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밤, 단속을 비웃고 있다

노래방은 ‘불법’ 노래밤은 ‘합법’?

노래방 도우미가 단속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음악산업진흥법(이하 ‘음산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적으로 강한 단속의 파도가 몰아쳤고 더 이상 ‘법적 규정이 없어 단속을 못한다’는 말은 나오지 못하게 됐다. 비록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는 은밀하게 영업을 하고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경찰이 단속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만큼은 확실하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노래방(노래연습장)이 아닌 일반 유흥주점에서는 여전히 도우미의 고용이 가능하다. 단속을 비웃는 ‘노래밤’으로 대표되는 일반 유흥주점의 변태 영업을 취재했다.

문제는 이들 유흥주점이 ‘노래밤’, ‘노래장’이라는 간판을 내건다는 데 있다. 노래방에서 일을 하지 못하던 도우미들은 대거 노래밤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었다. 노래밤의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장점이다. 아가씨들의 수급에도 더 이상 문제가 없고, 손님들도 이제 노래방 보다는 노래밤 또는 노래장으로 몰려온다.
이곳은 가격이 노래방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인테리어가 훨씬 뛰어나고 언제든 아가씨를 불러도 합법적이기 때문에 남성들도 선호하는 편이다. 노래밤은 오히려 ‘쾌재’를 부르고 있는 셈이다.

합법 위장(?)한
유흥의 장소

한때 ‘노래방’을 즐겨 찾았다는 김모(42)씨.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늘 노래방에서 아가씨들을 불러 술을 마시곤 했다. 룸살롱과 같이 비싼 곳을 가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과 ‘술과 여자’를 해결할 수 있으니 그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유흥의 장소였던 셈이다.

노래방보다 비싸도 아가씨 호출 합법에 남성들 선호
유흥주점으로 분류…도우미 고용은 완전히 ‘합법적’
도우미들 ‘합법적 일터’란 인식 팽배해 속속 ‘노래밤’ 입문
노팬티 노브라로 부비부비…일부 업소 유사성행위 권유도


하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노래방에 가지 않는다. 노래방 도우미를 단속한다는 뉴스를 접한 뒤부터 괜히 찜찜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술과 여자’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새롭게 발길을 돌린 곳은 ‘노래밤’이나 ‘노래장’과 같은 업소다.

그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시스템은 거의 비슷하지만 술을 마시고 여자를 부르는 것이 완전히 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노래밤 업주는 김씨에게 ‘법적 지식’을 충분히 설명해주었고 이는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에는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것이었다. 다만 이곳에서 나오는 비용이 예전의 노래방보다는 조금 더 비싸기는 했지만 ‘불법’이 ‘합법’이 되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룸살롱보다는 훨씬 싸지 않은가. 마음 편하게 도우미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노래밤 업주가 김씨에게 전해주었던 그 ‘법적 지식’이란 무엇일까. 그러니까 뉴스에서 나왔던 ‘노래방 도우미 처벌’은 음산법에 의거한 것이다. 음산법은 문광부에서 제정했고 이는 노래방에 한정되는 법률이었던 셈이다.
반면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식품위생법에 따라 관리를 한다. 물론 유흥주점에선 접대부 여직원을 고용할 수가 있다. 결국 ‘노래밤’과 같은 업소는 문광부의 관리를 받는 곳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름을 유사하게 지은 것은 업주들의 소위 ‘얄팍한 잔머리’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노래밤과 같은 업소에서 접대 도우미의 고용은 더 이상 불법이 아닌 완전히 합법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업주들의 마음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딱히 뭐라고 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업주들은 가격은 기존의 노래방보다 약간 더 비싸게 하고 노래방과 같은 시스템을 운영함에 따라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법적인 것이야 어찌됐던 손님들의 입장에서도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고 여자도 부를 수 있으니 이제 노래방에 갈 필요는 전혀 없다. 불법 업소와 합법 업소가 공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굳이 불법 업소를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많은 손님들이 ‘노래밤’으로 몰리고 있어 업주들은 오히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 노래밤 업주는 “차라리 노래방 도우미 단속이 우리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됐다. 아가씨들 구하기도 훨씬 쉬워지고 손님도 전보다 늘고 있다”면서 “매출이 느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기존의 노래방 업주들도 유흥주점으로 업종 변경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도우미의 입장에서도 현재의 법적 시행은 ‘일거양득’이다. 굳이 단속이 있는 노래방으로 일을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노래밤으로 가게 되면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팁도 약간 더 올라가 생계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노래밤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 보건증을 발급받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노래방에서 일할 때는 보건증이 필요 없었지만 ‘유흥주점’에서 일을 하기 위해선 보건증이 필요하다. 그간 전국적으로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던 여성은 5만~6만명으로 추산되어 왔다. 그녀들이 일거에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그녀들이 찾아낸 탈출구 역시 노래밤과 같은 일반 유흥업소였다.
유흥주점 도우미로 일하는 L양은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변한 것은 없다. 물론 때로 유흥업소에 고정 도우미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예전에 보도방을 통해 노래방으로 나가던 것이나 고정 도우미로 일하는 것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전했다.

