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검은손' 한국문화재단 실체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01 09: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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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저리가라…박근혜 판도라 열린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정수장학회는 대선 전 반드시 넘어가야 할 걸림돌이다. 최근엔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밀실 추진 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런 와중에 항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박 후보의 또 다른 재단이 의혹으로 떠올랐다. 바로 ‘비선 조직’으로까지 의심받았던 한국문화재단이다. 베일에 가려져있는 미스터리 재단의 실체를 파헤쳐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외곽 비밀결사대, 이른바 ‘신사동팀’으로 불렸던 한국문화재단의 실체가 공개됐다. 다음에서 정치 파워블로거로 활동 중인 오주르디가 최근 공개한 포스트 <‘박근혜 재단’ 중 가장 은밀한 곳, 한국문화재단>을 통해 그간 단 한 번도 논의선상에 떠오른 적이 없던 한국문화재단의 역사와 정체를 벗긴 것이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재단이 그간 박 후보의 정치 행보에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온 실상도 드러났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국문화재단은 누리집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쉽지 않다. 건물 안내판에도 간판을 따로 붙이지 않았다. 박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재단 4곳(정수장학회·육영재단·영남학원·한국문화재단) 중 가장 베일에 쌓여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미스터리 재단’의 출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7개월 전인 197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문화재단의 설립자는 라면회사인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 설립 당시 명칭은 ‘명덕문화재단’이었다.

전 명예회장은 1979년 3월 현금 5억 원 등 총 11억 원을 들여 ‘명덕문화재단’을 창설했고 설립 이듬해인 1980년 7월 전중윤 초대이사장을 포함한 설립 관계자 전원이 사퇴하고 박 후보가 이사장이 됐다.

만 28세에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은 박 후보는 2012년까지 줄곧 이사장을 맡아왔다. 32년 동안 한결같이 ‘이사장 박근혜’ 체제가 유지됐다면 사실상 재단 소유주가 박 후보라는 얘기다. 

간판도 없이 극 비밀리에 운영된 ‘신사동 팀’
삼양라면 전 회장의 재단 기부는 보은 성격?

당시 11억 원의 가치는 같은 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돈이라며 박 후보에게 청와대 금고에서 무상증여한 6억 원과 비교하면 액수를 가늠할 수 있다. 당시 6억 원이면 대치동 은마 아파트 30여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어마어마한 재단이 박 후보의 손에 넘어간 걸까. 블로거 오주르디는 이어 삼양라면, 그리고 박정희와 JP를 연결고리로 미스터리한 한국문화재단의 실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에 따르면 재단 소유권이 삼양라면에서 박 후보에게 넘어간 배경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했던 전 명예회장이 보은 차원에서 맏딸인 박 후보에게 자신이 설립한 재단을 맡겼던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상 기부행위라 봐도 무방하다.

삼양식품은 1961년 정부의 금전 도움을 받아 라면 제조기계를 도입했고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 명예회장의 삼양라면 성공스토리는 남대문시장 꿀꿀이죽에서부터 출발했다.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 먹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자신이 일본서 먹어본 라면을 떠올린 전 명예회장은 ‘새로운 식품 사업계획서’를 들고 JP(김종필)를 설득했다.
JP를 통해 라면 샘플을 먹어 본 박 전 대통령은 라면을 좋게 평가했고, 이후 전 명예회장은  정부가 보유했던 미국 잉여농산물 구매대금 중 5만 달러를 조건부로 불하받아 라면기계를 샀다. 삼양라면은 불티나게 팔렸고 1964년부터 라면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재단과 삼양라면
그리고 박정희와 JP

5만 달러를 불하해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전 명예회장은 자신의 딸 셋 모두 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다닌 배화여고에 보냈다. 배화학원 이사장을 맡아 ‘육영수 여사 기념관’도 건립해 줬다. 이후 설립된 배화여자전문대학 후원 재단으로 명덕문화재단을 설립했다.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급서하자 전 명예회장은 그럴 줄 알고 재단을 넘길 준비라도 한 듯 1년도 안 돼 박 후보에게 명덕문화재단 전체를 양도했다.

명덕문화재단에서 이름이 바뀐 한국문화재단은 2002년 박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 미래연합을 창당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탈당 선언문을 작성한 곳이 박 후보의 의원실이 아니라 한국문화재단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박 후보의 비공식 조직인 ‘신사동팀’에 관한 설들이 정가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주르디는 “‘신사동팀’의 거점이 한국문화재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팀을 이끈 인물은 ‘박근혜의 그림자’라고 불렸던 고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로 알려졌다”며 “정윤회는 최태민의 다섯째 부인의 딸인 최순실의 남편이다. 박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으며, 육영재단에 관여하기도 했다. 항간에는 그가 지난 4·11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공익재단?
쿠데타 전진기지!

