 의혹을 확인할 태세다. 이는 그동안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소문에 불과하다”, “리스트는 없다”며 모든 것을 일축했던 검찰이 기존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으로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회장으로부터 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송 전 김해시장이 부산 자택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18대 총선 당시 김해을 선거구의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돈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전 원장에 대해선 지난 2005년 4월 김해갑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박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3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박 회장으로부터 5만 달러 이상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허태열·권경석 한나라당 의원, 서갑원 의원 등에게도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박 회장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중진 인사인 K·H 의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K 전 의원의 경우 ‘호텔에서 만나 돈을 전달받았다’는 소문도 파다한 상태다.
박연차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이들은 “합법적으로 받았다”, “개인적으로 접촉한 적 없다”, “돈을 받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4월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박 회장이 이들에게 건넨 돈의 성격을 파악할 뿐 아니라 소환되는 사람은 여야 구분 없이 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친노 인사만을 겨냥한다면 표적수사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여야 구분 없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친노를 향한 수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여당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해당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여의도도 긴장감을 줘야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회장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인사들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번 사건은 ‘참여정부 게이트’로 확산되면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큰 치명타를 입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여당인사들을 압박, 이른바 ‘여의도 장악’을 노린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검찰 사정 칼날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친노 인사 ‘레이더망’ 속속
노 전 대통령도 좌불안석
검찰의 ‘노무현-박연차 커넥션’에 대한 수사도 활기를 띠고 있어 친노 인사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박 회장에게 1년 기한으로 15억원을 빌린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했으나 검찰은 그보다 더 많은 50억원이 건네진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박 회장의 베트남 현지 사업에 도움을 준 것과 관련해 사후에 돈을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판 반 카이 당시 베트남 수상은 노 전 대통령과 만나 양국간의 무역증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안상영 당시 부산 시장과 베트남 진출기업인 태광실업의 박 회장과 함께 부산-호치민시 간 직항로를 개설하는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부지 매입시기와 세종증권 주식 거래 시점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검은 커넥션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안팎에서는 15억원 돈거래뿐 아니라 50억원을 건넨 과정에서 불법이나 대가성이 발견될 경우 노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돌고 있다.
또 친노계에서는 검찰이 한때 친노 핵심인사들에 대해 은밀히 내사를 벌여왔다는 사실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얘기하면서도 친노를 향한 전방위 수사를 펼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친노계 측 한 관계자는 “친노 인사들 간의 돈거래가 있었더라도 모두가 합법적이며 부정한 방법으로는 돈을 받지 않았다”며 “참여정부 치부를 드러내기 위해 친노 인사 L·L의원에 대한 수사도 극비리에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혐의를 찾아내지 못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피력했다.
검찰의 칼날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 회장만 겨냥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구속하는 등 참여정부 인사를 향한 수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의 사위 이모씨가 이사로 있던 S해운 로비스트를 통해 1000만원을 이 의원의 부인이 받은 혐의로 300만원의 벌금에 약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이 전 수석이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영남지역의 한전 폐변압기 처리 사업을 특정업체에게 배분해 주고 강달신 상이군경회장 등 상이군경회 임원과 간부들이 수억원을 받았다는 정황과 함께 이 전 수석이 개입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더 나아가 정치권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본격화되고 있는 4월 재보선 판세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검찰 수사. 박연차 리스트 등을 통해 여야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활발해질 경우 재보선 판세는 요동을 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친노 향한 전방위 수사
4월 재보선 영향 미치나?
이런 가운데 창신섬유 강 회장의 비자금 사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어서 언제든지 친노 게이트로 폭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검찰에서는 강 회장 소유의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의 경리업무를 총괄하는 강씨 등 회계 임직원 3명을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는 점에서 강 회장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궁 속에 빠져있는 강금원-안희정 커넥션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검찰 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물론 4월 재보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검찰주변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성장한 L·H·K그룹 등에 대한 내사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어, 참여정부-기업간의 커넥션을 파헤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나아가 친노핵심 인사였던 H씨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 H씨가 개입된 것으로 보이는 D사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이래저래 결국 검찰 사정은 친노 인사들을 향해 거침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문만 무성한 각종 의혹들이 살타래처럼 하나둘씩 풀릴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열기가 더해가고 있는 4월 재보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