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7탄] 명문가 베스트

‘정·재·관’3각 라인…스페셜 로열패밀리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신 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재벌가의 혼맥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는 이른바 ‘빅 패밀리’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부와 명예, 권력 등을 바탕으로 한 ‘귀족 가문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계, 재계, 관계 등의 주요 인사들을 사돈으로 또는 사위·며느리로 맞은 재벌일가는 더욱 그렇다. 

이른바 ‘정·재·관 라인’이라고 불리는 스페셜 로열패밀리다. 이렇게 자본 위주로 형성된 명문가는 ‘끼리끼리’혼맥을 통해 끊이지 않는 세습구도를 이루고 있다.

귀족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재벌가는 LG그룹 일가다. ‘혼맥의 핵’이라 불릴 만큼 LG가는 거의 모든 한국 상류사회 명문가와 혼맥으로 연결된다. 국내 100대 부호 혼맥 중 무려 20%를 차지할 정도다. ‘LG를 거치면 대한민국의 명문가가 모두 인척관계’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LG가 며느리들은 대부분 명망가의 규수들이다. 딸들도 하나같이 상류집안으로 시집갔다. 가족관계가 워낙 방대한데다 구인회 창업주가 혼맥을 중시한 탓이다. 형제가 6명인 구 창업주는 슬하에 6남4녀를 뒀다. 아들 6형제만 자녀가 20명이 넘는 대가족이다.

LG그룹의 재계 통혼의 효시는 1957년 삼성그룹 일가와의 혼사. 구 창업주의 3남 자학(아워홈 회장) 씨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숙희 씨의 결혼이다.

현대가와의 인연은 1996년 맺어졌다.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구인회 창업주 셋째 동생)의 손녀 은희 씨는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정주영 창업주 4남)의 장남 일선(BNG스틸 사장) 씨와 결혼했다. 


LG그룹 집안은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을 시작으로 두산그룹, 한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대림그룹 등 소위 ‘잘 나가는’재벌가들과 직접적인 ‘사람 고리’로 연결돼 있다.

LG가는 당대 관료들은 물론 전·현직 거물 정치인들과도 사돈관계를 맺었다. 고 구정회 LG그룹 고문(구인회 창업주 둘째 동생)의 아들 자헌씨는 조종열 전 대한수산회장의 딸 금숙 씨와 혼사를 치렀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녀 근희 씨는 이계순 전 농림부 장관의 아들 준범 씨와 혼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은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 영식 씨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구인회 창업주 다섯째 동생)의 장녀 은정 씨는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의 아들 중민 씨와,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구인회 창업주 첫째 동생 고 구철회 씨 차남)의 장녀 본희 씨는 정재문 전 국회의원(고 정해영 전 국회의장 아들)의 아들 연준(미디어플러스 사장)  씨와 결혼했다. 

LG그룹은 이명박 대통령과도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구자경 명예회장 셋째 동생)의 장남 본천(LB인베스트먼트 사장) 씨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장녀 성은 씨는 부부사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인’과의 혼인을 찾아보기 힘든 LG가와 정·재·관계 집안간 혼사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처음엔 권력층과 혼맥을 형성했지만 정경유착의 따가운 시선을 받자 사돈 대상을 재벌가로 돌린 형태”라고 말했다.

57년간 동행 끝에 2005년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 일가의 혼맥도 막강한 ‘정·재·관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GS그룹 허씨일가와 LG그룹 구씨일가가 사돈관계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집안은 대대로 사돈의 연을 맺을 결과 무려 10여 커플에 가까운 혼례를 치렀다. GS가는 LG가뿐만 아니라 태광그룹, 벽산그룹, 아세아시멘트, 동양물산 등 알짜배기 집안과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GS그룹 일가는 정·관계 인사들과도 사돈을 맺고 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허정구 창업자 장남)의 부인은 고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3녀 영자씨다. 김 전 장관의 4녀 영명씨가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부인인 점을 감안하면 허 회장과 전 최고위원이 동서지간인 셈이다.

이외에도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고 이철승 전 상공부 차관의 딸 주영 씨와,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노재현 전 국방부장관의 딸 경선 씨와,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딸 지원 씨와 각각 웨딩마치를 울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일가는 까다롭게 사람 들이기로 소문난 집안이다. 박인천 창업주가 생전 자식들의 혼사에 신경을 쓴 나머지 전국을 돌며 사돈을 직접 고른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금호가의 혼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박 창업주는 슬하에 5남3녀(성용-경애-정구-강자-삼구-찬구-현주-종구)를 뒀다. 이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혼맥을 자랑한다. 금호가는 관료·정치인 집안을 중심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혼맥을 잇고 있다.

박 창업주의 차남 고 박정구 전 회장은 4선 의원인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 형일씨와 혼인했다. 3남 고 박삼구 전 회장의 부인은 한국은행·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이정환 전 재무부 장관의 차녀 경렬씨다. 장녀 경애 씨는 배태성 전 제헌의원의 장남 영환(삼화교통 회장) 씨에게 시집갔다.

부·명예·권력 바탕 ‘귀족 가문화’ 현상 심화
거물 정치인, 굴지 재벌가, 고위 관료 집안 선호

금호가는 대부분 정·관계 인사와 인연을 맺은 경영 1세대와 달리 2∼3세대로 넘어가면서 재벌가와 연결되는 사례가 늘었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박인천 창업주 장남)의 장남 재영 씨는 범 LG가의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의 3녀 문정 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 철회 씨의 3남이다.

