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건설사 M&A 잔혹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0.15 11: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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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씹어야 장수…급하게 먹으면 탈난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극동건설이 무너졌다. 웅진그룹도 나락에 빠졌다. 또 한번 건설사 M&A 잔혹사가 그려졌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가 줄줄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LIG그룹, 효성그룹, 대한전선과 프라임그룹 등은 인수한 건설사를 토해내거나 그룹 자체가 휘청거리는 뒤탈을 겪고 있다.

극동건설이 지난달 25일 150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법정관리행이 결정됐다.

웅진그룹은 2007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시장 예측가격의 2배인 6600억원을 주고 극동건설을 사들였지만 건설업 불황으로 재무 구조가 악화됐다. 그룹 총수가 사재 출연을 하고 핵심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강수를 뒀지만 극동건설은 단 하루도 유동성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극동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 채무만도 3000억원에 육박한다. 극동건설은 지난해에만 2162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극동건설 법정관리
그룹 붕괴 후폭풍

이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그룹 성장동력으로 지정한 태양광 사업 계열사인 웅진 폴리실리콘을 추가로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면하려 했지만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여기에 최대 주주로서 1조839억원 상당의 연대보증 부담을 진 웅진홀딩스도 함께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극동건설 하나에 웅진그룹 전체가 붕괴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2006년 6월 대우건설을 M&A한 금호사이아나그룹, 같은해 11월 건영을 매입한 LIG그룹, 2008년 초 진흥기업을 사들인 효성그룹, 비슷한 시기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동아건설을 인수한 프라임그룹 등도 웅진그룹과 비슷한 악재를 겪고 있다.


대우건설은 2005년 말 기준 자산규모 3조원, 순이익 3300억원의 우량기업이었다. 이런 대우건설 인수전에 금호아시아나, 두산, 유진, 삼환, 프라임산업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중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모두 끌어들였고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수자금이 발목을 잡았다. 총 인수자금 6조4000억원 중 금호아시아나가 계열사 현금에다 보유자산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은 2조9000억원이었다. 나머지 3조5000억원은 산업은행 등 18개 금융기관에게 2009년 말 대우건설 주가가 3만2000원을 밑돌 경우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기로 하는 풋백옵션을 약속하면서 차입했다.

2009년 말 당시 대우건설 주가는 1만2800원까지 떨어졌다. 금호산업은 3조5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했고 결국 금호산업은 자본잠식 상태로 떨어지면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호는 인수한 지 4년 만에 대우건설을 다시 내놨지만 아직까지도 채권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호 · LIG · 대한전선 · 효성 · 프라임 '건설 악몽'
웅진도 극동 인수로 궁지…성공사례 찾기 힘들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리던 대우건설은 2009년 현대건설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지난해에는 업계 6위까지 밀렸다. 올해에는 3위권에 재진입했지만 시공능력평가에 2∼4년 전 실적과 수주상황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나온 성적이었다.

LIG그룹이 인수한 건영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파트 브랜드 '리가'로 잘 알려진 건영은 1989년 정부의 주택 200만 가구 건설사업에 힘입어 일산 등 신도시에서 대규모 아파트 시공에 나서면서 도급순위 30위권 안에 드는 대형 주택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주택경기 침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자금난이 가중돼 1996년 1차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를 품에 안은 게 LIG그룹이었다.

LIG그룹에 인수된 건영은 2007년 10년 만에 법정관리에서 졸업하고 LIG건영이라는 명찰을 달았다.


2009년 LIG건설로 다시 이름을 바꾸고 토목 전문업체 SC한보건설을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외형이 커진 만큼 부실도 커졌고 결국 법정관리 졸업 4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수도권 각지의 주택개발을 위해 총 8900억원 규모의 PF 사업을 벌였다가 주택 경기 침체로 착공도 못하고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만 늘어나게 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인수는 '승리'
실적은 '패배'

여기에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는 지난해 3월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백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등 각종 송사에도 휘말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 사돈기업이던 효성그룹도 진흥기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8년 진흥기업을 인수한 효성그룹은 당시 진흥기업에 4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5월 채권단과 워크아웃 협약을 맺었다.

2008년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역시 건설·부동산기업에 4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시너지 효과는커녕 그룹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프라임그룹이 인수한 동아건설 역시 모기업의 어려움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동반위기를 겪고 있다.

