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릴루아카스의 지구촌 탐방 ⑤대만

대만으로 떠나기에 최적의 시즌!

대만을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왔다. 대만의 가을은 날씨가 아주 맑고, 화창한 날이 지속되기 때문에 방문하기에 최적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만만치 않은 일본의 물가 때문에 온천여행을 망설인 여행자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대만이기 때문에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동양과 서양의 절묘한 조화로 다양한 볼거리와, 수준 높은 박물관을 비롯해 화려한 쇼핑센터와 소박하고 정겨운 야시장의 풍경까지. 다양한 매력으로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잡는 대만으로 떠나보자.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 그리고 맛있는 음식
소박하고 정겨운 야시장 풍경…동서양의 절묘한 조화

인천국제공항에서 타오위엔 국제공항(도원국제공항)까지 약 2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 대만은 여행자들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편리한 교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혼자서 자유여행을 떠나기 망설였던 여행자에게도 안심할 수 있는 여행지다.

올해 초 인천에서 대만으로 떠나는 항공편뿐만 아니라 김포에서 대만으로 가는 저가항공편도 가세해 대만으로 가는 하늘길은 더욱 가까워졌다. 공항에 도착하면 꼭 만들어야 할 것 한 가지 바로 유스트레블카드이다. 15∼30세까지만 발급이 가능하다. 여권을 보여주면 무료로 만들어주며 프리와이파이 여부도 묻는데 MRT(대량수송교통기관)역, 병원,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와이파이가 사용 가능하다.

고궁박물관, 101빌딩 등 입장료 할인과 딘타이펑 기념품도 받을 수 있어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타이베이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공항리무진 버스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타이베이 시내에서는 MRT 노선이 잘되어 있어 여행하기 편리하다. 여러 곳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이지카드를 구매하여 매번 표를 사는 번거로움을 줄이자.

최대 번화가 시먼띵


이곳은 타이베이시에서 최초로 형성된 보행자거리로서 각종 대형 쇼핑몰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거리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의류, 신발, 잡화, 음반 등을 판매하는 상점과 버블티나 각종 먹거리를 진열해 놓고 파는 길거리 음식점, 여기에 영화관이나 노래방 등 기타 휴식공간이 어우러져 있어 수많은 젊은이들로 붐비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브랜드 상점들도 많이 들어서 있고, K-POP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어 여기가 대만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시먼띵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가게가 하나 있다. 시먼띵의 최고 명물 곱창국수를 먹고 있는 풍경이다. 아쭝멘셴 곱창국수 음식점은 테이블도 없고 메뉴판도 없이 의자만 길가에 놓여 있다. 시먼띵에 온 사람들은 꼭 이곳에 들러 곱창국수를 먹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가면 재료가 없어 허탕치기 일쑤라고 한다. 주문할 때 크기(대·소) 만 말하면 된다. 쇼핑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딱 좋은 음식이다.

길거리 음식 스린야시장

MRT 지엔탄역에서 내려 길게 늘어선 불빛을 따라 가면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한 곳 스린야시장이 나온다.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곳은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는 곳이다. 단맛을 좋아한다면 대만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료인 전주나이차를 마셔보자. 대만 사람들은 종일 음료를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료를 많이 마신다고 한다.

스린야시장의 대표 음식 중 가장 인기 메뉴는 굴부침이라고 불리우는 오아젠이다. 느끼하면서 달콤한 오묘한 맛의 오아젠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현지인처럼 여유를 즐겨보자. 또 다른 명물 닭튀김 지파이 가게, 이곳 또한 어김없이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막 튀겨낸 지파이에 후추양념을 뿌려 포장해 주는데 손바닥 두 개만한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스린야시장에서 뭐니뭐니 해도 취두부는 꼭 먹어봐야할 음식이다.

한국에 청국장, 일본에 낫토가 있다면 대만엔 취두부가 있다. 어디서 이런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일까? 그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영락없이 취두부 가게다. 간장에 절인 두부를 발효시켜 튀긴 취두부는 건강식, 야식으로 인기 있는 대만의 가장 친근한 음식이다. 냄새만 맡아도 진저리가 날 정도지만 대만 문화의 하나라 여기고 먹어보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음식이다.

