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까지 빈부차별하는 '못된' 전기안전공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0.22 11: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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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단 이유로…서민 기본 생존권 박탈"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전기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다. 또한 전기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러한 역할을 위해 설립됐다. 그런데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제대로 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소외계층을 외면했고 점검에 소홀했다. 지난 17일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한국전기안전공사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무허가 판자촌은 합선이나 누전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높아 더 많은 관심과 점검을 요하는 지역이다. 특히 판자촌 자체가 판넬, 목재 등으로 이뤄져 있어 화재 발생 시 다수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그런데 판자촌 주민들이 무허가 주택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월25일 서울시 강남구 개포1동 구룡마을에서 인입배선의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1개 건물의 외벽이 불에 탔다. 지난해 6월12일에는 개포4동 재건마을에서 어린이의 불장난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샌드위치 판넬, 목재 등으로 이어진 재건마을 건물 구조로 인해 대형 화재로 확산됐고 69세대를 전소시켰다.

구룡마을과 재건마을은 서울시 대표적인 무허가 판자촌 마을이다. 구룡마을은 주민등록상 1109세대, 마을 자치회 파악 1240세대가 살고 있는 서울 최대 무허가 판자촌으로 20여 년 전부터 사회 소외계층이 모여살기 시작했다.

인간 기본권 박탈

지난 1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홍의락 민주통합당 의원이 안전공사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룡마을 주민들은 오랜 시간동안 정상적인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 2006년 4월4일부터 한전 전력량계를 설치해 임시전력으로 수전 받아 사용 중이다. 현재 8개 지구에 9개의 한전 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9개의 한전 계량기 중 5개의 계량기는 계약전력 75kW미만의 일반용전기설비로서 전기사업법 제66조에 따라 안전공사의 점검 대상으로 지난 2008년 11월과 지난해 5월에 두 차례에 걸쳐 안전점검이 이뤄졌다.

하지만 나머지 4개의 계량기는 계약전력 75kW이상의 자가용 전기설비로서 전기사업법 제73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40조에 따라 안전공사의 점검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기적이며 안정적인 전기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등록상 76세대, 마을 자치회 파악 82세대가 살고 있는 또 다른 무허가 판자촌인 재건마을은 재활용품 수집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유명하다.

재건마을 주민들은 정상적인 전기사용 계약 없이 한전에서 설치한 변압기 4개소에서 직접 연결하여 전기를 임의사용 중이며 이 같은 이유로 역시 안전공사의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이들은 정상공급가(지난 1년간 6356만3320원)의 3배에 달하는 위약금(지난 10년간 1억9068만9876원)을 전기요금으로 지불하고 있다. 또한 전기안전 그린타운으로 지정돼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차례에 걸쳐 안전공사에 의해 시설개선활동이 이뤄지긴 했으나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전기안전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홍 의원은 "구룡마을과 재건마을의 주민들은 무허가 주택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며 "안전공사는 법적인 의무와 책임만을 운운하며 이들 위험 지역에 대한 전기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자촌 등 소외층 '나몰라라'…안전관리 외면
3년간 화재 21% 전기사고 "법적 문제만 운운"


소외계층에 대한 전기 안전 점검도 문제지만 안전공사의 정기점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한표 의원이 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주택 및 빌딩 등에서 발생한 화재건수가 4만435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로 인한 화재는 9395건으로 21.1%에 달했으며 재산피해는 580억원을 넘었다.

최근 5년간 누전으로 인한 화재발생건수는 1200여 건으로 나타났다. 수수료를 내고 정기검사를 받는 자가용 수전설비의 누전사고는 275건으로 나타났다. 안전공사가 1년간 정기검사 수수료로 벌어들인 돈은 360억원에 달한다.

김 의원은 미국과 일본의 전기화재 점유율을 예로 들면서 안전공사의 정기검사 실효성을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안전공사가 자가용 또는 일반용 전기설비에 대해 1∼3년마다 검사를 수행하면서 약 1000억원 가량을 받고 있지만 전기화재로 인한 점유율이 21.1%에 이른다"며 "공사가 이행하는 검사의 실효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미국과 일본의 전기화재 점유율은 12%로 우리나라의 반 이하"라면서 "안전공사가 세계최고의 전기품질 검사 실력을 갖고 있다면서 이런 점유율을 보면 국민들이 불안치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품질의 향상과 수수료 인하를 위해 안전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전기설비 검사 기능을 일반시장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전 발생 시 비상용 부하의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할 목적으로 설치된 자가용 비상발전기 10대 중 1대가 부적합한 것도 드러났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가용 비상발전기 검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실시한 정기검사에서 1만4953건 가운데 1237건이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가용 비상발전기는 전국에 6만3200대가 설치되어 있고 총 용량은 1998만700kW에 달한다.

10대 중 1대 부적합

홍 의원은 "전기안전공사의 점검 결과 매년 이미 설치된 자가용 발전기 10대 중 1대가 사용하기 부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정상 가동과 활용 방안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뒤 "자가용 비상발전기는 1998만kW의 전력 용량을 차지하고 있어,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올 겨울철에 대규모 건물이나 산업체에 설치된 비상발전기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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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