금호가문은 대상·대우그룹 오너와도 직계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박 창업주는 3녀 현주씨를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의 장남 창욱(대상그룹 회장) 씨에게, 박정구 전 회장은 장녀 은형 씨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선협(포천아도니스CC 사장) 씨에게 출가시켰다.

금호가는 또 한국철강·일진가와도 직접적인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차녀 은경 씨가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차남 세홍 씨와, 3녀 은혜 씨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재명 씨와 혼인했다.

효성가도 이에 못지않은 혼맥을 자랑한다. 효성그룹 일가 역시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가 자녀들의 반쪽을 직접 골랐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효성가는 정·재·관 명망가들과 직접적인 사돈관계를 맺어 국내 상류층과 혈맹관계를 구축했다.

효성그룹 하면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란 꼬리표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 조현범 부사장과 이 대통령의 3녀 수연씨가 결혼한 탓이다. 조 창업주의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전경련 회장)이 조양래 회장의 형이다.

앞서 효성가는 당대 최고의 정·재계 유력집안과 혼연을 맺기도 했다. 조 회장은 경제계의 거물인 송인상 전 재부부 장관의 3녀 광자를 배필로 맞았다. 송 전 장관 집안은 정·재·관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혼맥을 구축하고 있다. 

조 회장의 장남 현준(㈜효성 사장) 씨는 이희상 한국제분 회장의 딸 미경 씨와, 차남 현문(㈜효성 부사장) 씨는 이부식 전 해운항만청장장의 장녀 여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조 창업주의 3남 조욱래 동성개발 회장은 김종대 전 농림부 장관의 딸 은주 씨와 결혼했다. 조 창업주의 동생 고 조성제 대전피혁 사장도 5남3녀를 모두 명망가로 장가·시집보냈다. 여기엔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 장관, 정종철 전 서울시장 집안이 포함돼 있다. 

코오롱그룹 일가 또한 ‘짱짱한’집안과 혼사로 연결돼 있다. 마찬가지로 화려한 혼맥은 고 이원만 창업주가 노력한 결과다.

코오롱가는 1970년대부터 정·재·관계의 막강한 혼맥을 쌓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 창업주의 2남4녀(동찬-봉필-매란-미자-동보-미향) 가운데 차남 동보(전 코오롱TNS 회장) 씨와 3녀 미자 씨, 막내딸 미향 씨다.

동보 씨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박정희 전 대통령 조카사위)의 장녀 예리 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미자 씨는 당시 포항 대지주였던 박문학 씨의 장남 성기(한국바이린 사장) 씨와, 미향 씨는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 영인(태인샤니그룹 회장) 씨와 혼인했다.

고 이동찬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5녀(경숙-상희-혜숙-은주-웅렬-경주)를 뒀다. 장남 웅렬(코오롱그룹 회장) 씨는 서병식 동남갈포공업 회장의 장녀 창희 씨와 혼인했다. 장녀 경숙 씨는 공화당 총재를 지낸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3남 문조(영남대 명예교수) 씨에게 시집갔다.
차녀 상희 씨는 고홍명 한국빠이롯드 회장의 장남 석진씨와 결혼했다. 3녀 혜숙 씨는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 동혁(고려해운 사장) 씨와, 4녀 은주 씨는 상공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등을 지낸 신병현 전 한국은행 총재의 장남 영철(재미 의사) 씨와 각각 결혼했다. 

현대그룹도 다른 재벌가에 비해 소박한 혼맥이라 해도 ‘기본’은 갖추고 있다. 낭만파로 알려진 고 정주영 창업주는 자식들의 혼사에 있어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자유연애를 선호했다. 단 한 번도 사돈의 출신이나 재산 등 가문을 따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3세대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눈에 띄는 혼맥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아예 부와 명예, 권력 등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정주영 창업주 넷째 동생)의 장녀 숙영 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서울대 교수) 씨와 결혼했다. 차녀 유경 씨는 김석성 전방그룹 회장의 아들 종엽 씨와 혼인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정주영 창업주 막내 동생)의 차남 몽익(KCC 사장) 씨의 부인 은정 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로, 은정 씨의 언니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다. 

범 현대가는 이밖에 LG그룹, 쌍용그룹, 유한양행, 전남방직, 강원산업, 비비안 등과 사돈을 맺었다. 아울러 황산덕 전 법무장관,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 등 전·현직 관료 및 정치인들과도 사돈을 맺고 있다.

재벌가 법조인 결혼 선호도
판·검사 사위·며느리 기본!

재벌가에서 ‘정·재·관 라인’다음으로 선호하는 가문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집안이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의 부친은 고 홍진기 전 법무부 장관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문선 BNG스틸 이사는 김영무 김앤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장녀 선희 씨와 결혼했다. 김 변호사의 장남 현주 씨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녀 윤영 씨는 부부사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고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 서림 씨와 결혼해 법조계와 인연을 맺었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딸 현숙 씨의 남편은 이태희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동생 명희 씨의 남편은 판사 출신인 김평우 변호사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홍긍식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차녀 문자 씨와 혼례를 치렀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동생 고 신철호 씨의 장녀 혜경 씨는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조용완 변호사와 결혼했다. 3녀 미진 씨와 4녀 혜승 씨도 각각 신동림·정승원 서울가정법원 판사와 결혼했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막내딸 정안 씨는 이승환 국제변호사와 결혼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녀 은자씨는 정택화 부산고검 검사와, 막내아들인 남정 씨는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신건 세계종합법무법인 변호사의 3녀 수아 씨와 결혼했다.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 경주 씨는 광명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장남 태훈 씨와 결혼했지만 가정불화로 파경의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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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