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검은손' 한국문화재단 실체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01 09:56:12
  • 댓글 0개

정수장학회 저리가라…박근혜 판도라 열린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정수장학회는 대선 전 반드시 넘어가야 할 걸림돌이다. 최근엔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밀실 추진 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런 와중에 항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박 후보의 또 다른 재단이 의혹으로 떠올랐다. 바로 ‘비선 조직’으로까지 의심받았던 한국문화재단이다. 베일에 가려져있는 미스터리 재단의 실체를 파헤쳐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외곽 비밀결사대, 이른바 ‘신사동팀’으로 불렸던 한국문화재단의 실체가 공개됐다. 다음에서 정치 파워블로거로 활동 중인 오주르디가 최근 공개한 포스트 <‘박근혜 재단’ 중 가장 은밀한 곳, 한국문화재단>을 통해 그간 단 한 번도 논의선상에 떠오른 적이 없던 한국문화재단의 역사와 정체를 벗긴 것이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재단이 그간 박 후보의 정치 행보에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온 실상도 드러났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국문화재단은 누리집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쉽지 않다. 건물 안내판에도 간판을 따로 붙이지 않았다. 박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재단 4곳(정수장학회·육영재단·영남학원·한국문화재단) 중 가장 베일에 쌓여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미스터리 재단’의 출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7개월 전인 197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문화재단의 설립자는 라면회사인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 설립 당시 명칭은 ‘명덕문화재단’이었다.

전 명예회장은 1979년 3월 현금 5억 원 등 총 11억 원을 들여 ‘명덕문화재단’을 창설했고 설립 이듬해인 1980년 7월 전중윤 초대이사장을 포함한 설립 관계자 전원이 사퇴하고 박 후보가 이사장이 됐다.


만 28세에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은 박 후보는 2012년까지 줄곧 이사장을 맡아왔다. 32년 동안 한결같이 ‘이사장 박근혜’ 체제가 유지됐다면 사실상 재단 소유주가 박 후보라는 얘기다. 

간판도 없이 극 비밀리에 운영된 ‘신사동 팀’
삼양라면 전 회장의 재단 기부는 보은 성격?

당시 11억 원의 가치는 같은 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돈이라며 박 후보에게 청와대 금고에서 무상증여한 6억 원과 비교하면 액수를 가늠할 수 있다. 당시 6억 원이면 대치동 은마 아파트 30여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어마어마한 재단이 박 후보의 손에 넘어간 걸까. 블로거 오주르디는 이어 삼양라면, 그리고 박정희와 JP를 연결고리로 미스터리한 한국문화재단의 실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에 따르면 재단 소유권이 삼양라면에서 박 후보에게 넘어간 배경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했던 전 명예회장이 보은 차원에서 맏딸인 박 후보에게 자신이 설립한 재단을 맡겼던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상 기부행위라 봐도 무방하다.

삼양식품은 1961년 정부의 금전 도움을 받아 라면 제조기계를 도입했고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 명예회장의 삼양라면 성공스토리는 남대문시장 꿀꿀이죽에서부터 출발했다.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 먹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자신이 일본서 먹어본 라면을 떠올린 전 명예회장은 ‘새로운 식품 사업계획서’를 들고 JP(김종필)를 설득했다.
JP를 통해 라면 샘플을 먹어 본 박 전 대통령은 라면을 좋게 평가했고, 이후 전 명예회장은  정부가 보유했던 미국 잉여농산물 구매대금 중 5만 달러를 조건부로 불하받아 라면기계를 샀다. 삼양라면은 불티나게 팔렸고 1964년부터 라면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재단과 삼양라면
그리고 박정희와 JP


5만 달러를 불하해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전 명예회장은 자신의 딸 셋 모두 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다닌 배화여고에 보냈다. 배화학원 이사장을 맡아 ‘육영수 여사 기념관’도 건립해 줬다. 이후 설립된 배화여자전문대학 후원 재단으로 명덕문화재단을 설립했다.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급서하자 전 명예회장은 그럴 줄 알고 재단을 넘길 준비라도 한 듯 1년도 안 돼 박 후보에게 명덕문화재단 전체를 양도했다.

명덕문화재단에서 이름이 바뀐 한국문화재단은 2002년 박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 미래연합을 창당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탈당 선언문을 작성한 곳이 박 후보의 의원실이 아니라 한국문화재단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박 후보의 비공식 조직인 ‘신사동팀’에 관한 설들이 정가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주르디는 “‘신사동팀’의 거점이 한국문화재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팀을 이끈 인물은 ‘박근혜의 그림자’라고 불렸던 고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로 알려졌다”며 “정윤회는 최태민의 다섯째 부인의 딸인 최순실의 남편이다. 박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으며, 육영재단에 관여하기도 했다. 항간에는 그가 지난 4·11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공익재단?
쿠데타 전진기지!

