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게이 메카' 수원역 뒷골목 탐방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13 13: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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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아지트 가보니…노인이 "이리와 XX줄게"

[일요시사=사회팀] 수원역 뒷골목은 모텔과 각종 성매매 업소들이 뒤엉켜 있다. 그 속에 동성애자 전용 업소들도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기 위해 더욱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게이 전용 업소가 바로 그것들이다. 하지만 그 환경은 영 좋지 못하다. 점점 더 음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 기자는 눈 질끈 감고 그들이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 공간을 탐방해 봤다.

동성애 전용 바와 찜질방, 그리고 섹스방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이른바 '이반' 전용 업소들이다. 이반은 이성애자들을 칭하는 일반이라는 말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일반인과는 구분된다는 의미. 이 같은 이반 업소들은 일반인에게 성 정체성을 들키지 않으려는 이반끼리 모여 친분을 쌓고 커플이 되고 또 성관계를 맺는 곳이다.

게이들의 성지
수원역 일대

그 중 수원역 역전시장 모텔촌은 이반 업소들이 뒤섞여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기자가 확인한 이반 전용 술집만 해도 네 곳, 찜질방과 유사한 숙박시설은 세 곳이었다. 게이 업소들이 성업 중인 서울 종로와 이태원까지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가 수원인 것.

지난 4일 기자는 수원역 부근에 위치한 동성애 업소를 찾아다니며 그들만의 삶을 들여다봤다.

수원역 일대는 그야말로 모텔 천지였다. 골목골목마다 늘여선 모텔의 개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한자로 써진 간판도 보였다. 조선족이 많이 모여 살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일대를 돌아보던 중 경쾌한 트로트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간판을 보니 성인 콜라텍이었다. 잠시 올라가 내부를 들여다보니 붉은 조명 아래 중장년 남성과 여성들이 짝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홍등가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밤이 되니 아가씨들이 손짓하며 연신 "오빠 놀다가"를 외쳐댔다. 수원의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수원은 게이업소가 많기로 유명하다. 기자는 이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업소의 위치를 미리 파악했다. 역전 시장 일대를 배회하다 수원ㅇㅇ휴게텔을 찾아갔다. 서ㅇㅇ극장이라는 성인 극장이 있는 건물 3층에 기자가 찾던 휴게텔이 있었다. 또 입구 바로 맞은편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무인텔이 있었다. 휴게텔에서 눈이 맞은 게이커플이 좀 더 친밀한 시간을 가지기 위한 곳임을 짐작케 했다.

휴게텔은 오후 5시 이전에 입실하면 5000원, 그 이후에 찾아가면 1만원을 받고 있었다. 무인텔은 대실 1만5000원, 숙박 2만5000원이었다. 이 건물 지하엔 대규모 성인 게임장이 있었고, 2층은 허름한 고시텔, 4층은 대중목욕탕이 운영되고 있었다.

기자는 마음을 굳게먹고 게이 휴게텔에 들어갔다. 신발장 왼쪽 카운터로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 점원이 기자를 반겼다. 먼저 "안에 손님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지금 세 분 정도 있다"면서 "주중보다 주말에 손님이 많다"고 귀띔했다. 일단 돈을 내고 열쇠를 건네받았다.

바·찜질방·섹스방 '이반' 전용업소 즐비
쾌쾌한 악취 진동…남자 신음 울려퍼져

내부는 예상 밖이었다. 일반 목욕탕 및 찜질방의 내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 여기는 게이 업소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옷을 탈의하는 중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자가 옷을 벗고 있는 도중 한 노인이 나타나더니 기자의 맨살 엉덩이를 손으로 툭 치고 지나갔다. 샤워를 마친 후 가운을 입고 있을 때도 다가오더니 이번엔 노골적으로 쓰다듬었다.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기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기자를 당황하게 한 것은 또 있었다. 입실할 때 나눠준 가운에 바지가 없었다. 상의도 무척 얇았고 또 짧은 편이었다. 아랫도리가 영 허전했다. 차라리 다 벗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팬티를 입고 수면실에 입장할까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취재하기 위해 팬티를 입지 않고 수면실에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남자들인데 뭐 어때'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먼저 손님들이 몇 명인지 확인했다. 수면실 내부엔 노인과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만 보였다. 청년은 통로에 계속 서 있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듯한 눈치였다. 청년은 계속해서 기자를 따라 끈적끈적한 시선을 보냈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지나쳤다.


