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7탄] 명문가 베스트

‘정·재·관’3각 라인…스페셜 로열패밀리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신 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재벌가의 혼맥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는 이른바 ‘빅 패밀리’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부와 명예, 권력 등을 바탕으로 한 ‘귀족 가문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계, 재계, 관계 등의 주요 인사들을 사돈으로 또는 사위·며느리로 맞은 재벌일가는 더욱 그렇다. 

이른바 ‘정·재·관 라인’이라고 불리는 스페셜 로열패밀리다. 이렇게 자본 위주로 형성된 명문가는 ‘끼리끼리’혼맥을 통해 끊이지 않는 세습구도를 이루고 있다.

귀족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재벌가는 LG그룹 일가다. ‘혼맥의 핵’이라 불릴 만큼 LG가는 거의 모든 한국 상류사회 명문가와 혼맥으로 연결된다. 국내 100대 부호 혼맥 중 무려 20%를 차지할 정도다. ‘LG를 거치면 대한민국의 명문가가 모두 인척관계’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LG가 며느리들은 대부분 명망가의 규수들이다. 딸들도 하나같이 상류집안으로 시집갔다. 가족관계가 워낙 방대한데다 구인회 창업주가 혼맥을 중시한 탓이다. 형제가 6명인 구 창업주는 슬하에 6남4녀를 뒀다. 아들 6형제만 자녀가 20명이 넘는 대가족이다.

LG그룹의 재계 통혼의 효시는 1957년 삼성그룹 일가와의 혼사. 구 창업주의 3남 자학(아워홈 회장) 씨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숙희 씨의 결혼이다.

현대가와의 인연은 1996년 맺어졌다.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구인회 창업주 셋째 동생)의 손녀 은희 씨는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정주영 창업주 4남)의 장남 일선(BNG스틸 사장) 씨와 결혼했다. 


LG그룹 집안은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을 시작으로 두산그룹, 한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대림그룹 등 소위 ‘잘 나가는’재벌가들과 직접적인 ‘사람 고리’로 연결돼 있다.

LG가는 당대 관료들은 물론 전·현직 거물 정치인들과도 사돈관계를 맺었다. 고 구정회 LG그룹 고문(구인회 창업주 둘째 동생)의 아들 자헌씨는 조종열 전 대한수산회장의 딸 금숙 씨와 혼사를 치렀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녀 근희 씨는 이계순 전 농림부 장관의 아들 준범 씨와 혼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은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 영식 씨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구인회 창업주 다섯째 동생)의 장녀 은정 씨는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의 아들 중민 씨와,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구인회 창업주 첫째 동생 고 구철회 씨 차남)의 장녀 본희 씨는 정재문 전 국회의원(고 정해영 전 국회의장 아들)의 아들 연준(미디어플러스 사장)  씨와 결혼했다. 

LG그룹은 이명박 대통령과도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구자경 명예회장 셋째 동생)의 장남 본천(LB인베스트먼트 사장) 씨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장녀 성은 씨는 부부사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인’과의 혼인을 찾아보기 힘든 LG가와 정·재·관계 집안간 혼사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처음엔 권력층과 혼맥을 형성했지만 정경유착의 따가운 시선을 받자 사돈 대상을 재벌가로 돌린 형태”라고 말했다.

57년간 동행 끝에 2005년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 일가의 혼맥도 막강한 ‘정·재·관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GS그룹 허씨일가와 LG그룹 구씨일가가 사돈관계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집안은 대대로 사돈의 연을 맺을 결과 무려 10여 커플에 가까운 혼례를 치렀다. GS가는 LG가뿐만 아니라 태광그룹, 벽산그룹, 아세아시멘트, 동양물산 등 알짜배기 집안과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GS그룹 일가는 정·관계 인사들과도 사돈을 맺고 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허정구 창업자 장남)의 부인은 고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3녀 영자씨다. 김 전 장관의 4녀 영명씨가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부인인 점을 감안하면 허 회장과 전 최고위원이 동서지간인 셈이다.

이외에도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고 이철승 전 상공부 차관의 딸 주영 씨와,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노재현 전 국방부장관의 딸 경선 씨와,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딸 지원 씨와 각각 웨딩마치를 울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일가는 까다롭게 사람 들이기로 소문난 집안이다. 박인천 창업주가 생전 자식들의 혼사에 신경을 쓴 나머지 전국을 돌며 사돈을 직접 고른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금호가의 혼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박 창업주는 슬하에 5남3녀(성용-경애-정구-강자-삼구-찬구-현주-종구)를 뒀다. 이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혼맥을 자랑한다. 금호가는 관료·정치인 집안을 중심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혼맥을 잇고 있다.

박 창업주의 차남 고 박정구 전 회장은 4선 의원인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 형일씨와 혼인했다. 3남 고 박삼구 전 회장의 부인은 한국은행·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이정환 전 재무부 장관의 차녀 경렬씨다. 장녀 경애 씨는 배태성 전 제헌의원의 장남 영환(삼화교통 회장) 씨에게 시집갔다.

부·명예·권력 바탕 ‘귀족 가문화’ 현상 심화
거물 정치인, 굴지 재벌가, 고위 관료 집안 선호

금호가는 대부분 정·관계 인사와 인연을 맺은 경영 1세대와 달리 2∼3세대로 넘어가면서 재벌가와 연결되는 사례가 늘었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박인천 창업주 장남)의 장남 재영 씨는 범 LG가의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의 3녀 문정 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 철회 씨의 3남이다.

