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들 본격 '호텔 전성시대'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06 11: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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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좀 된다 싶으니 너도 나도 '러쉬'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호텔들이 물밑들 밀려들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이했고 재벌가들은 앞 다퉈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주유소 부지까지 밀면서 호텔을 여는 것을 고려중이라니 말 다했다. 가히 호텔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아주그룹이 서울 마포 서교동에 있는 '호텔서교' 신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아주그룹은 최근 서울 마포구청에 호텔 신축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아주그룹은 현재 최대 500% 이내인 건물 용적률을 최대 900%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경 신청이 통과되면 아주그룹은 현재 지하 2층~지상 13층에 135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서교를 지하 5층~ 지상 22층에 378개 객실을 가진 대규모 호텔로 건설할 계획이다.

아주그룹 호텔 운영
신라·롯데 어깨 견줄 듯

새 호텔이 신축되면 아주그룹은 제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특1급 호텔을 운영하게 돼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 국내 유명 호텔체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전망이다.


아주그룹은 지난 2000년 365억원을 투입해 특1급 호텔인 하얏트리젠시 제주를 사들인 바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호텔은 4년 안에 전국 각지에 2200실 규모의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을 신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까지는 국내외 40곳으로 늘린다는 게 롯데호텔의 입장이다.

비즈니스호텔은 객실 크기와 서비스, 식당·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최소화해 특급호텔 대비 가격을 30% 이상 낮춘 호텔을 말한다.

롯데호텔은 2014년 2월 제주시에 262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 개관을 시작으로 같은 해 3월 대전시 유성구 스마트시티, 6월 서울 구로구, 10월 울산시 달동에 비즈니스호텔을 차례로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은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이 매입한 을지로 장교동 시그니쳐타워 인근 호텔부지와 세종호텔 인근 주차타워에 각각 270실, 430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을 열기 위해 장기 임차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한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에도 300실 규모의 호텔 운영을 계획해 4년 안에 롯데호텔계열 비즈니스호텔이 7곳 더 생기게 된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사업확대·신규진출
롯데·삼성·SK·GS…잇달아 대형 프로젝트 선언


이에 앞서 2009년 마포에서 선보인 '롯데시티호텔마포'는 오픈 3년 만에 연간 객실 판매율 90%를 돌파하며 성공적 입지를 굳혔고 지난해 김포국제공항 롯데복합쇼핑몰에 문을 연 롯데시티호텔 2호점 '롯데시티호텔김포공항'도 비즈니스호텔 업계를 이끌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인 호텔신라는 최근 '신라스테이'라는 브랜드로 KT자산운용이 개발하는 역삼동 KT영동지사 부지, 서대문구 미근동 옛 화양극장 부지, 구로디지털단지 인근 옛 JW중외제약 부지 등 총 5곳을 선보일 계획이다.

KT영동지사 부지는 KT가 발주한 14층짜리 비즈니스호텔로, 코오롱글로벌이 공사를 맡고 완공 후에는 호텔신라가 신라스테이 간판을 달고 위탁경영을 하게 된다.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화재는 지난 9월 서울 관훈동 보유 부지를 비즈니스호텔을 포함한 복합시설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개발계획서를 관할 구청에 제출했다. 이곳 역시 호텔신라가 위탁운영을 맡은 가능성이 크다.

GS그룹 계열 호텔 전문회사인 파르나스호텔(옛 한무개발)은 서울 명동에 첫 번째 비즈니스호텔을 연다. 파르나스호텔은 서울 삼성동에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파르나스호텔은 서울 명동 세종호텔 인근 삼윤빌딩을 리모델링한 비즈니스호텔 '나인트리 명동'을 12월1일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주유소 밀고 호텔
외연 확장 집중

나인트리호텔 명동은 총 144개 객실을 갖추고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전 직원이 일본어 사용을 하고, 중국어와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도 상시 배치된다.

한진그룹의 숙원사업인 7성급 호텔 신축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관광호텔 건립·증축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학교반경 200m 이내에는 관광호텔을 신·증축할 수 없지만 정부가 마련한 개선안은 카지노와 유흥주점이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 인근에도 지을 수 있게 했다. 대한항공이 확보한 7성급 한옥형 고급호텔 부지 인근에는 3개 여자 중·고교가 있다.

만약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진그룹의 호텔 건축 프로젝트는 사실상 순풍을 타게 된다.

워커힐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는 영업이 부진한 SK주요소 부지를 이용, 비즈니스호텔로 전환할 계획이다. SK네트워스는 현재 특1급 호텔인 쉐라톤그랜드 워커힐과 W서울워커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시 중구 오장동 SK수도주유소 부지에 비즈니스호텔을 새로 지어 자산 효율화에 나선 다는 것. 실제로 SK네트웍스는 지난 2005년 서울 여의도 주유소 용지를 36층 규모 오피스텔로 개발해 300억원 가량 수익을 낸 바 있다.


