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부실관리 실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19 20: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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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서 쓰랬더니…룸살롱 OK! 안마 OK!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이 유흥주점·모텔·마사지업체에서도 사용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SSM 점포도 가맹점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나 골목상권 잠식에 대항해 국비를 들여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에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판매액에 집착한 나머지 온누리상품권을 대책 없이 찍어내기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이 유흥주점, 모텔, 마사지업체는 물론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잠식에 대항해 국비를 들여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도입 취지와 정반대인 것으로 그만큼 관리 부실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빛바랜 취지

지난 8일 지식경제위 국정감사에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시장경영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될 수 없는 유흥업소·주점 46건, 숙박업소 28건, 마사지업체 12건, 무도장 7건 등 전국 627개 점포가 '부당가맹점'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경영진흥원은 전통시장을 살리고자 도입한 온누리상품권에 대해 전통시장 내 주점, 부동산, 골프장, 안마시술소 등을 가맹제한업종으로 분류해 가맹점 등록 및 유통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맹점을 살펴본 결과 수백 곳의 가맹제한업종 점포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천구 시흥동의 노래주점 및 모텔 등 서울지역 50건, 군포시 산본동의 주점 2건, 파주시 문산읍의 주점 1건 등 경기지역 112건이 가맹제한업종임에도 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수원시 팔달구에선 골프연습장과 성인용품점 등이 버젓이 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에선 기장시장 내 유흥업소와 다대시파크에 위치한 스크린골프 등 70건이 부당 가맹점으로 파악됐고, 심지어 마사지업체 성인PC방 등도 온누리상품권으로 값을 치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심각했다.

그밖에 강원도 삼척중앙시장에는 16개 주점이 가맹점이었고, 충남 천안역 공설시장의 모텔과 여인숙, 여관 등 6개도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었다.

종이상품권 대신 5만원권과 10만원권 등 카드 형태로 발행하는 '전자 온누리상품권'은 한술 더 떴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온누리상품권 도입 취지와 정반대로 SSM 점포가 버젓이 가맹점으로 가입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 수유시장 내 SSM 점포와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SSM 점포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 5일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온누리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사들여 이를 현금으로 유통하는 온누리상품권 깡 시장이 1000억원대 규모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이 시장경영진흥원과 금융결제원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회수된 온누리상품권 중 1087억(24.5%) 상당이 '현금깡' 형태로 유통됐다는 것이다.

유흥주점·모텔·성인PC방 등서 버젓이 유통
SSM슈퍼마켓도 가맹 "취지 역행…대책 시급"

안 의원에 따르면 공기업 및 대기업이 구입해 임직원 선물 등으로 지급한 온누리상품권 중 상당수가 깡 업자에게 흘러갔고 깡 업자는 액면가 대비 92∼95% 수준에서 현금으로 구입한 뒤, 이를 시장경영진흥원 등록 업자와 결탁해 시중은행에서 전액 현금으로 교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안 의원은 특정 금융기관이 중개업자와 짜고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금융기관 지점은 전체 매출액 165억원 가운데 156억원이 불법유통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담당 부처인 중소기업청이 대응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경영진흥원의 가맹점 관리 부실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 부적절 업종들이 포함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판매액이 급증하고 있지만, 관리부실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난 2009년부터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이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매시장의 유동성 증대라는 취지로 도입해 현재 전국 1200여 개 전통시장의 16만여 개 가맹점 점포에서 이용되고 있다.

규모도 매년 확대돼 2009년 104억원에서 2010년 753억원, 지난해 2224억원, 올해 3738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온누리상품권 매출액의 급격한 증가는 대기업들의 활발한 참여로 가능했다. 올해 삼성은 1427억원치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직원 1명당 50만원 꼴이다. 현대·기아차그룹도 289억원치를 사들였고 LG그룹(107억원), 한국전력(62억원), 신한은행(41억원), 포스코(37억원) 등도 상품권 구매 행렬에 동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임직원에게 상당 액수의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한 결과 이들이 전통시장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처분이 곤란한 나머지 액면가보다 싸게 파는 '현금깡'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온누리상품권 현금깡은 온라인으로 카페 등을 중심으로 액면가의 90% 안팎으로 거래되며 급속히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금깡 성행

온누리상품권 불법 매매가 성행하는 이유는 정부가 온누리상품권 유통 확대를 위해 대대적으로 공공기관 및 대기업 등에 구매를 요청함에 따라 해당 업체 직원들이 떠안기 식으로 상품권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온라인에서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들인 후 시중은행에서 환전하는 방식으로 유통하는 상품권 가맹업자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중소기업청은 추석을 앞두고 이 같은 불법 매매가 기승을 부리자 온누리상품권을 부정 유통하는 행위에 대해 최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제재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전 경로를 파악하기가 힘들고, 현금화하는 행위의 단속기준이 모호해 단속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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