금호가문은 대상·대우그룹 오너와도 직계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박 창업주는 3녀 현주씨를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의 장남 창욱(대상그룹 회장) 씨에게, 박정구 전 회장은 장녀 은형 씨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선협(포천아도니스CC 사장) 씨에게 출가시켰다.

금호가는 또 한국철강·일진가와도 직접적인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차녀 은경 씨가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차남 세홍 씨와, 3녀 은혜 씨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재명 씨와 혼인했다.

효성가도 이에 못지않은 혼맥을 자랑한다. 효성그룹 일가 역시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가 자녀들의 반쪽을 직접 골랐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효성가는 정·재·관 명망가들과 직접적인 사돈관계를 맺어 국내 상류층과 혈맹관계를 구축했다.

효성그룹 하면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란 꼬리표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 조현범 부사장과 이 대통령의 3녀 수연씨가 결혼한 탓이다. 조 창업주의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전경련 회장)이 조양래 회장의 형이다.

앞서 효성가는 당대 최고의 정·재계 유력집안과 혼연을 맺기도 했다. 조 회장은 경제계의 거물인 송인상 전 재부부 장관의 3녀 광자를 배필로 맞았다. 송 전 장관 집안은 정·재·관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혼맥을 구축하고 있다. 

조 회장의 장남 현준(㈜효성 사장) 씨는 이희상 한국제분 회장의 딸 미경 씨와, 차남 현문(㈜효성 부사장) 씨는 이부식 전 해운항만청장장의 장녀 여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조 창업주의 3남 조욱래 동성개발 회장은 김종대 전 농림부 장관의 딸 은주 씨와 결혼했다. 조 창업주의 동생 고 조성제 대전피혁 사장도 5남3녀를 모두 명망가로 장가·시집보냈다. 여기엔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 장관, 정종철 전 서울시장 집안이 포함돼 있다. 

코오롱그룹 일가 또한 ‘짱짱한’집안과 혼사로 연결돼 있다. 마찬가지로 화려한 혼맥은 고 이원만 창업주가 노력한 결과다.

코오롱가는 1970년대부터 정·재·관계의 막강한 혼맥을 쌓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 창업주의 2남4녀(동찬-봉필-매란-미자-동보-미향) 가운데 차남 동보(전 코오롱TNS 회장) 씨와 3녀 미자 씨, 막내딸 미향 씨다.

동보 씨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박정희 전 대통령 조카사위)의 장녀 예리 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미자 씨는 당시 포항 대지주였던 박문학 씨의 장남 성기(한국바이린 사장) 씨와, 미향 씨는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 영인(태인샤니그룹 회장) 씨와 혼인했다.

고 이동찬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5녀(경숙-상희-혜숙-은주-웅렬-경주)를 뒀다. 장남 웅렬(코오롱그룹 회장) 씨는 서병식 동남갈포공업 회장의 장녀 창희 씨와 혼인했다. 장녀 경숙 씨는 공화당 총재를 지낸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3남 문조(영남대 명예교수) 씨에게 시집갔다.
차녀 상희 씨는 고홍명 한국빠이롯드 회장의 장남 석진씨와 결혼했다. 3녀 혜숙 씨는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 동혁(고려해운 사장) 씨와, 4녀 은주 씨는 상공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등을 지낸 신병현 전 한국은행 총재의 장남 영철(재미 의사) 씨와 각각 결혼했다. 

현대그룹도 다른 재벌가에 비해 소박한 혼맥이라 해도 ‘기본’은 갖추고 있다. 낭만파로 알려진 고 정주영 창업주는 자식들의 혼사에 있어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자유연애를 선호했다. 단 한 번도 사돈의 출신이나 재산 등 가문을 따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3세대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눈에 띄는 혼맥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아예 부와 명예, 권력 등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정주영 창업주 넷째 동생)의 장녀 숙영 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서울대 교수) 씨와 결혼했다. 차녀 유경 씨는 김석성 전방그룹 회장의 아들 종엽 씨와 혼인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정주영 창업주 막내 동생)의 차남 몽익(KCC 사장) 씨의 부인 은정 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로, 은정 씨의 언니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다. 

범 현대가는 이밖에 LG그룹, 쌍용그룹, 유한양행, 전남방직, 강원산업, 비비안 등과 사돈을 맺었다. 아울러 황산덕 전 법무장관,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 등 전·현직 관료 및 정치인들과도 사돈을 맺고 있다.

재벌가 법조인 결혼 선호도
판·검사 사위·며느리 기본!

재벌가에서 ‘정·재·관 라인’다음으로 선호하는 가문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집안이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의 부친은 고 홍진기 전 법무부 장관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문선 BNG스틸 이사는 김영무 김앤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장녀 선희 씨와 결혼했다. 김 변호사의 장남 현주 씨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녀 윤영 씨는 부부사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고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 서림 씨와 결혼해 법조계와 인연을 맺었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딸 현숙 씨의 남편은 이태희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동생 명희 씨의 남편은 판사 출신인 김평우 변호사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홍긍식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차녀 문자 씨와 혼례를 치렀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동생 고 신철호 씨의 장녀 혜경 씨는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조용완 변호사와 결혼했다. 3녀 미진 씨와 4녀 혜승 씨도 각각 신동림·정승원 서울가정법원 판사와 결혼했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막내딸 정안 씨는 이승환 국제변호사와 결혼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녀 은자씨는 정택화 부산고검 검사와, 막내아들인 남정 씨는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신건 세계종합법무법인 변호사의 3녀 수아 씨와 결혼했다.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 경주 씨는 광명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장남 태훈 씨와 결혼했지만 가정불화로 파경의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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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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