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7탄] 명문가 베스트

‘정·재·관’3각 라인…스페셜 로열패밀리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신 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재벌가의 혼맥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는 이른바 ‘빅 패밀리’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부와 명예, 권력 등을 바탕으로 한 ‘귀족 가문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계, 재계, 관계 등의 주요 인사들을 사돈으로 또는 사위·며느리로 맞은 재벌일가는 더욱 그렇다. 

이른바 ‘정·재·관 라인’이라고 불리는 스페셜 로열패밀리다. 이렇게 자본 위주로 형성된 명문가는 ‘끼리끼리’혼맥을 통해 끊이지 않는 세습구도를 이루고 있다.

귀족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재벌가는 LG그룹 일가다. ‘혼맥의 핵’이라 불릴 만큼 LG가는 거의 모든 한국 상류사회 명문가와 혼맥으로 연결된다. 국내 100대 부호 혼맥 중 무려 20%를 차지할 정도다. ‘LG를 거치면 대한민국의 명문가가 모두 인척관계’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LG가 며느리들은 대부분 명망가의 규수들이다. 딸들도 하나같이 상류집안으로 시집갔다. 가족관계가 워낙 방대한데다 구인회 창업주가 혼맥을 중시한 탓이다. 형제가 6명인 구 창업주는 슬하에 6남4녀를 뒀다. 아들 6형제만 자녀가 20명이 넘는 대가족이다.

LG그룹의 재계 통혼의 효시는 1957년 삼성그룹 일가와의 혼사. 구 창업주의 3남 자학(아워홈 회장) 씨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숙희 씨의 결혼이다.

현대가와의 인연은 1996년 맺어졌다.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구인회 창업주 셋째 동생)의 손녀 은희 씨는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정주영 창업주 4남)의 장남 일선(BNG스틸 사장) 씨와 결혼했다. 


LG그룹 집안은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을 시작으로 두산그룹, 한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대림그룹 등 소위 ‘잘 나가는’재벌가들과 직접적인 ‘사람 고리’로 연결돼 있다.

LG가는 당대 관료들은 물론 전·현직 거물 정치인들과도 사돈관계를 맺었다. 고 구정회 LG그룹 고문(구인회 창업주 둘째 동생)의 아들 자헌씨는 조종열 전 대한수산회장의 딸 금숙 씨와 혼사를 치렀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녀 근희 씨는 이계순 전 농림부 장관의 아들 준범 씨와 혼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은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 영식 씨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구인회 창업주 다섯째 동생)의 장녀 은정 씨는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의 아들 중민 씨와,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구인회 창업주 첫째 동생 고 구철회 씨 차남)의 장녀 본희 씨는 정재문 전 국회의원(고 정해영 전 국회의장 아들)의 아들 연준(미디어플러스 사장)  씨와 결혼했다. 

LG그룹은 이명박 대통령과도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구자경 명예회장 셋째 동생)의 장남 본천(LB인베스트먼트 사장) 씨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장녀 성은 씨는 부부사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인’과의 혼인을 찾아보기 힘든 LG가와 정·재·관계 집안간 혼사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처음엔 권력층과 혼맥을 형성했지만 정경유착의 따가운 시선을 받자 사돈 대상을 재벌가로 돌린 형태”라고 말했다.

57년간 동행 끝에 2005년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 일가의 혼맥도 막강한 ‘정·재·관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GS그룹 허씨일가와 LG그룹 구씨일가가 사돈관계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집안은 대대로 사돈의 연을 맺을 결과 무려 10여 커플에 가까운 혼례를 치렀다. GS가는 LG가뿐만 아니라 태광그룹, 벽산그룹, 아세아시멘트, 동양물산 등 알짜배기 집안과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GS그룹 일가는 정·관계 인사들과도 사돈을 맺고 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허정구 창업자 장남)의 부인은 고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3녀 영자씨다. 김 전 장관의 4녀 영명씨가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부인인 점을 감안하면 허 회장과 전 최고위원이 동서지간인 셈이다.

이외에도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고 이철승 전 상공부 차관의 딸 주영 씨와,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노재현 전 국방부장관의 딸 경선 씨와,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딸 지원 씨와 각각 웨딩마치를 울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일가는 까다롭게 사람 들이기로 소문난 집안이다. 박인천 창업주가 생전 자식들의 혼사에 신경을 쓴 나머지 전국을 돌며 사돈을 직접 고른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금호가의 혼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박 창업주는 슬하에 5남3녀(성용-경애-정구-강자-삼구-찬구-현주-종구)를 뒀다. 이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혼맥을 자랑한다. 금호가는 관료·정치인 집안을 중심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혼맥을 잇고 있다.

박 창업주의 차남 고 박정구 전 회장은 4선 의원인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 형일씨와 혼인했다. 3남 고 박삼구 전 회장의 부인은 한국은행·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이정환 전 재무부 장관의 차녀 경렬씨다. 장녀 경애 씨는 배태성 전 제헌의원의 장남 영환(삼화교통 회장) 씨에게 시집갔다.

부·명예·권력 바탕 ‘귀족 가문화’ 현상 심화
거물 정치인, 굴지 재벌가, 고위 관료 집안 선호

금호가는 대부분 정·관계 인사와 인연을 맺은 경영 1세대와 달리 2∼3세대로 넘어가면서 재벌가와 연결되는 사례가 늘었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박인천 창업주 장남)의 장남 재영 씨는 범 LG가의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의 3녀 문정 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 철회 씨의 3남이다.