한국문화재단의 임원진도 박 후보와 관련 있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이사진 자료에 따르면, 최외출, 변환철, 김달웅, 김덕순 등 친박 인사들이 이사를 맡고 있다.

영남대 부총장이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장인 최외출 이사는 박 후보의 ‘국민행복캠프’ 기획조정특보이고, 변환철 이사는 친박 교수 모임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김달웅 이사도 친박 성향 교수 연구모임인 ‘바른사회하나로연구원’의 상임대표를 맡고, 김덕순 이사는 정수장학회 이사도 겸하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은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4개 법인(정수장학회·영남학원·육영재단·한국문화재단)이 설립된 이후 감사 이상을 지낸 임원을 교차분석해보니, 지난 20∼30여 년간 22명이 재벌계열사처럼 순환 임명돼왔다”고 지적했다.

오주르디도 “재벌기업이 계열회사 임원을 순환시키는 것처럼 ‘박근혜 재단’ 4곳도 꼭 그 짝”이라며 “4곳 모두 거친 임원이 3명, 3곳에서 임원을 맡았던 사람이 3명, 2곳 16명 등이며 현재 임원을 맡고 있는 사람도 5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오주르디는 또 한국문화재단이 박 후보의 기부행위나 박 전 대통령 업적 홍보로 재단 비용을 지출해온 사실도 공개했다. 재단은 2004·2005년 문화 활동비 명목으로 박 후보의 미니홈피 접속 수 200만회와 300만회 돌파를 기념해 수 백만원에 상당하는 물품을 영아원과 어린이 시설에 지원했다.

학술연구비 명목으로 ‘박정희 치적 연대표 조사연구’ 등에 15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재단의 연구비 지원 5건 중 2건도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었다.


32년간 존속해오다 돌연 9월10일 등기 말소
육영수사업회에 증여 “대선 의혹 피하기?”

또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문화재단이 선정한 장학금 수혜자 수는 총 715명인데, 이 중 75%에 달하는 538명이 박 후보의 지역구나 다름없는 대구-달성에 치중해 지원했다. 이를 두고 오주르디는 “자신의 선거구에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박근혜’라고 적힌 장학증서를 집중적으로 뿌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주르디는 “정수장학회가 3만 명의 상청회원을 거느린 사실상 박 후보의 외곽조직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문화재단도 만만치 않다”며 “한국문화재단의 겉모습은 정수장학회보다 못할지언정, 박 후보의 정치적 ‘손발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면 정수장학회를 훨씬 능가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문화재단이야말로 박 후보의 비밀 정치의 축이자 드러나지 않은 의혹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한국문화재단은 지난달 10일 갑작스러운 해산 등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6월25일 이사회 결의로 해산했고, 지난 9월10일 해산 등기를 마쳤다.

해산하면서 13억 여원에 달하는 재단의 자산은 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육영수여사 기념사업회’로 넘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월 23일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6월 법인을 해산하고 기본재산 13억원을 육영수사업회에 증여했다. 이에 따라 육영수 사업회의 기본재산은 24억 원에서 37억 원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제2의 정수장학회’논란을 피하기 위해 두 재단을 서둘러 통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 의원은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에 이어 한국문화재단도 박정희 시대 재벌 특혜에 따른 상납 의혹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설립 시 한 푼의 재산 기여도 없는 박 후보가 마땅히 사회 환원을 해야 할 재산을 육영수사업회로 넘긴 것은 논란도 피하고 재산도 지키기 위한 매우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역시 “남의 들보는 잘 들추더니 32년간 몰래 지켜온 단체의 너무 큰 들보가 들킬까 겁이나 재빨리 합치셨군요” “안철수재단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을 적용했는데, 형평성이란 게 있나요?” “까도까도 나오는 양파네요. 어떻게 죄다 남의재산인지” “아버지의 과오만 물려받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 시절’
또 다른 유산 

한 블로거는 “우리 국민들은 하다못해 안전 띠 하나 착용을 미처 하지 못하고 가다가 걸려도 꼼짝없이 벌금 3만원을 내야하며 그 외에도 국민들은 그 어느 사소한 법으로 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그런데 정수장학회나 그 운영에 문제가 많은 육영재단, 한국 문화재단이라는 곳들이 박 후보를 위해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러면서 ‘국민대통합’이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같잖은 선거운동 및 표 구걸을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32년간 비밀을 지켜온 단체. 사회 환원으로 연결되지 않은 한국문화재단을 통합했다고 해서 특혜에 따른 상납 의혹, 재산 지키기 꼼수 등 들끓는 의혹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학 사업을 하는 한국문화재단과 개인 추모 중심인 육영수 여사 기념사업회의 사업통합목적을 두고도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