티이베이 상징  101빌딩


통칭 ‘타이베이101빌딩’으로 불리고 있는 타이베이국제금융센터는 지상 101층, 지하 5층, 총 508m로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 타이완의 세계적 건축가 리쭈웬이 설계한 타이베이101빌딩은 만개한 꽃이 첩첩이 포개어진 형상 같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죽순의 모습을 닮은 듯도 하다.

8층씩 묶어 총 8개의 층으로 올렸는데, 이는 숫자 ‘8’이 중화 문화에서 성장과 번영, 발전 등을 의미하는 한자 ‘發’과 발음이 같은 길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높이 외에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공식 인정받고 각종 매체에서 ‘총알 엘리베이터’로 보도되었던 101빌딩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무려 분속 1000m이다. 5층 매표소부터 89층 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37초. 아찔한 속도감에 긴장될 즈음이면 이미 전망대에 도달해 천공에 떠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101빌딩 주변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LOVE를 발견하였다. 도쿄 신주쿠 빌딩 숲에서 봤던 LOVE가 대만에도 있었다니.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나도 모르게 반가워 소리 지르고 말았다. 역시 여행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었다.

치료+휴식 온천마을 베이터우

베이터우 온천은 타이베이분지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모산과 칠성산, 대둔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 계곡과 어우러져 온천공원, 박물관, 도서관 까지 이색적인 온천 마을이다.  특히 일본 ‘아카타현’에 암치료 온천으로 유명한 ‘타마가와온천’은 이곳 베이터우 유황석을 사용한다. 이 베이터우 유황석이 바로 타이완 베이터우 지방에서 처음 발견되어 유명해진 것으로,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병을 치료하는데 그 효과가 탁월하며, 세계적으로는 이곳 베이터우 지역과 일본의 옥천, 그리고 남미의 칠레에만 존재한다. 이곳에 있는 노천온천은 남녀 공용으로 수영복을 착용하고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신기한 자연경관 예류

예류의 자연적인 바위형성은 자연의 힘과 침식에 의해 생성된 곳으로 마치 혹성에 온 듯한 착각을 준다. 특히 이곳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왕바위엔 여행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선다. 넓게 그리고 부드럽게 물결치는 해안에 뿌려져 있는 이상하고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은 자연이 빚어낸 예술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괴 쌓인 탄광유적 진과스

진과스는 옛 탄광 유적으로 20세기 전반에 금 채굴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20세기 후반에 금이 차차 고갈되기 시작하자 점점 위축되어 폐광됐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황금박물관 때문인데, 박물관 내에 세계에서 가장 큰 220kg 규모의 금괴를 실제로 만져 볼 수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로 들고 갈수 있으면 준다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곳에서 파는 광부도시락은 여행자들에게 인기 만점 메뉴다. 실제 광부들이 먹었던 도시락으로 다 먹은 후 기념으로 도시락통을 가지고 올 수 있다. 이런 재미있는 체험들 덕분인지 최근에는 관광 명소로 부활하고 있다.

아름다운 홍등천국 지우펀

대만의 옛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 지우펀은 너무나 외진 산골이라 장에 가서 물건을 사오면 항상 아홉 집 것을 고루 나눴다고 해서 지우펀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1920∼30년대에 아시아 최대의 광석도시라고 불렸던 이곳은 채광 산업이 시들해지면서 오히려 주변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이용하여 관광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 <비정성시>가 국제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SBS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소개되어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길 전체가 돌계단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을 따라 찻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일본 애니매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여주인공이 통과하는 터널, 부모님을 찾아다니는 길 등 영화 속 모티브가 됐다고 해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 아메이차로 찻집 3층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다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특히 늦은 저녁 어둑어둑 해질 무렵 하나둘 켜지는 홍등과 지우펀의 예술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하면 분위기 탓일까, 아니면 기분 탓일까. 갑자기 가슴속에 쓸쓸한 바람이 불어온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