금호가문은 대상·대우그룹 오너와도 직계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박 창업주는 3녀 현주씨를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의 장남 창욱(대상그룹 회장) 씨에게, 박정구 전 회장은 장녀 은형 씨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선협(포천아도니스CC 사장) 씨에게 출가시켰다.

금호가는 또 한국철강·일진가와도 직접적인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차녀 은경 씨가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차남 세홍 씨와, 3녀 은혜 씨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재명 씨와 혼인했다.

효성가도 이에 못지않은 혼맥을 자랑한다. 효성그룹 일가 역시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가 자녀들의 반쪽을 직접 골랐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효성가는 정·재·관 명망가들과 직접적인 사돈관계를 맺어 국내 상류층과 혈맹관계를 구축했다.

효성그룹 하면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란 꼬리표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 조현범 부사장과 이 대통령의 3녀 수연씨가 결혼한 탓이다. 조 창업주의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전경련 회장)이 조양래 회장의 형이다.

앞서 효성가는 당대 최고의 정·재계 유력집안과 혼연을 맺기도 했다. 조 회장은 경제계의 거물인 송인상 전 재부부 장관의 3녀 광자를 배필로 맞았다. 송 전 장관 집안은 정·재·관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혼맥을 구축하고 있다. 

조 회장의 장남 현준(㈜효성 사장) 씨는 이희상 한국제분 회장의 딸 미경 씨와, 차남 현문(㈜효성 부사장) 씨는 이부식 전 해운항만청장장의 장녀 여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조 창업주의 3남 조욱래 동성개발 회장은 김종대 전 농림부 장관의 딸 은주 씨와 결혼했다. 조 창업주의 동생 고 조성제 대전피혁 사장도 5남3녀를 모두 명망가로 장가·시집보냈다. 여기엔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 장관, 정종철 전 서울시장 집안이 포함돼 있다. 

코오롱그룹 일가 또한 ‘짱짱한’집안과 혼사로 연결돼 있다. 마찬가지로 화려한 혼맥은 고 이원만 창업주가 노력한 결과다.

코오롱가는 1970년대부터 정·재·관계의 막강한 혼맥을 쌓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 창업주의 2남4녀(동찬-봉필-매란-미자-동보-미향) 가운데 차남 동보(전 코오롱TNS 회장) 씨와 3녀 미자 씨, 막내딸 미향 씨다.

동보 씨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박정희 전 대통령 조카사위)의 장녀 예리 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미자 씨는 당시 포항 대지주였던 박문학 씨의 장남 성기(한국바이린 사장) 씨와, 미향 씨는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 영인(태인샤니그룹 회장) 씨와 혼인했다.

고 이동찬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5녀(경숙-상희-혜숙-은주-웅렬-경주)를 뒀다. 장남 웅렬(코오롱그룹 회장) 씨는 서병식 동남갈포공업 회장의 장녀 창희 씨와 혼인했다. 장녀 경숙 씨는 공화당 총재를 지낸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3남 문조(영남대 명예교수) 씨에게 시집갔다.
차녀 상희 씨는 고홍명 한국빠이롯드 회장의 장남 석진씨와 결혼했다. 3녀 혜숙 씨는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 동혁(고려해운 사장) 씨와, 4녀 은주 씨는 상공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등을 지낸 신병현 전 한국은행 총재의 장남 영철(재미 의사) 씨와 각각 결혼했다. 

현대그룹도 다른 재벌가에 비해 소박한 혼맥이라 해도 ‘기본’은 갖추고 있다. 낭만파로 알려진 고 정주영 창업주는 자식들의 혼사에 있어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자유연애를 선호했다. 단 한 번도 사돈의 출신이나 재산 등 가문을 따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3세대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눈에 띄는 혼맥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아예 부와 명예, 권력 등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정주영 창업주 넷째 동생)의 장녀 숙영 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서울대 교수) 씨와 결혼했다. 차녀 유경 씨는 김석성 전방그룹 회장의 아들 종엽 씨와 혼인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정주영 창업주 막내 동생)의 차남 몽익(KCC 사장) 씨의 부인 은정 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로, 은정 씨의 언니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다. 

범 현대가는 이밖에 LG그룹, 쌍용그룹, 유한양행, 전남방직, 강원산업, 비비안 등과 사돈을 맺었다. 아울러 황산덕 전 법무장관,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 등 전·현직 관료 및 정치인들과도 사돈을 맺고 있다.

재벌가 법조인 결혼 선호도
판·검사 사위·며느리 기본!

재벌가에서 ‘정·재·관 라인’다음으로 선호하는 가문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집안이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의 부친은 고 홍진기 전 법무부 장관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문선 BNG스틸 이사는 김영무 김앤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장녀 선희 씨와 결혼했다. 김 변호사의 장남 현주 씨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녀 윤영 씨는 부부사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고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 서림 씨와 결혼해 법조계와 인연을 맺었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딸 현숙 씨의 남편은 이태희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동생 명희 씨의 남편은 판사 출신인 김평우 변호사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홍긍식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차녀 문자 씨와 혼례를 치렀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동생 고 신철호 씨의 장녀 혜경 씨는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조용완 변호사와 결혼했다. 3녀 미진 씨와 4녀 혜승 씨도 각각 신동림·정승원 서울가정법원 판사와 결혼했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막내딸 정안 씨는 이승환 국제변호사와 결혼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녀 은자씨는 정택화 부산고검 검사와, 막내아들인 남정 씨는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신건 세계종합법무법인 변호사의 3녀 수아 씨와 결혼했다.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 경주 씨는 광명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장남 태훈 씨와 결혼했지만 가정불화로 파경의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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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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