건설사를 인수한 중견·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다른 사업을 하던 기업들이 건설업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뛰어든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웅진, LIG, 효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매출을 늘리고 사업을 해야하는지 감을 잡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불황기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 실패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M&A 후 새롭게 영입된 사람들이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해 무리하게 업무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건설산업이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건설산업
최악의 시기


2006년 이후 쏟아진 각종 부동산 규제와 2008년 금융위기 여파의 덫에 걸리면서 건설 공사 발주 물량이 급감했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경우 부동산 침체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공사 조달 자금 대부분을 대출과 분양대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패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시장변동요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주 크다"며 "M&A를 위한 자산평가 과정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사업성을 철저히 검토한 뒤 인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 수주 규모는 2007년 128조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111조원으로 축소됐다. 이중 공공발주 물량도 2009년 25조3000억원에서 올해 23조1000억원으로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M&A 시점을 잘못선택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 M&A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시점은 부동산 경기가 최대 호황을 보였던 2003∼2007년 사이다. 기업들은 부동산 경기 활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건설사를 사들였지만 예상과 달리 2007년 하반기부터 업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큰 손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매물로 나와 있는 건설사들도 주인을 찾지 못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범양건영은 최근 M&A를 통한 회생계획을 추진했으나 채권자들의 반대로 부결,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범양건영은 10년간의 회생계획 수행을 전제로 회생절차를 다시 신청, 지난 6월26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통보받았다.

법정관리 중인 신성건설의 경우 공식적으로만 3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초 실시한 본입찰에서 2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주요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성건설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회사 상황이 악화됐다. 당시 미분양이 늘고 금융비용이 급증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냈다. 2009년부터 M&A를 추진했고 당시 대림디엔아이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채권 변제율을 맞추지 못해 무산됐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매각을 진행했지만 관계인집회에서 인수가 무산되거나 입찰에 응찰한 투자자가 인수심사에 떨어져 번번이 실패했다.

워크아웃·법정관리 악순환 반복
속 타는 매물들 "제발 사가세요"

2009년 시공평가순위 58위에 오르기도 했던 성원건설은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에 봉착 2010년 결국 상장폐지 후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성원건설은 지난해 4월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고 올 상반기 한 차례 M&A를 시도했지만 인수후보가 제시한 가격이 낮아 무산됐다.

성원건설은 전윤수 회장이 임금체불을 한 채 해외도피 중이고 큰딸은 회사 대출금 횡령으로 실형선고를 받은 가운데 지난 9일 다시 매물로 나온 상태다.

벽산건설은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비슷한 상황에 있던 풍림산업도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우림건설 역시 공개 매각에 실패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덩치도 크고 안정적인 매물로 평가받던 쌍용건설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아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쌍용건설의 매각은 불투명하다.

일단 쌍용건설을 매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쌍용건설 매각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1500억원 규모의 신주만 인수하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극동건설 법정관리 여파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쌍용건설의 몸값이 떨어져 헐값에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96%는 1년 내 M&A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굵직한 M&A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데다 최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대내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력 있는 기업들이 선뜻 건설기업 인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M&A 실패가 거듭되면서 건설업의 리스크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건설사 M&A 이후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부정적 결과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승자의 축복'으로 불리는 대표적 건설사가 바로 업계 1위 현대건설이다.

지난해 현대차 그룹에 인수된 현대건설은 든든한 측면지원을 받아 값진 결실을 올리고 있다.

현대건설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재무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상승한 2조7056억원을 올렸으며 영업이익도 1532억원으로 7.4% 증가했다.

현대건설만
'승자의 축복'

특히 현대건설은 올해 안에 단일 업체로는 최초로 해외수주 누적액 900억달러라는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올 해외 수주 목표는 100억달러로 현재 싱가포르 주롱섬 앞바다 해저에 시공 중인 주롱 석유비축기지 공사와 도심 지하철 공사, 아시아스퀘어타워(Asia Square Tower), 파시르리스 콘도미니엄(Pasir Ris Condominium), 사우스비치(South Beach) 복합단지 개발공사 등 총 11건(39억달러)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현대건설은 올 들어 사우디 알 사나빌 380KV 변전소,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사우디 마덴 알루미나 제련소 공사,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수주, 이번 싱가포르 복합개발 공사 수주로 8월 현재 총 56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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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