그 순간 충격적인 현장이 목격됐다. 통로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방에서 기자를 추행했던 그 노인이 자위행위를 하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 노인은 컴퓨터와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게이야동'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대형 화면에는 근육질 백인 남성들이 항문성교를 하고 있었다.

조명하나 없는
차가운 수면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명이 하나도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내부를 살펴봤다. 탈의실과 샤워실은 찜질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수면실은 확연히 달랐다. 일단 바닥이 매우 차가웠다. 바닥뿐 아니라 공기도 차가워 한기가 느껴졌다. 이 같이 추운 곳에서 어떻게 잠을 잘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찜질방처럼 탁 트인 공간도 없었다.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 각기 크기가 다른 방이 있을 뿐이었다. 커튼이 쳐진 방, 문이 딸린 방, 2층 구조인 방, 더블침대가 놓인 방 등 제각각 있었다. 그리고 각 방엔 찜질방용 갈색 매트와 베개가 있었다. 반대편 방을 몰래 훔쳐볼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이 뚫린 방도 있었다. 관음증 환자를 위한 곳으로 짐작됐다. 

수면실 내부에 있는 샤워실은 유일하게 붉은 조명이 켜져 있었다. 그곳에선 적응하기 어려운 강한 악취가 풍겨왔다. 설명하자면 피와 변이 섞인 냄새였다. 샤워실 휴지통엔 콘돔과 젤 포장지가 버려져 있었다.
방을 살펴본 기자는 여전히 들리는 노인의 신음소리를 피해 가장 구석방으로 향했다. 그나마 넓은 그 방엔 매트 3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쾌쾌한 냄새가 났다. 기자는 쪼그려 앉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스마트폰에 메모했다.

통로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휴대폰 불을 비춰보니 아까 그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씻었지? 내가 빨아 줄게"라며 막무가내로 기자의 가장 소중한 부위를 향해 손과 얼굴을 들이밀었다. 깜짝 놀란 기자는 그곳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잡아 뿌리치고 얼굴을 밀어내니 이번엔 허벅지와 엉덩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부탁할게 이리와
기분 좋게 해줄게"

결국 기자는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노인의 추행을 막기 위해 몸으로 어깨를 강하게 밀친 후 "젊은 사람을 만나러 왔다. 그러니 쫓아오지 말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 방을 벗어나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노인은 "한 번만, 부탁할게. 이리와. 기분 좋게 해줄게"라며 기자를 따라왔다.

이후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다짜고짜 "탑이냐 바텀이냐" 물어왔다. 이럴 때를 대비해 게이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를 검색해서 알아두고 있었다. 이에 기자는 "탑이다"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탑'은 '남자 역할' '바텀'은 '여자 역할'을 의미했다. 일반적으로 바텀이라고 자칭하는 하는 게이 남성은 여성성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이것을 또 '끼'라고 표현했다.

기자의 대답에 청년은 물끄러미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이에 "몇 살이냐. 여기 자주 오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25살"이라며 "매일 온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빤히 쳐다보기에 "왜 빤히 쳐다보고 있느냐"고 물으니 "나도 탑이라 어색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가 바텀이길 바라는 눈치였다.

더 이상 수면실에 있기 힘들어서 따라오는 시선을 무시하며 지나쳐 나왔다. 그때 뒤에서 노인과 청년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기자에게 퇴짜 맞은 노인이 청년을 쓰다듬으려 하자 청년은 정색하며 "이제 안 하시기로 했잖아요"라고 말하며 노인을 뿌리치고 있었다.