한국문화재단의 임원진도 박 후보와 관련 있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이사진 자료에 따르면, 최외출, 변환철, 김달웅, 김덕순 등 친박 인사들이 이사를 맡고 있다.

영남대 부총장이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장인 최외출 이사는 박 후보의 ‘국민행복캠프’ 기획조정특보이고, 변환철 이사는 친박 교수 모임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김달웅 이사도 친박 성향 교수 연구모임인 ‘바른사회하나로연구원’의 상임대표를 맡고, 김덕순 이사는 정수장학회 이사도 겸하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은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4개 법인(정수장학회·영남학원·육영재단·한국문화재단)이 설립된 이후 감사 이상을 지낸 임원을 교차분석해보니, 지난 20∼30여 년간 22명이 재벌계열사처럼 순환 임명돼왔다”고 지적했다.

오주르디도 “재벌기업이 계열회사 임원을 순환시키는 것처럼 ‘박근혜 재단’ 4곳도 꼭 그 짝”이라며 “4곳 모두 거친 임원이 3명, 3곳에서 임원을 맡았던 사람이 3명, 2곳 16명 등이며 현재 임원을 맡고 있는 사람도 5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오주르디는 또 한국문화재단이 박 후보의 기부행위나 박 전 대통령 업적 홍보로 재단 비용을 지출해온 사실도 공개했다. 재단은 2004·2005년 문화 활동비 명목으로 박 후보의 미니홈피 접속 수 200만회와 300만회 돌파를 기념해 수 백만원에 상당하는 물품을 영아원과 어린이 시설에 지원했다.

학술연구비 명목으로 ‘박정희 치적 연대표 조사연구’ 등에 15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재단의 연구비 지원 5건 중 2건도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었다.

32년간 존속해오다 돌연 9월10일 등기 말소
육영수사업회에 증여 “대선 의혹 피하기?”

또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문화재단이 선정한 장학금 수혜자 수는 총 715명인데, 이 중 75%에 달하는 538명이 박 후보의 지역구나 다름없는 대구-달성에 치중해 지원했다. 이를 두고 오주르디는 “자신의 선거구에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박근혜’라고 적힌 장학증서를 집중적으로 뿌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주르디는 “정수장학회가 3만 명의 상청회원을 거느린 사실상 박 후보의 외곽조직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문화재단도 만만치 않다”며 “한국문화재단의 겉모습은 정수장학회보다 못할지언정, 박 후보의 정치적 ‘손발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면 정수장학회를 훨씬 능가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문화재단이야말로 박 후보의 비밀 정치의 축이자 드러나지 않은 의혹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한국문화재단은 지난달 10일 갑작스러운 해산 등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6월25일 이사회 결의로 해산했고, 지난 9월10일 해산 등기를 마쳤다.

해산하면서 13억 여원에 달하는 재단의 자산은 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육영수여사 기념사업회’로 넘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월 23일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6월 법인을 해산하고 기본재산 13억원을 육영수사업회에 증여했다. 이에 따라 육영수 사업회의 기본재산은 24억 원에서 37억 원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제2의 정수장학회’논란을 피하기 위해 두 재단을 서둘러 통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 의원은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에 이어 한국문화재단도 박정희 시대 재벌 특혜에 따른 상납 의혹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설립 시 한 푼의 재산 기여도 없는 박 후보가 마땅히 사회 환원을 해야 할 재산을 육영수사업회로 넘긴 것은 논란도 피하고 재산도 지키기 위한 매우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역시 “남의 들보는 잘 들추더니 32년간 몰래 지켜온 단체의 너무 큰 들보가 들킬까 겁이나 재빨리 합치셨군요” “안철수재단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을 적용했는데, 형평성이란 게 있나요?” “까도까도 나오는 양파네요. 어떻게 죄다 남의재산인지” “아버지의 과오만 물려받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 시절’
또 다른 유산 

한 블로거는 “우리 국민들은 하다못해 안전 띠 하나 착용을 미처 하지 못하고 가다가 걸려도 꼼짝없이 벌금 3만원을 내야하며 그 외에도 국민들은 그 어느 사소한 법으로 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그런데 정수장학회나 그 운영에 문제가 많은 육영재단, 한국 문화재단이라는 곳들이 박 후보를 위해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러면서 ‘국민대통합’이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같잖은 선거운동 및 표 구걸을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32년간 비밀을 지켜온 단체. 사회 환원으로 연결되지 않은 한국문화재단을 통합했다고 해서 특혜에 따른 상납 의혹, 재산 지키기 꼼수 등 들끓는 의혹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학 사업을 하는 한국문화재단과 개인 추모 중심인 육영수 여사 기념사업회의 사업통합목적을 두고도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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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