업황 부진 건설사
호텔로 반전 도모

애경그룹 계열의 수원애경역사는 수원역과 AK플라자 수원점 옆 부지에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가칭)을 2014년 7월 오픈할 예정이다. 노보텔 앰버서더 수원은 지하 3층~지상 9층 규모로 총 295실의 객실을 갖춘 특2급 호텔로 신축되며 호텔 운영은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가 담당한다.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는 프랑스 호텔그룹 아코르사와 국내 호텔그룹 앰배서더가 공동출자한 호텔운영전문 그룹이다. 아코르는 전 세계 92개국에 4426개의 호텔을 운영 중인 세계적 그룹이다.

애경그룹은 민자 역사로 개발하는 경의선 홍대복합역사에도 비즈니스호텔을 건립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6월 서울 6성급 호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하 반얀트리)을 인수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1월16일 반얀트리 인수를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 5개월여에 걸친 실사를 마무리 짓고 최종 인수계약을 했다. 인수 가격은 1635억이다.

반얀트리는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옛 타워호텔을 부동산 개발업체 어반오아시스가 2007년 인수해 새로 단장한 호텔이다.

현대차그룹은 제주도 서귀포에서 해비치호텔을, 현대중공업은 경주·울산·목포·강릉·블라디보스토크에서 현대호텔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웨스턴조선호텔은 쌍용건설이 서울 동자동에 건립 중인 용산 쌍용플래티넘 콤플렉스 내 359실 규모의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에 뛰어든다.

오는 2014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이 빌딩은 오피스텔 한 동과 호텔·오피스 복합빌딩 한 동으로 구성, 쌍용건설은 호텔부문을 떼어내 900억원 안팎에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했다. 맥쿼리 측은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호텔 운영을 조선호텔에 맡기기로 했다.

오픈 시기나 구체적인 운영 방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하루 숙박료 10만∼20만 가량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보유 부지 활용…비즈니스호텔 '붐'
건설사·외국체인·중소기업도 관심 '업'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도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파크하얏트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내년 2월18일 개관 예정인 파크하얏트부산의 오너이기도 하다. 파크하얏트부산은 해운대 마린시티에 위치해 있고 69개의 스위트를 포함한 269개의 객실을 선보일 예정이다.

KT의 부동산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서울 역삼동 영동전화국 옆 주차장 터에 300실 규모 호텔을 짓고 있다. 전국 전화국 자리를 호텔로 재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도 오랫동안 제주에서 관광호텔을 운영해온 자회사 오라관광을 앞세워 비즈니스호텔사업에 진출했다. 이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플랜트사업본부 사옥을 240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로 재단장 중이다. 이와 함께 서울 중구 장교동 부지와 을지로 인근 부지를 임대해 각각 540실, 200실 규모의 호텔 건립도 검토 중이다.

호텔이 완공되면 운영은 자회사인 오라관광이 맡거나 위탁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오라관광은 자본금 500억에 대림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제주도에서 '제주그랜드호텔'과 골프장 '오라컨트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부영그룹도 최근 1700억규모의 중구 소공동 옛 삼환기업 부지를 매입해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주리조트와 제주 앵커호텔을 인수했다.

외국계 호텔 체인과 중소기업도 관심이 뜨겁다.

일본계 중저가 호텔 체인 도요코인과 도미인은 부산 등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롱스테이 재단 한국지부 코비즈는 부산 해운대에 저가 체류형 시설인 '롱스테이텔' 건립에 본격 착수했다.

하나투어는 최근 서울 인사동 서울아트센터 맞은편에 특2급 호텔인 '센터마크'를 오픈했다. 또 다른 여행업체인 모두투어도 센터마크 호텔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견지동에 '아벤트리 종로 관광호텔'을 지난 9월 열고 운영 중이다.

여행 업체도 뛰어든
비즈니스호텔 사업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 등 11개 호텔을 운영 중인 앰배서더호텔 그룹은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 이비스 앰배서더 오창, 노보텔 앰버서더 성북,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 등을 차례로 열기로 했다. 2015년까지 총 20곳을 운영할 계획이다.

임페리얼팰리스그룹도 국내외 5곳의 신규 호텔을 낼 방침이다. 호텔프리마도 북창동에 약 100실 가량의 호텔을 짓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호텔 업체수는 644개, 객실수는 7만763개에 이른다. 이중 수도권 호텔 수요는 3만6000여 실, 공급량은 2만8000여 실에 그쳤다. 한국관광공사는 3년간 3만1000개의 객실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벌가들이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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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