수면실에서 빠져나온 기자는 부대시설들을 살펴봤다. 이때 막 업소로 들어온 한 30대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겉으로 보기엔 동성애자로 보이지 않았다. 이 남성뿐만 아니라 게이들은 겉모습만으론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

20대 청년 다가와
"탑이냐 바텀이냐"


탈의실 한쪽 편엔 대형거울과 그 앞에 로션과 면봉 등이 있었다. 이것 역시 일반 업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 업소와 확연히 다른 특징을 발견했다. 바로 한 바구니에는 콘돔과 윤활 젤이 가득 담겨있었던 것. 과연 '게이 전용 업소'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수면실 반대편엔 대형 TV와 소파가 놓인 흡연실이 있었다. 30대로 보이는 뚱뚱한 남성과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휴게텔 관계자로 짐작됐다. 둘은 TV를 보다 대화를 했는데 뚱뚱한 남성은 여성성이 다분했다. 주먹을 살짝 쥐고 남성을 툭툭 치는 것이 마치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애교부리는 것 같았다.

컴퓨터 2대가 비치된 PC방도 있었다. 그리고 한 남성이 야동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게이용 야동이 아니라 남녀가 한데 엉켜 정사를 펼치는 야동이었다. 남성이 자리를 뜬 후 혹시나 해서 컴퓨터 동영상 폴더를 열어보니 역시 게이용 야동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손님이 더 이상 늘지 않아 다른 휴게텔을 찾아가 봤다.

대로를 건너 위치한 이 업소는 '24시간 사우나'라는 낡은 간판을 걸고 있었다. 현관문은 가정집과 같았고 벨을 눌러야 들어갈 수 있었다.

1만원을 내고 입실했다. 앞서 방문한 휴게텔보다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사우나라는 간판과 달리 간단한 탈의실과 샤워 시설이 마련돼 있을 뿐이었다.


샤워하러 들어가니 30대로 보이는 체격 좋은 남자가 샤워하고 있었다. 태연한 척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밑으로 비누가 굴러들어왔다. 일종의 관심 표명으로 짐작됐다. 비누를 주울까 생각하다 괜한 오해를 살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

콘돔·젤 곳곳에 비치
관음증 환자 용 방도

이 업소도 콘돔과 윤활 젤이 가득 들어 있는 바구니가 있었다. 수면실로 이동하니 조명이 거의 없어 눈앞이 깜깜했다. 앞서 방문한 업소와 비슷했다. 다만 각 방에는 찜질방용 매트가 아닌 전기 매트와 이불이 깔려 있었다.

그때 한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갔다. 통로를 따라 조금더 들어가자 구석 칸막이 안쪽에선 중저음의 나지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남성 두 명이 애정행각을 나누고 있는 듯했다.

이런 것을 목격할 것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상황이 닥치니 난감했다. 빠져나가려는 순간 인기척을 느낀 그들이 행동을 멈췄다. 어둠속에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수면실을 빠져나와 이번엔 흡연실로 갔다. 이곳 역시 소파와 TV가 있고 주인을 비롯해 사복을 입은 남성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에 놓인 컴퓨터에선 한 할아버지가 온라인 바둑을 두고 있었다.

주인에게 "손님이 왜 이렇게 없나"고 물었다. 그는 "평일에는 많이 없는 편이다. 금요일, 토요일에 오면 정신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고 대답했다. "어젯밤에는 몇 명이 들어왔느냐"고 물으니 그는 "어젠 15명 정도였다. 보통 사람들이 오는 시간은 11시부터 새벽까지다. 술 한잔하고 오거나 집안일을 마친 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전용 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대답했다.

게이인 줄 모르고
결혼하기도 해

업소를 빠져나온 기자는 착잡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숨어 지내야 하는 그들이 안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이바에서 일하는 30대 곽모씨는 "중년 이반 남성들은 결혼한 사람들이 많다. 가족에게조차 동성애자임을 숨기기 위해 원치 않는 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재산 때문에 결혼하기도 한다. 또 결혼할 당시에는 자신이 게이인 것을 모르고 있다가 아내와 부부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동성애로 돌아서기도 한다. 이들은 항상 힘들어한다. 부부생활이 안 되니까. 게이로 태어난 것을 어찌하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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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