업주의 얄팍한 잔머리로
노래밤 마니아 급증

L양은 이어 “나이가 들었다고 이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노래방에서 많은 가정주부들이 도우미로 나선 바 있고 손님들도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굳이 ‘아가씨’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런 사람들은 이미 룸살롱으로 가기 때문에 불만을 가진 남성들도 별로 없다. 결국 우리에게는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도대체 노래방 도우미 단속 같은 것을 왜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래방과 노래밤 등의 유흥주점을 헷갈리게 하는 ‘잔머리’들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업소에선 ‘술마시는 노래방, 도우미 항시 대기’ 등의 문구를 쓰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홍보나 간판에 쓰여질 뿐 실제 이곳은 노래방류의 노래연습장이 아니고 일반적인 유흥주점일 뿐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인식에는 ‘노래방’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이런 간판으로 손님들을 혼동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당연히 이곳이 ‘술도 마실 수 있고 도우미도 있는 노래방’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좀 더
변태적으로…

이런 유흥주점 등에선 과거보다 더욱 퇴폐적인 서비스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증언이다. 웬만한 북창동의 서비스는 ‘저리 가라’는 것이다. 물론 이곳에선 북창동처럼 ‘인사-계곡주-전투’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시스템은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것들이 없기 때문에 손님이 더욱 자유롭게 자신이 노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알몸’으로 벗고 노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가씨와 흥정만 된다면 즉석 섹스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예 대낮 영업을 하는 유흥주점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즉석 섹스’를 메인 콘셉트로 하는 업소마저 생기고 있을 정도다.

친구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다는 K(35·회사원)씨는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자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낮에 시간이 있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한 친구의 제안으로 3명 정도가 유흥주점으로 가게 됐는데 정말이지 그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어 “이제는 아예 룸에 들어올 때부터 속옷은 입지도 않고 온다. 노팬티에 노브라로 들어와 신나게 놀았다”며 “결국 그것은 즉석 섹스를 노골적으로 부추긴다는 얘기가 아닌가. 상당히 놀라기는 했지만 어쨌든 즐기러 간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서비스였다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일부 업소에선 또 이렇게 노골적인 성관계보다는 오히려 ‘유사성행위’를 권하는 곳도 있다. 기존의 ‘대딸방+유흥주점’의 새로운 콘셉트라고 보면 된다. 이런 업소들은 기존의 대딸방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대딸방만 가지고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술과 유흥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흥주점의 이런 운영행태와 경찰의 방치를 두고 가장 많은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은 기존의 노래방 업주들이다.


‘술·여자·노래’ 무장에
기존 노래방 폐업중

노래방 업주 P씨는 “이런 식의 눈가리고 아웅이 계속해서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누구는 유흥주점으로 간판을 못 갈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는가. 그래도 최소한 자식 눈 부끄럽지는 않으려고 그런 식의 영업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정부는 우리에게 오히려 유흥주점을 권고하는 꼴 아닌가. 건전한 노래방을 하고 싶어도 그렇게 유흥주점에서 물을 흐려놓으면 더 이상 노래방이 설 곳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노래방 업주 R씨는 “끊임없이 헌법소원을 하고 있고 이런 불합리한 것을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떤 음모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R씨는 이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비상식적인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라며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전부 이해력이 떨어지는 바보들인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기존의 노래방들은 연일 폐업을 신고하고 있으며 갈수록 줄어드는 손님들 때문에 뭔가 특단의 대책이라고 취해야할 판이라고 한다.
그러나 ‘술과 여자와 노래’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기존의 유흥주점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향후 특정한 법 개정이 없는 이상 이 같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구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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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