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7 11: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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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자? 새누리당도 민주정당이다"

[일요시사=정치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지침으로 내세운 소위 주사파 골수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통일운동을 하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의 실상을 접한 후엔 오히려 북한인권운동가로 변신했다. 또 지난 4·11 총선에서는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의 후보로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그런 그를 '변절자'라며 몰아세우기도 했지만 하 의원의 변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통합당은 거듭 사실무근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민주당과 차별화 되는 새누리당의 안보 정체성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무척 다채로운 이력을 지녔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수재지만 정작 대학시절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두 번이나 구속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소위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주사파였던 그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모습과 매 맞고 고문 받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북한인권가로 변신하게 된다.

그는 2005년부터는 열린북한방송을 운영하며 북한주민들에게 외부의 소식을 전하고 북한 내부에 민주화의 씨앗을 싹 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엔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하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인가?
▲ 평소 북한인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인권문제가 매우 심각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그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었다. 민간인의 신분으로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펼쳤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정치권의 영입제의를 받았고 평소 느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입문하게 됐다.


- 학창시절에는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전력도 있다. 새누리당과는 이념적 차이가 있을 듯한데 새누리당을 택한 이유는?
▲ 현재 정치권은 민주화세력과 독재세력의 대결구도가 아니다. 새누리당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정당이다. 지금 시대의 주요과제는 일자리, 복지, 세계화 등이다. 이러한 여러 이슈 등에서 오히려 나는 새누리당과 이념적 동질성을 느꼈다.

- 오래된 일이지만 민주통합당의 임수경 의원이 하 의원을 '변절자'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임 의원의 논리는 '운동권은 다 민주당이어야 하는데 왜 새누리당 갔느냐'는 것이다. 이는 냉전논리다. 이미 민주화 된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출신성분에 상관없이 각자 소신에 따라 어느 당이든 선택할 수 있고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만 정당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초선의원이다. 국회의원이 된 후 일상생활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 고민해야 되는 문제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내가 관심있는 문제만 고민하면 됐다. 하지만 이젠 지역구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상임위 활동과 관련된 여러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 고민해야 된다. 또 예전에는 한두 가지 이슈만 전문적으로 탐구하면 됐지만 지금은 좀 더 시야를 넓혀 광범위하게 보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된다. 두 번째는 사적인 시간이 많이 줄었다. 주말에도 지역구를 방문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족들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해져 미안하다.

- 정치 입문 후 가장 보람을 느낀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 현재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몸담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아무래도 수산업인들보다 농업인들의 수가 훨씬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농업인 위주의 활동만 펼치게 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상임위 활동 중 수산발전기금이 내년에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적했고 내년에는 오히려 기금의 총액이 늘어나게 됐다.

이외에도 올 여름 해수욕장 해파리 사고가 많았다. 인천에서는 한 여아가 해파리에 쏘여 사망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근본원인을 살펴보니 각 부처 간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대응이 늦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짚어내서 내년부터는 각 부처가 해파리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 봄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고문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을 여야의 합의로 통과시킨 것도 큰 보람을 느꼈다.

"무조건적인 대중 추종 정치는 안해, 현실 직시하고 대안 마련해야"
"북한인권법, 당장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변화 가져올 것"


- 과거 "독도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쟁지역"이란 주장을 해 논란을 겪었다. 이에 대해 해명을 한다면?
▲ 독도는 명백한 우리나라의 영토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분쟁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우리나라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독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 야권에서 북한인권법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이 실효성 없이 남북관계만 경색시킨다는 비판도 있는데.
▲ 북한인권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북관련 민간단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하는데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북한인권문제가 한창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는 탈북자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기도 했다. 북한인권법이 통과된다면 분명히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다.

또 대북관련 민간단체들은 지금도 많은 성과들을 얻어내고 있는데 이를 국가가 장려하고 더욱 활성화 시킨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물론 북한인권법이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치권의 관심이 모두 대선에 쏠려 있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현재 선대위에서 대통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는 낡은 정치다. 이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지역구인 부산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고향이라 표심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그래서 더욱 지역구 표심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 대선 승리를 위해 박근혜 후보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 어떤 후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 대선이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단점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고 이제는 박 후보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 시키는 전략이 중요한 것 같다. 박 후보의 장점은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꼭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한다는 점이다. 때론 너무 고집스런 태도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책임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 기본 원칙이 있다면?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인기 얻기에만 급급해 무조건적인 대중 추종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이다.
앞서 언급된 독도 문제가 가장 좋은 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면 인기를 얻고 별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다면 언젠가 큰 위기가 닥친다.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따라서 나는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 특히 최근 고조 되고 있는 경제위기와 안보위기, 외교위기 등을 누가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두고 투표에 임해주시길 바란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하태경 의원 프로필>

▲ 통일맞이 연구원
▲ 미시간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
▲ 중소기업신문 기자
▲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열린북한 대표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제19대 국회의원 (부산 해운대구기장군을/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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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